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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9/19 어머니의 사진들 (13)
- 2011/08/22 아버지의 꽃 컵과 채송화 (12)
- 2011/07/09 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 . 김진숙 (4)
- 2011/06/05 정유정 작가를 만나다 (9)
- 2010/08/15 음악의 안부 (9)
- 2010/03/13 일상의 낯선 풍경 (23)
- 2009/06/07 예쁜 비밀 (25)
- 2009/05/23 명복을 빕니다... (3)
- 2009/05/19 내 친구 정승혜 (16)
4월 둘째 주, 네팔에 다녀왔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다시 차를 타고 1시간을 가는 시골인 반케 지역 나우바스타 마을에 새로 지은 초등학교를 보러 나선 길. 내가 일하는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의 소개로 이 학교를 지은 한국의 후원자를 모시고 다녀왔다.
내게는 특별했던 출장이다. 모시고 간 한국의 후원자가 내 부모님이셨기 때문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5년 전 세상을 뜬 내 남동생이 후원자이다. 아들이 남긴 유산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던 부모님이 돈을 의미 있게 쓸 곳을 찾고 싶어 하셨고, 내가 일하는 단체를 통해 연이 닿아 네팔에 초등학교를 지었다.
아래는 새로 지은 학교의 교실과 놀이터 풍경.
학교 완공 소식을 듣고 부모님은 기뻐하셨지만, 직접 보러 가실 계획까진 없었다. 아버지는 생색내기 방문은 하고 싶지 않다고 거절하셨고, 어머니는 몸이 편찮으셨다. 그런데 사양하고 말기엔, 후원자를 만나고 싶다는 주민들의 요청이 내가 약간 어리둥절해질 정도로 간곡했다. 주민들을 직접 만나보고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무너져 가는 흙집 학교로는 더 이상 안되겠다고 판단한 주민들은 새 학교를 지어줄 후원자를 찾으려고 흙집 사진을 찍어 도시로 나가 여러 단체나 기업들을 찾아다녔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한다. 외진 곳이고 최하층 계급이라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탓이다. 그렇게 하기를 1년 반. 마침내 먼 나라의 낯선 후원자를 만난 거였다. 설움에 북받쳐 그간의 과정을 설명해주던 마을 아저씨의 격정적인 말투와 몸짓만 보아도 1년 반의 고생이 짐작 가고도 남았다. 이런 경우가 이례적이었던지, 학교 준공식엔 네팔의 4개 매체가 취재를 하러 와서 부모님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학교 준공식은 아예 마을 잔치였다. 주민들이 환영의 뜻으로 앞다퉈 이마에 붉은 염료인 티카를 발라주는 바람에, 부모님 얼굴은 붉은 티카 범벅이 되었다. 축하 인사를 하던 아버지는 아래 대목을 읽던 도중 목이 메었던지 자주 말씀을 멈추셨다.
"지금 이렇게 학교 신축을 축하하는 자리에는 우리가 왔지만 사실 우리는 우리 아들의 심부름을 대신 한 것입니다. 이 학교의 신축 기금을 후원한 김인배는 우리의 아들입니다. 우리가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아들 김인배는 4년 5개월 전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중략>...우리 아들 김인배도 이렇게 자신이 남긴 유산으로 네팔의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을 무척 기뻐할 것입니다."
아버지의 축사를 영어->네팔어로 통역해주던 세이브더칠드런 지역사무소장은 위의 대목을 통역하던 도중 끝내 울어버렸다. 나중에 자리로 돌아와 내게 "통역이 차분했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말할 때에도 그의 얼굴은 눈물범벅인 채였다.
위의 사진은 아이들의 축하 공연 (왼쪽), 준공식에 모인 사람들과 기념 촬영
동생이 지은 학교를 직접 본 것이상으로 뿌듯한 사실은 이 학교가 교육청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된 거였다. 지역 교육청이 다음달에 1개 교실을 더 짓고 내년에 1개를 더 지어 5학년 (네팔의 초등학교는 5학년제다) 까지 학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교사들 급여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무도 돌보지 않던 지역의 학교였는데, 동생의 후원이 학교가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 셈이다. 배우지 못하면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학교라서 운영위원회에 주민들의 참여도도 높았다. 새 건물을 지을 때에도 주민들은 학교 건축위원회와 구매위원회를 만들어 모든 과정에 참여했다고 한다. 주민들 스스로 '우리 학교'라는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그게 보기 좋았다.
이 학교의 이름인 스리딜람은 정부 군과 마오이스트의 내전 와중에 희생된 아이인 딜람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딜람과 김인배. 지금은 세상에 없는 소년과 청년. 그 둘의 마음이 만나 127명의 아이들이 공부하는 학교가 지어졌다. 세상의 일들은 이렇게 연결되기도 한다. 여행 기간 내내 해열제와 진통제를 먹으며 버티던 어머니는 학교와 아이들을 보고 계속 "참 감사하다"고 하셨다. 이런 인연에, 나도 깊이 머리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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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bi 2012/04/30 12:56
산나님,
"... 이는 받으실만한 향기로운 제물이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한 것이라"
사도가 빌립보교회를 축복했듯이 나도 산나님 가족을 위로하고, 축복하고 싶어요.
이 글을 읽으며 감사한 마음 가득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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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beka58 2012/05/01 10:28
드릴 말씀을 잊을 정도로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어요. 글을 읽어가면서 깜짝 놀랐어요.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가슴으로 전해집니다. 또 그 사랑이 큰 기적을 낳을 거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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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12/05/01 16:28
네 말듣고 우편물추적조회해보니 4월25일 인천공항에서 운송사 인계했다고 나오네.
주말이 꼈으니 시간이 좀 걸릴 듯.
