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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8 23:32

봉숭아물

제주도에 여행을 갔다가 길가에 핀 봉숭아 꽃잎을 따와 봉숭아물을 들였다.

어릴 때 봉숭아물을 들여 아주까리 이파리로 감싸고 실로 꽁꽁 싸맨 뒤 자고 일어나면 손톱에 예쁘게 물이 들었던 기억이 그 시절의 자질구레한 다른 일들과 함께 되살아나 괜스레 가슴까지 콩닥콩닥해가면서.


봉숭아 꽃잎을 빻아 백반과 섞어야 하는데 집엔 백반이 없었고, 밤에 사러 나가기도 그렇고, 결국 백반 대신 식초와 소금을 섞어 (왜냐고 묻지 마시라. 나도 모른다) 물을 들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손톱엔 슬쩍 기운만 비치고 말았는데 주변 손가락 살이 더 진하게 물들었다. 이건 뭐 로맨틱한 기억을 다시 살아보기는커녕 김장 담그다말고 온 손 형국이로세. -.-;;   

혹시 지울 수 있나 궁금해 뭘 안다고도 모른다고도 할 수 없는 네이버 지식인에게 한번 물어봤다. 나 같은 사람이 여럿 있었던지 뜨거운 소금물에 담가도 보고 칼로 긁어보고 아세톤으로 닦아보고 별 짓 다해도 안 지워진다며 울상인 질문들이 많다. 괜히 찾아봤다 싶은 대답이야 ‘지우려면 아예 하지를 말던가’ 같은 하나마나한 소리부터 시작해 수술 전 환자가 봉숭아물을 들이면 손톱을 뽑는다는 무시무시한 말까지 있다. 초딩들의 헛소리이겠거니 했는데, 수술 중 손 발톱의 색깔로 저산소증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수술 전 환자는 봉숭아물을 들이면 안 된다는 의사의 코멘트가 실린 기사까지 있다. 참 나…. -.-;;


지하철을 탔는데 고속터미널 역에서 짐보따리를 잔뜩 들고 타서 내 옆 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내 손을 보더니 키들키들 웃기 시작했다.

“여그 손톱 가상에 크림을 쬐께 발르고 허면 되는디…”

아주머니가 집게손가락으로 내 손톱 위에 조그맣게 원을 그리며 말했다. 따라 웃으며 손을 들어 보여주었다.

“그러게 말예요. 손톱에는 물도 잘 안 들었어요”

아주머니가 이번엔 아예 내 손가락을 잡고 들여다보며 웃었다.

“그랑게, 아, 손톱은 멀쩡허구 가상 자리에만 죄다 물이 들었고만이~ 그려도 봉숭아물 들잉거 봉께 촌에서 왔는갑네”

아주머니가 그제야 내 얼굴을 바라보며 반가운 듯 말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엔 누가 고향이 시골이냐고 물으면 내가 촌티가 나나? 하고 슬쩍 삐졌는데 요즘은 촌에서 왔다는 걸 누가 알아봐주면 괜히 반갑다. 이젠 서울에서 산 기간이 시골에서 산 기간보다 긴데도 말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내가 그닥 많이 변하진 않았구나' 하는, 얼토당토않은 안도감 같은 걸 느낀다고나 할까. 참 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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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ThinkingPig 2009/08/28 23:36 address edit & del reply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저는 촌티난다고 하면 기분 나쁘던데^^
    잘 보고 갑니다...

    • BlogIcon sanna 2009/08/29 23:30 address edit & del

      저도 누가 그렇게 대놓고 이야기하면 뭬얏~하고 화낼 것같아요.ㅎㅎ

  2. BlogIcon 지아 2009/08/29 01:35 address edit & del reply

    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엄마가 심어 놓으신 봉숭아로 열손가락에 물을 곱게 들이고 왔어요. 봉숭아 물들인 손톱이 제일 예뻐보일때는 물이 조금씩 빠지고 손톱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손톱끝에 봉숭아 물이 남아 있을때인 것 같아요. 살에 들은 물은 이주정도면 말끔히 없어지니 당분간은 보기 싫더라도 좀 참으시구요. 꽃잎도 꽃잎이지만 맨 위에 나있는 잎파리를 넣어 찧어야 색이 곱게 든다죠? 식초와 소금은 완전 에러임돠.. 둘다 아무 소용없는 재료되겠슴돠. 백반 아주 조금 넣으면 색이 더 짙어지지만 안 넣고 말갛게 들여져도 예쁜듯. 제건 아주 빨개요.. ㅎㅎ 제 블로그에 인증샷 올릴게요~~

    • BlogIcon sanna 2009/08/29 23:31 address edit & del

      염장 댓글에 염장 인증샷이로구나 ^^ 그나저나 네 손톱엔 정말 예쁘게 물이 들었네. 감탄!

  3. BlogIcon 즐거운 사자 2009/08/29 19:23 address edit & del reply

    전 남자인데도 아주 어릴 적에 봉숭아물을 들이곤 하던 기억이 납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구요.
    아무튼 물들인 손톱이 자라나 손톱을 깍아낼 때마다
    달이 차고 기우는 것마냥 물들인 봉숭아 빛깔이 점점 작아지는 걸 보는 게 재미있었어요.
    옛날 생각나네요. 아, 저도 촌에서 올라왔습니다. ^^

    • BlogIcon sanna 2009/08/29 23:32 address edit & del

      맞아요. 저도 손톱 끝에 약간 물이 남아있을 때면 손톱 깎을 때마다 망설이곤 했었어요.^^

  4. 마음산 2009/08/31 10:09 address edit & del reply

    오늘 아침 자동차에서 조지 마이클의 "where did your heart go"를 들었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나의 봉숭아물 손톱 사랑'은 어디로 갔는지...아조 애수에 젖는고만요...
    봉숭아..봉숭아...나의 순수여(오버 연속임다!)^^

