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에 해당되는 글 100건

  1. 2010/07/27 방귀에서 시작된 철학 (7)
  2. 2010/07/10 본 투 런-달리기와 사랑 (11)
  3. 2010/05/16 친절함의 가치 (9)
  4. 2010/04/13 책의 연대기 (18)
  5. 2010/02/28 부러운 사람 (10)
  6. 2009/11/28 나는 모르겠어 (3)
  7. 2009/11/12 책꽂이 계단 (22)
  8. 2009/10/30 버찌를 다루는 방법 (15)
  9. 2009/10/26 바람의 말 (8)
  10. 2009/10/22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23)
2010/07/27 01:08

방귀에서 시작된 철학

자기 전에 책장에서 아무 책이나 골라 펼쳐보는 오래된 버릇. 재미없는 책이 걸리면 일찍 자고, 다시 봐도 재밌는 책이 걸리면 또 읽는다. 
오늘 걸린 책은 "죽은 철학자들의 서"(사이먼 크리칠리, 이마고 2009). 철학자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모아 쓴 책인데 이게 재미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건성건성 책장을 넘기다 아래 대목을 만남. 처음 읽을 때도 웃겼던지 끝 부분에 내가 ^^ 표시를 해놓았던데 그걸 까먹다니. 조발성 치매가 왔나. 좌우간 요즘은 정말 웃긴 책이 좋아~

메트로클레스 Metrocles 기원전 3세기
일설에 따르면 그는 연설을 연습하던 도중 방귀를 뀌고 말았다. 너무 부끄러워 절망한 그는 죽기로 작정하고 밥을 굶었다. 크라테스 (디오게네스의 제자로 견유학파의 인물인데, 견유학파는 콩을 경배했다. 콩 많이 먹으면..방귀 뀐다)는 심난해 미칠 지경이던 메트로클레스를 방문하여 루핀으로 음식을 만들어주었다. 루핀은 콩과에 속하는 식물로, 당연히 메트로클레스는 다시 한 번 방귀를 뀌는 추태를 보일 수 밖에 없었다.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루핀은 견유학자들에게 아주 인기 좋은 음식이었다......방귀를 뀌었다고 해서 결코 추태라고 부끄러워할 것 없다는 크라테스의 말에 위안을 얻은 메트로클레스는 원래 테오프라스토스의 제자였으나 새로이 크라테스의 제자가 되었다.
이렇듯 철학은 방귀에서 시작되기도 하며, 혹자는 우리 몸의 한쪽 끝에서 나오는 뜨거운 공기는 다른 한쪽 끝에서 나오는 뜨거운 공기와 단짝 동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는 메트로클레스가 연로한 나이에 "스스로 질식해 죽었다"고 짤막하게 기록한다. 루핀 때문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콩에 대한 경배는 기원전 5~4세기 퓌타고라스주의자들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시칠리아 쉬라쿠사의 참주 디오뉘시오스는 퓌타고라스 공동체를 박해하면서 몇몇 철학자들을 잡아다 고문했다. 고문의 목적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자백을 받아내는 것이었다고 한다.
"퓌타고라스주의자들은 왜 콩을 밟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임신중인 여성 철학자 튀미카는 무지막지한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자기 혀를 깨물어 참주의 얼굴에 뱉고 난 뒤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 퓌타고라스가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게 고전학자들의 거의 일치된 견해라고 하니 이 이야기 역시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어쨌든 무서운 콩의 비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나의 서재 >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귀에서 시작된 철학  (7) 2010/07/27
본 투 런-달리기와 사랑  (11) 2010/07/10
친절함의 가치  (9) 2010/05/16
책의 연대기  (18) 2010/04/13
부러운 사람  (10) 2010/02/28
나는 모르겠어  (3) 2009/11/28
버찌를 다루는 방법  (15) 2009/10/30
바람의 말  (8) 2009/10/26
Trackback 0 Comment 7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61 관련글 쓰기

  1. BlogIcon 당그니 2010/07/28 01:18 address edit & del reply

    산나님은 제가 한국에 가면 가볍게 커피 한 잔 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고 싶은 분 중 한 분 ;;;

    • HH 2010/07/29 20:47 address edit & del

      완전 동감

    • BlogIcon sanna 2010/07/29 22:03 address edit & del

      완죤 부끄~^^;;;

  2. 2010/07/31 01:0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10/08/10 21:21 address edit & del

      지식IN이 된 심정으로 책을 다시 찾아봤는데 저자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라고 써놨네 ^^;
      그 전에 퓌타고라스학파는 콩을 무서워했다는데 그들의 이유는 콩이 사람의 생식기관과 닮았다는 거였다고..-.-;;

  3. BlogIcon UFO 2010/07/31 18:05 address edit & del reply

    내 아들과 영어 사이언스 프로그램을 본 내용.
    Farting은 음식과 함께 들어가는 Air가 Large Intestine속을 통과해
    Bottom으로 나오는 당연한 현상으로 설명하더군..정말 과학적 설명이야...
    난 공기인 줄 몰랐거던...

    • BlogIcon sanna 2010/08/10 21:22 address edit & del

      그렇군...^^ 그럼 소리의 차이는 Large intestine의 압력차이인가?