벚꽃엔딩은 수백번을 따라 불러서 가만 있어도 머릿속에서 윙윙 울려 ^^
금O는 내가 봐도 잘한 듯..오죽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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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룰루 2012/05/02 12:53
글 읽다가 울컥해 저도 윗분처럼 울고 말았네요.
산나 님과 부모님, 그리고 먼저 간 산나 님 동생 분께 박수를 보냅니다.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암울했는데
산나 님 글 덕분에 정화된 거 같아요.
감사해요. 복 받으실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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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고마 2012/05/02 16:09
저두요. 세상에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구나, 하고. 놀라면서.
네팔 분들의 이야기도 또 마음에 와닿습니다. 그런 마음이 이렇게 와 닿아서. 정말 아주 중요한 한걸음, 이구나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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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12/05/16 23:34
간만에 와서 댓글 보시를 하고 가셨구먼~ ^^
히말라야는 좋던가?
아...정말 거기 트레킹가려다 못간거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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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말 서울 인사동의 한 화랑에서 어머니가 참여한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타국에 사는 가족에게도 사진을 보여줄 겸 전시회 열리기 전에 블로그에 띄워야지 생각했는데... 게으른 딸년은 무려 한 달 가까이 지난 이제야 쓴다. -.-;;;
어머니한테는 사진을 배우는 대학의 평생교육원 복도에 전시한 것 이외에 화랑에서 제대로 열린 첫 번째 전시회였다. 사진을 가르치는 교수가 이끈 베이징 촬영여행을 토대로 열렸고 전시회 제목은 'Beijing Now'였다. (위의 사진이 전시회에 출품한 것으로 제목은 '북경도심'. 아래의 사진들은 전시회에 출품했던 것은 아니고, 엄마가 찍은 것 중 내가 좋아하는 사진들이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어머니가 쓴 소개 글은 이랬다.
"우연히 사진 갤러리에 들러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은 자연 풍경을 보게 되었다. 바람까지도 담아내는, 상상할 수 없었던 아름다움과 그 안에 깃든 신비함에 매료되어 늦게나마 사진 공부를 시작했다. 해보니 생각보다 쉽지는 않으나 무심히 지나치던 풍경도 렌즈를 통해 찾아볼 수 있구나 하는 새로운 설렘에 젖는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려 한다."
어머니가 사진을 배우신지는 1년이 좀 넘었을까.... 스스로 말씀하신대로 어머니의 사진들은 움직이는 사람, 역동적인 장면을 포착하기보다 흔히들 지나치던 풍경을 멈춰 서서 가만 바라보는 구도를 취할 때가 많다. 구름 낀 하늘을 배경으로 불안하게 걸려있는 전선들, 어두워지기 직전의 마지막 햇살, 남들보다 일찍 피어버린 꽃송이까지.
어머니가 포착한 풍경들은 대체로 고요히 가라앉은 느낌이지만, 어머니는 활발해지셨다. 평소에 말수도 적고 집밖 출입도 잦지 않던 분이신데, 사진을 시작하면서부터 활동 반경도 넓어지고 새벽 출사도 종종 나가고, 같은 사물을 다른 각도로 보기 위해 심지어 땅바닥에 엎드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신다.
신문사에서 사진 기자들이 좋은 사진 한 장을 위해 기꺼이 땅바닥에 엎드리고 물 속에 들어가는 걸 옆에서 지켜보며 감동받은 적이 종종 있었는데, 울 엄니도 그러실 줄이야......^^
보이지 않는 것을 카메라를 통해 보려고 하는 어머니의 사진을 보면 (순전히 내가 딸이기 때문이겠지만) 나는 괜히 마음이 짠하다. 엄마가 간절히 찍고 싶어하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다른 방식으로라도 보기를 원하는 그 대상이 무엇인지 내 맘대로 넘겨짚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사진과 함께 엄마는 그림도 그리신다. 이번에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의 그림을 몇 장 찍어 왔다. 그림은 다음 기회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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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2011/09/19 03:21
사진 구도랑 느낌이 차암 좋네요. 맨 마지막 사진은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어요. 어머니 완전 멋지신데요? 동생은 어머니께 예술성을 물려받은 듯. 그림도 빨리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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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bi 2011/09/19 18:11
'그 어머니의 딸' 혹은 '그 딸의 어머니'... 왠지 퍽 친근해진 기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려 한다.
-기꺼이 땅 바닥에 엎드리고...
요 두 귀절이 모녀를 딱 묶은 탯줄처럼 느껴지게 했나봐요.
사진의 느낌, 무척 좋아요. (어머니께도 전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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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크선장 2011/09/24 15:18
오 멋있습니다.동생분도 전에 사진전 하지 않으셨나요?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으셨나봐요.222
첫번째의 꽃 사진은 마치 그림같아요. 쵝오입니다.
그런데..사람의 눈으로 볼수 없는 풍경을 어머니는 뭘로 보신건지..제3의 눈?!! 내공이 상당하신듯합니다. 쿠쿠 또 뻘소리를 썼어요 :$
최근 아버지의 새로운 취미는 화분 만들기.
화초 키우기에 취미를 붙이신 건 오래 됐는데, 분 갈이와 뿌리 나누기를 하시다 보니 여러 크기의 화분이 필요해졌다. 큰 화분은 사야 하지만 작은 건 곧잘 집에서 만들어 쓰신다.
방법은 간단하다. 도자기로 된 전골 냄비 같은 식기의 바닥에 구멍을 뚫어 거기에 화초를 옮기는 거다. 물을 채운 대야 안에 냄비를 뒤집어 담가 안에 물이 차게 한 뒤 구멍을 뚫으면 신기하게 금도 가지 않고 그 부분에만 구멍이 뚫린다.