    • BlogIcon sanna 2009/08/31 22:44 address edit & del

      오버를 좀 해도 괜찮은 계절, 바야흐로 가을이라지요~^^

  5. 코미 2009/08/31 15:52 address edit & del reply

    만나뵙게되어 반갑습니다! :) "즐거운 공부!"되시기를~ "학문의 즐거움"을 만끽하시는 가을되시길 바라겠습니당~ ^^*
    덧니> 봉숭아물, 참 예쁘더라구요! :)

    • BlogIcon sanna 2009/08/31 22:45 address edit & del

      즐거울지는 몰라도 신기할 것같기는 해요.^^
      코미님 웃는 얼굴이 참 예쁘더군요.
      제 후진 봉숭아물을 칭찬해주시니 캄사~^^

  6. lebeka58 2009/09/01 15:46 address edit & del reply

    알록달록한 인공적인 색 보담 자연의 색이 훨 예쁘네요. 한 여름 ,마당 평상에서 엄마가 손톱에 물들여 주실 때 세수대야에 발담그고 텀벙대며 장난치던 기억등등 오래 오래전 한여름 밤을 기억나게 하는 '봉숭아물' 이네요.

    • BlogIcon sanna 2009/09/09 00:07 address edit & del

      Lebeka58님도 '촌사람'이시군요.^^

  7. BlogIcon 엘윙 2009/09/03 21:25 address edit & del reply

    손톱옆에 색깔 빠지면 예쁠거 같습니다. 너무 찐한거보다 은은한 색이 예뻐요.
    봉숭아랑 백반 섞어서 콩콩 찧을때 나는 시큼한 냄새가 그립군요.

    • BlogIcon sanna 2009/09/09 00:08 address edit & del

      손톱옆 색깔이 빠져가는 중인데, 처음보다는 그래도 볼만하더라구요.ㅋㅋㅋ

  8. BlogIcon inuit 2009/09/05 00:51 address edit & del reply

    이제 좀 물빠지고 색깔이 고와졌겠죠? ^^

    • BlogIcon sanna 2009/09/09 00:08 address edit & del

      김장김치 담그다 말고 온 손같은 느낌은 좀 사라졌다지요~^^

  9. BlogIcon 토댁 2009/09/05 16:00 address edit & del reply

    하하..잘 지내시죠?
    우리집 둘째도(머슴아임당) 검지, 중지,새끼 손톱만 들여 아주 이뻤답니다.
    그 가장자리 물든건 며칠 지나니 빠지고 손톰에 이쁜 색만 남았던걸요.

    오늘도 이쁜 하늘이랑 친구하세요~~~

    • BlogIcon sanna 2009/09/09 00:09 address edit & del

      저도 그렇게 세 군데만 할 걸 그랬어요 ^^

  10. 현숙 2009/09/05 20:44 address edit & del reply

    이쁜거 같은데...아닌가? ^^; 쫌있으면 지워진다고들 하시니, 더이뻐보이겠죠 (봉숭아 물들여본적 한번도 없는 도시사람. ㅠ,ㅠ)

    • BlogIcon sanna 2009/09/09 00:09 address edit & del

      지아의 염장 인증샷을 보라! ^^

  11. 사복 2009/09/06 17:15 address edit & del reply

    아주 어렸을 적, '봉숭아 물 들이는 날'이 있어서, 언니들부터 줄줄이 순서대로 할머니 앞에 앉아가 물들이던 게 생각납니다. 물이 덜 들면 다음 날, 다시 그 전날의 풍경이 재연되고는 했었죠. 그 땐 손가락이 아프기도 하고, 백반이 무섭기도 하고(뱀을 쫓아준다는다는데, 왜 제가 무서웠는지..), 어딘지 손이 파충류과 같이 보이기도 해서 싫었더랬어요. 그치만, 산나님 글 읽으니, 불쑥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젠 백반도 안 무서우니까요..;;

    • BlogIcon sanna 2009/09/09 00:11 address edit & del

      ㅎㅎㅎ 사복님이 백반이 무서운 건.....蛇福이기 때문이지요~

  12. BlogIcon 미확인 2009/09/10 20:18 address edit & del reply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
    다들 변해가지...
    퇴행(Regression?)이 있다네....
    많은 사람들이 바랄지도 모르는...
    여기 사람들 멤버가 많이 모였어...
    명절 새고 보자구..

    • BlogIcon sanna 2009/09/11 22:49 address edit & del

      도대체 먼 소리여...정말 UFO가 되어가는구나. ^^;

2009/08/23 20:40

끊기의 괴로움?

히틀러, 무솔리니, 프랑코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담배를 싫어했던 반면, 연합국 측의 처칠, 스탈린, 루스벨트가 대단한 애연가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채식주의자이기도 했던 히틀러는 건강에 대한 애착이 대단해, “담배는 적색인종이 백인에게 건 주술이며, 백인이 알코올을 전해준 것에 대한 복수”라고 말하며 금연 운동에 열을 올렸다.

