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하여 김윤정 교수(일본 수도대학 도쿄)가 『다문화 교육과 공생의 실현』에서 칼 그랜트(Carl Grant)의 말을 빌어 설명한 다문화 교육의 개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칼 그랜트는 다문화교육을 “학생들이 복수 집단에 속하면서 긍정적인 자기 개념을 발달시켜 ‘나는 누구인가’를 알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복수의 집단이 공존하려면 평등한 주체로서의 관계성이 필요하고, 그렇게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려면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각각의 집단에 필요하다. 부정적 자아상을 가진 행위자들간의 관계는 수평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다문화 공생 교육이란 긍정적인 정체성 형성을 바탕으로,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다문화 공생 교육이 한국의 아동 교육에서는 어떻게 가능할까? 우선 소수자의 입장에 처한 이주배경 다문화아동은 남과 다른 자신에 대해 '난 왜 다를까'하면서 열등감에 빠지지 않고 자긍심과 건강한 정체성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다수자의 입장에 있는 일반 한국 아동은 이주배경 다문화 아동에 대해 '넌 왜 다르니'하면서 차별하지도 말고, '나와 같아지라'고 요구하지도 않고, '다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기자신에 대해서든, 남에 대해서든 '다름'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다양한국 만들기' 캠페인은 이처럼 소수자이든 다수자이든 각각 긍지를 갖고 자기를 확립하는 동시에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 익히기, 즉 ‘자기답게 살기, 함께 살아가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문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이중언어 지원사업과 대안교육 사업은 단순한 언어교육이 아니라 아동과 부모의 소통 증진을 돕고 아동이 살아가는 힘을 키우며 긍정적인 정체성을 갖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또한 한국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한 반(反)차별 교육은 단순히 다문화 아동을 배려하고 돕자는 차원이 아니라 한국 아동들의 인권의식과 국제 감각을 높이기 위함이다. 다수자와 소수자가 수평적 관계를 구축하려면 사회의 다수자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가해자가 될 수도 있음을, 자기 안에도 차별과 편견을 행할 가능성이 있음을 스스로 의식하고, 차별 받는 소수자의 입장에 서보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다문화를 자신의 문제,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다.
2. ‘다양한국 만들기’ 캠페인의 개요
'다양한국 만들기' 캠페인의 큰 축은 두 갈래다. 하나는 이주배경 다문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이중언어지원과 대안교육 프로젝트, 다른 하나는 한국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차별 방지 다문화 이해교육이다.
1) 이주배경 다문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이중언어지원과 대안교육
먼저 이주배경 다문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이중언어지원과 대안교육 프로젝트는 한국어와 어머니 나라 언어를 둘 다 가르치는 방식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이유는 한국인으로 동화되라는 요구가 아니라 다문화 아동이 한국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 자신을 표현하는 힘, 자립해서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지원하기 위함이다. 또한 엄마 나라의 언어를 가르치면서 다문화 가정 내에서 엄마와 자녀의 원활한 소통을 돕고 가정 내에서부터 차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며 이중언어, 두 개의 문화라는 환경, 그 안에서 형성되는 자신의 정체성을 아동이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l 하나키즈오브아시아
2008년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 다문화 사업으로 베트남 다문화가정 대안교육 프로그램이다. 베트남 다문화가정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아동들이 양국의 언어와 문화를 향유하고 건강한 정체성을 갖고 자랄 수 있도록 어머니 나라의 말과 문화를 가르치는 학습의 장이다. 언어, 문화 교육과 함께 일대일 결연 멘토링, 심리검사 및 치료를 제공하며 현재 서울과 인천, 안산에서 시행 중이다.