이런 화분 만들기에 아버지가 재미를 들이시는 바람에, 어머니는 "도자기 냄비나 움푹한 그릇에 죄다 구멍을 뚫어 버려서, 남아나는 게 없다"고 한탄이셨다. ^^ 고향 집에 가보면 큰 전골 냄비뿐 아니라 작은 컵으로 만든 화분까지 올망졸망하게 줄 지어 있다.
얼마 전 부모님이 서울에 다녀가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는 오래 써서 변색되기 시작한 컵에 구멍을 뚫어 작은 화분을 만들어놓고 가셨다. 한동안 방치해뒀다가 어제야 꽃을 채워 꽃 컵을 만들었다. 왼쪽 화초는 화원에서도 이름을 모른다고 하고, 오른쪽은 채송화.
어제 오후에 사 들고 올 땐 채송화의 줄기들이 아래로 늘어져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 늘어진 줄기들이 머리에 꽃을 달고 전부 햇빛을 향해 일어서 있는 거다. 만져보면 말랑말랑해서 조금만 힘줘도 뚝 부러질 거 같은 줄기가 꽃을 피우기 위해 스스로 일어설 힘이 있다니, 놀라울 따름!
채송화는 해가 지고 어두워진 뒤 다시 아래 사진처럼 꽃봉오리를 다물고 잠들 채비에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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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bi 2011/08/22 11:14
화분만드는 방법, 귀가 반짝 띄네요. (따라 해야지~^^)
'채송화가 꽃봉오리 다물고 잠들 채비'하거들랑
우리 백합아가씨도 따라하시구랴. 그래야 건강하지... (늙은 티를 꼭, 냅니다^^)-
sanna 2011/08/22 21:49
^^ 반드시 컵(그릇)안에 공기가 들어갈 틈이 없도록 물이 가득 차게 엎어놓으셔야 해요.
그런 다음 못이나 송곳을 대고 망치로 두들기면 구멍이 예쁘게 뚫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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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2011/08/22 11:52
화분도 귀엽고 애기 화초들도 참 사랑스럽네요. 저도 예전에 한참 화초 가꾸는데 열을 올렸었는데 콜로라도 이사온 후에 그동안 키우던 꽃들 다 말려 죽이고 이젠 일주일씩 물 안줘도 사는데 지장 없는 것들만 살아남아 있어요. 여기 기후가 워낙 건조해서 여간해서 꽃 구경하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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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윙 2011/08/22 23:19
와우..대단하십니다.
물을 채운 대야에 냄비를 뒤집어서 안에 물이 꽉 찬 상태로 구멍을 내면 잘 된다는 말씀이군요..어떤 원리일지! 저도 집에 있는 컵 구멍 뚫어서 화분으로 만들어 볼까봐요.-
sanna 2011/08/23 00:25
^^ 전 옆에서 보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물을 채우고 바로 뚫었는지,
아니면 컵을 한동안 물에 담가뒀다가 뚫었는지 헷갈려요.(쓰고보니 상관없어 보이긴 하지만...)
여쭤보고 다시 알려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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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beka58 2011/08/28 11:37
채송화 ~ 소박하고 정겨운 꽃이죠. 요즈음은 서양서 들어온 이름모를 수입 꽃들에 밀려 어릴적 담벼락 옆에 아기자기 피었던 채송화 구경이 무쟈게 어려워졌지요. 컵케이크? 컵채송화? ㅎㅎ. 컵이나 도자기에 구멍뚫기가 바로 이렇게~~ 저도 한번 시도해서 예쁜 추억과 가을을 담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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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Solo le pido a Dios) /메르세데스 소사 (Mercedes Sosa)의 노래
하느님에게 빌 뿐입니다.
내가 고통에 무심하지 않게 하소서.
충분히 일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한,
텅 빈 채 홀로 누운 마른 주검이 되지 않도록 하소서.
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내가 불의에 무심하지 않게 하소서.
맹수의 발톱이 내 운명을 할퀴고 간 다음
다른 뺨을 다시 얻어맞는 일이 없도록 하소서.
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내가 전쟁에 무심하지 않게 하소서.
전쟁은 거대한 괴물이고 강한 군홧발입니다.
순진무구한 사람들만 짓누릅니다.
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내가 거짓에 무심하지 않게 하소서.
배신자가 여러 사람보다 더 큰 힘을 행사할 때
여러 사람들이 이를 쉽게 잊지 않게 하소서.
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내가 미래에 무심하지 않게 하소서.
전진해야 하는 이가 막막함을 느낄 때
또 다른 문화 속에서 살 수 있게 하소서.
(가사 번역본 출처: 이성형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 교수의 글 "메르세데스 소사")
* * * * *
얼마전 트위터에서 알게 된 최용주 님 (@choiyongju)이 소사의 이 노래를 김진숙에게 바친다고 띄웠다. 전국에서 185대 이상의 희망버스가 부산 영도의 85호 크레인을 향해 떠난 오늘, 이 보다 적절한 선곡도 없지 싶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들어 박수를 치고 축제를 벌일 때,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 김진숙이 자기 발로 걸어서 크레인을 내려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소사의 노래를 들으며 상상해본다.
얼마 전, 김진숙의
오늘도 마찬가지......
눈물로 흐릿해져 여러 번 읽기를 멈춰야 했던 그 책에 대해, 단 한 자도 쓸 수가 없다.
김진숙이 겪은 그 모든 고난, 남들은 무시무시한 '빨갱이'라 손가락질 하지만 기실 알고보면 남의 고통을 언젠가 한 번 외면했다는 자책을 떨치지 못하고 비단신을 벗어 던져버린 선량한 사람들, 김진숙이 전국을 돌며 해야 했던 그 많은 추모사들,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수려한 글솜씨까지 그 모든 게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되어 던져진다. 카인아, 그때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김진숙이 '전태일 평전'을 읽었을 때처럼, "가슴에 큰 산 하나가 들어앉아 그 산에서 돌덩이가 와르르 쏟아져 양심에 돌팔매질을 해대는 그런 느낌".......
