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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사람됨이란 무엇일까. 사람은 초사회성을 지닌 동물이니 태어나면 저절로 사람됨이 갖춰지는 걸까.

인류학자인 저자가 사람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사회는 무엇인지 묻는 거대한 질문을 촘촘하고 유려하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사회를 유기체나 벌집 같은 구조 대신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펼쳐지고 일렁이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얻게 되었다.

저자는 소설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빌려와 사람됨을 설명한다. 몸과 달리 그림자는 만져지지 않지만, 마음과 달리 눈에 보이며 일정한 자리, 즉 장소를 필요로 한다.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라 소설에서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배척당한다. 사람이 된다는 건 이를테면 그런 그림자를 갖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필요한 사회적 성원권을 부여받는 것이다. 누구나 사회의 일원임을 인정하고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절대적 환대다.

하지만 현실은 어디 그런가. 현대 사회는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고 선언하지만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이다. 현실에서는 환대보다 모욕과 경멸이 횡행하고, 사람은 나이와 성별, 권력과 소득에 따라 다르게 대접받는다. 도시개발이 달동네를 몰아내고 언제부턴가 사회적 약자들은 보이지 않는 사람, 그림자가 없는 사람이 되어 도시를 배회한다.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저자는 무조건적 환대가 현대 사회의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존재를 부인당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치는 일, 그들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일, 그들에게 절대적으로 자리를 주는 일, 무차별적이고 무조건적으로 사회 안에 빼앗길 수 없는 자리를 마련해주는 일이 절대적 환대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법과 제도로 모든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자리를 만들어주는 공공성의 강화가 될 것이다. 실현이 안 될 것도 없지 않은가.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런 따뜻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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