(……)
홀로코스트와 건강지향은 ‘나치 우생학’이라는 같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으로, 인간을 건강한 병력 또는 노동력으로, 여성은 출산력으로만 평가하는 냉철한 실용주의 노선을 관통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체장애자의 말살이나 열성 유전자 보유자의 단종, ‘살 가치가 없는 생명의 전면 배제’에 쉽게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독일의 암 연구는 건강입국을 목표로 삼은 정권의 전면적 지원 아래 세계 최첨단을 걷는 분야로, 담배는 물론 석면이나 농약, 식품착색료까지 규제 대상이었다. 집단검진을 철저하게 실시하고 노동의 안전을 배려하고 (다시 말해 위험한 직장에는 유대인이나 외국인들을 배치하고), 예방의학의 시각에서 고기나 당분, 지방의 과잉섭취를 경계하였으며, 채소나 과일 등 자연식품으로 돌아가도록 활발하게 선전했다. 빵집은 통밀 빵을 굽도록 의무화되었다. 다하우 강제수용소의 포로들은 유기 재배로 키운 꽃에서 꿀을 만들었다……. 오늘날의 건강지향 풍토와 놀랍도록 비슷하지 않은가!


-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 중에서 -

 

금연을 선언해놓고서도 잘 실천하지 못하는 걸 창피해하는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잠깐 눈을 반짝이다 이내 ‘너 친구 맞아?’ 하는 의혹의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흡연을 권장하는 건 아니지만, 금연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느니 기분 좋게 피우는 맛있는 담배 한 개비가 훨씬 건강에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사실 담배 끊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그동안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어떤 대상에게든 잘 중독되지 않는다고 짐짓 뻐긴 적도 있다. 그러나 이제야 애호하는 것을 끊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최근 잔병치레가 잦아졌는데, 한 친구의 권유로 한의원에 다니며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중이다. 내 체질과 맞지 않는다는 금지식품 목록 중 다른 건 그럭저럭 참겠는데 친구의 담배 끊기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느꼈던 건 커피와 맥주였다. 이 두가지를 특별히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그랬다.

생각해보라. 무더운 날 5시간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마시는 시원한 맥주, 비오는 날, 창 넓은 커피전문점에서 좋은 사람을 앞에 두고 앉아 마시는 한 잔의 커피. 그걸 할 수가 없다니…. 찬 물이나 오렌지 주스, 우유 따위로 대체할 수 없는 아우라가 그 장면의 맥주와 커피에 있지 않은가 말이다.


식이요법을 스스로 마뜩찮게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건강지향을 우습게 여겼던 오래된 편견 때문이다. 이를테면 ‘건강을 위해 싫은 운동도 꾹 참고 하고, 맛없는 음식도 꾹 참고 먹는다’ 류의 태도를 은근히 경멸해왔던 것이다. ‘그저 운동이 좋아 열심히 하다 보니 건강해졌다’의 태도로 살고 싶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병의 고통을 면하고 싶은 로마 청년 마르켈리누스가 운명의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친구들을 불러 상의를 청하자 한 스토아학파의 학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마르켈리누스여, 그대가 무슨 중대한 일이라도 숙고하는 것같이 애쓰지 마라. 산다는 것이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대 하인들도, 짐승들도 살고 있다” (몽테뉴 ‘수상록’ 2권 13장)

내가 그 청년이었다면 이렇게 인정머리 없는 충고를 하는 학자에게 소금을 뿌리며 내쫓았겠지만, 하여튼 나 역시 건강 갖고 유난을 떠는 건 결국 그리 대단치 않은 자신의 운명을 갖고 유난을 떠는 것처럼 보여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내가 식이요법이라니, 영 편안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다.
지금은 잔병치레와 그에 수반되는 귀찮은 일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필요하다는 제한을 한번 받아들여 실험해보는 거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지만, 회의가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식이요법 탓에 약간 의기소침해진 상태를 한 방에 날려버린 건 아버지의 일갈이다. 부모님이 오셨기에 식이요법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못 먹게 되었다고 투덜대자 아버지가 어디 한번 보자며 내가 먹어도 되는 음식 목록을 유심히 훑어보셨다. 잠시 후 아버지가 거 참 이상한 애 다 보겠다는 투로 던진 말씀은, 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의 어머니와 하던 의논을 일거에 정리해버렸다.


“야, 맛있는 것만 여기 다 있구만!  이 정도만 먹어도 되지!”


맞아요. 아버지. 뭘 더 바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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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아 2009/08/24 10:30 address edit & del reply

    원래 인간이 하지말라고 하는건 더 하고 싶어지는 동물이라 그런듯 싶어요. 먹으면 안된다 생각하면 더 먹고 싶어지는게 인지상정인지라...커피와 맥주. 저도 그닥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예 못한다고 생각하면 좀 그렇죠. 그래도 지금은 아버님 말씀이 진리~~ 먹을 수 있는 것들에 행복을 느끼는 쪽으로다가 맘을 정리시켜버리삼~~ 몸이 회복된 후에는 착색료, 석면, MSG, 농약등의 치명적 독극물들을 제외하곤 '진짜 음식'들은 너무 과하지 않게만 먹으면 될거라고 사료됨. ㅎㅎ
    언니에게 In Defense of Food라는 책을 꼭 권하고 싶네요. 한국에 번역본이 나와있는지는 몰겠음.
    http://www.michaelpollan.com/indefense.php
    전 한의사가 채식만 하는게 몸에 맞지 않다고 특히 생식은 많이 하지 말라고 하던데.. ㅠ.ㅠ 예전에 좋아했던 고기류는 이제는 냄새가 역해서 먹을수가 없다는. 뭐 오래살려고 채식하는거 아니니까 걍 이렇게 살려구요. ㅎㅎ

    • BlogIcon sanna 2009/08/24 17:06 address edit & del

      맞아.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고 싶단 말이얌...^^
      그 책은 마이클폴란의 행복한 밥상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음. 읽어봐야지~
      난 그야말로 폴란 말대로 잡식동물이라 뭐 하나만 먹는 건 죽어도 못할 듯...

