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4 23:41

나 그대 믿고 떠나리

 …아버지가 계시는 천안 공원묘지 입구에는 아주 커다란 바윗돌에 ‘나 그대 믿고 떠나리’라고 쓰여 있습니다. 누가 한 말인지 어디서 나온 인용인지도 알 수 없이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커다란 검정색 붓글씨체로 그렇게 쓰여 있습니다. (…중략…)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곳의 삶을 마무리하고 떠날 때 그들은 우리에게 믿음을 주는 것입니다. 자기들이 못 다한 사랑을 해주리라는 믿음, 진실하고 용기 있는 삶을 살아 주리라는 믿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 주리라는 믿음, 우리도 그들의 뒤를 따를 때까지 이곳에서의 귀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리라는 믿음… 그리고 그 믿음에 걸맞게 살아가는 것은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우리들의 몫입니다.


- 故 장영희 교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중에서 -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나의 서재 >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의 말  (8) 2009/10/26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22) 2009/10/22
끊기의 괴로움?  (16) 2009/08/23
나 그대 믿고 떠나리  (8) 2009/05/24
사랑과 지옥  (9) 2009/03/01
체실 비치에서  (15) 2008/12/17
굳고 정한 갈매나무  (12) 2008/12/04
심술궂은 철학자의 생각에 동의하시나요?  (10) 2008/11/28
Trackback 0 Comment 8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06 관련글 쓰기

  1. layer_cake 2009/05/25 01:11 address edit & del reply

    산나씨가내게해줄수있는최대한의위로를오늘해주셨습니다미안하고고맙습니다이달말까지는계속울것같습니다안구건조증은자연치유되겠지만저들을향한불쾌감은오래갈것같군요..NotOneLess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26 13:35 address edit & del

      Not one less...hopefully~

  2. Favicon of http://suyane.kr BlogIcon 토댁 2009/05/26 13:54 address edit & del reply

    나를 믿고 가신겝니까?

    농촌을 지키는 것은 제게 너무 벅찬대요.
    그래도 저를 믿고 가신다니
    그 믿음 저버리지 않게 열심히 공부해서 흙과 함꼐 사는 토댁이가 되겠습니다.

    자꾸자꾸 흐르는 눈물,
    메어오는 목.
    아픕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31 00:37 address edit & del

      .....

  3. Favicon of http://falda.egloos.com BlogIcon 팔다 2009/06/02 07:19 address edit & del reply

    포스팅과 상관없는 댓글입니다만....
    선배, 선배의 책이 지금 제 손에 있답니다!
    령선배가 워싱턴에서 한권 보내주셨어요.
    헤헤...좋아라 ~
    그래서 지금부터 읽기 시작입니다요 ~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6/07 11:46 address edit & del

      아, 그랬구나.
      내가 보내주었어야 하는 건데...^^;

  4. 2009/06/06 01:3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6/07 11:50 address edit & del

      아, 그런가요. 두 분 모두에게 감사드려야 하겠네요.
      고맙습니다 ^^

2009/05/23 14:45

명복을 빕니다...


.....너무 놀라고 충격적이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군요. 명복을 빕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0 Comment 3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05 관련글 쓰기

  1. lebeka58 2009/05/23 21:29 address edit & del reply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세상의 모든 짐 내려놓으시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2. 현숙 2009/05/24 20:55 address edit & del reply

    편히 쉬시기를......ㅠ,ㅠ

  3. 사복 2009/05/25 20:22 address edit & del reply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09/05/19 23:38

내 친구 정승혜

“좋아져라 좋아져라….”

그녀가 미니홈피 대문에 마지막으로 걸어둔 문구였습니다.

내 친구 정승혜.
오늘 그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돌아왔습니다. 자신이 외운 주문대로, 더 좋아지려고, 고통없는 세상을 향해 서둘러 떠난 것인지...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세상을 떠나 마음이 아팠는데, 오늘처럼 볕이 좋았던 날 배웅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요….


해질 무렵 그녀를 내려놓으며 긴 작별의 의식이 끝나던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놀랐습니다. 만사를 제치고 그녀를 배웅하러 먼 길을 온 사람이 100명도 넘었습니다. 저처럼 휴가를 내고 따라온 사람이야 둘째 치고, 출장을 갔던 칸 영화제에서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달려온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오늘 공항에서 장지로 직행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녀와 20년 지기인 이준익 감독님은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목이 메어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정승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십니다”하고 말씀하시더군요....


아직도 그녀의 웃는 얼굴을 물기 없는 눈으로 바라볼 자신이 없지만, 정돈된 글을 쓸 자신이 없어 그녀의 추모특집을 싣는 매체의 원고 요청도 사양했지만, 돌아오고나니 횡설수설로라도 그녀에 대해 말하고 싶어지는군요.....  

10여 년 전 기자와 취재원으로 처음 만났지만, 그녀는 제 친구입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그녀를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닙니다. 어느 누구를 만나도 수평한 우정의 관계를 맺는 신기한 능력을 그녀는 지녔습니다. 

그녀는 제가 직접 아는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2006년 병을 발견할 때부터 의사가 길어야 1년 남짓이라고 했다던 삶을 그녀는 3년 넘게 살아냈습니다. 역시 그녀와 20년 지기로 이 감독님과 함께 상주 역할을 하셨던 조철현 대표님은 그저께 빈소에서 "승혜는 일에서건, 사람에 대해서건, 심지어 병을 맞서서건, 단 한번도 비겁한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그녀가 장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녀가 나를 친구로 대해 주었다는 것을 내 삶에 드문 영광으로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숱한 관계의 흔적이 쌓여 '나'를 만든다는 제 생각이 영 엉터리가 아니라면, 지금의 제 안에도 정승혜의 흔적은 또렷합니다. 정승혜, 이준익 감독, 조철현 대표를 포함한 씨네월드 3인방 이 아니었다면 4년 전 저는 감히 책을 써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터이고, 지금의 저와는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무모하게 첫 책 쓴 것도 이 3인방의 강렬한 '펌프질' 때문이었고, 정승혜는 한술 더 떠 책의 삽화와 표지를 그려주고 제목까지 지어주었습니다. 첫 책이 나오자마자 제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도 이들 3인방에게였습니다.
그녀 자신이 책 3권 저자이자 글쓰기에 대한 매혹이 누구보다 강했던 사람인 터라, 우리는 만나면 서로 쓰고 싶은 책 이야기를 곧잘 주고받곤 했습니다. 그녀는 영화 카피라이터가 되는 법도 쓰고 싶어했고, 중편소설도 쓰고 싶어했고, 가장 최근엔 병상일기를 써서 인세를 어린이 암 환자들을 위해 기부하고도 싶어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제가 보낸 엽서를 보고 그녀는 자기도 건강이 회복되면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산티아고 여행기가 4월에 나온다고 뻥을 쳐놓은 탓에, 한달여전 전화로 "얼른 싸인해서 갖구 와!"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생생합니다.
이렇게 빨리 갈 줄 알았더라면 좀 서두를 것을....그녀에게 받은 것에 비해 뭐 하나 해준 게 없는 쓸데없는 친구인 저는 뒤늦은 후회로 가슴을 칩니다. 눈물범벅이 된 미련한 저를 가만 지켜보던 조철현 대표님은 오늘 제 허접한 책 한 권을 그녀의 발치께에 얹어 함께 하늘나라로 보내주셨습니다. 먼 길 가는 그녀와 잠깐이라도 함께해줄 길동무가 된다면 그 책은 세상에 태어난 제 사명을 다하는 게 될 것입니다.
내 친구 정승혜. 부디 고통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그(녀)는 멋졌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유정 작가를 만나다  (9) 2011/06/05
음악의 안부  (9) 2010/08/15
명복을 빕니다...  (3) 2009/05/23
내 친구 정승혜  (16) 2009/05/19
장영희,당신은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14) 2009/05/10
베네수엘라의 호세  (22) 2009/01/17
아브레우 박사-클래식으로 아이들을 구원하다  (12) 2008/12/16
김인배에게.  (26) 2007/12/29
Trackback 1 Comment 16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04 관련글 쓰기

  1. Subject 새벽

    Tracked from 인퓨처컨설팅 : 당신의 전략 파트너 2009/05/20 00:23 delete

    새 벽 그는 갔다 내 빈 터에 쉬 헤아릴 수 없는 이슬이 쌓이고 늘 기다리는 느티나무엔 마른 울음만 쌓이고 그 사이 별들이 잎처럼 스러졌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의 길은 그와 함께 닫혔고 새벽빛이 그 눈 떴다 감기듯 약속은 오래 전에 잊혔다 나는 다만 새벽을 열고 닫으며 차마 기억만은 남지 말기를 바라며 그와 나 사이에 행복한 안녕을 새겼다 씻고 또 씻어도 내겐 새벽냄새가 났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기억이었다 새벽을 사이에 두고 그와 내가 여윈 별..

