(이 글은 재미삼아 inuit님과 동시 개봉하는 서평입니다.^^ 여기를 누르셔서 inuit님의 통찰력 넘치는 서평도 읽어보세요~)
"해볼 필요도 없어요. 불가능한 걸 믿을 사람은 아무 데도 없어요."
그러자 여왕이 말했다.
"네가 해보지 않아서 그래. 나는 네 나이 때 하루에 30분씩 연습했어. 어떤 때는 아침 먹기 전에 불가능한 것들을 6개씩 믿기도 했단다."
-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톰 피터스의 요란한 책 ‘미래를 경영하라’를 덮으며, 나도 이상한 나라의 여왕처럼 불가능한 것을 믿는 연습을 하기로 결심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왔던 모든 일들 -불치라 믿었던 마음의 습관을 고치는 일, 꿈을 향해 나아가기, 달라지고 싶은 열망- 이, 내게도 가능할 거라고 믿어보기로 말이다.
새해가 되든지 말든지 나한테 뭐가 달라지겠어…라고 생각하며 의기소침한 모든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다.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는 이 책에서 독자를 도발하고 약 올리며 불안하게 만들다가도 부추기고 격려한다. 동의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외면하긴 어렵다.
원제 ‘re-imagine’처럼 이 책은 다시 상상해보기, 즉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점에서 사물을 바라보고 발상을 전환해보라고 권한다. 저자는 새롭게 바라보기를 통해 기업이 어떻게 혁신을 이뤄낼 것인지, 신경제의 특징은 뭐고 새로운 시대에 어떤 리더십이 새로운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그것도 아주 과격한 어조로 말이다.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저자의 격한 주장이 때로 근거 없는 낭설처럼 읽힐 지도 모르겠다. 예컨대 저자는 모든 점진주의가 혁신의 적이라고 단언하지만, 때로 점진적 변화가 대안인 경우도 우리는 현실에서 종종 본다. 또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말은 “몰라”(그래야 직원들이 답을 찾아 멋진 모험에 나설 것이라는 이유에서) 라고 하지만, 부하 직원 입장에선 리더가 “몰라”라고 말하면 열 받는다(!).
하지만 이미 평생고용이 사라지고 개인이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와 관련해서는 생각할만한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이 기업의 CEO를 위한 경영서라기보다 자기계발서에 더 가깝다고 본다.
저자는 기업의 각 부서가 고만고만한 직장 조직으로 남아있을 것이 아니라 정말로 잘하는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서비스회사(PSF-professional service firm)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조언은 개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
기업의 녹을 먹고 있건 그렇지 않건, 모든 개인은 ‘나 주식회사 Me Inc.’의 CEO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나 주식회사'가 되려면 개인 역시 기업처럼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다른 데서도 많이 듣던 이야기다. 개인은 도대체 어떤 경로를 통해 브랜드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개인도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고 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갖는 오해는 마케팅의 힘, 이를테면 유명해지는 것 등을 통해 그같은 지위의 획득이 가능하다고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브랜딩'의 핵심은 '마케팅'이 아니라 전적으로 '태도'의 문제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브랜드 아웃사이드(시장에 내놓는 '우리의 경험')는 브랜드 인사이드 (하나의 기업으로서 우리 개인이나 개인의 영혼 속에 있는 것)에서 나온다”고 지적한다.
월급쟁이의 경우를 예로 들면, '나 주식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당장 회사를 때려치라는 말이 아니다. 대신 '나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CEO인 내가 회사와 어떤 프로젝트 계약을 맺었다는 관점으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와 같은 자세로 어디서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전문성을 쌓고 그를 바탕으로 자신의 일을 지루한 하루하루가 아니라 일련의 ‘와우 프로젝트’로 만들어 가라는 것이다. 이같은 '태도'의 핵심은 '열정'이다. 기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튀어야 산다'는 저자의 주장에 걸맞게 이 책의 디자인도 튄다. 처음엔 눈에 낯설지만 차츰 익숙해지면 사방으로 뻗는 화살표 등을 따라 책 이곳저곳으로 시선을 이동시켜가며 읽는 재미가 있다. 덕분에 꽤 두툼한 분량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누워서 읽다가도 벌떡 일어나 밑줄을 긋게 되는 멋진 말들이 많다. 저자에겐 사람의 마음을 흥분시키는 어휘를 제대로 골라쓰는 기술이 있다.