  2. Gomy 2009/08/24 09:50 address edit & del reply

    어떤 한의사분이 말하기를... 체질에 따라 먹어야 하는 음식과 금해야 하는 음식을 알려주면, 건강한 사람의 경우 '아, 제가 좋아하는 건 다 먹어도 되네요'라 하고 골골한 사람의 경우 '저런, 제가 좋아하는 건 다 먹지 말라고 하시네요' 한답니다 ^^. 식탐도 많고 의지력도 약해 '끊기의 괴로움'을 누구보다 심하게 느끼는 사람입니다만, 이 말 듣고 한번 분발해 볼까 하고 있습니다 ^^ 화이팅하세요!!!

    • BlogIcon sanna 2009/08/24 23:16 address edit & del

      흠...제 경우엔 술 종류의 경우 '아, 제가 좋아하는 건 다 먹어도 되네요'가,
      (맥주는 등산이후에만 땡기는 특이한 경우랍니다. 산에 안가면 거의 안마셔요)
      고기와 과일종류는 '저런, 내가 좋아하는 걸 다 먹지 말라니'가 해당되는데
      골골한 걸까요, 건강한 걸까요? ㅎㅎㅎ

  3. 이쁜이 2009/08/24 10:53 address edit & del reply

    푸하핫! 아버님 만세! 선배 체질개선 프로젝트 화이팅!

    • BlogIcon sanna 2009/08/24 23:16 address edit & del

      홧팅은 무슨~ 딱 한달만 해보고 때려칠껴~~~
      팥빙수 먹고시푸다...흑흑~여름아 빨리 가라....ㅠ.ㅠ

  4. 2009/08/25 15:50 address edit & del reply

    고기도 소고기만 먹어야하고 회는 먹어도 되고...뭐 이런 구체적 나열을 해야 아버님 말씀에 공감하시는 분이 늘죠. 아버님 만세에 한 표 더! 글고, 한 달만 해보고, 뭐 이런 거 말구요 12월 전에 쭈욱 해보고로 바꾸시죠. 그 전에 소고기, 회를 원하실 땐 원없이 함께 먹어드리지요.(식당에서 만난 전 모군도 집안에 쌓아놓은 퇴직금으로 뭣하겠냐며 언제든 소고기 4인분을 함께 먹어드리겠다고 하더이다)

    • BlogIcon sanna 2009/08/28 11:17 address edit & del

      소고기,회..이렇게 불러보니 거 참...금단의 괴로움 따윈 배부른 신세한탄이로세 ^^
      전 모군 말도 마라. 쇠고기 4인분 먹은 것도 모자라 차마시러 가자더니
      거의 방석만한 와플을 시켜 먹질 않나...무서버...ㅠ.ㅠ

  5. 2009/08/28 13:2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09/08/28 11:18 address edit & del

      히히~민망하고 쑥쓰럽고 고맙고....하여튼 울 이뿐 후배! ^^

  6. 마음산 2009/08/27 13:05 address edit & del reply

    야호! 요네하라 마리다...ㅋ
    맛있는 거, 혼자 다 드시지 말고...함께 먹어보아요...잉...

    • BlogIcon sanna 2009/08/28 11:19 address edit & del

      그럴까염~^^
      식단표를 표고 메뉴를 개발중인데, 오늘 발견한 메뉴로 '꼼장어+소주'가 있습지요.땡기지 않아요? ^^

  7. 2009/08/28 02:2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09/08/28 11:20 address edit & del

      연락 해라
      boundarycrosser@gmail.com

  8. BlogIcon 김호 2009/09/06 16:21 address edit & del reply

    잘 지내시지요? 오랫만에 들렀다 갑니다. 저 역시 식이요법을 해야 할텐데요... 나이가 드니 먹으면 그대로 살로 가네요... 건강하시고 가끔 들르겠습니다.

    • BlogIcon sanna 2009/09/27 00:47 address edit & del

      어마낫? 언제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다녀가셨대요?
      잘 지내시지요? 글찮아두 한번 연락드린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김호님 만났을 때 '2년 안'에 해치운다고 장담했던 일을 석달 전에 해치웠거든요.^^
      다시 한번 만나서 늦깎이 학생+1인기업(?)의 애환을 한번 나눠보자고요 ^^

2009/08/18 01:15

한가함의 독

“정신은 어떤 문제에 전념하도록 제어하고 강제하는 일거리를 주지 않으면 이런 저런 공상의 막연한 들판에서 흐리멍덩히 헤매게 된다. (……) 마음은 일정한 목표가 없으면 갈피를 잡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말처럼, 사방에 있다는 것은 아무 곳에도 있지 않다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
최근 나는 은퇴하여 가능한 한 내 여생을 편안하게 살아가는 일밖에는 어떠한 일에도 참견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 그러나 나는 '한가함은 항상 정신을 산란하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정신은 고삐 풀린 말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백 곱절이나 더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내 정신은 순서도 목적도 없이, 수많은 몽상과 별난 괴물[망상]들을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 망상들의 괴이함과 터무니없음을 관찰하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는 내 정신이 그것들을 보고 스스로 부끄러워하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나는 그것들을 적어두기 시작했다. ”


- 몽테뉴 ‘수상록’ 1권 8장 ‘나태에 대하여’ 중에서 -
(* 앞의 세 문장은 손우성 역 '몽테뉴 수상록'에서, 그 뒤의 문장들은 김석희 역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홋타 요시에)에서 각각 따온 것)