  1. Favicon of http://www.infuture.kr BlogIcon 유정식 2009/05/20 00:06 address edit & del reply

    가신 님의 명복을 빕니다. 저와 아무 상관 없는 분인 줄 알고 뉴스를 접하고도 남의 일인 양 무감했습니다. sanna님도 힘 내십시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20 18:42 address edit & del

      네...승혜 언니는 다른 세상에 가서도 즐겁게, 씩씩하게 잘 지낼거에요. 그렇고말구요!

  2. layer_cake 2009/05/20 08:48 address edit & del reply

    주변에나쁜일이많이늘었어요..나이탓을해야하나..그러기엔너무빠른데..17일새벽에나쁜소식듣고잠깐울었소..억울해..산나씨글읽고또운다..늙었나봐..고레에다의에프터라이프를다시보면서맘달래봅시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20 18:45 address edit & del

      그러게 말입니다. 왜 이렇게 나쁜 일이 자꾸만 일어나는지...
      '애프터라이프'에서 묻는 것처럼 "저 세상에 가져갈 딱 한가지 기억"은 갖고 계신지요..

  3. Favicon of http://blog.naver.com/tobeortohave BlogIcon 지아 2009/05/20 14:26 address edit & del reply

    짧은 삶이었지만 후회없이 살다 가신 분인것 같네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친구였음을 자랑스러워하고 그리워하고 애통해하는 것을 보면... 살아가다가 어떤 상황이 잘 판단이 안될때 삶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훨씬 명료해지더라구요. 사는 날까지 잘 살아야할텐데. 고인이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빕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20 18:46 address edit & del

      참 잘 살았던 사람이야...
      우리도 잘 살자...적어도 애는 써보자..

  4. Favicon of http://elwin.tistory.com BlogIcon 엘윙 2009/05/21 00:17 address edit & del reply

    안타깝습니다. 젊은 나이에 떠나셨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들으면 괜히 마음이 아려옵니다.
    아직도 치유가 안된 모양이에요. 산나님 책 읽고도 펑펑 울었습니다.
    그래도 힘내야겠죠!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21 12:44 address edit & del

      말이 안된다는 거 알면서도, 그런 생각 했었어요.
      하늘이 사랑하는 사람을 빨리 데려가신다고...
      엘윙님도 힘내세요.

  5. lebeka58 2009/05/21 00:33 address edit & del reply

    아까운 분이 너무 일찍 가셨네요, 사진안에 웃으시는 모습에 매력적인 카리스마가 느껴지는군요
    그간의 힘든 여정 끝내시고 평화와 안식을 누리시길 빕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21 12:45 address edit & del

      정말 아까운 사람이었어요. 지금은 아프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달랩니다.

  6. Favicon of http://blog.naver.com/lifeisntcool BlogIcon 이동진 2009/05/21 01:37 address edit & del reply

    많이 상심하셨죠. 진심으로 슬프게 우는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김선배 눈물이 더 아프게 다가오더군요. 정승혜 대표는 생각할수록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요셉피나님이 부디 눈물 없는 곳에서 평온하시길 다시 한 번 빕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21 12:52 address edit & del

      예전에 우리 함께 '생이지지' '학이지지'하고 놀던 생각이 왜 자꾸만 나는지...
      그때 정승혜씨 웃던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이동진씨는 정승혜씨가 써준 간판, 명함 보면 오래 힘들텐데...
      그래도 그렇게 우리 옆에 있다고 생각합시다...마음 추스리고 기운내세요.

  7. Favicon of http://www.ufosun.com BlogIcon UFO 2009/05/23 00:03 address edit & del reply

    소식 듣고...설마....
    이 착한 친구 이야길 또 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잘 하셨소.....
    나두 일로 한번 서울극장쪽에서 봤었는데...
    환하게 웃어준 기억이 선하군...
    나하곤 친구 아니라서 다행이라 여겼지..
    안그럼 울었을테니..
    그저 눈시울만 살짝 적셨지
    @@@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26 13:31 address edit & del

      착한 친구 기억해줘서 고마우이.....

  8. 사복 2009/05/25 20:54 address edit & del reply

    올라오는 기사를 읽으면서, 잘 모르니 마냥 막연하게, 아, 영화계가 또 한 명의 큰 사람을 잃었구나 했었는데요... 그런데 여기 와 보니, 가까운 친구분을 잃으신 산나님이 계시는군요...

    뒤늦게 나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상심이 크실 산나님도.. 힘내세요...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26 13:40 address edit & del

      산 사람들이야 어떻게든 다들 짚고 일어서게 되겠지요...감사합니다.

2009/05/13 09:30

"한 분야 10년 파면, 길이 트입니다"

[중년의 터닝포인트]<12> 이인식 씨- 대기업 상무에서 과학칼럼니스트로

Before: 대성그룹 상무이사
After: 과학칼럼니스트
Age at the turning point: 46

지금이야 ‘평생직장’이 낡은 개념이 되었지만 18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평생직장 시대’에 42살에 큰 기업체 상무가 될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사람이 제 발로 걸어 나오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과학칼럼니스트인 이인식 씨(64)를 이 시리즈의 인터뷰 대상으로 떠올린 이유는 그래서였다. 금성반도체(현 LG 정보통신)에서 최연소 부장이 되었고 대성그룹 상무이사를 지낸 그는 중년의 절정인 46살에 직장을 그만두고 글쓰기를 업으로 삼았다. 인생 2모작, 3모작이 낯설지 않은 요즘에도 쉽지 않을 결단이다. 무슨 생각에서였을까.


지난 주말 서울 강남에 있는 그의 아파트를 방문했을 때 두 번 놀랐다. 크고 멋진 아파트는 ‘글쟁이’의 삶은 곤궁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렸다. 그의 서재에 들어서면서 다시 놀랐다. 널찍한 책상과 빽빽한 서가를 기대했으나 너무 낡아 무늬목이 너덜거릴 지경이 되어버린 작은 책상이 눈에 띄었다. 그의 아내가 옆에서 “총각 때부터 쓰던 책상”이라고 들려주었다.

이 작은 책상에서 그는 원고지에 글을 쓴다. 매체에 칼럼을 쓸 땐 그의 아내가 아르바이트로 컴퓨터에 글을 입력해주고, 책을 쓸 땐 A4 용지에 깨알같이 글을 써서 넘긴다.

‘왜 컴퓨터를 안 쓰느냐’고 묻자 그는 “컴퓨터를 안 쓰는 게 아니라 워드 프로그램을 안 쓰는 것”이라고 정정해줬다. 인터넷 검색도 하고 메일도 쓰지만, 펜으로 글을 쓰는 게 너무 익숙해 굳이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최근작인 472페이지짜리 책 ‘지식의 대융합’도 그렇게 썼다. 워드로 이리저리 문장을 옮기고 조합하는 편집에 익숙한 나 같은 사람에겐 거의 ‘미션 임파서블’의 경지다.


● “결국은 사람이 재산이에요”


그는 중년이 될 때까지 하고 싶은 것을 못하고 살았다고 한다. 가난 때문에 늘 ‘생존’이 목표였다. 대학 4년 내리 입주가정교사를 했고 졸업할 때도 취직이 급했다. 금성반도체에 입사한 뒤 정신없이 달려 8년 만에 부장이 되고 이후 일진금속을 거쳐 대성그룹에서 87년 상무이사가 되고 보니 42살이었다.

“돈은 남 못지않게 벌었지만 참 허망했어요. 내 인생이 회사원으로 끝나나…, 한숨만 나왔지요.”