2010/07/10 01:21

본 투 런-달리기와 사랑

"사랑하는 능력과 달리는 능력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비질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원리는 명백하다. 이 둘은 욕망을 따르려는 마음을 완화시켜주고, 원하는 것을 한쪽에 밀어놓고 가진 것에 감사하고 인내하고 용서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도록 해준다. 사랑과 속도는 대부분 공생관계에 있으며 우리의 DNA 가닥들만큼이나 서로 닮았다. 우리는 사랑 없이 살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또한 달리기 없이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통달하게 되면 다른 쪽도 통달하게 된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니다."

- 크리스토퍼 맥두걸의 '본 투 런' 중에서 -

- 달리기에 대해 내가 읽은 것 중 최고의 찬가. 
무릎 부상으로 은퇴(씩이나! 얼씨구~) 하였으나 왕년에 러너 (음....하프 마라토너에 불과했지만 어쨌든!) 였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에 쏙 드는 책.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장거리 선수로 알려져 있는 중앙아메리카 인디언 타마우마라 족을 취재하고 그들과 미국 최고의 울트라러너들이 벌인 경주를 기록한 책. 이런 취재가 가능했다는 게 부럽고 질투난다. 
리뷰를 써볼까 하고 컴퓨터를 켰으나 느린 노트북 켜지는동안 시들해져서, 그저 인상깊은 대목 코멘트만. 

- 저자의 생각은, 폭력, 비만, 질병, 우울, 끝없는 욕망 등 인간의 모든 문제는 '달리는 사람들'로 살기를 멈추면서 시작되었다는 것. 달리기에 헌신한 사람들의 전당에 에이브러햄 링컨 (달리기에서 그를 이길 수 있는 소년은 없었다)과 넬슨 만델라 (뛰어난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감옥에서도 매일 제자리에서 7마일을 뛰었다)가 들어있는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거다. 행복하게 달리는 타마우마라 족에게서 삶에 대한 사랑과 연민은 달리기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기질'이었다. 그 먼 거리를 달리게 만드는 힘, 인간의 인내력에서 그만큼의 도약을 가능케 해주는 힘은 기질, 즉 열정과 친절, 사랑의 힘이라는 것.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걍 믿고 싶어지는 말.

- 최근에 다윈 진화론의 시각으로 세포에서부터 인간의 진화를 훑어본 생물인류학을 공부해서 그런지, 달리기와 인간의 진화를 엮어 설명한 대목이 흥미로웠다. 생물인류학을 배우면서 첨단 과학으로도 밝혀내지 못한 진화의 비밀이 무척 많다는 데에 놀랐다. 사람이 왜 두 발 걷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사냥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해부학적 현대인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난지 1만년 만에 왜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게 되었는지, 왜 인간의 유년기가 길어졌고 생물학적 번식이 끝난 뒤에도 살아있을만큼 수명이 길어졌는지, 사람이 언제부터 왜 언어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는지, 간단히 말해 사람이 왜 사람인지가 다 밝혀지지 않은 채 여전한 논쟁거리다. 
이 책은 사람을 사람으로 만든 건 '장거리 달리기'였다고 주장한다. 근육질의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것도, 인간의 집단적 사냥이 가능해진 것도 장거리 달리기 때문이었다는 것. 흥미로운 학설. 

- 도구의 발달이 아니라 장거리 달리기 덕분에 사냥이 가능했다는 주장은 얼핏 듣기엔 이상하다. 사람이 단체로 뛰어서 사슴, 영양 따위를 잡아 먹을 수 있었다고? 그 빠른 동물들을 어떻게 따라잡는단 말인가? 비밀은 체온 조절의 차이에 있다. 사람은 땀을 흘려 열을 발산하면서 장거리를 뛸 수 있지만 동물은 달리는 동안 숨을 쉴 수 없다. 영양은 더운 날 10~15 킬로미터만 달려도 고체온증으로 쓰러질 거다. 인간은? 사바나의 더위가 끔찍하긴 할테지만 15킬로미터 달리는 것 쯤이야 큰 일도 아니었을 것.

- 달리기 진화론을 주장한 학자들의 실험 결과를 소개한 대목 읽다가 뒤집어지는 줄 알았음. 하버드 과학자들은 이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치타의 항문에 체온계를 넣고 러닝머신을 뛰게 했다고 함. 치타는 체온이 105도에 이르자 쓰러져 버렸다. 불쌍한 치타....좌우간 그 덕에 인간 만이 유일하게 땀으로 열을 내보내고 헐떡이면서 뛸 수 있는 유일한 포유동물임을 확인하게 되긴 했지만.
과학자들이 2004년 뉴욕 마라톤에서 연령별 완주시간 비교한 결과도 흥미롭다. 주자들은 19세부터 매년 점점 빨라지기 시작해서 27세에 정점에 이른 뒤 쇠퇴한다. 이들이 다시 19세와 같은 속도로 달리기 시작하는 나이는?
놀랍게도 64세다. 결론. 우리는 늙어서 달리기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달리기를 그만두기 때문에 늙는다!