시간이 많으면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시간에 쪼들려 못했던 일들을 다 해치우리라, 별렀다. 읽고 싶은 책, 쓰고 싶은 글, 만나고 싶은 사람, 가고 싶은 곳……, 그 모두를 게걸들린 듯 누릴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회사를 그만둔 지 두 달째. 그동안 오래 일했으니 당분간은 좀 놀아도 된다고 자위하며 한량이 되었지만 뭔가 슬슬 좀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지극히 단순해진 일상이 맘에 들지 않은 것은 아니나, 손대는 일의 종류가 뭐든 ‘품질’로 따지자면 회사를 다니며 머릿속이 번잡했던 때보다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뭘 했다고 하기도 참 거시기한 상태랄까. 예전 같으면 자투리 시간에나 해치울 ‘일 같지도 않은 일’(창피해서 굳이 열거하진 않겠다)들이 요즘은 하루의 주요 일과다. 책을 쌓아두고 읽지만 돌아서면 금방 뭘 읽었는지 다 잊어버린다. 오래 보고팠던 사람을 만나도 별 흥이 안 나고,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다. 시간이 많다고 해서 많아진 시간만큼 뭔가를 더 하거나, 그만큼 더 유익하게 쓰는 게 절대로 아닌 거였다. 거 참.....

마치 텅 빈 변두리 극장에서 혼자 3류 영화를 보듯, 아무 맥락도 없이 뜬금없는 장면들이 어지러이 출몰하는 내 머릿속을 건성으로 관찰하며 ‘그런데 지금 왜 이 생각을?’ 같은 질문을 가끔씩 던져보며 하품이나 하는.....한심해서 더 말할 거리도 못된다. 내가 얼마나 자율성과 거리가 먼 인간인지를 매일 확인하자니 어떨 땐 약간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변함없는 ‘가로 본능’의 자세로 뒹굴던 어느 날, 이런 내게 ㅉㅉ 혀를 차지 않고 되레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게 해주는 친구를 마침내 책 더미 속에서 발견했다.


몽테뉴. 이 아저씨 볼수록 웃기고 마음에 든다.

내가 갖고 있는 ‘수상록’ 완역본의 표지는 이렇게 나름 간지 나는 얼굴인데…….


이건 모냐. 다른 책의 표지를 보면 대체로 이렇다. 알랭 드 보통의 책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에 삽입된 몽테뉴의 초상화도 이 달걀 귀신 분위기. 뜨아~~~


어쨌거나,

홋타 요시에가 쓴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를 보면 이 아저씨도 38살 때 법관 생활을 때려치우고(!) 성으로 돌아와 연구와 저술활동을 하며 ‘자유롭고 조용하고 한가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갈망했다.
근데 성에 돌아온 그가 먼저 한 일은 라틴어로 두 개의 명판을 새겨 서재 옆방의 난로 위 벽에 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나는 나 여기 돌아왔노라 하는 내용, 또 하나는 세상을 먼저 뜬 친구 에티엔 드 라 보에시에 대한 추모사다.

내용이야 흠잡을 데 없지만 서재에 들어앉아 제대로 책을 쓰기도 전에 명판부터 걸다니......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자 예나 지금이나 ‘가오’잡는 인간들은 여전하다며 킬킬거렸다.


자, 명판도 걸었겠다, 이제 서재 안에서 무엇을 쓸 것인가.

딱히 당장 쓸 만한 게 없었던 듯하다. 위에 인용한 몽테뉴의 나태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나는 경망스럽게도, 공부 좀 해보겠다며 책상 위를 싹 치워놓고서는 정작 책상 앞에 앉으면 엎드려 잠이나 자던 내 고교시절이 생각 나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연구와 저술에 몰두하겠노라 명판까지 팠는데 ‘한가함은 정신을 산란하게 한다’는 고백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오죽 당혹스러웠으랴. 결국 그는 가장 잘 아는 대상, 자기 자신을 책의 재료로 삼는다.


‘나는 내 삶을 내 행위로 기록할 수는 없다. 운명이 그 행위를 너무나 하찮은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삶을 내 생각으로 기록한다.’


나는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 해도 삶을 생각으로 기록하는 것보다 행위로 기록하는 것이 몇 백배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어쨌거나 삶을 생각으로 기록해준 몽 선생 덕분에 한가함에 슬슬 불편해지던 스스로를 생각해보고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위대한 교양인’도 저러시는데 뭘~ 좀 더 놀아도 되지 뭐‘ 하는, 써놓고 보니 말도 안 되는 괴상한 결론에 도달하며 마음이 편해지게 되었다.

유익한 책. ^^ 책상 위에 펼쳐두고 오며가며 틈날 때마다 영양제처럼 복용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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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인간이라는 시시한 존재에 대한 위안 - 철학산책④

    Tracked from 미도리의 온라인 브랜딩 2009/08/24 15:10 delete

    프랑스 남서부 멋진 성에서 자린 몽테뉴는 할아버지 대부터 이 성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엄청난 장서를 자 랑하는 자신의 원형 서재에서 보내며 독서광이자 애서가, 사상가였다. 그는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해 "모든 사람을 위한 말걸기"라고 했으며 개인적인 고독감을 덜기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에세이의 시초라 할 수 있는 그의 작품 <수상록>은 그전의 심각한 책들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이성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이 아닌 자연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에..

  1. BlogIcon 맨날 2009/08/18 10:39 address edit & del reply

    신나게 놀고 계신가요? 불쑥불쑥 드는 불안감에 여유를 찾으신것 같네요^^

    • BlogIcon sanna 2009/08/18 21:24 address edit & del

      불안해도 즐겁자, 이게 요즘 제 모토입니다~ ^^

  2. ryung 2009/08/18 12:44 address edit & del reply

    달걀귀신 표지땜에 또 한번 뒤집어지고 있음^____^ 그 밑의 절절한 광고문구, '성서처럼 언제나 머리맡에 놓아두고 싶은 책'때문에 더 깬다. 심각해서 책 펼칠 때마다 표지 보면서... ㅇㅎㅎㅎ..이렇게 교양과 아무 관계없는 것으로도 즐거움을 주시다니...몽선생이 정말 훌륭한 분이시지 뭐냐.