글쓰기는 그의 은밀한 꿈이다. 그의 첫 책은 금성 반도체에 다닐 때인 75년 사보에 연재한 꽁트 12개를 묶어 펴낸 소설집 ‘환상 귀향’이었다. 생활에 치여 꿈이 시들해질 무렵, 어쩌다 연이 닿아 잡지 ‘컴퓨터 월드’의 기획을 알음알음 돕기 시작했다. 미국 과학 잡지를 매달 10여권씩 받아 읽으며 기사 기획을 돕다 보니 직접 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연재한 글을 묶은 책이 ‘하이테크 혁명’과 ‘사람과 컴퓨터’다.


잡지 일을 돕고 글을 쓰다보니 제대로 된 과학 잡지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91년 가을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까지 쏟아 넣어 잡지를 만들었다. 결과는 참패였다.

“잡지를 두 번이나 만들었어요. 결국 94년 여름에 완전히 망했는데, 월급 줄 돈이 없어 직원들이 컴퓨터를 들고 가는 걸 그냥 바라보고 있어야 했어요. 하는 수 없이 아들은 군대에 보내고…, 그야말로 밑바닥이었지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이제 드라마틱한 반전이 시작될 차례’라고 기대했다. 웬걸, 극적 반전은 없었다. 미련하다 싶을 만큼 우직한 전진만 있었을 뿐이다.

92년 2월 ‘사람과 컴퓨터’가 발간되고 두 달 뒤 시사월간지에 과학칼럼을 연재하면서부터 그의 책과 칼럼을 본 출판사, 매체의 글 요청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과학칼럼니스트가 드문 시절이라 그의 위치는 독보적이었다. 그렇게 월간지->주간지->일간지로 글이 실리는 매체 폭이 확대됐고 잡지와 출판사의 기획을 도와주며 돈을 벌었다. 외환위기가 닥친 97년엔 연재도 다 끊겨 자다가 가위에 눌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때의 절망감 역시 그는 글로 달랬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인간관계 덕분이에요. 인생 전환도 인간관계가 좋아야만 가능합니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싸가지 없는 사람’은 전환도 어려워요.”


그가 과학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한 것도 까치 출판사 박종만 사장의 소개 덕분이었다. 김영사 박은주 사장으로부터는 “생애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 그가 ‘바닥에 처한’ 94년 추석 무렵, 박 사장은 ‘사람과 컴퓨터’ 책만 보고 그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하더니 추석 직전 직원을 보내 “선생님은 국보”라면서 1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결국은 사람이 재산입니다. 돈보다 사람예요. 일감이 들어오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요. 저 역시 판단착오로 몇 번 신뢰를 그르치고 뼈아프게 반성한 적도 있지만, 일단 관계를 맺으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제가 만나는 사람의 인간적 삶에 동참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한 분야 10년 파면 길이 트입니다”

 

어떤 이는 그를 ‘잡학의 대가’라고 부른다. 과학지식의 온갖 분야를 섭렵하지만 관련 분야 석, 박사 학위는 없다. 칼럼을 쓸 때 간판이 필요하다고들 해서 95년에 ‘과학문화연구소’ 간판을 달았을 뿐이다.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그의 글쓰기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으나, 엄청난 공부로 이뤄낸 글쓰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오른쪽 사진은 이인식씨가 펴낸 책들)


96년 월간지  ‘과학동아’에 성에 대한 연재를 시작할 때도 그는 2년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고시원에 출퇴근하면서 공부하고 글을 썼다. 다음엔 어디로 갈지 모호할 때에도 그는 늘 책 속에서 길을 발견했다.


“컴퓨터 인공지능을 공부하다보니 뇌에 대해 알고 싶어지고, 뇌를 공부하다보니 인간의 마음에 대해 알고 싶어지고,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관심사가 확장된 것이죠. 억지로 분야를 넓힌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책 속에 답이 있고, 한 분야를 10년 파면 길이 열립니다.”


18년 전, 회사를 그만둘 때 그도 두려웠다고 했다. 하지만 큰 조직의 소모품 대신 작아도 ‘내 것’을 생산하고 싶다는 마음이 두려움보다 컸다. “별로 가진 게 없으니 잃을 것도 별로 없다”는 배짱도 한몫했다.


18년 후인 지금, ‘내 것’을 만들고 싶다던 그의 꿈은 실현된 셈이다. 자기 이름 석자로 브랜드가 되었다. 요즘 그의 수입은 인세 원고료 강연료 기획료 등 4가지 일로 포트폴리오가 짜여져 있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점점 강연의 비중이 늘어난다. 14일에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특강이 예정돼 있다. 


“조직 안과 밖의 가장 큰 차이는 안정적인 수입인데, 때론 과감한 포기도 필요해요. 돈도 안정적으로 벌고, ‘내 것’ 생산도 하고 그렇게 너무 욕심내면 안돼요. 친구들이 연봉 1억 받을 때 나는 쪼들렸지만, 지금 나는 일하는데, 연봉 1억 받던 친구들은 은퇴하고 다 놉니다. 질량불변의 법칙이 있듯 결국은 세상이 공평한 거거든요. 그러니 좋아하는 분야에서 꾸준히 내공을 쌓으면 언젠가 한번은 찬스가 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0 Comment 7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03 관련글 쓰기

  1. Favicon of http://blog.naver.com/tobeortohave BlogIcon 지아 2009/05/14 00:31 address edit & del reply

    멋져요~~ 문외한인 저도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일 것 같네요. 이 분야에 관심만(!) 많은 저에겐 솔깃한 얘기네요. 저도 인지과학-뇌구조-마음 이쪽으로 공부해보고 싶었는데. 꼭 나중에 글을 쓰게 되지 않더라도 관심있는 분야들을 파다보면 또 그 관심이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쪽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주고 그렇게 배워나가는 과정 자체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인데. ㅎㅎ 개인적으로 숲 생태연구가하고 이분의 터닝포인트가 가장 끌림돠. 십년 파면 길이 보인다.. 흠 지난 십년동안 삽질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이젠 그 삽질에 꽤 익숙해졌다고나 할까요. 적성에 맞지 않아서 따라가기 힘들었고 그래서 살아 남으려고 남들보다 더 열심히 했지만 늘 내가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만두고 싶었죠. 왜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 일을 정말 즐기는 사람에겐 당할 수 없다는 말이 있쟎아요. 정말 맞는 말이라는. ㅋ 근데 (원래 타고 나지 않았어도) 얼마나 그 일에 익숙하고 잘하느냐에 따라 시간에 지남에 따라 적성이 생기기도 하는 듯 해요. 이 훈련된 적성이 앞으로 할일에 어떤 거름이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요. ㅎㅎ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15 23:51 address edit & del

      마자. 좋아하는 일을 하면 금상첨화이지만,
      하던 일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있더라구.
      훈련된 적성이 네게 값진 거름이 될 것이야. 암, 그렇구말구! ^^

  2. Favicon of http://elwin.tistory.com BlogIcon 엘윙 2009/05/14 09:38 address edit & del reply

    외부 교육을 받으러 왔습니다. 강사가 딴소리를 해서 방황중이었는데 좋은 글을 읽게 되는군요..후후. 마음에 와 닿는 말씀이 많습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15 23:53 address edit & del

      딴소리하는 강사로부터의 도피처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해집니다.^^

  3. Favicon of http://www.ufosun.com BlogIcon UFO 2009/05/15 23:13 address edit & del reply

    와..놀랍네...
    과학칼럼니스트가 육필원고라니....
    뭔가 달라도 많이 달라....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15 23:55 address edit & del

      운전도 안하고,휴대전화도 안쓰셔 ^^
      휴대전화 안쓰게 된 데에는 가슴아픈 사연이 있는데,
      그런 것까지 시시콜콜 쓰면 쫌 거시기해서 안썼어~

  4. 2009/06/02 23:3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009/05/11 23:18

책이 나왔습니다...