- 근데 이 삼복더위에 달리기 찬가를 읽으며 다시 달리자고 두 주먹 불끈 쥐는 이 생뚱맞음은 또 뭐람....좌우간 일, 공부와 상관없는 독서가 이 얼마만인가! 좋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나의 서재 >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귀에서 시작된 철학  (7) 2010/07/27
본 투 런-달리기와 사랑  (11) 2010/07/10
친절함의 가치  (9) 2010/05/16
책의 연대기  (18) 2010/04/13
부러운 사람  (10) 2010/02/28
나는 모르겠어  (3) 2009/11/28
버찌를 다루는 방법  (15) 2009/10/30
바람의 말  (8) 2009/10/26
Trackback 0 Comment 11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58 관련글 쓰기

  1. BlogIcon 지아 2010/07/10 14:23 address edit & del reply

    무릎만 괜챦다면 정말 끝없이 달리고 싶은데... 칼슘 부족인지 다리 근육 부족인지 무릎이 삐그덕거려서 한시간에 7.5킬로 이상 달릴 수 없네요. 조금만 속력을 올리면 무릎 뼈랑 주변 근육이 막 비명을 질러요. 그동안 칼슘 섭취를 게을리 한 탓인지. 가늘고 길게 달리기 위해 칼슘제 열심히 먹고 적당히 쉬어가면서 조심해서 달리고 있지만 가끔 속도내서 마구 달리고 싶은 욕심이 나요. 숨은 하나도 가쁘지 않은데 무릎이 시큰거려서 못 뛰는게 넘 서럽더라구요. ㅠ.ㅠ

    • BlogIcon sanna 2010/07/10 20:48 address edit & del

      천천히 달려! 장거리 달리기에 속도 욕심은 독이라고 생각함.
      무릎 시큰거리면 더욱 더! 나는 거의 걷다시피하는 속도로 뛰었어.그리고 근력운동을 꼭 하도록!!

    • 김장전 2010/07/12 11:34 address edit & del

      수산나의 조언에 울트라맨인 저가 조언드림니다.
      아프시면 즉시 중지하시고 걷거나,
      아님 언덕이나 산같은데를 빨리 걸으면서 근육을 강화하면 고통이 없을것 같기도..
      매일 7키로만시면 6개월후엔 매일 10키로도 갑볍게 뛰시고, 장거리는 2~3배를 저속으로 즐달가능할 것 같아요^~^

    • BlogIcon sanna 2010/07/12 12:23 address edit & del

      지아야. 김장전 씨는 100키로를 뛰는 울트라 마라토너임.
      원래 잘 뛰던 사람도 아니었는데 울트라맨이 됐으니 이 친구 조언은 믿어도 됨. ^^

  2. 김장전 2010/07/12 11:29 address edit & del reply

    희경아 잘봤다, 뉴옥대 교수말대로, 늙어서도 계속할 수 있는 운동임을 남에게 애기해줄수 있겠다 . 뉘 뭔 노동을 그렇게 열심히 해야된다는게 의외다, 천천히 천천히...

    • BlogIcon sanna 2010/07/12 12:25 address edit & del

      특히 너에게 이 책을 강추! 울트라 마라토너로서의 자부심을 한껏 높여줄 것임.^^

  3. BlogIcon 걷는바람 2010/07/12 15:14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한달음에 읽었습니다. 저는 러너는 아니고 라이더지만 대부분 공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나 오래달리기에 대한 진화론적 설명은 아주 흥미롭더군요. 사람들이 열심히 달린다면 (다리로던 바퀴로던)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살기 좋아질 것은 확실합니다.^^

    • BlogIcon sanna 2010/07/13 13:23 address edit & del

      걷는바람님 블로그에 가보니 벌써 1년째 자출을 하셨더군요. 와~ 정말 멋져요. 대단하십니다!

  4. BlogIcon data recovery 2010/07/15 17:32 address edit & del reply

    난 러너 아니에요, 그건 옛날의 운동입니다. 난 좋은 건강에 좋은 운동라고 생각합니다.

  5. BlogIcon 당그니 2010/07/28 01:32 address edit & del reply

    참 기자들은 혹은 기자였던 분은 취재에 대한 욕심이 있는 것 같아요. 괜히...동감 ;; ㅎ

    • BlogIcon sanna 2010/07/29 22:07 address edit & del

      부럽다고만 하지말고 가능한 수준에서 해야 할텐데, 점점 게을러져서리...-.-;;

2010/05/16 23:17

친절함의 가치

저는 제 가치의 리스트에서 '친절함'을 제일로 꼽고 싶습니다. 
몇 년 전 한 러시아 작가가 세계2차 대전의 소련에 대해 쓴 소설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 어느 한 지점에서 작가는 어떤 인물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실제로, 사회체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있어. 사회주의나 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 (...) 이어서 그가 던진 말은 "우리 삶에서는 친절함이 전부"라는 것이었습니다. (...) 친절함, 관대함, 착함, 타인에 대한 감수성,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 다른 사람들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보는 것.
때로 당신은 이렇게 말할지 모릅니다. '이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야'라고 말이죠. 하지만 당신은 타인이 그 문제를 어떻게 보는 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은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있죠. 또한 나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이 사람을 해칠 어떤 일도 하지 않았어'라고 말이죠. 하지만 상대는 아픔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당신이 믿고 있는 부분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 감정을 살펴야 합니다. 나는 이것이 인간 존재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을 향해 감정을 이입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것 등 말이지요."
- '가치를 다시 묻다'에서 하워드 진 -