    • BlogIcon sanna 2009/08/18 21:25 address edit & del

      몽선생 생전에 성경은 전도서 빼고 다 싫어했다던데, 저 홍보문구 보면 기가 차실껴~^^

  3. 사복 2009/08/18 16:36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달걀귀신 땜에 남몰래 좀 뿜었습니다; 크흐;
    여튼, 저도 제가 독립하면 책도 열심히 읽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무언가 빠릿빠릿해질 줄 알고 감행했었는데-_- 수년이 지난 지금은, 그냥 스스로가 어떤 인간인지만 뼈져리게 느끼고 말 뿐입니다..

    산나님의 영양제를, 저도 좀 훔쳐먹어야할랑가봐요. 단, 이미 늦지 않았다면 말이죠 -.-;

    • BlogIcon sanna 2009/08/18 21:26 address edit & del

      전 제가 이런 인간인 줄 알고서도 감행했는데,
      설마 이런 인간도 이런 상황이 되면 좀 달라지겠거니 기대했던 게 잘못이라면 잘못입지요.
      이런이런~ ^^

  4. BlogIcon 로뿌호프 2009/08/18 16:38 address edit & del reply

    몽테뉴의 "한가함은 항상 정신을 산란하게 한다"과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의 간극..역시나 생각을 정리하는 계획이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어릴적 생활계획표가 마흔을 앞둔 나이에도 필요하더라는 생각도 들구요. ^^:

    • BlogIcon sanna 2009/08/18 21:41 address edit & del

      맞아요.
      방학때마다 선생들이 왜 귀찮게 둥그런 생활계획표 그려오라고 닦달을 했는지 이제사 이해를....^^;
      말 안듣고 둥근 원의 절반을 뚝 잘라
      '취침'이라고 단호하게 써놓았던 어린 시절을 이참에 반성하게 됩니다.^^

  5. 2009/08/18 17:51 address edit & del reply

    그니까 저위의 '만나도 별 흥이 안나는 오래 보고팠던 사람'에 저도 좀 끼는 것인가요? 방점이 흥이 안나는,이 아니고 보고팠던에다 맘대로 두면서 케케. 자주 만나서 세뇌시켜 흥이 돋는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야지..켁

    • BlogIcon sanna 2009/08/18 21:41 address edit & del

      넌 아직도 니 선배가 어떤 사람인 줄 모르는구나.
      내가 同性을 두고 '오래 보고팠던'같은 표현을 쓸 사람이었더냣! ^^
      잔말 말고 넌 수시로 출몰하여 이 온니를 웃기도록 하여라~

  6. 코미 2009/08/18 18:15 address edit & del reply

    "한가하실 때" 제 책에 친필 사인도 해주실 겸, 관악 놀러오실래요?
    왕림하신다면 제가 저희 건물에서 맛있는 커피+케이크+그리고 비빔밥 같은 거 사드릴께요~ ^^

    • BlogIcon sanna 2009/08/18 21:44 address edit & del

      오호라~좋지요! ㅎㅎㅎ
      관악 어디 계시는데요? 설마 1호선 관악역 부근은 아니겠지요?
      (예전에 대학에 입학하여 시골에서 갓 상경한 제 선배가 '관악 OOO과 신입생 환영회'에 간답시고
      1호선 관악역에 내렸다던 황당한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는군요 ^^)

  7. 지아 2009/08/18 22:53 address edit & del reply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the power of now)' 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글이 나옵니다. 마음이라는 것이 제 멋대로 작동하면서 벌이는 미친 짓거리에 동조하지 말고 그냥 들여다 보면서 살아 있는 매 순간과 존재(being) 자체에 집중하는 것의 중요성. 마음, 그 어디로 튈지 모르는 메카니즘에 놀아나지 않으려고 해보니.. 지금 이 순간에 그리 불안할 것도 걱정할 것도 힘들것도 없다는 것이 진리~~
    온냐~~ 당근 좀 놀아도 됨돠.. 불안해하지 마시고 즐겁게 지내세요~~

    • BlogIcon sanna 2009/08/21 20:58 address edit & del

      불안하고 즐겁고 이 두가지 상태가 공존할 수 있더라구. 신기하지 ^^

  8. BlogIcon 팔다 2009/08/19 22:59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계란 후라이 하려고 계란을 깨려다가 몽 선생님이 생각나서 계란한테 잠시 미안했지 뭡니까요...(응??) 저는 헐렁하게 살라는 임어당 선생의 가르침을 침대 옆에 놓고 때때로 복용하고 있어요 ~

    • BlogIcon sanna 2009/08/21 21:03 address edit & del

      ㅋㅋ 며칠 전에 읽은 챕터에선 몽 선생이 자기 키가 작다고도 고백하시더라.
      키작은 남자의 불리한 점을 또 줄줄이 읊으시질 않나, 정말 넘 솔직해서 웃기는 선생님~
      '고전'이 이렇게 헐렁하게 살라는 가르침으로 가득 찬 줄 알았더라면 진작 읽었을 것을~^^

  9. 코미 2009/08/21 13:21 address edit & del reply

    504동에 있는데요~ 관악역 아니구요 ㅋㅋ
    근데, 이 500동대 건물이 요상해서 택시를 타도 여기 가자 하면 아무도 모릅니다.
    농생대 옆건물이니까 거기 가신다고 하거나 아님 출판부 가신다하면 되구요.
    차를 가져오신다면 다시 알려드릴테고- 네비게이션이 쫌 헤맬수도.
    원래 이름은 자연과학대학 또는 대학원 연구동인가 뭐 이럴텐데 그렇게 입력 혹은 택시에 말씀하셔도 아무도 모를꺼라는 -_-;;;
    아무튼, 언제쯤 한가하실런지 대강 귀띔이라도?
    (참 제가 산나님 트윗에도 안부 인사 남겼습니당~ 등산 다녀오셨대서... ^^)

    • BlogIcon sanna 2009/08/21 21:04 address edit & del

      오~본격적으로 날을 잡아야 하겠군요.
      코미님 제게 메일보내주세요.
      boundarycrosser@gmail.com 입니다.