봄비 내리는 날, 책이 나왔습니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된 원고였는데, 수정을 거듭할수록 제 생각이 덧붙여졌고 이젠 사람들 이야기인지 제 이야기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네요. 이런~ -.-;;;


최종 원고 교정을 볼 때부터, 광화문 네거리에 벌거벗고 선 것 마냥 망신살 뻗치기 전에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갈등으로 고민했습니다. 오랜 갈등 끝에 창피함을 무릅쓰고 굳이 책을 낸 이유는, 책에도 써두었지만 제게 아주 소중한 어떤 사람에게 했던 약속 때문입니다. 이 책으로 인해 어떤 비웃음을 당한다 해도, 그 사람만은 제 책의 출간을 기뻐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책에도 자기 운명이 있다지요. 모자란 마음을 애써 담아본 이 책도 제 운명을 살아가려니 믿고 이제 세상 속으로 내보냅니다.


출간 기념 이벤트라 하기엔 좀 남사스럽구요. ^^; 몇 분들이 가끔 책 언제 나오느냐고 물어봐 주신 터라, 궁금하신 분들께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출판사가 낸 보도자료를 아래 붙여두었습니다. 이것 읽고도 여전히 책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성함, 연락처, 주소를 비밀댓글로 남겨주세요. 순서대로 10분께 책 보내드리겠습니다.


출판사 보도자료 보기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7 Comment 104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02 관련글 쓰기

  1. Subject Inuit Blogged 2009년 첫 이벤트: 걷고 또 걷기

    Tracked from Inuit Blogged 2009/05/16 13:01 delete

    제 블로그 이웃이신 산나님께서 신간을 내셨습니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이란 책입니다. 기자이신 산나님께서 작년에 휴직기간을 이용해 산티아고 길을 걸으셨습니다. 다녀온 느낌을 책으로 적으셨네요. 아직 온라인 서점에 깔리지도 않은 책입니다. 제가 사서 보겠다고 우겼더니 과격한 산나님, 그냥 택배로 보내버리셨네요. 앞의 몇 페이지를 읽었는데, 글이 알알이 진주입니다. 눈물을 삭혀 보석으로 꿰셨네요. 그렇지만, 경쾌하면서 발랄한 글..

  2. Subject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Tracked from Inuit Blogged 2009/05/17 09:26 delete

    아, 더 이상 한줄도 못 쓰겠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든 느낌입니다. 지금 쓰는 책은 힘겹게, 힘겹게 한줄씩 뇌신경을 뽑아내듯 한계를 돌파하고 있는 중입니다.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 저기까지만 가보자, 스스로 달래고 얼르며 말입니다. 책은 엉덩이로 쓰는거라는 산나님 조언대로, 되든 안되든 시간 정해놓은 만큼은 앉아있으려 합니다. 벌써 석 달째 주말들입니다. 어제 밤엔, 잠시 쉰다고 읽던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순례자의 팍팍한 피로와 갈증을 느끼며..

  3. Subject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Tracked from 인생으로의 두 번째 여행 2009/05/19 16:45 delete

    김희경,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푸른숲, 2009 이 책은 일반적인 여행기가 아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풍광에 대한 소개와 그것과 맞닥뜨려 일어난 감흥에 대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이 책은 여전히 여행기이다. 우리가 어디를 가든, 아무리 먼 곳을 가든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것은 ‘나’ 자신인 것을 생각할 때 그렇다. 이 책은 34일간 800km의 산티아고를 걸으면서 거듭 곱씹게 되는 ‘나’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

  4. Subject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중간 서평, 한 챕터 읽은 상태

    Tracked from e-learning blog : 이러닝 블로그 2009/05/21 09:39 delete

    세상을 참 무미건조하게 살고 있는 저는 소설, 수필 같은 책을 잘 읽지 않았습니다. 경영, 경제, 자기계발 그리고 지금 공부하고 있는 전공서적까지, 내용도 어렵고 지속적으로 몰두해야 하는 영역이라 생각하여 다른 책들은 사실 엄두를 못 내고 있었습니다. 얼마전 하나의 포스팅으로 지르게 된 주간지 2개도 주말에 몰아서, 시간내서 읽어야 하는 판국에 소설과 수필은 읽을 만한 여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인터넷 서핑에는 시간을 그렇게 많이 소모하면서..

  5. Subject 부엔 카미노(buen camino)! - 김희경,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Tracked from 다소공간多笑空間 2009/06/05 21:44 delete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김희경 지음 / 푸른 숲여행기나 여행에세이를 읽으면 대체로 마음이 들뜬다. 어디어디를 돌아다니며 어떤 경험을 했고 무엇을 느꼈노라, 하는 글들을 사진과 곁들여 읽다보면 당장이라도 떠나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어디든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발바리(...) 기질도 한몫하겠지만, 여행이란 모름지기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이 있는 법이다. 그리 거창하고 긴 여행이 아니라도 사람들은 저마다 한번쯤 먼 곳으로 여...

  6. Subject [서평] 나의 산티아고 -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Tracked from Future Shaper ! 2009/06/24 14:15 delete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 김희경 지음/푸른숲 나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머리속이 복잡하기에 몸이라도 편히 놔두고 싶어서랄까? 운동하리라 매일 결심해도 그저 결심만으로 끝나고 난다. 그런데 병이 나버렸다.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아니 내가 과연 움직이고는 있는지 몸을 사용하여 현재형으로 확인하고픈 욕망이 생겨버렸다. 물집이 생기고, 온 몸이 쑤시더라도 까미노를 따라 '순례'의 길을 걸어가면 내가 '더' 살아있을 것 같..

  7. Subject 언냐 손잡고 잡고 떠나는 산티아고.

    Tracked from 토마토새댁네 2009/07/01 07:42 delete

    토댁에게는 언니가 없습니다. 남동생이 하나 있지요. 근데 전 블러그를 하면서 언냐들이 많습니다. 언냐라고 들이대면(?ㅋㅋ) 누구든지 흥쾌이 동생으로 맞아주십니다. 이 못난 토댁일 말입니다.^^ 엄마가 주지 못한 언냐들을 블러그가 제게 선물합니다. 오늘은 미리 언냐라고 들이대지도 못한 산나님을 언냐라고 막 불러대면서 손 잡고 다닙니다. 어디를 가냐구요? 산티아고......카미노를 갑니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사실 기행문이나 여행기..

2009/05/10 15:11

장영희,당신은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장영희 서강대 교수(영문학)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57세.

어제 인터넷에 짤막하게 뜬 부고기사에서 활짝 웃는 그녀의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만 울어버렸다.

소아마비와 세 번의 암 판정에도 그녀가 무너지지 않고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제발, 이겨내기를…’하고 바랐는데….

신문 오피니언 면에 실리는 칼럼 중 내가 유일하게 끝까지 정독했던 칼럼은 그녀의 글뿐이었다.
  그녀의 글은 위선도, 위악도 없이 담백했다. 기꺼이 자기 자신을 놀림감으로 삼아 글을 쓰면서도 당당했다.
그녀의 수필집 ‘내 생애 단 한 번’을 읽을 때 새삼스럽게 유난히 죽음과 관련된 글이 많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놀란 적이 있다. 유언은 뭐가 좋을지, 천국은 어떤 곳일지, 아버지의 영혼은 어떻게 지내실지…. 죽음을 소재로 글을 쓰면서도 그녀는 늘 삶 쪽을 향해 있었다.


그녀의 칼럼과 책을 읽으면서, 유난히 자주 눈에 띈 터라 ‘저자가 이 말을 좋아하는 구나’ 하고 느꼈던 구절이 있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그녀의 영전에 이 말을 바친다. 당신은 패배하지 않았노라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 글에서 고인은 자신이 곧 물에 잠길 운명인지도 모른 채 아름다운 희망의 노래만 부르는 눈먼 소녀의 이야기에 대해 한 학생이 “이런 허망한 희망은 너무나 비참하지 않나요?”라고 묻던 기억을 들려준다.

