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피터 드러커는 그 어깨 위에 올라서서 지평 너머를 바라보고 싶은 거인과도 같고, 톰 피터스는 그 열정에 한번 전염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선동가 같다면, 찰스 핸디는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편안한 선생님의 느낌입니다.
셋 중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죠. 스스로 '늦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제가 보기에도 '늦된 사람'이지만 ^^, 피터 드러커 처럼 비범한 면모를 갖추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경영의 구루라기 보다 현실을 잘 설명하려 애쓰는 사회철학자 라는 호칭이 더 적절할 것같은 사람이죠.
그의 책 '코끼리와 벼룩'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에 이어 그가 칠순이 되어 쓴 자서전 '포트폴리오 인생'을 읽었습니다. 뭔가를 하기에 너무 늦었다는 생각으로 한탄하시는 분, 조직을 떠난 '내 일'을 고민하시는 분,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해 뭉그적 대는 스스로를 책망하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물론 저처럼 늘 느리게 배우고 늦게 깨닫는, '늦되는 사람들' 께도요. ^^
오래 놀다보니 서평을 쓸 엄두가 나질 않는 군요. -.-; 몇 대목에 밑줄을 긋는 것으로 서평을 대신할까 합니다.....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하라.'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에우다이모니아에 대한 나의 해석이다. 우리는 모든 일을 잘할 수는 없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하지 마라. 유전자가 어느 정도는 우리를 규정한다.... 언젠가 내가 점점 머리가 벗겨지니 어찌하면 좋겠냐고 물었을 때 이발사가 해준 조언이 유일한 대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태어나기 전에 부모님을 바꿨어야지요."
하지만 나는 그걸 바란 적은 없다. 그러니 이외의 무엇도 달라지긴 힘들 밖에. (p352)
...누구나 시간의 모래 속에 족적을 남기겠노라는 원대한 희망과 야망을 품고 결연하게 길을 나선다. 그리고 결국에는 볼테르의 철학소설 '캉디드'의 주인공 캉디드처럼, "내가 하는 일은 중요성을 따지면 너무나 보잘 것 없지만, 내가 이 일을 하는 것 자체는 무한히 중요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말 그렇다. 이제 나는 침대에 편안히 누웠다. 흡족한 마음으로. (p358)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16) | 2008/11/11 |
|---|---|
| 참척의 고통 (6) | 2008/08/22 |
| 소시지 기계 (18) | 2008/08/17 |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16) | 2008/08/17 |
| 어느 쪽이 더 나쁠까 (13) | 2008/08/09 |
| 죄인의 항변... (4) | 2008/07/11 |
|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13) | 2008/06/29 |
| 취생몽사 (6) | 2008/01/15 |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230
-
Subject 블로그순례21 - 그녀, 가로지르다 http://bookino.net
2008/07/02 11:25
눈팅만 하다가 댓글을 달려고 하는데, '귀하는 차단되어서 이용할 수 없습니다'라는 멘트가 뜨네요. 기술적인 문제이겠지만, 가슴이 철렁합니다. '블로그순례'를 썼는데 트랙백은 잘될지 모르겠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기를 바라구요. 여행기 참 좋아요, 기다리고 있습니다. ^^ ------------------------------------------------------------------------------------------------- 나는 그..
-
당그니 2008/06/29 14:48
전정한 행복은 상태가 아니라, 행동! 사람의 정체성은 직접 부딪혀 많은 가능성을 탐험해본 이후다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인생의 대부분을 그 탐험하다가 끝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 ㅜ.ㅜ
-
-
sanna 2008/06/30 04:07
'코끼리와 벼룩'추천합니다! 사실 '포트폴리오 인생'도 '코끼리와 벼룩'의 개정증보판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거든요. 음...근데 기냥 회사원이 아니구 한 조직의 전략을 책임지는 임원에게도 이 책이 적절한지는 좀 헷갈리네요.^^;
-
-
-
sanna 2008/07/03 00:20
불교에선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말도 있지. "우주의 미래가 내 한 손에 달려있다는 생각을 한시도 접지 말되, 내가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 때마다 그걸 비웃어라."
야근 욜씨미 하삼~^^
-
-
미탄 2008/07/03 08:39
인디고서원에 대한 트랙백, 감사합니다.
'제3의 공간'에 대한 관심- 막연한 것일지라도 - 도 그렇고,
위의 밑줄 그은 대목이 내게 와 착착 달라 붙는 걸 보면,
산나님과 내가 조금은 비슷한 기질이 있는 모양입니다. ^^ -
-
사복 2008/07/03 16:10
저도 "일을 하는 것 자체는 무한히 중요하다"라는 말이 와닿았는데, "우주의 미래가 내 한 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접지 말되, 내가 하는 일이 대단한 일이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 때마다 그걸 비웃어라"라는 말을 듣고 나니, 후자가 더 와닿네요. ㄳㄳ. 헤헤..
-
sanna 2008/07/03 21:53
이거이 문제는 중요하다 생각하면 비웃기 쉽지 않고(제겐 아주 드문 경우), 비웃으면 중요하다 생각하기 쉽지 않다(제게 흔한 경우)는 점이죠...
-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Prev

Rss 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