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05 02:10

This I Believe

지하철에서 자주 듣던 포드캐스팅 중 'This I Believe'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미국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삶의 믿음,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 등을 에세이로 써서 읽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걸 들은 지는 1년쯤 됐다.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순전히 영어 공부용으로 고른 거였다전생에 영어로 무슨 죄를 지었는지, 영어를 잘 못하면 괴로운 일이 자꾸 생기는 바람에 여러 방식의 영어 공부를 하게 됐는데 그 중 하나가 출퇴근 시간에 포스캐스팅 듣기였다.

그래봤자 자발성 부족한 내가 꾸준히 할 리는 없고, 점점 게을러지고, 제일 즐겨 듣던 프로그램이 중단되고, 듣는 기술이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고 해서 요즘은 제쳐 두었지만, 유일하게 다운로드 받아놓고 가끔 열어보는 프로그램이 "This I Believe". 이거 듣다가 눈물 흘린 적도 여러 번이고, 한때 열심히 들어 그런지 이젠 시그널 음악만 들어도 맘이 따땃~해진다.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게 된다면, 나도 이런 거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이 프로그램은 195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라디오 방송을 2000년대에 NPR이 리바이벌했던 건데, 현재는 비영리조직 (바로가기이 계속 하고 있다. 책도 여러 권 나왔고 학교나 마을의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유명한 사람이든 평범한 주부, 회사원, 아이가 모두 '내가 믿는 것' 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이야기하는 이 방송을 들으면서 무하마드 알리, 헬렌 켈러의 목소리도 들어보았고, 헬렌 켈러가 사회주의자였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하지만 명사의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 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삶을 지탱해주는 게 무엇인가를 들려주는 짧은 글이 의외로 깊은 울림을 남길 때가 많다. 에세이를 쓰는 사람들에겐 이게 일종의 '치유적 글쓰기'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가장 기억에 남는 방송은 자신은 '비틀즈'를 믿는다고 말했던 10대 소녀였다. 가족 같던 개를 잃어버렸을 때 늘 차 안에서 함께 듣던 비틀즈의 노래를 숲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틀어놓고, 개가 노래를 듣고 돌아오리라 믿던 아빠에 대한 기억. 그리고 몇 달 뒤 그 아빠를 잃은 소녀는 지금도 비틀즈의 음악을 들으면 마치 아빠가 모든 게 괜찮다고 말하는 듯한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위의 동영상은 우주비행사가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해 말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 다치바나 다카시의 '우주로부터의 귀환'을 읽은 뒤 우주에서 지구를 보고 싶다는 열망이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내 로망 중 하나라서 그런지, 이 에세이도 좋았다. 그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낙관주의를 외면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짧은 글이지만 거의 모든 글엔 그걸 쓴 사람의 드라마가 녹아 있다. 이 우주비행사도 우주정거장에서 일하는 동안 어머니를 사고사로 잃었다.   
어제 오랜만에 지하철에서 들은 에세이 필자는 '점심시간'을 믿는다고 했다. 겨우 20대에 남들이 평생 거쳐볼 숫자의 직업을 전전한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점심시간만큼은 꼭 지킨단다. 점심시간에 그는 사랑하는 남자에게 편지를 썼고, 사무실 주변을 산책했고, 좋은 사람을 만났고, 웨이트리스로 일할 땐 잠깐 눈을 붙였고, 공부를 했다. "아침식사는 너무 낙관적이고, 저녁식사엔 너무 남을 의식하는 허세가 배어 있고, 점심식사야말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준다"는 말을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간혹 너무 교훈적이고 뻔한 내용들도 있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을 살아가게 한다고 믿는 것들은 다채롭고 예쁘다. 햇살, 웃음, 단순한 질문의 힘, 권투, 메모.... 나를 살아가게 하는, 사소하지만 빼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그 무엇은 뭘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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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ojai 2012/02/06 00:48 address edit & del reply

    깔아볼까 했는데...유료프로그램이네요. ㅠㅠ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2/02/06 09:26 address edit & del

      엥~뭔 말씀이셔.공짜야. 나 어제도 다운로드 받았는데?
      위에 링크 건 홈피에서 'listen'메뉴 들어가면 itunes 다운받는 버튼 있음.