저자가 하려는 말이 살벌한 경쟁시대에 전투의욕으로 무장하자는 화려한 선동에 그쳤더라면 그냥 '재미있군'하고 말았을 것이다. 저자의 주장에 열렬하게 찬동하게 된 건, 저자가 한 발을 더 내디뎠기 때문이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직장 노예에서 벗어나 프리 에이전트로 살아야 한다고 부르짖는 주장의 배경에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삶의 이야기꾼이며 자신만의 전설을 창조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는 리더십의 핵심도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누구나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인가."
삶의 의미, 혹은 성공이 천상 높은 곳에 숨겨져 가닿아야 하는 어떤 실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잘 살아간다는 건, 살아있음을 경험하는 일이 아닐까. 이는 곧 매순간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신만이 완성할 수 있는 영웅의 여정에서 당신은 어느만큼 와 있는가? 문지방을 넘었는가? 마음 속 이무기와 싸우고 있는 중인가? 손에 맞는 칼은 찾았는가? 당신만의 체험, 당신만의 신화, 당신만의 이야기를 들려달라! 이것이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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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미래를 경영하라
2007/01/02 21:38
Tom Peters원제: Re-imagine!다른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 범상한 책이 아닙니다. 파격적이지요. 디자인 뿐 아니라, 문체도, 주장도 그렇습니다. 기존의 관념을 다 버리고 새로운 사고의 틀을 갖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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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2007/01/02 21:37
PSF와 Me Inc.라는 피부에 와닿고 시사점이 강한 키워드만 예리하게 도려내어 조명하시다니, 역시 전문가의 리뷰는 다르군요. +.+
의미있는 글, 프로페셔널한 리뷰에 대해 한 수 잘 배웠습니다. 그렇잖아도 오늘 아침에 신문의 Book Section을 보면서 책 읽고 리뷰하는 일이 직업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었는데,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란 것도 깨달았습니다.
겉핧기에 그친 제글이 무척 초라해서 확 지워버리고 싶기도 합니다만, 귀감으로 삼기위해 고이 남기렵니다. ^^
실은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글쓰고 susanna님은 어떤 포인트를 잡을까, 어떻게 전개할까 궁금해하며 기다리는 재미도 있었구요, 실제로 저와 다른 관점과 글쓰기 방법을 보고 느끼고 배운점도 많았어요. 제안에 응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기회되면 다음에 또 해요. ^^-
susanna 2007/01/02 22:07
저도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신문에 쓰는 서평이었다면 점잖은 척 하느라 이렇게 호들갑떨면서 쓰진 못했을 거예요.^^; 제가 요즘 고민하는 점과 겹치는 대목만 눈에 들어와서 제겐 인상적이었지만, 장기적 설계를 마치고 안착하신 분들이 보기엔 좀 어지럽고 (inuit님 말씀대로) 시끄러운 모노톤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생각도 들구요. 뭐니뭐니해도, inuit님은 도대체 어떤 관점에서 보셨을지 궁금해서 하루죙일 시계만 들여다 봤지 뭡니까. ㅎㅎㅎ 덕분에 즐거운 경험했습니다. 감사드려요~ ^^ (아,참...이제 책읽고 리뷰하는 일을 직업으로는 안하게 됐다는 슬픈 늬우스가 있습죠~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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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 2007/01/03 01:01
음..
Inuit님 소개로 여기까지 왔는데..
블로그 제목도 독특하시고,, 색깔이 느껴집니다.
두 분 덕택에 이 책에 대한 충분한 overview를 접했네요.
고맙습니다.
역시 경영은 붙잡음이 아니라 놓아줌의 미학이란 걸 느낍니다. -
민재 2007/01/03 01:19
트랙백이 안가 수동으로 할려고 했는데..
한글 문제로 화면이 이상해져서 그것마저 못하고..
그냥 트랙백 걸고 싶었던 글이 있으니.. 함 놀러오셔서 보셔야겠네요. ㅠㅜ
티스토리인데.. 이상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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