'가치를 다시 묻다'는 인디고 서원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청소년들이 세계 석학들에게 우리가 되새겨야 할 가치에 대해 직접 질문해서 엮은 책. 아이들이 칮아가서 만난 석학들보다 나는 이 아이들이 훨씬 대단하다고 보는데, 아이들이 만난 쟁쟁한 사상가들의 말 가운데 유독 하워드 진의 저 말이 꽂힌다. 평생 투철한 실천가로 살았던 그가 삶의 막바지에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가치가 일생을 바쳐 옹호해온 '정의'도 '평등'도 '자유'도 아니고 '친절함'이라니...묘하게 슬프면서 감동적이다. 맞아, 제아무리 옳은 일이든 뭐든 원래 여기서 출발해야 하는 거였어,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나의 서재 >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귀에서 시작된 철학  (7) 2010/07/27
본 투 런-달리기와 사랑  (11) 2010/07/10
친절함의 가치  (9) 2010/05/16
책의 연대기  (18) 2010/04/13
부러운 사람  (10) 2010/02/28
나는 모르겠어  (3) 2009/11/28
버찌를 다루는 방법  (15) 2009/10/30
바람의 말  (8) 2009/10/26
Trackback 0 Comment 9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47 관련글 쓰기

  1. layer_cake 2010/05/16 23:26 address edit & del reply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군요..산나님 한 분이 예닐곱 명을 왕따시키고 있습니다..ㅎㅎ 맥주 한 잔 해요..공부 그만하시고..

    • BlogIcon sanna 2010/05/16 23:28 address edit & del

      그러니까 예닐곱명이 저 빼고 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를 독특하게 말씀하시는군요.^^

  2. layer_cake 2010/05/16 23:32 address edit & del reply

    친절함이 삶의 모토인 제가 그랬을리가요..문자 확인 요망..다음 주 입니다..

  3. BlogIcon 지아 2010/05/17 10:22 address edit & del reply

    하워드 진은 대중 강연할때도 말 한마디 표현 하나에도 그 성품이 드러날 정도로 온화하고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분이었죠. 이제 그분 연설을 다시 들을 수 없게 된게 넘 슬퍼요. ㅠ.ㅠ

    • BlogIcon sanna 2010/05/17 23:55 address edit & del

      "달리는 기차" 책 보면서도 느낀 거지만 무지 딱딱하고 메마른 사람일 거라고 상상했는데
      예상외로 네 말대로 온화하고 다정한 느낌이 들더라.그 심각한 책에서도 말이지.

  4. BlogIcon 엘윙 2010/05/17 21:46 address edit & del reply

    여러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는게 사람이니까..친절함이 기본 덕목인가봅니다.

    • BlogIcon sanna 2010/05/17 23:57 address edit & del

      같이 생활하다보면 친절보다 짜증이 앞설 때도 많은데 말입니다...친절한 엘윙씨가 되세요! ^^

  5. 2010/05/18 00:24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10/05/19 20:44 address edit & del

      헉~나도 쇼크. 걔가 좀 과격해서 그럴거야.ㅎㅎ
      친절이야 차고 넘치니 고민 붙들어 매삼~ ^^

2010/04/13 01:24

책의 연대기

“……역시 ‘책과 사람’의 연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만, 초등학교 5학년 후반부터 도서위원으로 임명되어 활동한 것입니다. 도서위원이 되어보니 도서실의 열람 카드에 적혀 있는 이력을 볼 수 있게 되었지요. 열람 카드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여러 사람이 여러 시기에 읽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책을 읽은 날짜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입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해가 1956년이니까, 그 이전 40년대의 학생들, 더 올라가 전쟁 중의 학생들, 아니 전쟁 전의 학생들 기록까지 전부 남아있었지요. 1941년 6월12일 《에밀과 탐정들》,1932년 3월4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기록이 거기 남아 있었어요. 필적까지 그대로 말입니다.

 이것이 너무나 신기했어요. 한 권의 책에 끝없는 ‘연대기’가 딸려 있는 것이니까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 독자가 한 권의 책에 딸려 있다, 그런 느낌을 초등학교 고학년 때 받았다는 점도 매우 큰 경험이었습니다.”

  - 마쓰오카 세이고의 ‘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에서-


   꼭 소장하고 싶은 조지프 캠벨의 책 하나를 중고샵에서 샀다. 3만원, 할인해도 2만4천원인 책값 좀 아껴보겠답시고……. 10만원짜리 책도 질러대던 옛날에 비하면 참……알뜰해졌다. -.-;;

  근데 헌 책을 받아보곤 잠깐 후회했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구르다 내게 온 책인지, 표지 가장자리도 너덜거리고 회색의 표지는 빛이 바래 더 우중충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네 주인은 뭐하던 사람인거냐……. 조금 전 아무 페이지나 휙휙 넘기며 새 책을 살 걸 그랬다고 투덜대고 있었는데 눈앞에 펼쳐진 페이지의 한쪽 구석에 연필로 쓰인 작은 글씨를 발견했다. 전화번호와 ‘내일까지’라는 단어 하나.

   웃음이 피식 나온다. 신화를 다룬 책에 적혀있는 너무나 현실적인 전화번호 숫자와 ‘내일까지’라는 일정. 책을 보다 딴 생각이 났거나 급하게 적을 메모지가 없어 그랬겠지만, 낯선 이의 일상 한 순간이 이렇게 책 안에 담겨 나한테 오다니, 그냥 신기한 기분. 마쓰오카 세이고가 어린 시절 책 안의 ‘연대기’를 발견하며 느꼈던 ‘신기한 기분’ 만큼은 아니겠지만.