2012/01/26 11:38

차별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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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9 22:40

줏대없음에 대하여

그가 원하던 바를 그는 거부한다.
그는 다시 포기한 바를 원한다.
그는 항상 들떠 있으며
그의 인생은 끊이지 않는 모순이다. (호라티우스)

이 모순 때문에 지쳐버린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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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1/23 20:32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2/01/24 17:37 address edit & del

      ㅎㅎ 평생 일관된 게 하나 있다면 줄창 갈팡질팡한다는 점.뭐 그러려니 하오~^^

2012/01/08 23:12

책과 집


올해 읽은 첫 책.

읽었다기 보다 '보았다'고 해야 하나.
거실과 부엌 침실 욕실 등 각 공간마다 책을 전시, 진열하는 법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탐나는 책꽂이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높은 책장, 책꽂이를 열면 나타나는 비밀의 방처럼, 당장 따라 해볼 형편은 안 되지만 '언젠가는 꼭' 이란 생각을 갖게 만드는 환상적인 책장들과 공간들.

 

서평을 써야지 했는데, 최근 시작한 번역 원고 때문에 종일 자판을 두드리다 보니 깜빡이는 커서만 보아도 멀미가 나려 한다. 재미있는 대목 하나 옮겨놓는 것으로 서평 대체.

서적광 로저 로젠블러트는 자신의 거실 책장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친구를 보면 불안해진다고 고백했다. "분위기가 절정에 이른 클럽에서 이 여자 저 여자를 훑어보듯 이 책 저 책 훑어보는 음흉한 시선" 때문이다.
비평가 애너톨 브로야드의 말에도 공감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책을 빌려줄 때, 결혼하지 않고 남자와 동거하는 딸을 보는 아버지의 심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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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beka58 2012/01/09 13:14 address edit & del reply

    참으로 특이한 발상이네요. 사실 집에서 책을 둘 공간이 마땅치 않아서 여기저기 빈공간에 무작정 쌓아두니 , 어수선하기 그지 없거든요. 그래서 요즈음은 두번은 안읽을 거란 느낌이 드는 책은 무조건 OUT~~ 구조조정시키고 있어요. 산나님 책들은 물론 예외죵 ~~
    ``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2/01/09 21:57 address edit & del

      ㅎㅎ 그런가요? 전 장서가도, 애서가도 아니지만 누가 책 빌려가려고 할 때
      그 음흉한 시선에 초조해본 적이 있어서 저런 심정 이해가 되던데요 ^^
      저도 읽는 족족 중고샵에 책 팔아치우지만,좋아하는 책으로 둘러싸인
      서재에 대한 로망은 여전히 팔아치우질 못해서리~ ^^;
      제 책은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았다니, 영광입니다! ㅎㅎ

  2. 사복 2012/01/11 20:18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친구를 초대할 때마다 '저 인간이 책꽂이를 들여다보면 어쩌지'하는 불안감을 갖고 있어요. 아무리 몇 번 온 친구라도 마찬가지죠... 근데 저 역시 몇 번을 간 친구집에서도 여전히 책꽂이를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ㅠㅠ 친구가 불안해 하든 말든; 그래서 저 문구에 좀 뿜었어요.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2/01/11 22:44 address edit & del

      ㅎㅎㅎ 전 그래서 집에 친구 초대 안합니다.(인간관계 파탄자~^^)
      얼마전엔 서울에 다녀가신 엄마가 제 책꽂이에서 책을 빌려가셨다고 해서
      (책을 엉망으로 쌓아둬서 무슨 책인지도 모르는데),
      왜 말도 안하고 가져가셨냐고 나도 모르게 톡 쏘아붙이는 바람에 엄마가 어찌나
      서운해하시던지...^^; 이젠 누구 만나러가도 책꽂이 먼저 살피는 게 버릇이 되어버렸어요 ^^

2012/01/02 23:10

새 수첩과 올해의 말



4년 전부터 프랭클린 플래너 수첩을 속지만 바꿔 끼워 써왔는데, 지난 해를 끝으로 결별했다.
대신 작은
메모용 수첩을 샀는데, 수첩 하나 바꿨다고 어깨에 맨 가방이 한결 가볍다. 그 정도의 무게도 감지할 만큼 내 어깨도 늙었나 보다.

스마트폰을 써보니 일정 관리로는 구글 캘린더만한 게 없다. 물론 이것 말고 다른 캘린더는 써본 적이 없지만. 여하튼 구글 캘린더 때문에 점점 일정을 수첩에 적어두는 회수가 적어지고, 결국 올해 가을부터는 수첩을 아예 안 쓰게 됐다. 그래도 가방이라는 건 수첩을 넣어야 완성되는 물건이라고 정해놓기라도 한 양, 가방 안에서 수첩을 빼놓은 적은 없었다.