  10. 2009/08/24 10:5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09/08/24 17:10 address edit & del

      얘야,흉기를 방불케 하는 저 두꺼운 책을 지하철 오가며 읽다간 손목 부러질 것이다.
      아서라~^^

  11. BlogIcon 쉐아르 2009/08/24 15:00 address edit & del reply

    산나님에게 정말 유익한 책이었던 것 같네요 ^^ 정말 일부러 여유시간을 확 잡아놨는데 지나고 나니 아무것도 한 것없을 때만큼 허탈한 것이 없지요. 일부러 비워놓으면 쓸데없는 것들이 다 흘러들어오는 느낌이랄까요? ㅡ.ㅡ

    • BlogIcon sanna 2009/08/24 17:11 address edit & del

      마자요. 바쁠 때가 가장 생산력이 높을 때인 듯해요.
      그러니 노는 저를 넘 부러워마시고 열심히 일하시길~ ^^

  12. BlogIcon 미도리 2009/08/24 15:13 address edit & del reply

    쉬시다니 우선 부럽군요..저도 항상 한가로움을 갈망하지만 막상 시간이 주어지면 뭘 잘 못하겠더군요. 저는 몽테뉴를 알랭드 보통을 통해 접했는데 수상록도 꼭 읽어야겠군요. 알랭 드 보통이 했던 이 말도 제겐 위로가 되더라구요~ "가능하면 글은 매일 쓰려고 노력한다. 영감이 오길 기다린다면 글을 한 줄도 쓰지 못할 것이다."계속 블로그는 해주실거죠? ㅋ

    • BlogIcon sanna 2009/08/24 17:12 address edit & del

      남기신 댓글을 보니 저도 매일 뭐라도 쓰려고 노력해야 하겠는걸요 ^^;

2009/08/02 23:59

음악의 약속

후배 블로그에서 보고 따라쟁이 컨셉으로 퍼온 공연 동영상. 
멕시코 작곡가 아르뚜로 마르께스의 ‘단쏜 2번’. 요즘 내가 열공 중인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의 연주다. 지난해 말 한국에 와서 유명세를 탄 그 ‘엘 시스테마의 가장 큰 오케스트라다. 지휘자는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인 구스타보 두다멜.

며칠 전 이들을 다룬 DVD를 본 뒤 계속 콧노래로 흥얼거리던 곡이었는데 오늘 무심코 들른 후배 블로그에서 또 만나다니, 이건 무슨 계시인가, 하는 엉터리 생각도 해본다. 심지어 오늘 본 영화 ‘업’에서도 비행기 티켓에 선명히 찍혀 있던 ‘베네수엘라’ 글자가 유독 눈에 띄더라는…. -.-;; (옆길로 새면 ‘업’은 하도 기대가 커서 그랬는지 초반 30분가량을 지나고 난 뒤부터는 별 감흥이 없고 그저 그랬다. 픽사 스튜디오가 다른 주옥같은 영화들에서 보여준 스토리텔링 능력을 생각하면 이건 그냥 범작이다.)


이 동영상에서도 DVD에서 본 얼굴들이 눈에 띄어 혼자 반가웠다. 가령 동영상의 1분30초 어름에 화면에 잡힌 바이올리니스트는 23살 난 조안나 시에르랄타다. (이름이 Jhoanna 인데 스페인어로 어떻게 발음하는지 몰라서 일단 조안나로…) 그녀는 금으로 된 목걸이 같은 걸 하고 나갔다간 곧장 빼앗기고 만다는 우범지역에 산다. 집 맞은 편 산등성이의 판자촌을 가리키며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의 아이들은 경찰의 보호를 받거나 오케스트라의 보호를 받거나 둘 중 하나”라고.

그런가하면 5분46초 어름에 잠깐 솔로 연주자로 등장하는 플루티스트는 카트리나 리바스. 그녀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개인 악기를 살 돈이 없어 오케스트라가 대여해주는 악기로 연주를 배웠고, 총을 든 괴한들이 출몰하는 지역에서 버스를 타고 오가며 “위험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면서” 아슬아슬하게 산다.


그런 이들이 “음악은 내 삶이고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할 때, 그 울림은 좋은 환경에서 자신의 악기를 갖고 개인지도를 받으며 성장한 음악가들의 열정과는 사뭇 다르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조안나는 오케스트라를 통해 바이올린 연주 뿐 아니라 사람을 빈부, 피부색, 나이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하는 법을 배웠다고도 했다.