“그때 나는 대답했다. 아니, 비참하지 않다고. 밑져야 본전이라고. 희망의 노래를 부르든 안 부르든 어차피 물은 차오를 것이고, 그럴 바엔 노래를 부르는 게 낫다고. 갑자기 물때가 바뀌어 물이 빠질 수도 있고 소녀 머리 위로 지나가던 헬리콥터가 소녀를 구해줄 수도 있다고. 그리고 희망의 힘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듯이 분명 희망은 운명도 뒤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한 힘이라고. 그 말은 어쩌면 그 학생보다는 나를 향해 한 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여전히 그 위대한 힘을 믿고 누가 뭐래도 희망을 크게 말하며 새봄을 기다린다.”(235쪽)

- 10일 장영희 교수의 유고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출간 소식을 알린 연합뉴스 기사 중 한 대목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그(녀)는 멋졌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악의 안부  (9) 2010/08/15
명복을 빕니다...  (3) 2009/05/23
내 친구 정승혜  (16) 2009/05/19
장영희,당신은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14) 2009/05/10
베네수엘라의 호세  (22) 2009/01/17
아브레우 박사-클래식으로 아이들을 구원하다  (12) 2008/12/16
김인배에게.  (26) 2007/12/29
스티브 잡스-위대한 커뮤니케이터  (14) 2007/01/16
Trackback 1 Comment 14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01 관련글 쓰기

  1. Subject 장영희 교수님께 부치지 못한 감사의 편지.

    Tracked from 책과 함께하는 여행 2009/05/19 23:41 delete

    "희망은 세상에서 제일 멋진 축복이다. 희망을 갖지않는것은 어리석다....나는 그렇게 희망을 크게 떠들었다." 자신의 상황이 절망과 좌절속에 허우적거릴지라도 언제나 희망을 노래하던 한 사람, 아픔과 고통이 있어도 언제나 미소지으며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주었던 한 사람. 언제나 좋은 글로 희망을 전해 주었던 장영희 교수님이 지난 9일 돌아가셨습니다. 8년동안 싸워오던 암이라는 병마와의 싸움에 결국 지고 마셨습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도 사람..

  1. Favicon of http://dangunee.com BlogIcon 당그니 2009/05/10 22:12 address edit & del reply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10 23:29 address edit & del

      평소 글에 드러난 품성대로라면, 장교수님은 저세상에서도 즐겁게 지내실 거 같아요..

  2. Favicon of http://blueskybox.tistory.com BlogIcon 하늘상자 2009/05/10 22:44 address edit & del reply

    아..언제 돌아가셨죠?
    그분이 쓰신 책 군생활 중 참 감명깊게 읽었었는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10 23:29 address edit & del

      토요일 낮에 떠나셨다고 해요...

  3. Favicon of http://acando.rk BlogIcon 격물치지 2009/05/10 23:03 address edit & del reply

    제가 20년 전에 서강대 영자신문사에게 일했는데... 그 때 장교수님이 지금 제 나이에 교정을 봐 주셨습니다.... 그 때는 잘 모르고... 최근에 그분의 책들을 보면서 감회가 새로왔는데... 안타깝습니다.

    장교수님 필시, 저승에서는 좀더 편한 몸을 얻으셨을 겁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10 23:30 address edit & del

      아,그런 인연이 있으셨군요.
      전 제가 조금만 더 부지런했더라면 장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럴 기회를 놓친 게 두고두고 후회가 됩니다.

  4. lebeka58 2009/05/11 09:49 address edit & del reply

    장영희 교수님 !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강인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가지신 분이었는데...이 아름다운 5월에 떠나시네요, '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이미 5월 속에 있다'고 하신 금아 피천득 선생님을 생각하던 요즈음이었는데....피천득선생님을 돌아가시기몇 년전에 동네 산책로서두 번 뵈었을 때 선듯 인사드리지 못한 것이 너무 후회되요, 왜 그리 용기가없었을까하구요 ' 거리에 비가 내리듯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리네요.. ..해마다 5월에 그리워할 분이 한 분 더 늘었네요,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15 23:50 address edit & del

      아,그러시군요.
      저도 언젠가 장영희교수님 만나는 자리에 같이 가자고 누가 청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못갔던 게 두고두고 후회가 됩니다..

  5. 2009/05/11 23:44 address edit & del reply

    여기서도 울었어요. 마지막 남겼다는 말이...내 생애 마지막에 내게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누구에게 "너의 누구여서 좋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당신의 딸이어서, 당신의 엄마여서, 당신의 아내여서, 당신의 친구여서, 당신의 후배여서, 당신의 선배여서....마지막 순간에 그리 헛헛하지 않으려면 지금 알뜰살뜰히 살아야할텐데 어찌 일상사는 이리 버거운지...맨날 싸우고 미워하고 기분 상해있는데(심지어 딸하고도요 ^^). 참, 선배 책 내신 것 축하...한국 돌아가야 볼 수 있겠네요..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12 12:42 address edit & del

      그러게 말이다. 나도 그 마지막 말 신문에서 보고 한참 울었다....
      근데 나는 슉의 선배여서 참 좋았어. ^^

  6. Favicon of http://aiesecks.tistory.com BlogIcon Adios 2009/05/19 23:44 address edit & del reply

    책속에... 훗날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 줄까?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수님을 그리워하고 고마워 할 것입니다.. ^^ 이제는 아픔대신 행복한 웃음으로 아버지의 곁에서 즐거운 시간 가지고 계실거라 믿습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20 23:51 address edit & del

      네...저도 그러실 거라고 믿습니다.

  7. lebeka58 2009/05/23 19:47 address edit & del reply

    오늘 장영희 교수님의 삶이 다시금 떠오르는군요, 부조리한 삶도 너른 가슴으로 당당히 안으셨던
    , 그 씩씩하심과 삶에의 열정! 더욱 더 당신이 커보이시고, 그립습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26 13:33 address edit & del

      그러게말입니다. 저도 일요일 집에 달려가자마자 장영희 교수의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서둘러 읽었답니다. 그냥 그래야 할 것같아서요..

2009/05/06 19:10

"내 꿈이 어디갔지?" 돌아와 숲 앞에 서다

[중년의 터닝포인트]<11> 김용규씨-벤처기업CEO에서 숲생태 전문가로

Before: 벤처기업 CEO
After: 숲생태 전문가, 행복숲 공동체 대표, 농부
Age at the turning point: 39


그의 숲에 가는 길은 멀고 깊었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충북 괴산 행 버스를 타고 내려간 뒤 다시 택시를 타고 숲으로 향했다. 산길에 접어들자 택시 기사는 계속 “어제 세차했는데…”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고,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듯한 비포장 길 앞에서 딱 멈추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 이런 차로는 못 가요.”


별 수 없이 내려서 걸어가야 했다. 산 속으로 한참 걷자 산 위쪽 꽤 높은 지대에 나무 집이 보였다. 저런 곳에서 살면 세상 소음이야 들리지 않겠지만…, 그 적요가 부럽다기보다 ‘무섭지 않나?’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웬걸, 갑자기 개 두 마리가 컹컹 짖으며 적막을 깨뜨렸고 그 뒤로 여자 아이가 웃으며 달려 나왔다. 김용규 씨(42)가 집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늦은 아침 식사를 방금 마친 듯 그의 아내는 달그락 달그락 접시를 씻고 있었다. 산 속에서 막 기지개를 켠 가족의 일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집이 들어선 곳은 말 그대로 그의 숲이다. 그는 벤처회사 CEO를 하다 3년 전 그만 둔 뒤 뜻을 같이 하는 사람 5명과 함께 이곳 숲 7만5000평을 샀다. 앞으로 이 숲을 공동체, 생태 교육의 장소, 창작의 산실로 쓸 계획이며 그가 먼저 지난해 숲 속에 집을 지어 자리를 잡았다. 그는 숲에서 배운 것들을 최근 ‘숲에게 길을 묻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대도시에서 시골로, 사무실에서 숲 속으로. 간단치 않은 전환이다. 그 씨앗이 뿌려진 건 언제였을까. 변화는 곧잘 낯선 손님처럼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그도 5년 전쯤 한창 회사를 운영할 때 우연히 ‘메신저’를 만났다고 했다.


“한 잡지사 기자와 인터뷰를 할 때였어요. 인터뷰 도중 기자가 ‘꿈이 뭐냐’고 물었는데 갑자기 말문이 턱 막히는 거예요. 한 3분가량 멍하니 있었어요. 내 꿈이 뭔지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가 않더라고요. ‘아, 내가 꿈을 잃어버렸구나’하고 자각하는 계기가 됐지요.”


