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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뉴 수상록 | 미셸 에켐 드 몽테뉴.

 

표지와 제목이 풍기는 근엄한 이미지 때문에 하마터면 이 귀한 책을 지나칠 뻔 했다. 수상록은 추상적 사색보다 몽테뉴의 깨알 같은 경험과 자유로운 생각으로 가득한 책이다. “나는 나 자신을 연구한다. 이것이 나의 형이상학이고 나의 물리학이라고 선언한 사람답게 몽테뉴는 자신의 이야기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의 인간적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 최초의 인간이다.

그는 보르도 고등법원 심의관으로 일하다 38세에 퇴직한 뒤 20년간 이 책을 썼다. “인간에게 일어나는 일 중 비인간적인 것은 없기 때문에 사람이 겪는 거의 모든 일을 소재로 삼았다. 슬픔, 공포심, 우정, 줏대 없음, 술주정, 심지어 자신의 용모와 방귀에 이르기까지 수다스럽다고 할 정도로 써댔다.

새로운 형태의 즉흥 철학자를 자처하며 그는 당대 철학자들과 달리 인간이 얼마나 쉽게 광기에 휩싸이고 한심한 존재들인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인간의 조건과 화해하기를 권유한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옥좌에 올라도 결국 자기 엉덩이로 앉아 있을 따름이라며 자기 존재를 충실히 누리는 것이 최상의 삶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펼쳐놓은 자기 이야기와 경험은 곧 인간의 삶 일반에 대한 관찰과 탐구여서, 읽다보면 내 얘기 같다싶은 대목이 숱하다.

16세기는 종교의 이름을 앞세운 전란의 시대였지만 몽테뉴는 확실성을 찾아 초월적 세계를 헤매는 대신 발 딛은 현실에 집중했다. 적대 세력의 중재에 나서면서 공적 책임을 질 때도 있었으나 역할과 자신을 헷갈리지 않았다.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질문을 품은 회의주의자였으며 넘치는 호기심으로 여행과 관찰, 글쓰기를 즐겼다.

한동안 침대 옆에 두고 매일 밤 아무 갈피나 펼쳐 읽던 책이다. 소설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권한 이 책 사용법을 나도 권하고 싶다. “재미를 찾는 어린아이처럼 읽지 마라. 야심 찬 사람처럼 교훈을 얻으려고 하지도 마라. 그 책은 살기 위해서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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