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스페인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을 볼 때 들었던 이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영화 안에서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블랑쉬 역할을 맡았던 늙은 여배우가 무대 위, 무대 밖에서 두번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땐 낯선 이의 친절 밖에 의지할 데가 없는 늙은 여배우의 고독이 눈에 밟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영화의 맥락과 무관하게 내겐 점점 더 이 말이 어떤 인간도 완벽하게 혼자가 아니며, 우린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말로 달리 들리기 시작했다.
지난달에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가 다녀간 뒤 (그 때의 일은 '아브레우 박사 이야기' 로 블로그에 썼다), 그들의 이야기가 영 잊혀지지 않았다. 사람마다 유난히 꽂히는 코드가 따로 있는데 내 경우는 그게 자기 삶 안에서 '다름'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클래식으로 빈민촌 아이들이 다른 세상으로 건너갈 다리를 놓아준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아마존을 뒤져도 책이 없는데 그래도 틀림없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엘 시스테마'에 무작정 메일을 보내 영어로 된 책이 있느냐고 물었다. 어차피 '아님 말고'니까.
웬걸, 그 다음날부터 호세의 메일 융단폭격이 시작됐다. 메일 1개에 책 1페이지를 스캐닝한 jpg 파일 1개씩을 첨부해서 잇따라 보내는 거였다.
답례로 선물을 보내고 싶은데 주소를 알려달라니까 호세는 감사 메일로 충분하니 선물은 됐다면서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왜 그를 청년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이력을 들어보니 60은 훌쩍 넘었을 것 같다. 호세는 뉴욕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첼리스트로 활동하다가 1980년에 조국 베네수엘라로 돌아갔다. 베네수엘라에서 가장 오래된 '오케스트라 신포니카 베네수엘라'에서 20년간 일했고 친구인 아브레우 박사(69)가 빈민촌 아이들의 손에 총 대신 바이올린 활을 쥐어주며 '엘 시스테마'를 만들 때 그를 도왔다. 메일에서 그는 조국 베네수엘라, 친구인 아브레우, '엘 시스테마', 무엇보다 여길 거쳐간 아이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어디 내세우고 인정받으려는 종류의 자부심이라기보다 순수한 기쁨으로 반짝이고, 한 사람에게라도 더 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고, "너도 할 수 있어"라고 말하고 싶어하는 듯한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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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테라의 느낌
2009/01/19 11:14
'낯선 이의 친절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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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la 2009/01/17 10:28
정말 가끔 기대치도 않았던 낯선 친절 때문에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는데...
그걸 순수한 마음으로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나저나 정말 책이라도 쓰셔야 하는 것 아니세요? ^^-
sanna 2009/01/17 15:07
정말 책이라도 써야 할 것같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들고 있음...
호세에게 한국에 '엘 시스테마'를 열심히 알리겠다고 약속을 했거덩~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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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Jin♡ 2009/01/17 12:26
순수하게 '낯선이의 친절'을 받아들이는 마음마저 사라지려하는 때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화예요~. 괜찮다라고 따뜻하게 웃어주는 느낌이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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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elim 2009/01/17 13:22
낯선 사람의 친절로 살아간다...글쿤여. 사심없이 베풀어주는 친절은 마음에 깊이 새겨지죠. 그런 온기의 나눔이라는 게 사람이 지극히 허망한 순간에 힘을 얻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좋은 이야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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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2009/01/18 01:44
As you said, we all live with the kindnesses shown among ourselves. Like you got great help from Sr. Jose, you would introduce El Systema to Korea. Then more of us will get to know the love and passion within El systema, and the world is getting brighter.

Thank you for sharing great sto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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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09/01/18 11:12
헐~저도 그럼 저 포스트를 영어로 다시 써야 하나요....-.-;
좌우간 호세옹에게 와서 이누잇님 댓글 보라고 알려줘야 하겠군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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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윙 2009/01/18 22:35
3일동안 182번 클릭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닐텐데. 감동 지대로 받으셨겠군요.
저는 세파에 찌들어서 누가 친절을 베풀면..이놈이 뭘 바라고 이러지 -_-?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으이구! -
지아 2009/01/19 05:34
호세 아저씨에게 zip 파일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보내주면 어떨까여? 무료 윈도우 유틸리티로 많이 나와 있는데.. 그럼 호세아저씨가 나중에도 그 자료를 남들에게 쉽게 보내줄 수 있쟎아여. ㅎㅎ 그렇쟎아도 이 오케스트라 얘기는 미국에서도 신문에서 여러번 본 기억이 있는데. 고마운 사람들 살맛나는 이야기들이예요. 저는 저런 친절을 받으면 나중에라도 몇배로 갚아야한다는 생각이 강박적으로 들곤 하는데요. 다시 생각해보면 꼭 그 사람에게 돌려줄 필요는 없는것 같더라구요.. 그 친절덕에 행복해진 마음을 주위사람들과 많이 나누면 그게 갚는거려니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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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09/01/19 20:16
네 말 들으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네.
작년에 스페인 여행할 때 산중턱에서 어떤 사람이 커피를 사길래 내가 고맙다고,
"산에서 내려가면 제가 한잔 살게요" 했거덩.
그랬더니 그 사람이 "아뇨, 다음에 만나는 다른 사람에게 사세요"하더라.
그렇게 연쇄적인 호의의 망을 만들자면서.
아주 잘생긴 젊은 남자라서, 그 말을 들을 땐
'너 지금 나를 피하는게지...'하고 괘씸했으나
나중에 여행을 마칠 땐 그 말이 실감나더라구.^^
그렇게 만들어진 호의의 연결망 덕분에 무사히 여행을 마쳤던 것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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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 2009/01/19 11:20
어젯밤 엠비씨 시사매거진2580에서 시스테마를 다루었지요.
이미 이 블로그에서 그 소식을 접했던 터라 더 관심이 가더라는.
sanna님, 우리 시스테마 책 냅시다요! 툭 던지는 말 아님!! -
sanna 2009/05/16 00:10
** 알림다 **
이 포스트를 숨겨둬야할 일이 생겨서 꽤 오래 비공개로 돌려놓았으나,
그 일이 해결되어 다시 공개로 돌려놓습니다.
(호세 본인과 관련된 일은 아니고, 과도한 '상업적 관심' 때문에 빚어진 일이었습니다)
비공개 기간 동안 댓글 달아주신 분들께 내내 미안했는데,
잘 해결되어서 저도 마음이 가볍네요. -
먼지 2009/08/18 01:10
어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서 엘 시스테마 다큐를 보고 왔습니다. 신문기사와 음반을 통해서 구스타프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소년 오케스트라를 만났었지만, 다큐에서 본 아브레우 박사의 얘기들에 많이 놀라고 깊이 공감했습니다. 정말 놀라운, 도저히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 현실에서 진행되고 있었고, 내 가슴 깊은 곳을 묵직하게 흔들기 시작하더군요. 일단 좀 더 자세히 알고 싶고,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anna님께서 받으신 메일의 일부라도 좀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저도 나름대로 자료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본 다큐의 DVD를 구해 주변에 보여주려 했는데, 아직 출시가 되지 않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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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09/08/18 01:18
아, 저도 그거 너무 늦게 알아서 못본게 안타까웠는데...보셨군요.
메일 관련 건은 제게 메일 보내주시면 말씀드릴게요.
boundarycrosser@gmail.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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