당시는 그가 다니던 이동통신회사가 1999년 벤처 붐을 타고 설립한 벤처 회사에서 그가 CEO로 일하던 때였다. 가족도 미국에 보내놓고 회사를 키우려고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 사람 만나는 게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도 그러려니 하던 그에게 갑자기 던져진 질문, “꿈이 뭐냐”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주말만 되면 MTB를 타고 남산 오르내리고 산에 다니면서 ‘내 꿈이 어디 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때 유학을 다녀와 학자가 되겠노라 꿈꾸던 그 청년은 어디로 갔는가. 당장의 답은 구해지지 않았지만, 이전에 잘 몰랐던 숲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저 소나무는 어떻게 바위를 뚫고 자랄 수 있었는지, 질경이 풀은 왜 하필 하고많은 땅 중 척박한 곳에서 자라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해졌다. 혼자 숲과 관련한 책을 찾아 읽을 때만 해도 그게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 줄은 몰랐다.


꿈을 고민하다가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나를 찾아 떠나는 꿈 여행’에도 참여했다. 그를 눈여겨본 구 소장이 이메일 뉴스레터인 ‘마음을 나누는 편지’ 필진으로 참여하라고 제안했고, 그는 산에 다니면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식물 자연을 주제로 칼럼을 썼다. 내친 김에 숲 연구소 전문가 과정도 수료했다.


그렇게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숲을 향해 서서히 다가가며 그에게도 꿈 하나가 생겼다. “지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름다운 숲을 만들고 싶다”는 꿈.


“상상해보세요. 이 숲에서 생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나무를 하나씩 심는 거예요. 자신만의 소망나무를 심고 거기에 자기의 꿈을 적은 메모를 붙여요. 이게 쌓이면 이곳은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스토리텔링 포레스트 (Storytelling Forest)’가 되는 거예요. 제가 계속 나무를 보살피고 ‘당신 나무에 꽃이 피었어요’ 이런 소식을 홈페이지에서 업데이트해주는 거죠. 멋지지 않아요?”


반대하는 아내를 수목원을 함께 다니며 설득한 끝에 2006년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팔아 괴산에 내려왔다. 농사도 짓고 지난해 여름엔 넉 달간 집을 직접 지었다. 집으로서의 역할이 끝났을 때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재료는 일체 쓰지 말자는 원칙을 정하고 시멘트를 쓰지 않은 채 밭 흙을 다져 기둥을 세우고 목재로  작은 집을 지었다.


직접 집을 짓다니. 그것도 마흔이 될 때까지 사무실 안에서만 살아온 사람이…. 갑자기 아득하게 느껴져 “집을 어떻게 지어요?”하고 묻자 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웃었다.

“머리로만 생각하니까 그게 엄청 어려워 보이는 거예요. 집을 어떻게 짓긴요. 그냥 짓는 거죠. 집 잘 짓는 사람 모셔서 자문도 구하고요. 배우고 걷는 게 아니라, 걸어가면서 배우는 거잖아요.”


숲에 들어온 뒤 그는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과잉친절 베풀기를 그만두었고 거침이 없이 당당해졌다. 세상 흐름에 휘둘리지 않으며 혼자 있으면 “우주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들어 충만해진다고 했다.


아직 다 현실화되지 않은 그의 계획을 듣다가 의문이 떠올랐다. 그렇게 해봤는데 결국 이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걸 발견하면 어떻게 하나? 그런 공포는 없을까?


“왜 없겠어요.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계속 있어요. 그걸 끌어안고 가는 거죠. 되레 두려움은 죽을 때까지 동행하는 것이라는 걸 인정하는 순간부터 쉬워지죠. 또 이 길이 내 길인지 아닌지는 길을 잃어보기 전엔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가 밖에 나가 숲을 보여주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지난해까지 양평에서 생애설계를 돕는 교육 프로그램인 ‘씨앗에서 숲으로’라는 프로그램을 3회 운영했는데 올해부터는 괴산의 숲으로 옮겨와 진행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20여명이 거쳐 간 ‘씨앗에서 숲으로’는 내 안의 씨앗을 발견해 숲의 일원인 나무로 성장하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이다.


“심리학자와 함께 운영하는 프로그램인데 저는 숲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도록 사람들을 돕고 있어요. 숲에 가면 사람들에게 당신을 닮은 나무를 찾아 그 아래 서보라고 해요. 전부 제각각이에요. 어떤 사람은 뒤틀린 나무, 어떤 사람은 가시 많은 나무를 택하죠.”


그는 자기자신을 닮은 나무로 흔히들 ‘엄나무’라고 부르는 음나무를 꼽았다. 잔가지에 억센 가시가 잔뜩 들어찬 음나무처럼 그도 20~30대엔 가시가 많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숲을 만난 뒤 “스스로를 지킬 힘이 생긴 나무들이 가시를 버리는 것”을 보았고, 변화의 힘이 자기 안에 있다는 것을 비로소 믿게 되었다.


여전히 그에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의 가족은 숲에서 가까운 증평 군에 산다. 당장 초등학교 5학년인 딸 아이 교육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저축해둔 돈을 다 쓰면 어떻게 할 것인지…, 낯선 이의 무례한 질문에도 범상하게 “계속 노력할 것이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하던 그가 “여기는 제가 숙연해지는 장소”라며 걸음을 멈추었다.


저 높은 곳 바위 위에 심하게 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나무의 성장배경을 들려주던 그의 말이 자신의 삶에 대한 은유처럼 들렸다.


“잘 보세요. 저기 느티나무의 뿌리가 바위를 끌어안은 모양새로 뻗어 있잖아요. 어느 날 바위 위에 떨어진 느티나무 씨앗이 점점 자라면서 제 살 길을 저렇게 찾은 거예요. 소나무처럼 바위를 뚫을 힘이 없는 느티나무 뿌리가 선택한 방법은 바위를 옆으로 끌어안는 것이었어요. 저렇게 바위를 안으면서 자신의 뒤로 신갈나무가 자랄 공간까지 만들어줬잖아요. 어려운 조건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 길을 내는 삶처럼 보이지 않나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0 Comment 16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00 관련글 쓰기

  1. Favicon of http://wiselim.tistory.com BlogIcon 현숙 2009/05/07 12:30 address edit & del reply

    아침내내 일이 계획대로 안돼서 몹시 마음이 어지러워져 있었는데, 이 글을 보고 숲에 들어간것처럼 맑아지네요. 좋은 글 고마와요...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07 19:20 address edit & del

      쉬엄쉬엄, 차근차근, 그러나 끈질기게~ ^^
      근데 왜 네 블로그는 둘 다 스톱 상태인 거니?

    • 2009/05/07 22:02 address edit & del

      비밀댓글입니다

  2. Favicon of http://songkang.tistory.com BlogIcon 구월산 2009/05/07 13:48 address edit & del reply

    터닝포인트 글들은 두번째 읽을 때가 더 좋네요. 녹차 우려낼 때 처럼 깊은 맛이 살아있습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07 19:20 address edit & del

      과찬이십니다...말씀에 뒤처지지 않도록 정성들여 써야 할터인디...노력할게요.

