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08 13:50

5000년의 포옹

어제 오후 들어온 외신 사진. 서로 포옹한 채로 발견된 남녀 유골입니다.
처음에 이 사진을 봤을 때 ‘아~’ 하는 탄성이 나오더군요.
5000년의 세월을 이렇게 부둥켜 안고 있다니요. 죽음도, 시간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에 마음이 뭉클...
같은 부서의 남자 후배에게 “이거 기가 막히지 않니? 하고 사진을 보여줬죠.
그 후배 왈, “이건 생매장이예요”, 이럽니다.
아니, 이런 기가 막힌 비련을 두고 생매장이라니….러브스토리가 스릴러로 변모하는 순간입니다. ^^;

헌데 후배 말을 듣다보니 생매장이라는 추정이 더 그럴 듯하더군요. 둘이 껴안고 죽었다면 이런 포즈가 나올 수가 없다는 거죠. 남자가 죽은 뒤 여자를 강제로 생매장 시켜야 이렇게 인위적 포즈가 나오는 거라고.

그래서 우리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일까, 억울한 생매장의 흔적일까’를 리드로 기사를 썼습니다. 아침에 다른 매체를 보니 전부 ‘비련의 사랑’ 톤으로 썼더군요.
어떻게 보이시나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비련일까요? 생매장일까요?
아래는 제가 짧게 정리한 관련 기사입니다. <위 이미지 출처는 영국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

*     *     *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일까, 억울한 생매장의 흔적일까.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 중 한 곳인 이탈리아 북부 만토바에서 얼굴을 마주한 채 포옹한 남녀의 유골이 발견됐다.
이 ‘커플’의 유골은 50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며 완전히 마모되지 않은 치아 상태로 보아 젊은이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 판이 6일 보도했다.

유골은 5일 만토바 근처 발다로 지역에서 신석기 시대 유적을 발굴하던 고고학 연구팀에 의해 발굴됐다.
연구팀을 이끄는 엘레나 메노티는 “폼페이 유적지를 비롯해 25년 이상 발굴 작업을 해왔지만 이렇게 진귀한 발견은 드물다”면서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의 유골은 곧잘 나오지만 포옹한 남녀의 유골을 발굴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발다로의 연인’이라 명명된 이 유골의 독특한 포옹 자세에 대해서는 남성이 사망하자 영혼의 동반자 역할을 위해 여성을 희생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차 검사 결과 남성 유골(사진 왼쪽)에서는 척추에 화살을 맞은 흔적이 발견됐으며 여성 유골 옆에서는 화살촉이 발견됐다
5000년 전에는 만토바 주변 지역이 습지여서 유골이 오랜 세월을 견뎌낼 수 있었다고 데일리 메일은 전했다. 연구팀은 사망 시기와 당시 나이를 측정하기 위해 유골을 연구실로 보냈다.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What they think'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펠프스가 물고기와 시합하면?  (6) 2008/08/15
벼락맞아 죽기보다 어려운 대통령 되기  (8) 2008/07/22
할아버지 로커들  (0) 2007/06/04
가난한 이들을 위한 디자인  (13) 2007/06/03
미국대선주자에게 혼쭐난 사연  (11) 2007/03/26
웃음의 이유  (16) 2007/03/14
어떤 칭찬이 마음에 드시나요?  (11) 2007/02/16
5000년의 포옹  (10) 2007/02/08
Trackback 0 Comment 10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138 관련글 쓰기

  1. BlogIcon 시렌 2007/02/08 18:28 address edit & del reply

    으음... 처음에는 생매장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리송하네요;

    • BlogIcon susanna 2007/02/08 19:11 address edit & del

      ^^ 이런 가정은 어떤가요? 연인이 사고사로 죽거나, 한 사람이 먼저 죽고 따라 죽거나 했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사람들이 두 사람을 이렇게 겹쳐놓고 함께 묻어준 겁니다........여기까지 쓰고 생각해보니 사후 시체 경직때문에 그것도 쉽진 않겠네요.....^^;

  2. BlogIcon 당그니 2007/02/08 19:05 address edit & del reply

    생매장에 한표. 포옹을 하는데 저렇게 다리가 겹쳐질까요? ㅎ

    • BlogIcon susanna 2007/02/08 19:12 address edit & del

      너무 단정하게 겹쳐져서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죠? 아무래도 멜로보다는 스릴러적 추정이 맞을 듯......^^

  3. BlogIcon 광이랑 2007/02/08 22:12 address edit & del reply

    추운 겨울에 갈데 없는 연인이 서로를 덥혀주기 위해서 끌어안고 있다가 죽었군요.. (넵 소설입니다... )

    • BlogIcon susanna 2007/02/10 00:38 address edit & del

      ^^ 그럴 수도 있겠죠? 근데 그러려면 좀 더 밀착한 포즈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뇌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당~

  4. BlogIcon inuit 2007/02/08 23:03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아침에 이 사진보고 한참을 바라봤었는데, 생매장 가설은 너무 냉랭하군요.
    전쟁같은 일로 죽어가는 연인곁을 지키다 숨이 가냘퍼지는 뭐 그런 여지를 좀 남겨두시지.. ㅠ.ㅜ

    • BlogIcon susanna 2007/02/10 00:41 address edit & del

      좀 그렇죠? 저도 처음엔 "에이, 포즈를 보니 생매장이야"라는 해석이 무쟈게 차갑게 들리더군요~ 로맨틱한 상상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기분~ ^^;

  5. 민들레.. 2007/02/09 16:40 address edit & del reply

    섬뜩하기 이전에...
    가슴이 아픔이 느껴집니다...
    뭔 이유인지.알지는 못하지만...

    • BlogIcon susanna 2007/02/10 00:44 address edit & del

      몇년전엔가 '폼페이의 최후'였는지 하는 그림을 본 적이 있어요. 멸망해 버린 도시에서 탈출하지 못한, 아마도 연인이었을 남녀가 꼭 끌어안은 포즈로 유골이 되어버린 그림이었는데, 그 그림 보고 저도 가슴이 아파오더군요. 위 사진을 보자마자 그 그림 생각이 떠오르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