하지만 오늘은 그의 설움과 분노 대신 희망을, 평소 잘 믿지도 않고 돌아보지도 않던 희망을 믿어보려고 한다.
전국에서 버스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배를 타고, 걸어서, 김진숙이 있는 부산 영도의 85호 크레인을 향해 모여드는 마음. 소사의 노래처럼 고통에 무심하지 않고, 전진하는 이가 막막함을 느낄 때 모른 체하지 않고 모여드는 사람들.
지금 이 시간 그 행렬이 전국에 흐르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멀리 서울의 방구석에 있는 내 가슴이 뛴다. 벅차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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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뜩 설렌 김에, 정유정 작가를 두 차례 만나 제 책 '내 인생이다'에 실은 인터뷰를 독자 서비스 차원 (^^;)에서 전문 게재합니다. 꽤 길어서 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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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정유정: 간호사에서 소설가로
1980년 5월, 시가전이 벌어지던 광주에 공수부대가 진입하던 날이었다.
방 10개가 주르륵 붙어있던 기다란 한옥에서 하숙을 하던 대학생과 어른들은 출정식이라도 하듯 마당에 함께 모여 번개탄을 피워 삼겹살을 구워먹고 소주를 마셨다. 그러고는 한 명 뿐이던 여고생에게 “집 잘 보라”고 당부한 뒤 굳은 얼굴로 모두 트럭을 타고 떠났다. 밤새 총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겁에 질려 어쩔 줄 모르던 여고생은 대학생이 묵던 옆방에 들어가 책을 하나 골랐다. 재미없는 책을 보면 잠이 올까 싶어 고른 책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그 뒤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는 기억에 없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총소리가 그쳐 있었다. 어른들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창문에 쳐둔 이불을 들추고 밖을 내다보니 새벽이었다. 희뿌옇게 밝아오던 하늘, 깊은 정적에 휩싸인 새벽녘의 거리를 바라보던 여고생에게서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울음이 터져 나왔다…….
2009년 장편소설 "내 심장을 쏴라"로 1억 원 고료 제5회 세계문학상을 탄 정유정 씨는 자신이 왜 작가가 되고 싶은지를 고등학교 1학년이던 그날 알았다고 했다. 그 울음이 답이었다.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여고생의 몸과 마음을 꿈결처럼 홀리고 잠시나마 현실의 공포를 잊도록 해준 소설, 그렇게 울게 만들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 후 한시도 소설가의 꿈을 잊어본 적이 없지만, 자신의 꿈과 마주하기까지 그는 먼 길을 돌아와야 했다.
그는 5년 6개월간 간호사로, 9년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 직으로 일한 뒤 서른여섯 살 때인 2001년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독특한 이력의 소설가다. 글을 쓰게 되기까지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느냐고 물으니 그는 “생존 투쟁 때문”이라며 씩 웃었다. 그를 처음 만났을 땐 그가 들려준 이십대의 고단한 경험이 ‘생존 투쟁’의 전부인 줄로 이해했다. 신산스러운 이십대를 보내면서도 꿈을 잃지 않은 일편단심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다.
두 번째 만났을 땐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서른여섯 살에 인생의 방향을 튼 뒤 마흔 두 살에 등단하기까지 그가 살아낸 7년간의 캄캄한 시간이 눈에 밟혔다. 번번이 시험에 떨어지는 고시생처럼 공모전에 잇따라 낙방하면서 어떤 결실도 얻지 못한 채 흘려보내야 했던 시간을 그는 어떻게 버텨냈을까? 그는 “10년 넘게 습작 중인 사람도 있는데 내 7년은 아무 것도 아녜요”하면서 별 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지만, 7년이면 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자라 대학생이 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무너지지 않고 견디어낸 것이야말로 그가 작가라는 존재로 자신을 세우기 위해 치러야 했던 진짜 ‘생존투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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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학인 2011/06/05 21:09
그것을 하지 않으면 죽을 것같은 것이 내 인생에 있었던가? 습관처럼 공부를 하고, 습관처럼 진학을 하고, 습관처럼 세상에 관심을 갖고, 습관처럼 취직을 하고, 습관처럼 열정을 품어보지만, 다행히 그동안의 인생이 궤도를 크게 이탈하지 않고 전진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행운이었을 것같습니다. 죽을 만큼 열망하는 것은 중독된 월급과 조직의 안온함안에서 스멀스멀 소멸되어가고, 어느새 열망없이도 그냥 저냥 살아가는 인생이 되어가는 것 같은 요즘, 이 글을 읽으며 결심해 봅니다. "월급의 중독을 끊고 생산의 기쁨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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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11/06/06 22:23
열정 넘치는 양화학인님도 그런 생각을 하시는군요 ^^
근데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 열정 넘치는 스타일로는 못살 거 같아요.
사람마다 결이 달라서, 자기 결에 맞게 살면 되는건데..그거 찾기도 참 쉽지 않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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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그니 2011/06/06 00:28
정말 너무 이 작가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글입니다. 꼭 보고 싶네요. 산나님 글 최고! 이런 말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산나님 글은 늘 어떤 절실함이 묻어납니다. 그건 곧 제가 제 자신에게 가끔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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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11/06/06 22:25
아이구, 당그니님 과찬이십니다....