   마쓰오카의 책은 알라딘 블로거들의 호평이 없었더라면 아예 관심도 두지 않았을 만큼 제목이 깬다. ‘다독술’도, ‘답이다’도 거슬린다. 뻔하디뻔한 자기계발서의 느낌. 하지만 책을 보고 나니 알라딘 블로거들이 호평할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통해 무언가 얻고야 말겠다는 목적이 뚜렷한 다독가가 아니라 그야말로 책을 사랑하는 열정적 독서가의 독서 체험과  방법론으로 가득한 책. 

  근데 왜 나는 마감이 코앞이고 할 일이 쌓여 미칠 지경일 때만 블로그에 뭘 쓰러 오는 걸까. 블로그가 점점 '딴 짓'용 취미가 되어가는 느낌.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나의 서재 >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귀에서 시작된 철학  (7) 2010/07/27
본 투 런-달리기와 사랑  (11) 2010/07/10
친절함의 가치  (9) 2010/05/16
책의 연대기  (18) 2010/04/13
부러운 사람  (10) 2010/02/28
나는 모르겠어  (3) 2009/11/28
버찌를 다루는 방법  (15) 2009/10/30
바람의 말  (8) 2009/10/26
Trackback 0 Comment 18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42 관련글 쓰기

  1. BlogIcon 마음산 2010/04/13 11:27 address edit & del reply

    마쓰오카 세이고...급 당깁니다!^^
    님의 '딴짓'이 제겐 살이 되고 웃음이 되고.....ㅋㅋ

    • BlogIcon sanna 2010/04/13 20:19 address edit & del

      찾아보니 이전에 낸 책은 '마츠오카 세이고'라고 표기가 돼있어서 이전 책들이 함께 검색되지 않더군요.
      '마츠오카 세이고'로 출판된 이전 책도 읽었는데,처음 보는 저자라고 생각했다는...-.-;;;

  2. 사복 2010/04/13 14:26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일해야 하는데.. 여기 와서 이거 들여다보고 있어요.. 흐흐흐.. -.-;
    요즘 책을 빌리는 곳이 디지털화 되어 있지 않아서 손으로 뒤에 붙은 책카드에 일일이 날짜와 이름을 써서 남기게 되어 있거든요.. 왕왕 수년 전, 아는 사람이 이 책을 읽었구나, 싶어서 묘한 느낌을 받기도 해요..

    • BlogIcon sanna 2010/04/13 20:21 address edit & del

      와~그런 곳이 아직도 있군요.
      마츠오카 세이고의 저 대목을 읽고보니 영화 '러브레터'에서도 책카드와 관련된 장면이
      있었던 같기도 하고, 제가 책을 빌리는 도서관에도 그런게 있음 좋을텐데....

  3. 2010/04/13 21:4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10/04/13 22:26 address edit & del

      푸하하~책 보다가 갑자기 3차방정식 풀고 그랬나봐? ^^
      하긴 나도 책에다 이상한 낙서를 할 때가 잦은데, 내 버릇은 주로 기하학 도형을 마구 겹쳐 그리는 것^^

  4. BlogIcon 엘윙 2010/04/13 22:27 address edit & del reply

    재밌네요. 아내가 결혼했다인가 그 영화에 여주인공 취미가 헌책 모으기였거든요.
    책에 뭐 잘 안쓰는 편인데 뭔가 써놓고 나중에 흔적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거 같아요.
    근데..할일이 왜그렇게 많으실까욤..방학숙제처럼 미뤄두신것인가..후후후.

    • BlogIcon sanna 2010/04/15 12:49 address edit & del

      책장에서 아무 책이나 쏙쏙 빼서 아무 페이지나 읽어보는 게 취미인데,
      어젯밤에 빼본 책의 페이지엔 제가 느낌표를 3개나 그려놨더라구요.
      감동적인 구절도 아니더구만 도대체 내가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가 없더라는....^^
      할 일은 평소엔 별로 없어요.^^ 어쩌다 한번씩 바쁠 때에만 딴 짓을 해서리~ ^^

  5. BlogIcon UFO 2010/04/14 09:30 address edit & del reply

    어떤 분은 읽고나서 책 앞장에 감상을 쓰시던데..중고책방을 돌고 돈다면 재밌겠군...출판사에선 몇장을 소감문란으로 지면으로 할애하고.....

    • BlogIcon sanna 2010/04/15 12:51 address edit & del

      다음 책은 그렇게 소감문페이지 만들어서 내볼까나?
      음...생각해보니 안되겠다. '너 이딴 책 왜 썼냐' 그런 소감만 난무할 듯...^^;

  6. falda 2010/04/17 22:50 address edit & del reply

    어느 선배가 유학 초기 시절 수업에 읽고 가야 어려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이전에 빌린 사람이 한국인이었던지 모르는 단어마다 한국어로 뜻이 다 적혀 있어서 만세 불렀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

    • BlogIcon sanna 2010/04/19 18:21 address edit & del

      흑...내가 댕기는 도서관엔 왜 그런 훌륭한 자선 낙서를 하는 사람이 없단 말이냐...ㅠ.ㅠ
      죄다 엉뚱한 데에 줄만 찍찍 그어놓고 말야.

  7. BlogIcon nomadology 2010/04/19 13:17 address edit & del reply

    시험까지 보시는 입장이었으면, 더 많은 업데이트가 있었겠네요. 눈팅만 하지만 독자로서 그런 상황도 바래집니다. :)

    • BlogIcon sanna 2010/04/19 18:24 address edit & del

      잡문쓰는 비정규직에 늦깎이 대학원생을 겸하는지라 시험까지 보는 입장 맞습니다.^^;
      그래도 업뎃이 이 수준밖에 안된다는.....-.-;;;

  8. 2010/04/23 18:15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10/04/24 19:46 address edit & del

      돌아간 곳은 견딜만하니?
      여긴 여전히 춥긴 해도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그것 하나는 좋더라.