일정 관리 용으로는 스마트폰을 애용하지만, 메모 기능은 거의 쓰지 않는다. 글자를 입력하는 게 귀찮아서이기도 하고 (글자 입력이 성가셔서 누가 문자메시지를 보내도 나는 곧잘 전화로 답하는 편이다), 뭔가 메모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책을 읽다가 기억해두고 싶은 구절을 발견하면 차라리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둘지언정 메모는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과도한 디지털화에 저항하고 싶어하는 마음인지, 손 글씨가 쓰고 싶어졌다. 펜을 잡고 뭔가를 길게 써본 적이 예전엔 많았는데, 요즘은 회의 시간의 짧은 메모 말고 펜을 잡고 글씨를 쓰려면 펜을 잡는 모양새부터가 어색하다. 회의 시간의 메모조차 회의가 좀 길어진다 싶으면 노트북을 들고 간다. 기억력이 급속히 줄어드는 제 주인처럼, 내 손도 점점 글씨를 쓰는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내게도 필체라는 게 있었을 텐데.

 

손으로 메모해보자는 생각으로 어제 작은 수첩을 사들고 왔는데 막상 쓸 말이 없어서 난감했다. 새해의 첫 페이지에 '내일 회의때 ~ 공지', 뭐 그런 걸 쓰기도 좀 그렇고 말이다.
예전엔 새해가 될 때마다 올해의 말 같은 걸 생각해보던 때가 있었다. 2007년의 말, 2008년의 말

더 이상 이런 말을 쓰지 않는다고 해서 올해의 말을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지난해 나의 말은 '내 밖으로 걸어 나오기' 였고, 그럭저럭 그 숙제를 해냈다.

올해의 말은......한 달 전쯤이었을 텐데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은 확실치 않다. 철학자 김상봉 교수의 책에서 발췌한 구절인데, 발췌가 정확한지 확인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에 오래 남은 말, 올해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말이라서, 새로 산 작은 수첩의 첫 페이지에 이렇게 적어두었다.

 

"추수에 대한 희망 없이 씨앗을 뿌리기, 희망 없이 인간을 사랑하기, 보상에 대한 기대 없이 세계에 대한 의무를 다 하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러한 비극적인 세계관 속에서도 언제나 기뻐하는 법을 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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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ebeka58 2012/01/03 20:29 address edit & del reply

    어휴~~ 수첩에 적으신 그 말 , 그 중 하나라도 지켜볼 엄두가 안나네요, 넘 어려워요. ㅠㅠ
    제가 너무나도 인간적인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2/01/03 23:10 address edit & del

      히히~ 그러게요.^^ 제 수준에 맞게 밥은 한 공기만 먹기, 술은 1주일에 한번만 마시기,
      뭐 그런 걸 썼어야 했는데 말이죠.ㅎㅎ

  2. nabi 2012/01/04 10:04 address edit & del reply

    산나님 올해의 말을 단 한 단어로 줄이면 '사랑'이네요.^^
    축복합니다. 해피 뉴이어!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2/01/04 21:58 address edit & del

      ㅎㅎ 그런가요.
      제 오랜 친구는 이렇게 해석하더군요.
      "순간순간은 성실히,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살자"와 같은 말이라고요~이 말도 맘에 들어요.ㅎ
      나비님도 새해에 좋은 순간들, 빼곡히 누리시길~

  3. 룰루룰루 2012/01/06 13:22 address edit & del reply

    저두 과도하게 디지털 의존하는 게 싫어서 줄 없는 수첩 애용해요.
    글씨도 쓰고 낙서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막 떠오른 생각 같은 걸 끄적이죠.
    나중에 들춰보면 웃기고 재밌고 아이디어도 얻고 그래요.
    수첩은 줄 없는 민짜 노트가 최고에요.ㅎ
    그리고 산나님 허락없이 블로그 링크했어요. 하두 잘 까억어서요. 용서를.^^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2/01/06 18:53 address edit & del

      요즘 룰루님 그림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해요~~^^
      링크는 무슨 허락받고 하는 게 아닌데 용서가 웬 말씀.제가 고맙지요 ㅎ

  4. 연후 2012/01/10 14:13 address edit & del reply

    글에서처럼 많은 것을 내려놓고 자신과 타인을 사랑하며 살 수 있는 한 해가 되시기를...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2/01/10 23:00 address edit & del

      와~연후님! 반가워요 ^_________^
      글찮아도 궁금했어요.잘 지내시지요?
      연후님께도 올해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바랄게요.