절실함이 묻어난다 해주시니 기쁘면서도 한편 반성하게 되네요..고맙습니다 ^^
(그나저나 잘 지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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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beka58 2010/08/16 17:42
그러니깐 곡을 헌정받은신거네요. 와우~~ 좋은 선배이신가봐요,, 산나님은요. 글구요 ,오카리나두 배우시지,지난번올리신 TED의 내용등을 종합해 볼때 EQ가 급상승 중이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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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10/08/17 17:50
앗, 이게 누구십니까. 거의 백만년만이어요 ㅠ.ㅠ
오카리나는 배우다 말았어요. 제가 하는 일이 다 그렇죠 뭐..-.-;;
후배가 아마 저를 생각하면서 쓴 곡은 아닐거여요.
그랬다면 저렇게 잔잔하고 맑은 음이 나올 리가 없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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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예쁜 비밀 전시회를 했던 제 동생 김현경이 올해 개인전을 합니다.
전북 전주시의 갤러리 공유 (063-272-5056)에서 '일상의 낯선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11일 오픈했구요. 3월31일까지 열립니다.
이번 개인전은 지난해 우연히 참여한 그룹전시회에서 그의 그림을 눈여겨본 갤러리의 초대로 열리게 됐습니다. 지난 해에도 매일 보는 창밖 풍경에서 예쁜 비밀을 건져내었던 제 동생은 올해에도 그 연장선 상에서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매일 보는 담벼락" "매일 가는 밥집의 작은 화단"에서 그가 찬찬하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건져올린 화사한 풍경들입니다.
아래의 그림 "103호 앞 2"는 아파트 앞의 볼품없는 화단에 피었던,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들꽃이구요.
문외한인 저의 주절거림 대신, 아래 '작가의 말'을 붙입니다. 혹시 이 블로그에 들르시는 분들 중 전주나 인근 도시에 사시는 분들이 있다면 한번 놀러가보세요. 갤러리가 전북대학교 앞 번화가에 있지만 작고 소담한 정원, 카페가 함께 있어서 호젓한 느낌을 줍니다. 가까이 계시는 분들은 봄의 햇살과 잘 어울리는 제 동생의 그림도 보고 차 한잔 하는 나들이를 계획해보세요~. ^^
작가의 말
생물학적 개념 중에 ‘역치’라는 말이 있다. 생물이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해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를 이르는 말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역치가 없다면, 오감이 느낄 수 있는 것마다 모두 반응을 나타낸다면 너무나 피곤해서 생산적인 것에 신경 쓸 수 없는 미개한 인간으로 남거나 세세한데 모두 신경 쓰다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생물학적 본능이 그렇게 생겨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일상을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간혹 사진기를 들이대기만 하면 쓰레기통조차 그림이 되는 타지에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하고 주위를 둘러보면, 그곳 주민들의 표정은 무덤덤하다. 그토록 아름다운 그들만의 환경이 그들의 '역치'가 되기에는 이미 너무 일상적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가끔 생각한다. 어쩌면 예술가들은, 역치가 낮은 사람들이 아닐까. 남들은 지나치는 일상에도,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감탄하고, 화내고, 의미를 캐는 사람들은 예민하기 때문에 삶이 힘들지만 그러면서도 더 아름답고 역동적인 '삶'을 가깝게 느끼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오감이 무척 예민한 편이다. 시각 뿐 아니라 듣기도 잘 듣고, 냄새도 잘 맡는다. 좀 덜 느낄 수 있으면 덜 피곤할 텐데…라고 바랄 때도 많지만, 싫지만은 않다. 주변에 늘 있지만 내가 먼저 발견해 내는 것, 혼자서 느끼게 되는 무언가가 있을 때는 내게만 주어진 어떤 비밀스런 선물 같아서 감히 불평은 못 할 것 같다.
일상이 무미건조할 때, 멀리 떠나는 것도 좋지만, 예술가처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가끔은 사시사철의 변화가, 작게는 매일의 날씨 역시 일조를 하는 것 같다. 늘 보던 나무에서 못 보던 꽃이 피고 지고 하니까. 스스로의 역치를 조금 낮춰서 보면 매일 보던 담벼락도, 매일 가는 밥집 앞의 작은 화단도 너무 화사하고 새로워서 눈물이 찔끔 혹은 미소가 살짝 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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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J 2010/03/14 00:49
축하드립니다. 오늘 미사때, 신부님께서 3월이지만 아직 봄을 "찾아야만" 느낄 수 있다는 얘길 하셨는데, 동생분 그림도 그 "찾는 눈"을 가진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 인 것 같네요. 전주에 사는 친구에게 이 포스트를 전달해주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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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2010/03/14 06:21
작년에 한국 갔을때 전주에서 공유에 자주 갔었는데... 저의 집이 바로 그 옆이거든요. 거기서 전시를 하는군요. 아 보고 싶다. 저도 역치는 무척 낮은편인 것 같은데 현경씨처럼 그림으로 표현하는 능력은 없어서 ㅋㅋㅋ 그림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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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2010/03/14 16:18
지난 번 전시회 때, '다음 전시회는 꼭 끝나기 전에 알려주세요!'라고 했던 거 같은데, 아뿔싸, 전주로군요..;; 어쿠야;;
가보기에는 너무 멀어서.. '역치가 낮은' 그림들을, 그리고 그만큼 예민하고 예쁘게 와닿는 글을, 대신 보고, 대신 읽고 갑니다...
산나님 동생분, 전시회 축하드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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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beka58 2010/03/15 08:41
전주를 내 생애 두번째 방문할 기회인가 생각이드네요, 학교때 답사여행으루 딱 한번 가본 곳이거든요, 마침 동생이 전북대 수업이 있는 날 겸해서 찡겨 내려가 그림보구 와인마시면서 역치 좀 낮춰볼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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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윙 2010/03/15 22:41
들꽃도 클로즈업하면 저렇게 화려한거군요.