  9. 2010/05/04 00:2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10/05/04 23:38 address edit & del

      이미 김OO씨와 만날 약속도 잡아놨지롱~ 두근두근~ ^^

2010/02/28 01:56

부러운 사람

".....우리 테이블에는 최근 대학을 졸업한 젊은 여성도 있었는데 중미의 촌락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간호학교에 막 입학한 이였다. 그녀가 부러웠다. 사회에 대한 기여가 너무 간접적이고 불확실한, 글을 쓰거나 가르치고 법을 업으로 삼고 설교하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었던 나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이들에 관해 생각했다. 자기 손으로 무엇이든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빗자루 하나라도 만들고 싶다는 평생의 바람에 대해 시를 쓴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나는 떠올렸다.”

- 하워드 진의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에서 -

 

오랫동안 내팽겨쳐 둔 세 번째 책을 위해 사람들을 인터뷰하러 돌아다니고 원고를 쓰는 중이다. 얼마 전에 만났던 한 여성의 말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말을 다루는 일을 하다가 아주 구체적으로 사람을 돕는 일로 전업하게 된 그가 “땅에 발을 딛고 몸으로 부딪혀 세상을 배우는 구체적인 삶”에 대해 말했을 때, 나는 그가 얼마나 기쁨에 차 있는지를 말보다 눈빛을 보고서 알았다. 새로 시작한 일을 들려줄 적마다 그의 눈은 유난히 반짝거렸고 덤덤한 표정에도 생기가 돌았다. 번번이 기억의 시계를 되돌려 이미 지나온 과거를 들려달라고 청하는 것이 미안해질 정도였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하워드 진의 에세이집에서 읽었던 위의 구절이 떠올랐다. 미국의 실천적 지식인으로 손꼽히던 하워드 진조차 간호학교에 입학하는 젊은 여성을 부러워했다. 추상적 개념을 다루거나 글과 말로 살아가는 사람들 중 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일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회의하며 ‘구체적 삶’을 동경한다.


집에 돌아온 뒤 나는 오래전 밑줄을 그어둔 이 구절 옆에 한 마디를 더 적어놓았다. ‘구체적 삶’이 변화시키는 대상은 다른 사람들 뿐 아니라 자기 자신이기도 하다고. “타자지향적인 목표와 가치, 연결선이 명확하게 보이는 일을 하게 되면서 나 자신이 달라진 것 같다”는 그의 말이 떠올라서다. 스스로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느낄 만큼 그가 고양된 것은 커다란 보상이 주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사회적 지위도 낮아졌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그의 일이 얼마나 목적을 달성할지도 알 수 없다. 충만함은 그런 데에서 오는 게 아닐 것이다. 다시 하워드 진의 말에서 한 대목.


“사회정의를 위한 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이 받는 보상은 미래의 승리에 대한 전망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 있다는, 함께 위험을 무릅쓰며 작은 승리를 기뻐하고 가슴 아픈 패배를 참아내는 과정에서 얻는 고양된 느낌이다. --함께 말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나의 서재 >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본 투 런-달리기와 사랑  (11) 2010/07/10
친절함의 가치  (9) 2010/05/16
책의 연대기  (18) 2010/04/13
부러운 사람  (10) 2010/02/28
나는 모르겠어  (3) 2009/11/28
버찌를 다루는 방법  (15) 2009/10/30
바람의 말  (8) 2009/10/26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23) 2009/10/22
Trackback 0 Comment 10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33 관련글 쓰기

  1. BlogIcon 지아 2010/02/28 06:00 address edit & del reply

    구구절절 공감이예요. 언니 새 책은 그 전에 실었던 turning point에 대한 건가 보죠? 아흐... 저도 빨리 turn하고 싶은데 ㅋㅋㅋㅋ

    • BlogIcon sanna 2010/02/28 22:11 address edit & del

      그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좀 쉬어도 되지 뭐~ 너무 조바심갖지 말고 느긋하게 지내.

  2. lebeka58 2010/03/01 12:19 address edit & del reply

    살면서 깜빡깜빡 잊고 있던 걸 다시금 일깨워주시는 글이네요. 각자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다름으로 해서 구체적 삶의 방법이 다르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말과 글의 힘은 정말 크고, 이또한 아무나 하고자 한다해서 할 수 있는건 아니거든요. 그런면에서 전 산나님이 넘 부럽사와요.

    • BlogIcon sanna 2010/03/03 00:39 address edit & del

      말과 글의 힘에 대해 회의적이라서...레베카님 댓글 보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3. Gomy 2010/03/02 16:39 address edit & del reply

    반갑습니다. 돌아오신 것을 확인하니 제 얼굴에도 아래 동자와 같은 미소가 (물론 그 정도로 귀엽지는 절대 않으나 ^^) 퍼지는군요...

    • BlogIcon sanna 2010/03/03 00:40 address edit & del

      Gomy님은 언제 돌아오셔서 저도 동자처럼 웃어보는 기회를 갖게 해주실라나요? ^^

  4. 경심 2010/03/03 02:01 address edit & del reply

    선배가 책 글귀를 옮겨 놓으실 때마다 궁금한 게 있어요. 늘 다 외우고 계신 걸까, 한 단어나 맥락을 기억하다가 옮겨 놓으시는 걸까. ^^선배가 여기저기 흩어놓은 조각들을 마주칠 때마다 그리운 마음이 듬뿍 일어요.