2011/12/11 22:15

엄마가 모르는 친구


블로거님들, 연극 보러오세요~~~

세이브더칠드런과 극단 사다리가 함께 초등학생들에게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마음을 보여줄 다문화 이해 아동극 '엄마가 모르는 친구'를 만들었어요.

원래는 블로그에서 초대권 나눠드리는 이벤트를 할 계획이었는데, 수익을 목적으로 한 공연이 아니라서 관람료가 단돈 1천원입니다. 별로 큰 부담이 아닐테니 그냥 오시라고 소개 드립니다.

공연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고 예매도 가능한 사이트를 아래 링크합니다.
(엄마가 모르는 친구 사이트 바로가기)


이 연극은 제가 이 단체에 합류한지 얼마 안되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노심초사하며 시작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 연말 공연만 목적으로 한 게 아니고, 올해 봄, 극단 사다리의 연극놀이 강사, 배우들과 함께 초등학교 5곳에 나가서 진행한 '차별 인식 개선 연극 수업'을 먼저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차별당하는 사람의 심정을 직접 느끼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보려고 '연극'이라는 장치 안에서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는 수업을 석 달동안 했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만든 상황과 대사가 이번 연극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물론 전문 작가의 손을 거쳐 각색되고 전문 배우들이 연기하지만 아이들의 목소리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일반적인 공연과 다른 점이랄까요. 많은 고마운 분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더 자세한 뒷이야기, 사적인 이야기는 나중에 블로그에 쓰려고 해요.

또한 이 연극은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하는 '다양한국 만들기' 캠페인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앞에 링크한 토론문에도 썼지만, 이 캠페인은 다문화 아이들에게 똑같은 한국 사람이 되라고 요구하는 대신 차이를 인정하고 공생하자는 시각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입니다.
취지가 아무리 좋은들 재미가 없으면 소용이 없지요. 그런데
지난 주 금요일 배우들 연습실에 놀러갔다왔는데, 재미도 상당할 듯합니다. 극단 사다리는 어린이 대상 연극으로 워낙 이름높은 수준급 극단인데, 전 몇 개 장면만 지켜봤는데도 "역시!"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어요. 랩과 노래가 많이 포함된 semi-musical이니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을 거여요.
초등학교 4~6학년 대상으로 만든 연극이지만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와 함께 보셔도 좋고, 중고생, 성인이 봐도 심심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합니다. 연말에 공연 보러 많이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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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27 02:06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1/12/27 11:04 address edit & del

      헉~놀래라! 메일로 답할게 ^^

2011/12/10 12:20

방글라데시

11월에 다녀온 방글라데시 출장에 대한 뒤늦은 기록.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여러 프로그램들 중 '마모니 프로젝트'라는 걸 보러 다녀왔다. '마모니'는 방글라데시 말로 '엄마와 아이'라는 뜻인데, 산모들의 안전한 출산과 5세 미만 영유아의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병원이나 보건소가 없고 그런 시설을 지어본들 거기서 근무할 의사나 간호사가 없는 오지 마을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은 마을 주민들 중 고졸 이상의 학력을 지닌 사람을 선발해 보건 요원 (health worker) 으로 훈련시켜 마을의 신생아들과 산모들의 건강을 체크한다. 내가 간 곳은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을 간 뒤 다시 차를 타고 엉망진창인 길을 2시간 더 들어가야 하는 시골이지만 이런 health worker system이 비교적 잘 운영되는 마을이었다.

위의 사진(왼쪽)은 보건 요원인 쇼토부티가 아이를 낳은지 얼마 안 된 집에 찾아가 응급상황 대처요령을 설명하는 장면이고, 오른쪽은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여성들이 쇼토부티가 가져온 그림으로 아이를 낳을 때 발생 가능한 응급상황, 그리고 피임 방법 등을 배우는 장면이다. (©김수진/세이브더칠드런)

이번 출장엔 특별한 손님이 동행했는데 소설가 김연수씨였다.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고 섬세한 그의 글을 평소에 좋아했던 터라, 연예인 말고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과 동행하면 어떨까 생각하는 순간 그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김연수씨가 방글라데시에 다녀와서 쓴 글은 중앙일보에 한 면 전면기획으로 실렸다. (기사 바로가기)