    • Favicon of http://dangunee.com BlogIcon 당그니 2010/02/01 05:02 address edit & del

      공감...^^

  3. lebeka58 2009/05/08 09:00 address edit & del reply

    구월산님 말씀에 저도 한표! 처음에는 글내용에 빠져서, 그담에는 산나님의 글맛이 맛나서 ...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10 23:26 address edit & del

      에궁...넘 과분한 말씀에 민망하기 이를 데 없네염....^^;

  4. layer_cake 2009/05/09 22:35 address edit & del reply

    사진 산나씨가 직접 찍지요? 술로 인한 손떨림이 없으시네..한 잔 더..10점 만점에 10점..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10 23:28 address edit & del

      어허,무슨 말씀을~ 잔 받을 때 언제 내가 손 떠는 거 봤냐고오~ -.-+

  5. Favicon of http://blog.naver.com/tobeortohave BlogIcon 지아 2009/05/11 01:41 address edit & del reply

    지금까지 터닝 포인트 중에서 갠적으로 가장 공감가는 스토리임돠.. 아이구 부러워라.. ㅎㅎ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16 16:12 address edit & del

      너도 비슷한 꿈을 갖고 있는 모양이구나. 부러운 걸 보니^^
      뭘하고싶은지 잘 모르면 자기가 누굴 부러워하거나 질투하는지 잘 관찰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대.^^

  6. Playing 2009/05/16 06:32 address edit & del reply

    안녕하세요 ~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을 지.. 짐작하는 것조차 쉽지 않네요
    힘든 환경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야 말로 생명의 신비인 거 같네요

    오히려 생명공학도인 저보다 더 깊이있게 자연의 신비를 이해하신 분들이 계신 걸 보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네요(조금 힘들다는 핑계로 쉬엄쉬엄하는 거 같아 되려 놀래기도하고.. 그래도 나도 할수 있다는 힘도 없는 거 같습니다)어째든 수많은 분들이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생명의 젖줄인 비가 오는 의미있는 주말보내세요 ~ _~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16 16:15 address edit & del

      생명공학 공부하시는군요.멋지십니다~
      가끔 댓글 남기시는 거 보면서,'길'과 관련한 고민이 있으신가보다 짐작하고 있어요.
      Playing 말씀대로 '힘든 환경속에서 자신의 길을 찾는' 생명의 신비가 누군들 비켜가겠습니까.
      우리 모두 생명인데요.
      뭐든 힘내시길~ ^^

  7. Favicon of http://brandon419.tistory.com BlogIcon brandon 2009/06/26 22:12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멋진 분이시네요. 저도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앞두고 있는데 도전이 많이 되는 글입니다.
    쉐아르님 블로그에서 책 소개 봤어요. 저도 나중에 꼭 읽어보겠습니다.
    앞으로 종종 방문할께요.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6/27 00:51 address edit & del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인생의 터닝포인트 앞두고 있긴 저도 마찬가지인 듯..^^;
      누구나 언젠가는 한번 겪어야 하는 일이겠지요.
      인터뷰를 빌미로 터닝포인트를 지난 사람들 만나면서 저도 많이 배웠답니다.^^

2009/05/02 21:28

박쥐-즐거웠어요, 신부님!

“죽으면 끝. 그동안 즐거웠어요, 신부님.”

- 영화 ‘박쥐’에서 -


영화 ‘박쥐’를 보기 직전에 읽어서 그런지, 영화관에 가면서 블로그 이웃인 inuit님이 쓴 한 줄짜리 촌평 의 앞머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여우가 닭 먹는 게 죄야?”


음, 그러니까 ‘박쥐’는 닭 먹으면서 죄책감 느끼는 여우, 죄가 아니라고 우기며 마구 닭을 먹는 여우, (죄의식이 있든 없든) 닭 먹고 사는 여우에게 돌 던지는 사람들, 아니 불쌍한 닭들, 뭐 그런 동물 농장이 무대인갑다…. 신부가 뱀파이어가 되어 친구의 아내를 탐한다는 설정 정도는 미리 알고 있었으니, 닭 먹으면서 죄책감 느낄 여우는 당근 이 신부이겠고, “여우가 닭 먹는 게 죄냐”고 우기는 자는 누구일지 궁금했다. (알고 싶으면 영화를 보시라~~~)


영화를 보는 내내 키득거렸다.
영화보고 밥 잘 먹고 돌아와서 포털사이트에서 ‘박쥐’를 다룬 어떤 기사 제목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


글쎄다......,
박찬욱 감독의 오래된 주제인 ‘죄의식’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불가항력으로 주어진 죄(원해서 뱀파이어가 된 것도 아닌데)도 내 죄인가 하는 질문도 그렇고, 깊은 죄의식과 새로 눈을 뜬 탐욕 사이에서 헤매던 인간의 말로도 그렇고, 보기에 따라선 ‘본질’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뭐, ‘깊은 고민’ 씩이나….-.-;;;


내 눈에 이 영화는 블랙 코미디였다. 쫌 양심적인 흡혈귀도 어쨌건 ‘밥’은 먹고 살아야 하는 구차함, 뱀파이어와 70년대 분위기의 한복집, 뽕짝 음악과 마작, 보드카, 그런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 부딪혀 생성되는 독특한 공기가 팽배하고, 연극적 무대 위에서는 ‘심오한 질문’ 대신 심각한 대목을 예상치 못한 말과 행동으로 비트는 엉뚱한 유머가 펼쳐진다.


시작할 때부터 죽어가는 환자의 말에 생뚱맞게 “당근이죠”라고 대답하는 신부, 자살하겠다는 수녀의 고해성사에 ‘거, 떠난 남자 잊어버리라’고 경박하게 충고하다가 면박이나 당하는 신부를 보면서 이 영화가 ‘심오한 질문’ 따위와 거리가 멀 것이라고 기대했고, 실제로 그랬고, 그래서 웃겼다.
어느 잡지에서 감수성 풍부한 어떤 리뷰어는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도 찔끔 났다던데, 나는 왜 뒤죽박죽 골 때리는 B급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가 떠오르던지….
불이 켜진 영화관을 걸어 나오며 화면을 바라보고 이런 인사를 건네고 싶어졌다.

“즐거웠어요, 신부님!”

덧1. 영화 보고 나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 핏빛에 홀린 탓인지 저녁도 시뻘건 떡볶이를 먹었다능....


덧2. 박찬욱 감독은 여배우 발탁에 일가견이 있는 듯. ‘박쥐’ 최고의 발견은 김옥빈이다. 티 없이 맑은 표정과 요부의 관능을 동시에 갖춘 김옥빈의 얼굴을 보며 ‘올드 보이’의 강혜정이 떠오르더라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영화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으로 쓴 "시"  (8) 2010/05/28
경계도시2-건망증과 수치심  (3) 2010/04/11
인디에어-쓸쓸한 품위  (14) 2010/03/25
박쥐-즐거웠어요, 신부님!  (10) 2009/05/02
일요일의 외출  (0) 2009/02/22
데쓰 프루프 - 애들은 가라!  (8) 2007/09/07
사랑의 레시피 - 배려의 방식  (16) 2007/09/03
밀양-살려고 하는 생명  (4) 2007/05/31
Trackback 10 Comment 10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299 관련글 쓰기

  1. Subject 박쥐

    Tracked from Inuit Blogged 2009/05/02 22:31 delete

    "여우가 닭먹는게 죄야?" 그리고 욕정은 목마르다. 사람인체 했던 뱀파이어의 말로.

  2. Subject 박쥐 * 성기노출을 감행할 수 있는 영화감독의 권력

    Tracked from 영화 읽어주는 남자 2009/05/02 23:01 delete

    <박쥐>의 개봉 소식이 전해졌을 때, 단연 화제거리는 송강호의 성기노출이었다. 어떤 장면에서 성기노출이 이루어지는지 설왕설래가 오가며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그것도 대한민국최고의 배우 송강호의 성기 노출이라니 장안에 화제가 되지 않는다면 되려 그것이 이상할 정도이기 하지만. 우리나라 만큼 노출에 집단적인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사회도 드물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노출로부터 국민들을 철저하게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문화정책의 결과일 것이다. 조직적으로..

  3. Subject 박쥐 (Thirst) - 화려한 색감과 연기, 박찬욱이 말하려는 것은?

    Tracked from 2 Face's View 2009/05/02 23:22 delete

    박쥐 감독 박찬욱 (2009 / 한국) 출연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김해숙 상세보기 스포일러가 포함된 영화리뷰입니다. 1. 감독과 구성 박찬욱 직업 영화감독 상세보기 박찬욱 감독 작업은 항상 그의 개성을 여실히 드러내 주기에 어떤 양상을 가지고 관객에게 접근하든지 항상 흥미롭다. 혹자들이 영화속 잔인한 장면과 등장인물들의 극단적인 행동때문에 비난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박찬욱 감독은 좀 더 실험적이고 본인의 개성을 살리는..

  4. Subject 박쥐 (2009), 더 행복해도 좋았으련만.

    Tracked from nec spc nec metu 2009/05/03 01:36 delete

    박쥐 멜로/애정/로맨스 | 한국 | 133 분 | 개봉 2009.04.30 박찬욱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김해숙.. 더보기 국내 18세 관람가 http://www.thirst-2009.co.kr/ 말많고 사람많은 박쥐. 옆의 티저 포스터도 그렇고 본포스터도, 그리고 영화의 느낌도 뭔가 연극스러운 - 그런 영화였다. 지금 평이 반반이고 평점도 딱 절반이라는데 - 글쎄 . 난 괜찮았는데;? (잔인한 장면은 잘 못보지만 이 영화는 괜찮았어) - 이하는..