    • BlogIcon sanna 2010/03/03 15:22 address edit & del

      '기억력'보다 '망각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내가 그걸 다 외울리가 있니~^^
      막연하게 생각나면 찾아보는 정도야.찾아보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경우가 훨씬 많고.
      그건 그렇고,잘 지내지? 봄에 꼭 만나자.

  5. BlogIcon 엘윙 2010/03/07 13:12 address edit & del reply

    왠지 지금 살고 있는 삶이 실체가 없는 것 처럼 느껴집니다. ㄱ-

    • BlogIcon sanna 2010/03/09 01:38 address edit & del

      헐~뭘 그렇게까지.....^^

2009/11/28 12:14

나는 모르겠어

영감이란 일반적으로 예술가 혹은 시인만의 특권은 아닙니다. 영감을 받은 사람은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기 마련이며, 과거에도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뚜렷한 신념으로 자신의 일을 선택하고, 애정과 상상력을 갖고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

……

영감, 그게 무엇이든 끊임없이 “나는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가운데 생겨난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사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생계 수단으로 일을 합니다. 혹은 일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일을 합니다. 스스로의 열정으로 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삶의 조건들이 그들을 대신해 선택을 내리곤 합니다. 좋아하지 않는 일,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일, 그나마 그런 일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기에 어쩔 수 없이 가치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일. 이런 일들은 인간에게 닥친 가장 슬픈 불운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다가올 21세기에 금세 행복한 변화가 일어날 것같지는 않습니다.

……

지금껏 쭉 이야기를 듣고 계신 청중 여러분 가운데 다음과 같은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살인자, 사형집행인, 독재자, 광신자, 몇 개의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치며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선동 정치가 역시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또 열광적인 아이디어로 그 일을 수행하고 있지 않느냐고요.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네.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유일한 것, 오로지 그 하나만으로 영원히 족합니다. 그 밖의 다른 것들은 철저히 관심 밖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쪽을 향해 눈을 돌리는 순간, 자신이 주장하는 논쟁의 힘이 약해질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지요.

……

그렇기 때문에 ‘나는 모르겠어’라는 두 단어를 저는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 단어에는 작지만 견고한 날개가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단어는 우리의 삶 자체를 폭넓게 만들어, 우리 자신과 우리의 불안정한 지구를 포함하는 드넓은 영역으로 확장시켜 줍니다. 만약 아이작 뉴턴이 “나는 모르겠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사과가 그의 눈앞에서 우박같이 쏟아져도 그저 몸을 굽혀 열심히 주워 맛있게 먹어치우는 것이 고작이었을 것입니다. 만약 저의 동포인 마리 퀴리가 “나는 모르겠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월급을 받고 양가집 규수에게 화학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로 남았을 것이고, 그 일을 평생의 사명으로 여기며 삶을 마감했을 것입니다.

-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문 ‘시인과 세계’를 읽다가 옮겨놓음. 연설문 모음집인 ‘아버지의 여행가방’에서 재인용.
....공감하는 마음과 함께 괜히 어깃장을 놓고 싶은 심술도 자극하는 글. 무시무시한 살인자, 사형집행인, 독재자, 광신자의 카테고리에 함께 묶일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나는 아주 작은 그 하나, 그게 뭐든 간에, 오로지 무엇 하나에 대해서만이라도 '알고 싶다'. '나는 모르겠어' 대신 '이것만큼은 나도 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나의 서재 >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절함의 가치  (9) 2010/05/16
책의 연대기  (18) 2010/04/13
부러운 사람  (10) 2010/02/28
나는 모르겠어  (3) 2009/11/28
버찌를 다루는 방법  (15) 2009/10/30
바람의 말  (8) 2009/10/26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23) 2009/10/22
끊기의 괴로움?  (16) 2009/08/23
Trackback 0 Comment 3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29 관련글 쓰기

  1. 현숙 2009/11/29 23:57 address edit & del reply

    저 시인은 꼭 동양철학자 같군요...시인의 글은 영롱하게 빛나고, 언니의 해석글은 마음에 와 닿슴니다. 모르겠다는 자기인식은 알고싶다는 절실함을 깔고 있는거 같아요. 왜 알고싶으냐면, 사람이니까...^^ 그걸로 뭘할수 있을까, 으으. 그건 잘 모르겠다. ^^"

  2. 사복 2009/11/30 16:32 address edit & del reply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산나님도, 기실, '모르겠다, 모르겠어서 미치겠다' 고로 '알고 싶어 죽겠다'고, 농도 짙은 에너지를 뿜어내고 계시는 거겠지요.. 킁...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그런 생각이.. 으흐흐... (어깃장 놓고 싶은 맘에 다시 어깃장을...)

  3. lebeka58 2009/12/01 10:10 address edit & del reply

    그러고보니' 나는 모르겠어' 란 말을 모두들 달고 살지 않나 싶어요. 근데 심보르스카할머닌 넘 극단적이지 않나 싶네요. '난 모르겠어' 하면서두 저두 친구들두 그밖에 사람들도 잘알~~지내고 있거든요.' 난 모르겠어' 의 개념의 질적인 차이인가봐용. ㅋㅋ 제가 보기엔 산나님의 '이만큼은 나도 안다'에 기실은 많은것을 이미 갖고 계시고선~~~~ 제게 자극 주시려 그러신거죠???