 

국제개발NGO에서 일하면서도 실제로 현장에 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주변의 친구, 선배들 중에 가끔 내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은퇴하면 나도 그런 단체에서 봉사하면서 일하고 싶다고. 처음엔 고개를 끄덕였다인생 2막을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진 않지. 이 일을 시작할 때 내 마음도 딱 그런 정도였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에 다녀온 뒤 이 일이 봉사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받는 사람 입장에선 난데없이 남이 내 삶에 갑자기 뛰어드는, 내게 낯선 방식의 삶으로 바꾸기를 권유하는, 때로는 폭력적으로 개입한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게 국제개발, 흔히들 말하는 원조다. 최악의 원조는 실제로 받는 사람에게 얼마나 지원이 가고, 그 지원이 받는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 얼마나 기여하느냐 하는 고려보다, 주는 사람이 주연이 되는 방식의 원조다
우리가 갔던 방글라데시 현장이 워낙 잘 운영되는 곳이라 그런 생각이 더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이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려면 이건 봉사자가 아니라 전문가, 도움을 받는 사람이 처한 환경과 삶의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와 돕는 방식에 대한 전문적 식견. 이 두 가지를 갖춘 전문가의 일이라는 생각. 
다카의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실에서 우리에게 열정적으로 '마모니 프로젝트'를 설명하던 임티에즈를 보고 김연수 씨는 "교전 중의 장교 같다"고 했다. 복잡한 숫자와 그래프들,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어떤 시점에 개입해야 하는지, 가장이 모든 권한을 갖고 있는 이슬람 마을에서 집집마다 여성과 아이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그를 보면서, 프로젝트 하나를 시작하기 위해 저렇게 많은 고려가 필요하다니 새삼 놀라고 감탄했다. 


가기 전에 숱하게 들은 주의사항과 달리, 음식 때문에 힘든 적 없었고위생환경 때문에 괴로운 일도 없었다. 환경의 변화나 위생에 내가 워낙 둔감한 탓이기도 하지만, 그걸 뛰어넘어 되레 식도락 여행이라 할 정도로 음식이 입에 잘 맞아 즐거웠던 여행. 또한 생각이 깊은 동행자 덕택에 내가 하는 일을 여러 모로 되돌아보게 되었다. 돌아와서 공부해야 할 리스트를 쭉 뽑아보니 한숨부터 나오지만....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는 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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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12 23:13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1/12/12 23:41 address edit & del

      그런 걸 공부하는 인류학도 있긴 하더라고.
      그런데 인류학이 늘 그렇듯 자칫하면 뜬구름잡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고~ ^^
      혼란,그리고 모호한 열심 사이에서 우왕좌왕..이 문제뿐 아니라 매사에 평생 그럴 듯...

    • 2011/12/13 00:02 address edit & del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1/12/13 23:08 address edit & del

      맞는 말인데 뭘~~~나로서는 계속 고민해봐야 할 숙제.
      난 대학 다시 가면 너네 과 가고 싶더만....^^

  2. hojai 2012/01/01 22:48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언제 함 데려가 주세요~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2/01/02 20:48 address edit & del

      이런 분야에도 관심있는 줄 몰랐는 걸~ 후보로 유념해두겠음 ^^

2011/12/03 20:32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오겠지

방글라데시 출장을 다녀오자마자 곧바로 부산에 출장갔다가 단체 워크샵까지 마친 뒤 집에 돌아오다. 거의 뻗기 일보 직전의 상태....

내가 아주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요즘 힘들다. 
인생의 바닥에 처했다고 느낄지 모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위로에 서툰 내 맘을 담아 이 노래를 보낸다.
좋은 날이, 웃을 날이 올 거야...우리에게도, 반드시.



Aspri méra ke ya mas (There'll be better days, even for us)

                                                    - Agnes Baltsa

 

I will water the time with my salt tears  
짜디짠 눈물로 시간을 적시게 되겠지  

I had grown used to spending bitter summers with you.  
너와 그 쓰디쓴 여름들을 보내며 자랐으니까 


I will come back, don't be sad, say "It's all right",  

돌아올게, 그러니 슬퍼하지마, "괜찮아"라고 말해주렴


There will be better days, even for us.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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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2/04 22:00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1/12/05 00:47 address edit & del

      그랬으면....