전시회 제목처럼..일상인데 역치를 낮추면 신기하고 낯선 기분입니다.
미술학원을 두달째 다니고 있는데..연필로 도형그리다가 지쳤지 뭐에요. ㅜ_ㅠ -
마음산 2010/03/20 23:06
아하, 이런, 전주라니! 어떻게 단체 관람을, 봄소풍 삼아...
산나님은 '그림 읽어주는 분'으로 무조건 '또' 가시는 것으로,
추진함해보면 어떠실지...(단체란 몇 사람 이상인 건지 모르지만^^)
'102호와 103호 사이' 인상적입니다.
담쟁이의 꿈은 달까지 이르는 거라는데...-
sanna 2010/03/20 02:00
눈에 잘 띄지않는 담벼락에 달라붙어 그런 꿈을 꾸다니,
앙큼한 것들이로군요! ^^
전주에 단체관람 못가면 서울에서 단체 밥이라도 먹지요. (단체란 2인 이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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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beka58 2010/05/14 11:48
봄비를 맞으며 그야말로 오랜만에 전주에 갔었지요. 갤러리 <공유>에서 평밤한 일상에서 놓치고 사는 것을 작가의 시선으로 건져 풀어 놓은 작품 감상 잘 했지요. 작품 곳곳에서 디자인적인 요소가 살짝 살짝 엿보이면이 재미있더라구요. 글구 저두요 매일 매일 일상에서 감탄하고 살아야겠단 생각으로 살고 있답니다. '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삶이 내팽개치고 싶어질 만큼 모든 것이 싫어질 때가 아닌 다음에야, 나는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을 은밀한 낙으로 삼는다. 때로 외부를 향한 그런 성향이 도가 지나쳐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조차도, 나는 그런 은근함을 찾아내는 것을, 나 혼자만 알고 있는 예쁜 비밀들을 하나 둘 늘려가는 것을 멈추고 싶지는 않다.
이번 작품의 소재는 그런, 나의 내밀한 비밀들을 조금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모두가 그냥 지나치는 별것 아닌 말라깽이 나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창밖의 떨리는 나뭇잎들이 동트기 직전 동화나라에서처럼 갑자기 깨어나 얼마나 찬란한 빛을 발하는지, 그 것을 비밀스레 발견한 사람의 가슴이 얼마나 뛰는지, 한 번은 보여주고 싶었다.
- 작가의 말 -
내 동생, 김현경이 5월27일~6월2일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무심하고 게으른 언니는 전시회 전에 올렸어야 할 포스트를 이제사 씁니다....
나는 그녀와 함께 삽니다. 올빼미형인 저와 달리 그녀는 새벽형 인간이라 우리는 한 집에 살면서도 좀처럼 얼굴을 마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첫 번째 전시의 주제를 ‘창밖의 풍경’으로 하겠다고 언뜻 들었을 때 나는 “어느 창?”이라고 물었던 것 같고 그녀는 우리 둘이 앉아 있던 집의 창문들을 가리켰습니다. “저거…, 또 저거, 저거.”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바라본 창밖은 내 눈엔 너무 시시해서 '풍경'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져 "야, 나뭇가지 밖에 없잖아?"하고 묻는 나를 바라보더니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언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 동트기 직전에 언니가 한번 봐야 되는데..."
그러다 언젠가, 밤늦게나 주말밖에 작업할 시간이 없던 그녀를 응원하러 작업실에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막 작업을 시작한 캔버스엔 화려한 색채의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그림들은 모두가 잠든 새벽녘 그녀가 홀로 깨어 포착해둔 창밖의 순간들입니다. 그 때는 완성되기도 전이었던 그림들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매일 무심히 보던 창밖, 내 둔한 시야로는 어떤 아름다움도 발견할 수 없던 창밖에 이런 풍경이 있을 줄이야....
그녀의 그림을 보며 나는 “별 것 아닌 말라깽이 나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창밖의 떨리는 나뭇잎”들이 “갑자기 깨어나 찬란한 빛”을 발할 때, 그 시간에 홀로 깨어 경이롭고 비밀스러운 제의에 참여하며 가슴 뛰었을 그녀를 상상합니다. 또한 그 찬란한 순간을 그려넣기 위해 매일 파김치가 된 몸으로 돌아와 밤마다 캔버스 앞에 마주섰을 그녀를 생각합니다. 붓터치로는 원하는 질감이 나오지 않는다면서 몇시간씩 서서 물감을 일일이 손으로 펴 바르고 지문이 닳도록 문지르던 그녀를 떠올립니다. 주책맞은 언니는 괜시리 그런 동생이 눈물겹습니다. 그녀 나름대로 통과하는 중인, 쉽지 않은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힘도 이렇게 사소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예쁜 비밀'을 쌓아가는 그녀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려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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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2009/06/08 09:48
동생이 그림을 그리는군요. 몰랐네요. 그림들 정말 좋은데요. 실물로 볼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저도 달빛에 물든 밤하늘이나 동트기 직전 미명속에 비치는 산 그림자를 볼때마다 그걸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솟구치던데 ㅎㅎ.. 세번째 그림 환상적이예요. 돈 있음 사고 싶당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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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탄 2009/06/08 15:25
앞부분을 읽으며
"무슨 화가가 글까지 이렇게 잘 써?" 했더니,
문재는 내력인가 보군요.^^
동생 분이 '쉽지 않은 시간을 견뎌내는 힘'을 가진 것을
가만히 축하합니다. -
lebeka58 2009/06/08 15:53
유화인가요? 근데 염색이나 판화같은 느낌도 있네요. 전시 기간에 포스팅 안하신게 넘 아쉽네요.
