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으면 꼼짝도 할 수 없는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하겠다니, 남들이 “미쳤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 정도의 일이면 ‘독도 수호’ 또는 ‘불우이웃 돕기’같은 대의명분이 있을 법도 한데 웬걸, 저자는 “그냥 재미있어서”란다.
홍은택 씨가 쓴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읽다. 한겨레신문 ‘책 지성’ 섹션에서 가끔 읽던 연재물이었는데 책으로 묶인 걸 보니 또 다르다. 자동차 부품이 만들어지는 컨베이어 벨트를 쭉 따라가면서 보다가 드디어 ‘완제품’ 자동차를 시승하는 기분이랄까.
단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저자는 2005년 여름 80일간 자전거를 타고 미국 동쪽 끝 버지니아 주 요크타운부터 서쪽 끝 오리건 주 플로렌스까지 6400km의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달렸다고 한다.
1976년 미국 건국 200주년을 기념해 몇몇 사람이 개척한 이 길은 자전거 전용루트나 직선의 횡단 길도 아니고 대서양과 태평양 사이를 가장 돌아가는 길이다. 서울에서 부산을 열두 번 왕복해야 하는 거리다. 이 생고생이 ‘하고 싶은 일’이었다니...특이한 취향이다. -.-;
저자는 14년간 해온 신문기자 일을 접고 ‘인생의 후반부로 들어가는 통과의례’로 이 고생스러운 자전거 여행을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고난의 행군일지가 아니라 맨 몸으로 한판 크게 놀아본 사람의 기록이다. 독자가 이 책을 읽는 가장 맞춤한 자세도 맥주 한 캔을 들고 소파에 비스듬히 앉아 저자의 여행에 동참해보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서문에 자신이 ‘기록에 젬병’이라고 썼지만 책을 읽다보면 이 말이 엄살이라는 걸 금방 알게 된다. 길 위의 일들을 어찌나 시시콜콜하게 묘사했는지 저자가 핫도그 빵에 소시지를 끼워 먹을 때 그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까지 눈앞에 그려질 정도다.
한없이 지루한 ‘페달 150만 번 돌리기’로 끝날 수도 있는 자전거 여행이 독자에게도 흥미로운 모험으로 변모하는 것은 저자의 해학적 글쓰기 덕분이다. 하루 동행자였던 데이비드를 묘사하는 대목이나 인적 없는 대평원에서 페달을 밟으며 느닷없이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같은 노래를 흥얼거린 이야기를 읽다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길 위에서 저자가 만난 온갖 부류의 사람들도 흥미롭다. 명상의 방법으로 자전거 여행을 하는 젊은 여성이 있는가 하면 점점 더 높은 자리에 연연하는 욕심을 스스로 끊기 위해 회사 중역 자리를 내던지고 자전거에 오른 사람도 있다. 가파른 산길에 살면서 30여 년간 자전거 라이더들을 보살펴온 할머니 ‘쿠키 레이디’의 사연은 감동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한 바퀴 한 바퀴 자전거를 굴릴 때마다 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해오던 것들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 온” 저자 자신의 변모 과정이다.
대개의 사람들처럼 자전거 여행 이전의 저자에게도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선분일 뿐 그 자체로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저자는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로키산맥을 넘기 위해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다고 믿었다. 후지어 패스에 오르는 순간 절정의 감격 같은 것을 기대했지만 그런 강렬한 감정은 일어나지 않았다. 목표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면서 그냥 마음이 편해졌을 뿐이다. 그런데 그 뒤부터 페달을 밟는 게 즐거워졌다. 페달을 밟는 것 자체가 목적이고 과정이 됐다.”
저자는 자전거 타기를 통해 “자신이 페달로 밟은 몇 미터의 거리에도 성취감을 느낄 줄 아는 삶의 한 방법”을 배운다. 성취지향적인 사람이 과정을 즐길 줄 아는 낙관주의자가 되어 돌아왔다고 하니, ‘인생의 하프타임’에 이만한 소득이 또 있겠는가... 책을 읽다가, 나도 떠날 때가 되지 않았는가, 그런 생각으로 괜한 몸살을 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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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v4 2006/10/22 13:24
짧은 자전거 여행을 해본적이 있습니다. 열심히 달리기만 했는데 하루 평균 100Km가 한계더군요. 기초 체력의 차이도 있겠습니다만 6400Km라는 것은 저로서는 꿈도 못 꿀 거리입니다. 부러움과 존경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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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6/10/22 13:31
우와~ 하루 평균 100km면 luv4님은 홍은택씨에게 80일 걸린 횡단을 64일만에 끝내실 수 있는 겁니다. 꿈도 못꾸시다뇨. 왕복도 하시겠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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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6/10/23 11:10
소파대신 아랫목이라도...ㅎㅎ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자가 죽도록 고생하며 달린 길을 우리는 소파나 아랫목에 누워서 따라가보자고 말할라니, 좀 저자한테 미안한 기분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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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6/10/23 11:13
더블헤더 ^^ 시간이 나면 '서드 에이지'라는 책 리뷰도 써볼 생각인데, 한번 읽어보세요. 더블헤더로서 어떻게 뛸 것인지를 쓴 책입니다. 전 그 책에 하도 밑줄을 그어서 책이 새까매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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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6/10/23 20:43
위에 댓글다신 당그니님...reply 기능 없는 댓글에 댓글다는 묘기를 어떻게 발휘하셨어요? 우와~ 혹시 또 들르게 되시거든 저도 알려주세요.(당그니님 블로그에 댓글달려고 했는데 계속 에러가 나서 여기 씁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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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2006/10/23 23:04
당그니님은 아니지만..
1. 원댓글
2. 원댓글에 대한 주인의 댓글
3. 또다른 댓글
이때, 1번 처음 댓글의 R자 누르시면 밑에 달려요. 3처럼.
쉬운말인데 설명이 어지러워서 더 복잡해 보이네요. ㅠ.ㅜ -
susanna 2006/10/23 23:39
우히힛~ 성공!!!! 이누이트님, 감사합니다!! 며칠전엔 시렌님께 링크거는 법 배우고, 오늘은 댓글에 댓글다는 법까지! 정말 컴맹에게 '멋진 신세계'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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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그니 2006/10/24 14:37
요즘은 하도 신기술이 많이 나와서
조금만 방치해도 모르는 용어 투성이더군요
저는 꼭 필요한 것 말고는 아예 들여다볼 생각을 안하기 때문에 말이죠 -_-;;
모르면 그냥 팔자려니 합니다. 하지만....가끔 답답하는 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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