2011/12/03 20:24

'개발'에 대한 생각

부산 출장을 다녀왔다. 역시 집이 좋아~ 
부산 출장 중 '프레시안'에 쓴 글. 길어서 접었다.  (프레시안 바로가기)

11 30 열린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개회식에서는 사소하지만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었다. 한국의 개발 경험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상영됐는데,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과정에 대한 내레이션과 함께 화면에는 앳된 얼굴의 '여공(女工)', 노란색 안전모를 건설현장의 노동자 얼굴이 클로즈업됐다. 다음엔 고층 빌딩이 빽빽한 서울의 풍경이 등장했고 이어진 장면에선 이명박 대통령이 이렇게 연설했다. "우리는 받은 이상으로 돌려줘야 합니다."

 

영상이 상영된 부산 총회는 29일부터 1일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 정부 공동 주최로 열렸고 세계 160 개국에서 참가자들이 모여 '개발효과성' 논의하는 자리였다. '개발효과성'이라니 무슨 골치 아픈 말인가 싶겠지만 실은 간단하다. 개발이 경제적 성장 아니라 소외된 이의 삶을 개선하고 인권을 보장하며 양극화와 불평등을 줄이는데 기여할 있도록 보다 효과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30 개회식에 연사로 나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 라니아 압둘라 요르단 왕비 등은 개발의 근본 목표가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하는 것임을 목소리로 강조했다.

 

그러나 개회식에서 한국의 성공적인 개발 경험을 소개하는 동영상에 등장한 노동자들은 과연 개발의 주역으로 인정받고 성과를 공유하고 있을까? 한국의 성공적 개발은 이제 장년층이 되었을 노동자들의 , 청년 실업자일지도 모를 그들 자녀들의 삶이 나아지는 데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이런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한국의 '성공적' 개발 경험과 이의 확산을 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에 참석하는 동안 깊어졌던 의문들이다.

 

 <부산총회 개막식날, 세이브더칠드런과 월드비전이 '건강한 원조'를 촉구하며 벡스코 광장에서 벌인 퍼포먼스>

한국의
개발 경험이 놀랍다는 부인할 없는 사실이다. 한국전쟁 직후 1인당 국민소득이 67달러에 불과했고 하루하루 연명하기도 힘들었던 최빈국이 불과 반세기만에 '부자들의 클럽'이라 불리는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해 선진 공여국이 경험은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하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국가 위상 제고' '도약'이라고 강조하는 성공적 개발 경험에서는 경제발전의 성공 사례만 부각될 성장의 이면에 가려졌고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이슈들이 누락됐다. 한국의 국가 주도형 개발과 소수 재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이 심화시킨 산업구조의 불균형, 취약한 내수 기반과 대의 의존성의 심화, 경제적 불평등과 정경유착, 사회적 취약계층과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안전망 미비 등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남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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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래도둑 2012/01/02 16:28 address edit & del reply

    선배님, 미래도둑입니다. 오늘도 좋은 글 보고 갑니다. "다른" 성장, "다른" 개발에 대한 고민...정말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2월 말레이시아에 잠시 다녀왔는데, 말레이시아의 자랑으로 알려진 쿠알라룸푸르 타워의 사무실이 많이 비어, 정부가 강제로 기업들에게 입주하라고 한답니다. 도시개발의 의미가 무엇인지...생각하게 되었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2/01/02 20:50 address edit & del

      와~오랜만여요.업뎃이 뜸해 먼지만 폴폴 쌓이는 블로그에도 다 와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욤!
      무조건 지어놓고만 보는 성장,개발에 대한 사회적 반성도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저도 열심히 공부 중~ ^^

2011/11/06 23:46

좋은 나라

며칠 내리 맘 속에 흐르는 노래. 잊지 못할...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곳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인사할지도 몰라요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강가에서 만난다면
서로 하고프던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그저 마주보고 좋아서 웃기만 할거예요

그 고운 무지개속 물방울들 처럼

행복한 거기로 들어가
아무 눈물없이 슬픈 헤아림도 없이
그렇게 만날 수 있다면
있다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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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22 00:1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1/11/23 01:01 address edit & del

      ㅎㅎㅎ 며칠 뒤에 또 출장 가. 그것까지 다녀오면 좀 한숨 돌릴 듯...

  2. lebeka58 2011/11/26 12:56 address edit & del reply

    지금,여기가 '아무 눈물도 ,슬픔도 없는' 나라이길 소망합니다. 나도 ,그런 좋은 나라가 앞당겨질 수 있도록 작은 실천을 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1/11/28 23:53 address edit & del

      그런 나라가,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