제 동생도 인사동에서 몇차례 개인전을 했었거든요. 물론 지금은 실용디자인 쪽으루 갔지만..
동생분의 말씀대로 작가(쟁이?)들은 우리 평범한사람이 보지 못하는 특별한 감각과 시선이 있더라구요, 일상의 소소한 것에서 어찌 그런 걸 끌어내는지~~ 인간은 법앞에서만 평등한거 같아요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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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2009/06/09 20:54
와, 어쩐지 몽환적이면서도 너무 멋지다, 라고 생각하며 덧글들을 읽으니, 가장 많은 사람드이 사고 싶어했다는 그 그림이, 그 그림이었군요... 아, 정말, 황홀하면서도 아릿하니, 아름답습니다...
이런 전시회를 놓쳐서, 넘 아쉽군요...! (이렇게 써놓으면, 훗날 이런 전시회가 다시 있을 때, 미리 포스팅해주시지 않을까 싶어서, 아주 앞서 슬며시 가해보는 뒤늦은 압력...)
+ 꼼꼼하게 원고를 읽어주었다는 그 동생분이, 글자가 아닌 그림이미지와 가까우신 분이실 거라는 상상은 전혀 못했네요.. 크흣.. 멋진 분들이세요...-
sanna 2009/06/09 21:33
다음 전시회를 하면 꼭 전시회 열리기 전에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꼭 그래야지요~^^
근데 마음에 드는 그림이 서로 다른 것도 재미있어요.
전 첫번째 그림이 제일 좋아요.
아마 몇 년동안은 제가 살았고 가끔 쳐다보던 방의 창문밖 풍경이라 그런 것인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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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 2009/06/10 10:23
'예쁜 비밀'이라니...정말 사랑스럽고 눈물겹군요...
<나의 산티아고...> 읽고 나서 sanna님 생각을 진짜 많이 했네요~
오랜만에 인사글 남겨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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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 2009/06/18 11:31
진작 알려주셨으면 찾아가서 직접 봤을 것을. 멋지세요!
전 푸르스름 신비한 첫번 그림이 참으로 마음에 듭니다- 물론 세번째 것도 멋있지만요. ^^
아, 제가 요즘 블로깅을 제대로 안한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아마 말씀드렸지 싶기도 한데,
저 서울이예요- 다녀가는게 아니라 아예 들어왔구요.
산티아고 책은 샀구요, 아직 비닐도 뜯지않고 그냥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언제 뵙게 되면 정말 친필 사인 받을 때 뜯을까 해서요. ^^
그러다 못참으면... !??!! ^^ -
UFO 2009/07/07 16:51
헉...희비가 엇갈리는 블로그...
내가 이래서 블로그 잘 안합니다...
그림이 산나님보다 훨 낫네여....
이 말은 동생이 훨 낫다는 ㅋㅋ
사진을 응용한 줄 알았는데......
글구 커피박사님 알현합시다... -
율리아나 2010/05/12 00:50
안녕, 수산나. 잘 지내지? 바쁜 친구를 내가 너무 배려하느라 소식이 아주 뜸했구나. 현경이 그림을 직접 봤어야 하는데, 너무 아쉽다. 내 기억 속에 있는 현경이 모습은 20대인데, 그림을 보고 나니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무척 궁금해진다. 글 잘쓰는 언니와 그림 잘 그리는 동생이라, 참 예쁜 자매이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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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10/05/12 23:17
안녕.잘 지내지? 슬슬 만날 때가 된 것같다. 너무 오래됐네.
현경이는 세월이 비켜갔는지 20대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같아.왕 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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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놀라고 충격적이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군요.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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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돌아왔습니다. 자신이 외운 주문대로, 더 좋아지려고, 고통없는 세상을 향해 서둘러 떠난 것인지...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세상을 떠나 마음이 아팠는데, 오늘처럼 볕이 좋았던 날 배웅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요….
해질 무렵 그녀를 내려놓으며 긴 작별의 의식이 끝나던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놀랐습니다. 만사를 제치고 그녀를 배웅하러 먼 길을 온 사람이 100명도 넘었습니다. 저처럼 휴가를 내고 따라온 사람이야 둘째 치고, 출장을 갔던 칸 영화제에서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달려온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오늘 공항에서 장지로 직행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녀와 20년 지기인 이준익 감독님은 마지막 인사를 하면서 목이 메어 “주위를 한번 둘러보세요. 정승혜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지금 여러분이 보고 계십니다”하고 말씀하시더군요....
아직도 그녀의 웃는 얼굴을 물기 없는 눈으로 바라볼 자신이 없지만, 정돈된 글을 쓸 자신이 없어 그녀의 추모특집을 싣는 매체의 원고 요청도 사양했지만, 돌아오고나니 횡설수설로라도 그녀에 대해 말하고 싶어지는군요.....
10여 년 전 기자와 취재원으로 처음 만났지만, 그녀는 제 친구입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그녀를 친구라고 부르는 사람은 저뿐만이 아닙니다. 어느 누구를 만나도 수평한 우정의 관계를 맺는 신기한 능력을 그녀는 지녔습니다.
그녀는 제가 직접 아는 사람 중 가장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2006년 병을 발견할 때부터 의사가 길어야 1년 남짓이라고 했다던 삶을 그녀는 3년 넘게 살아냈습니다. 역시 그녀와 20년 지기로 이 감독님과 함께 상주 역할을 하셨던 조철현 대표님은 그저께 빈소에서 "승혜는 일에서건, 사람에 대해서건, 심지어 병을 맞서서건, 단 한번도 비겁한 적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그녀가 장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녀가 나를 친구로 대해 주었다는 것을 내 삶에 드문 영광으로 오래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숱한 관계의 흔적이 쌓여 '나'를 만든다는 제 생각이 영 엉터리가 아니라면, 지금의 제 안에도 정승혜의 흔적은 또렷합니다. 정승혜, 이준익 감독, 조철현 대표를 포함한 씨네월드 3인방 이 아니었다면 4년 전 저는 감히 책을 써볼 엄두도 내지 못했을 터이고, 지금의 저와는 많이 달랐을 것입니다.