l 언어 두개, 기쁨 두배
2010년 1월부터 다문화 가정 유아 (4~6세)를 대상으로 한국어와 함께 중국, 몽골, 베트남어 등 이중언어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문화가정 아동의 언어발달을 병리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대신 이중언어발달 환경을 지원함으로써 부모와 자녀간의 상호 작용을 증진시키고 아동의 긍정적 정체성 형성을 돕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l 하나다문화센터 '다린'
2011년 문을 연 다문화 통합 프로그램 지원 공간으로 한국 일반 아동과 다문화 아동이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 공감하며 공동체 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2) 한국 아동을 대상으로 한 차별방지 다문화 이해교육
반면 차별 방지를 위한 다문화 이해 교육은 '다름'을 이유로 차별을 할 가능성이 있는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하였다. 부모의 출신 배경을 이유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행위는 이주배경 다문화 아동을 이해하지 못한 일반 아동이 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첫 해인 2011년에는 아동들이 차별 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직접 느껴볼 수 있도록 연극 수업의 형식을 도입하여 진행하였다.
l 알면 알수록 가까워지는 우리
2011년 4~7월 서울 경기 인천지역 5개 초등학교에서 12주 코스의 연극 수업으로 진행한 차별 방지 다문화 이해 교육이다. 이 교육은 일반 아동을 대상으로 다문화 아동에 대한 편견, 차별적 시선을 거두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추상적 개념으로 다양성을 설명하는 대신 아동이 차별 당하는 사람의 심정이 어떤지를 직접 느껴보고 공감할 수 있도록 실험적으로 연극의 형식을 도입하였다. 이를 위해 어린이전문 극단인 '극단 사다리' 소속 연극놀이 강사와 배우들이 매주 1회씩 넉 달간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5개 초등학교를 방문해 초등학교 3~6학년 학생 91명과 함께 연극 만들기 수업을 진행하였다. 수업 시간에 아이들이 참여하여 만든 에피소드와 대사 등은 전문 작가의 각색을 거쳐 2011년 말 극단 사다리에 의해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또한 전문 연극놀이 강사와 배우가 없는 상황에서도 적용 가능한 교재를 개발하여 보급할 예정이다.
3. 맺음말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다문화를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특정 집단을 받아들일 것이냐 마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당면한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이 이슈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차이를 차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은 높은 수준의 인권감수성을 필요로 한다. 한국 아동을 대상으로 차별 방지 연극 수업을 하면서, “차별을 거론하는 것이 아이들이 현재 의식하지 못하는 차별을 의식하게 함으로써 도리어 차별에 대해 알려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사회에 이미 존재하는 편견을 아동들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도록 방치하는 대신 편견과 고정관념의 발생 경로에 대해 아동들이 스스로 깨닫고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차별의 극복을 자신의 과제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하나의 차별에 대한 깨달음은 다른 각성으로 파급된다. 일례로 연극 수업에서 흑백인종차별을 소재로 차별 받는 흑인의 역할을 연기했던 한 아동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차별에 대한 각성을 통해 자신이 일상 속에서 겪은 다른 차별의 경험을 떠올리고 재해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3학년 때 공부 못하는 친구 한 명이 차별당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차별하는 친구들한테) 그러지 말라고 하려고 했는데 말하지 못했어요. (지금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놀림당했던 친구에게) 친구들 말에 너무 크게 신경 쓰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놀리던 친구들에게는) 친구를 차별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제는 차별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았기 때문에 예전과 달리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11세,남)
오랜 기간 단일 언어, 단일 민족, 단일 문화에 기반하여 성립된 국민국가로서의 한국사회가 다양성의 폭을 넓히는 일이 단시일 내에 쉽게 이뤄지진 않을 것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를 장기적 과제로 인식하고 아동들의 긍정적 정체성과 인권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일에 주력하고자 한다. 다문화 공생의 모범적 사례로 꼽히는 일본 가와사키 시에서 외국인시민 대표자회의가 내건 슬로건은 “외국인이 살기 편한 곳은 일본인도 살기 쉽다”였다.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주 배경 다문화 아동이 살기 편한 곳은 한국 아동들에게도 살기 좋은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