음악이 어떻게 이들을 바꾸고 성장시킬 수 있었을까. 음악은 본디 위대하다는 흔한 설명은 나 같은 문외한에겐 별 설득력이 없다. 특수한 상황에 놓인 한두사람이 아니라 특별히 음악적으로 두드러질 것도 없던 카리브해의 한 나라에서 30년간 무수한 사람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었던 음악의 힘, 그게 도대체 뭐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했을까. 요즘 내가 알고 싶어서 공부하는 것들이다.
DVD에서 이 '단쏜 2번'이 흘러나올 때 화면은 카라카스의 허름한 뒷골목을 걸어가는 어린 소녀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아이들이 돌아다닐법 하지 않은 길거리를 볼품없는 옷차림새로 걸어가던 소녀의 찰랑거리던 검은 머리를 보면서, DVD의 제목인 '음악의 약속'과 가장 잘 어울리는 화면이 아닌가 생각했다. 왠지 저 아이 곁에 음악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단쏜의 처연한 곡조가 보이지 않는 보호막처럼 그 아이를 부드럽게 휘감아 지켜줄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 묘한 안도감을 주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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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beka58 2009/08/03 01:28 address edit & del reply

    심심할 때도, 기분이 울적할 때도 가장 손이 먼저 가면서 찾게 되는게 음악인거 같아요. 특히, 자동차안에서 밀폐된 공간에서의 울림을 전 좋아하지요. 글쎄요, 더 선율에 몰입하게 되서 그러지 않나싶어요,그 순간은 때때로 나를 힘들게 하는 모든것에서 잠시나마 눈을 감는 일종의 도피(?) 인 셈이죠.

    • BlogIcon sanna 2009/08/03 10:22 address edit & del

      음악과 별로 안 친한 저도 운전할 땐 많이 듣게 되더군요.전 노래방을 싫어하지만 운전하면서 혼자 차 안에서 누리는 나홀로 노래방은 무척 좋아하는 편입니다.^^

  2. 경심 2009/08/03 01:37 address edit & del reply

    선배, 글을 다시 읽게 되어 너무 좋아요. 음악에 관한 포스팅을 보고 있자니 선배의 일상이 향기가 퐁퐁 솟아나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 BlogIcon sanna 2009/08/03 10:25 address edit & del

      백수의 일상이 눈앞에 펼쳐지지 않냐.
      DVD보고 영화보고 음악이 도대체 뭐라고..투덜대면서 줄창 듣고 있는..^^;
      잘 있는 거지?

  3. BlogIcon 팔다 2009/08/03 02:47 address edit & del reply

    선배, 계시입니다!!!

    • BlogIcon sanna 2009/08/03 10:26 address edit & del

      믿씀다!! 할렐루야~

  4. lebeka58 2009/08/03 13:16 address edit & del reply

    따라쟁이루 올리신 동영상으로 들어 본 '단쏜 2번'첨 들어봤어요.ㅋㅋ~~ 남미 특유의 정서. 낙천적이고 유머러스한 즐거움이 있고 , 그 속에 어떤 애잔함이 배어있는 느낌이네요. 사실, 그동안 음악두 일종의 편식(?)을하지 않았나하는 반성을 살알짝 하게 되네요. 문화에 대한 선입견과 편식.
    이 모두가 저의 무지에서 비롯됨을 통감하옵니당!!

    • BlogIcon sanna 2009/08/03 13:56 address edit & del

      저도 무지에서 비롯된 선입견과 편식 때문에 유럽에서 비롯된 클래식에 잘 친해지질 않네요.-.-;
      아무래두 전 '브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들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듣다가 나도 몰래 발을 까딱까딱, 어깨를 으쓱으쓱 하며 리듬을 맞추게 되는 라틴음악 쪽 체질인듯.^^
      이 오케스트라가 '에로이카' 연주할 때보다 '단쏜' 연주하는 게 훨씬 좋더라구요.

  5. 지아 2009/08/04 14:10 address edit & del reply

    라틴 음악이 끌리신다면 쌀사를 강력히 추천함돠~~~ 쌀사 아주 매력적인 춤이예요. 물론 남자의 리드가 굉장히 중요한 마초 춤이긴 하지만 그래도 설명하기 힘든 온 몸으로 느끼는 행복이라고나 할까 ㅎㅎ 유명하고 인기있는 클래식을 전부 쌀사풍으로 편곡한 앨범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아주 색다르고 좋더라구요. 제게 좋은 음악(장르 불문하고)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안이예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베토벤이 더 좋아지는데.. 피아노 소나타 30, 31, 32번 강추임돠. 한번 들어보시와요~~

    • BlogIcon sanna 2009/08/04 21:07 address edit & del

      아,내가 말했잖냐.
      맛뵈기로 쌀사 쬐끔 해봤는데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라고...
      배 불뚝 나오고 나보다 키작은 아자씨랑 파트너 걸렸을 땐 정말 울고 시퍼떠...ㅠ.ㅠ
      (그 아자씨도 같은 심정이었을 수도..^^)

      그나저나 잘 도착한 거지?

  6. BlogIcon inuit 2009/08/10 23:39 address edit & del reply

    음악이 참 좋네요. 밤에 듣기에 치명적으로 아름답습니다. ^^

    출간 일은 잘 되어가세요?

    • BlogIcon sanna 2009/08/11 23:55 address edit & del

      산넘어 또 산이고 해서리 잠시 주저앉아 있습니다.^^;

  7. Playing 2009/08/30 12:13 address edit & del reply

    안녕하세요 ^^
    정말 감동적인 음악과 영상 잘 봤습니다(카메라 워크가 곡과 너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네요)

    힘든 상황속에서 이렇게 멋지게 성장하기까지 도대체 음악은 이들을 그 오랜시간동안 어떻게 변화시킨 걸까요? 하루하루 힘든 삶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아이들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거듭 머리속을 잡아끄네요 (마음속에서 울리는 것들을 외면하지 않고 살겠습니다 (__))

    • BlogIcon sanna 2009/08/31 09:06 address edit & del

      생각해보면 덜 혜택받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예술교육을 하는 사례가 많은데,
      유독 엘시스테마가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것같아요.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마음 속에 울리는 것들,저도 외면하지 않고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