무모하게 첫 책을 쓴 것도 이 3인방의 강렬한 '펌프질' 때문이었고, 정승혜는 한술 더 떠 책의 삽화와 표지를 그려주고 제목까지 지어주었습니다. 첫 책이 나오자마자 제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도 이들 3인방에게였습니다.
그녀 자신이 책 3권 의 저자이자 글쓰기에 대한 매혹이 누구보다 강했던 사람인 터라, 우리는 만나면 서로 쓰고 싶은 책 이야기를 곧잘 주고받곤 했습니다. 그녀는 영화 카피라이터가 되는 법도 쓰고 싶어했고, 중편소설도 쓰고 싶어했고, 가장 최근엔 병상일기를 써서 인세를 어린이 암 환자들을 위해 기부하고도 싶어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스페인 산티아고에서 제가 보낸 엽서를 보고 그녀는 자기도 건강이 회복되면 그 길을 걸어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산티아고 여행기가 4월에 나온다고 뻥을 쳐놓은 탓에, 한달여전 전화로 "얼른 싸인해서 갖구 와!"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생생합니다.
이렇게 빨리 갈 줄 알았더라면 좀 서두를 것을....그녀에게 받은 것에 비해 뭐 하나 해준 게 없는 쓸데없는 친구인 저는 뒤늦은 후회로 가슴을 칩니다. 눈물범벅이 된 미련한 저를 가만 지켜보던 조철현 대표님은 오늘 제 허접한 책 한 권을 그녀의 발치께에 얹어 함께 하늘나라로 보내주셨습니다. 먼 길 가는 그녀와 잠깐이라도 함께해줄 길동무가 된다면 그 책은 세상에 태어난 제 사명을 다하는 게 될 것입니다.
내 친구 정승혜. 부디 고통없는 곳에서 편히 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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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새벽
2009/05/20 00:23
새 벽 그는 갔다 내 빈 터에 쉬 헤아릴 수 없는 이슬이 쌓이고 늘 기다리는 느티나무엔 마른 울음만 쌓이고 그 사이 별들이 잎처럼 스러졌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의 길은 그와 함께 닫혔고 새벽빛이 그 눈 떴다 감기듯 약속은 오래 전에 잊혔다 나는 다만 새벽을 열고 닫으며 차마 기억만은 남지 말기를 바라며 그와 나 사이에 행복한 안녕을 새겼다 씻고 또 씻어도 내겐 새벽냄새가 났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기억이었다 새벽을 사이에 두고 그와 내가 여윈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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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er_cake 2009/05/20 08:48
주변에나쁜일이많이늘었어요..나이탓을해야하나..그러기엔너무빠른데..17일새벽에나쁜소식듣고잠깐울었소..억울해..산나씨글읽고또운다..늙었나봐..고레에다의에프터라이프를다시보면서맘달래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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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09/05/20 18:45
그러게 말입니다. 왜 이렇게 나쁜 일이 자꾸만 일어나는지...
'애프터라이프'에서 묻는 것처럼 "저 세상에 가져갈 딱 한가지 기억"은 갖고 계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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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2009/05/20 14:26
짧은 삶이었지만 후회없이 살다 가신 분인것 같네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의 친구였음을 자랑스러워하고 그리워하고 애통해하는 것을 보면... 살아가다가 어떤 상황이 잘 판단이 안될때 삶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훨씬 명료해지더라구요. 사는 날까지 잘 살아야할텐데. 고인이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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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윙 2009/05/21 00:17
안타깝습니다. 젊은 나이에 떠나셨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들으면 괜히 마음이 아려옵니다.
아직도 치유가 안된 모양이에요. 산나님 책 읽고도 펑펑 울었습니다.
그래도 힘내야겠죠! -
lebeka58 2009/05/21 00:33
아까운 분이 너무 일찍 가셨네요, 사진안에 웃으시는 모습에 매력적인 카리스마가 느껴지는군요
그간의 힘든 여정 끝내시고 평화와 안식을 누리시길 빕니다 -
이동진 2009/05/21 01:37
많이 상심하셨죠. 진심으로 슬프게 우는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김선배 눈물이 더 아프게 다가오더군요. 정승혜 대표는 생각할수록 정말 대단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요셉피나님이 부디 눈물 없는 곳에서 평온하시길 다시 한 번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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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09/05/21 12:52
예전에 우리 함께 '생이지지' '학이지지'하고 놀던 생각이 왜 자꾸만 나는지...
그때 정승혜씨 웃던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이동진씨는 정승혜씨가 써준 간판, 명함 보면 오래 힘들텐데...
그래도 그렇게 우리 옆에 있다고 생각합시다...마음 추스리고 기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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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2009/05/23 00:03
소식 듣고...설마....
이 착한 친구 이야길 또 쓸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잘 하셨소.....
나두 일로 한번 서울극장쪽에서 봤었는데...
환하게 웃어준 기억이 선하군...
나하곤 친구 아니라서 다행이라 여겼지..
안그럼 울었을테니..
그저 눈시울만 살짝 적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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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2009/05/25 20:54
올라오는 기사를 읽으면서, 잘 모르니 마냥 막연하게, 아, 영화계가 또 한 명의 큰 사람을 잃었구나 했었는데요... 그런데 여기 와 보니, 가까운 친구분을 잃으신 산나님이 계시는군요...
뒤늦게 나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상심이 크실 산나님도..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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