  5. Subject 속 상현의 시선 : 하느님 아버지, 거기 그냥 계시옵소서

    Tracked from 진사야의 비주얼 다이어리 2009/05/03 03:17 delete

    * 내용에 대한 묘사가 있으니 아무것도 안 듣고 영화 보러 가실 분들은 가급적 피해가시길 바랍니다 :-D박찬욱 감독의 따끈따끈한 신작 <박쥐>의 첫 장면. 고요한 피리 소리와 함께 병원에서 생사의 기로를 건너는 한 환자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신부 상현 (송강호 분) 과 간호사 한 명이 지켜본다. 가쁘게 헐떡이던 환자가 상현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리코더 좀 불어 줘요." 마치 투박하고 고요한 리코더 소리가 자신을 구원할...

  6. Subject [박쥐] 불친절의 당위성에 관해

    Tracked from A FILM ODYSSEY 2009/05/03 06:08 delete

    상현의 이전 대사들과 궤를 달리하는 한마디. “언제는 귀엽다며, 이 씨발년아.”가 불쑥 튀어나왔을 때, 나는 적잖이 놀랐다. 영화의 궤도가 바뀌었음을 선언하는 그 대사가, 나아가 관객의 예정된 불평에 부치는 박찬욱의 변(辯)처럼 들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언제는 거장이라며, 이 관객님들아.’ 나는 진심으로 궁금하다. 왜 박찬욱은 잘 나가던 내러티브를 작정하고 일그러뜨렸을까. 서로 다른 두 개(또는 세 개)의 박찬욱표 영화가 위태로이 엉겨 붙..

  7. Subject 박쥐

    Tracked from 인생 머 있어? 2009/05/03 23:34 delete

    기다리고 기다렸던 박찬욱감독의 신작.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되는 흡혈귀 신부님에 대한 영화. 배우들과 감독의 이름만으로 충분히 광고는 되는 듯 했다. 워낙 박찬욱감독을 좋아한지라 이번 영화는 기대를 반정도는 저버리고 영화를 관람한 덕분인지 이제껏 본 박찬욱감독의 영화 중 가장 찝찝하지 않은 영화 같았다. 이 감독을 좋아라하지만 항상 영화를 보고 나면 남는 그 찜찜함. 나는 그걸 영화의 여운이라 생각을 했었다. 이번 영화는 정말 앤딩크레딧이 올라가는..

  8. Subject 영화'박쥐'를 본 후, 치과병원으로 향한 이유

    Tracked from 토토의 느낌표뜨락 2009/05/05 08:04 delete

    포스터 쥑인다. 얼마나 강렬한가 '뱀파이어가 된 신부가 친구의 아내를 탐하다' 이 문구를 읽으며 성경책의 한장면을 떠올렸다. 다윗왕이 밧세바라는 여인을 범하고 그 남편을 전쟁터로 보내 죽게하는... 다윗왕은 전쟁터라는 배경을 통해서 밧세바의 남편을 살해(간접살인)했고, 영화에서는 자진해서 생체실험자가 된 신부가 500명 중에 한명으로 다시 살아난 기적을 겪으면서 뱀파이어가 되어 친구의 아내를 범하고, 그 친구를 강물에 빠뜨려 죽게한다. 그럼에도 불구..

  9. Subject [리뷰] 박쥐 (Thirst, 2009)

    Tracked from 스테판's Movie Story 2009/05/05 18:48 delete

    박찬욱 감독의 2009년 신작 "박쥐"는 한글 제목뿐만 아니라 영문 제목 "Thirst" 까지도 이 영화의 속성을 너무도 잘 드러냅니다. 'Thirst'. 갈증, 혹은 갈망. 무엇을 향한 갈증과 갈망일까요? 뱀파이어가 된 신부, 현상현(송강호 분)에게는 피를 향한 목마름이고 태주(김옥빈 분)에게는 '평생 그들의 강아지처럼' 산 자신의 지겹고 비루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욕망, 아버지 신부(박인환 분)에게는 단 한번이라도 세상을 보고 싶은 바람입니다...

  10. Subject 속 태주의 시선 : 타는 목마름, 그 욕망의 자화상

    Tracked from 진사야의 비주얼 다이어리 2009/05/06 22:26 delete

    * 내용에 대한 묘사가 있으니 아무것도 안 듣고 영화 보러 가실 분들은 가급적 피해가시길 바랍니다 :-D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를 두번째로 보는 날, 상영관 입장 몇 분을 앞두고 느닷없이 커피가 땡겼다. 극장 VIP 라운지에 비치되어 있는 프림과 하얀 설탕, 그리고 커피원두와 따끈한 물을 종이컵에 넣고 적당히 섞으니 따뜻한 밀크커피 한 잔이 완성된다. 적당히 녹아내린 것을 확인하고 마셔본다. 쭈욱 들이키자마자 느낀 사실 하나. 커피...

  1. Favicon of http://inuit.co.kr BlogIcon inuit 2009/05/02 22:33 address edit & del reply

    오랫만에 산나님 글맛 제대로 보네요. 고맙습니다. ^^

    끝에 블랙코미디나 부조리극 같은 전개에 집사람이 뜨아하다고 했을 때, 저도 그 이야기 했어요.
    "황혼에서 새벽까지 보다는 양반이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03 00:18 address edit & del

      그러게요~
      쫌 더 세게 갔으면 하는 바람도 생기더라구요.^^

  2. Favicon of http://blog.naver.com/tobeortohave BlogIcon 지아 2009/05/03 10:36 address edit & del reply

    언니 저도 떡볶이 먹고 싶어요. 아주 빨간걸로. 박찬욱 영화는 거의 다 봤는데 별로 인상 깊었던게 없었어요. 올드보이에서 미술부분만 빼고. 박쥐는 좀 재밌을 것 같네요 ㅎ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03 22:09 address edit & del

      별로 인상깊었던 게 없었다면, 이건 너한테 쫌 약해 ^^
      미술은 올드보이+금자씨 짬뽕 느낌.

  3. Favicon of http://elwin.tistory.com BlogIcon 엘윙 2009/05/03 16:00 address edit & del reply

    코미디적인 요소도 있었군요. 왠지 다들 리뷰가 우울해서...그나저나 야할거라는 기대는 오히려 접어야 하는건가염? +_+? 김옥빈양이 전라의 노출을 했다던데!
    지난번의 꼼장어도 그렇고 이런 영화보시고 떡볶이를 드셨다니 강하시네요. 원츄!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03 22:14 address edit & del

      아, 리뷰들이 우울한가요?
      전 이 영화 웃기던데....^^;
      실컷 좋아하다가 뱀파이어인 걸 알고 기겁하는 여자한테
      "왜 식성갖고 사람 차별해요?"하고 항의하는 뱀파이어,귀엽잖아요.^^
      근데 영화에서 피마시는 걸 하도 봐서 그런지,
      영화 보고 나니, 빨간 거 안먹으면 어쩐지 변태스럽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ㅎㅎ
      김옥빈양 노출이야 그까이꺼 뭐~
      승환님 블로그에서 야동을 하도 봐서리...(응? 이게 아닌가? 퍽~)

  4. lebeka58 2009/05/07 10:06 address edit & del reply

    ㅋㅋ 피빛애 홀려 시뻘건 떡복기를 드셨다구요~~ '박쥐'대한 산나님의 Digest !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5/07 23:01 address edit & del

      하하~ 영화와 만찬, 이런 연재 해봐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거의 늘 영화를 보고 나와서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니 말예요.^^

  5. 사복 2009/06/01 15:20 address edit & del reply

    영화 잘 보고 나와서는.. 참지 못하고.. 옆사람을 자꼬 깨물어 댔습니다..
    저도 그냥 떡볶이나 먹었으면 이상한 취급 안 당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09/06/02 00:08 address edit & del

      떡볶이도 꽤나 엽기적이라고들 하던데요...옆사람 깨문 사복님보다야 못하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