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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3/25 인디에어-쓸쓸한 품위 (14)
“잘 생각해봐. 소중한 추억이나 중요한 순간에, 혼자였어?”
('인 디 에어' 주인공 라이언이 결혼을 망설이는 매제에게)
이 영화, 이렇게 쓸쓸할 줄 몰랐다.
지난 주말에 마감해야 할 일로 며칠 내리 밤을 새면서, 손을 털면 가장 먼저 할 일로 찍어둔 게 ‘인 디 에어(Up In the Air)’를 보는 거였다. 내 눈엔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 조지 클루니가 2시간 내내 나온다니, 절대 놓칠 수 없는 영화다. 극장에 가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이 얼마만의 일이던가!
‘해고 전문가’라는 희한한 직업을 갖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 라이언은 1년에 322일을 여행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기내 조명, 공항의 싸구려초밥에서 안정을 느끼는 남자다. 배낭을 무겁게 하는 온갖 관계, 소유물들을 다 태워버리고 매일 아침 빈손으로 일어난다고 상상하면 기분 좋지 않느냐고 설파하는 ‘빈 배낭’주의자다. “사람은 모두 혼자 죽는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아” 가족 꾸리기와 정착을 거부하는 바람둥이다. 그런 그가 소중한 사람을 놓칠 수 없다는 자각에 모든 걸 내던지고 달려가지만 그 결과는 참……. ㅠ.ㅠ
라이언은 너무 뻔해 보이는 미래가 두려워 결혼을 망설이는 매제 설득의 임무를 부여받고 “함께 하면 삶이 즐거워진다”면서 그를 달랜다. 소중한 순간에 혼자였던 적이 있었느냐며 매제를 설득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소중한 순간, 고대하던 천만 마일리지 달성의 소망이 이뤄졌을 때, 혼자였다. ‘빈 배낭’의 개똥철학을 설파하는 바람둥이로 그냥 남아있었더라면 슬플 일도 아니지만, 어쩌랴. 어떤 순간을 소중하게 만드는 것은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버린 것을…….
라이언의 고독에 한숨을 쉬면서 마음속에 떠오른 질문은 이거였다. 다르게 살겠다고 결심했지만 그게 이뤄지지 않았을 때, 그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무엇일까.
라이언의 선택은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관계에서 늘 도망치던 이전과 달리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최선의 호의를 베푼 뒤, 다시 혼자서 비행기를 탄다. 그리고 “지상의 사람들이 하루 일을 마친 뒤 집에 돌아가 가족과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 밤하늘의 별빛 중 좀 더 빛나는 게 내가 탄 비행기일 것”이라고 독백한다. 헤르만 헷세의 소설 주인공 크눌프처럼 내 인생이 왜 이렇게 되어버렸느냐고 탄식하는 대신, 라이언은 그의 삶이 한 곳에 묶여 사는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라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감내해야 할 고독의 몫을 잘 알았다. 남에게 절망을 주는 일을 하면서도 나름대로의 품위를 지키던 라이언이 자신의 절망에 대해서도 끝까지 잃지 않던 쓸쓸한 품위에, 오래 마음이 저렸다.
역시 조지 클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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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 2010/03/26 11:52
개봉하자마자 달려가 본 '내 인생의 영화' 중 손꼽힐...정말 멋진 영화였어요!
품위를 잃지 않고 상실감을 감내하는 것,
인생의 화두겠지요... -
lebeka58 2010/03/26 11:13
언젠가 쓰신 글에 '밝은 달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가 떠오르네요. 그럼 라이언에겐 별빛이 말을 걸어 온걸까요. 어차피 누구든 그 쓸쓸함은 어떤 형식으로든간에 맞딱뜨릴 수 밖에 없지않나 하는 생각이어요. '단자와 단자 사이엔 창이 없다'란 말이 정말 공감될 때가 많지요. 참, 저는요 로버트 드니로우 열혈팬이죠, 그의 개성있는 연기에 웃음이 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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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10/03/27 01:42
라이언이 별빛이 되어 말을 건 것이라고나 할까요 ^^
저도 한때는 로버트 드니로 좋아했는데,
점점 나이먹을수록 더 멋있어지는 조지 클루니가 좋더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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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윙 2010/03/26 21:46
이런 영화도 있었군요. 요샌 어떤 영화 상영하는지도 모르고 지냅니다.
ㅜ_ㅠ
저는 뭐든 혼자였던 적이 없네요. 성숙하지 못한걸까요 -_-? 밥은 혼자서 잘먹는데..ㄱ- -
sonya 2010/03/27 02:37
한 육개월쯤 눈팅만 하다가 댓글 남깁니다. 예전에 요네하라 마리 좋아한다는 글과 죠지클루니, 로버트드니로까지... 멀리서 늘 여러모로 응원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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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10/04/05 14:22
첫 문장만 읽고 '아니,니가 그렇게 잘 생겼단 말이냐'하고 깜짝 놀랐음. ^^
비교에 근거한 자부심이라면 속물밖에 더 되겠니.그런 삶은 '쓸쓸'을 넘어서 자멸에 이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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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 2010/06/06 21:08
오래전에 댓글을 달고, 몇년만에 글을 써보네요. 인디에어 무척이나 보고 싶었던 영화였는데, 놓쳐버렸네요. 쓸쓸한 품위란 적절한 표현에 더 보고 싶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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