    ~~

2009/11/12 01:05

책꽂이 계단


책꽂이 계단. 왼쪽은 아래에서, 오른쪽은 위에서 아래를 바라본 사진. 영국의 디자인 스튜디오 Levitate의 작품.
사진은 Neu Black 에서 퍼온 것.
멋지다.....언젠가 집을 짓는다면, 이런 계단이 있는 이층집을 지어야지...(근데 언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나의 서재 > 책 주변머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꽂이 계단  (22) 2009/11/12
이벤트 결과  (6) 2009/09/30
보은의 책 이벤트  (28) 2009/09/27
올해 읽은 책 Best 5 & Worst 5  (24) 2008/12/22
다시 폭탄 돌리기....  (37) 2008/11/14
게으름뱅이용 독서대 2  (23) 2008/08/24
국방부, 애썼다!  (12) 2008/08/03
게으름뱅이용 독서대  (34) 2007/04/21
Trackback 0 Comment 22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27 관련글 쓰기

  1. BlogIcon ibrik 2009/11/12 11:13 address edit & del reply

    좁은 공간에 책을 보관하기에는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인 듯합니다.
    그런데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책에 먼지가 많이 쌓이게 되는 필연적 아픔이 있을 듯합니다. ^^;

    • BlogIcon sanna 2009/11/15 20:22 address edit & del

      책장에 그냥 쌓아둬도 어차피 먼지 나긴 매일반. 저렇게 하면 좀 '간지'가 나보이지 않을까요 ^^;

  2. 사복 2009/11/12 14:06 address edit & del reply

    좁고 가파른 느낌이 나서 무섭습니다만, 그래도 저기서 한 권 빼갖고 앉아가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도 같네요... 멋집니다...

    • BlogIcon sanna 2009/11/15 20:22 address edit & del

      너무 가파르지요? 전 좀 완만하게 만들랍니다~ (언제???)

  3. 지아 2009/11/12 14:18 address edit & del reply

    아 정말 멋진데요. 맘에 드는 책 뽑아서 기대 앉아 읽으면 되겠는걸요. 내가 가진 책으로 몇계단이나 채울수 있을지 궁금함~~

    • BlogIcon sanna 2009/11/15 20:24 address edit & del

      저 계단 세어보니 12단이야. 어지간한 책장 높이는 6단.
      6단짜리 책장 5~6개분량은 들어가겠네~^^

  4. 2009/11/12 14:34 address edit & del reply

    이 계단 끝이 2층이나 다른 곳으로 이어지면 더 좋을 듯. 다락방이라도. 책 꺼내다가 다락방에 퍼질러 앉아 보다가 내려오며 꽂아놓고..푸힛

    • BlogIcon sanna 2009/11/15 20:25 address edit & del

      당근 2층으로 이어져야지. 1층은 식당, 2층은 침대로 이어지는 구조면 금상첨화!

  5. lebeka58 2009/11/13 06:26 address edit & del reply

    디자인 감각과 아이디어 진짜 쥑이네요. 그쪽 동네 언저리의 디자인 특징인 심플 & 자연미 & 기하학적인 모양등이 풍겨오네요. 왠지 눈내리는 자작나무숲이 더불어 크로즈업되구요. 올해 잘만하면 그 풍경 속에 차를 마시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답니다. 제가요~~ 기대만땅이죠.

    • BlogIcon sanna 2009/11/15 20:26 address edit & del

      오잉? 올해 '눈내리는 자작나무숲'에 가신다는 말씀? 아니면 런던에?
      어디가 됐든 부럽네요~~~

  6. BlogIcon 이승환 2009/11/13 18:15 address edit & del reply

    저 방 하나만...

    • BlogIcon sanna 2009/11/15 20:26 address edit & del

      방 하나 줄테니 3천만 땡겨주~

  7. 현숙 2009/11/13 20:05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삼층 다락방으로...

    • BlogIcon sanna 2009/11/15 20:27 address edit & del

      위의 아저씨에 비하면 소원이 소박해서 줗구나 ^^

  8. layer_cake 2009/11/14 07:22 address edit & del reply

    돈이 모자라면 지하방을 구하시지요.. 계단설치 됩니다.퍽! 아야! 휘리릭

    • BlogIcon sanna 2009/11/15 20:28 address edit & del

      그리고 거기다가 노래방 기계도 설치하고, 맨날 모여 놀자, 그럴라구요? 아, 됐슈~

  9. lebeka58 2009/11/16 16:47 address edit & del reply

    아마 두 곳 전부가 되지 않을가 한답니다. 산나님께선 작년 산티아고와 더불어 진작에 다 다녀오신 곳이거든요~~ 과감히 패키지 여행서 자유 여행으로 갈려구요. 쫌 걱정이 되긴해요, 언어땜시요. 머무르고 싶은 곳에 오래 있으려니 감수해야할 사항이란 생각이어용!

    • BlogIcon sanna 2009/11/21 02:56 address edit & del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행보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는 여행을 할 때
      되레 언어로 인한 불편함이 좀 덜한 것같아요.
      그나저나 좋으시겠습니다~ ^^

  10. UFO 2009/11/21 20:18 address edit & del reply

    오랜만이네..
    출장왔는데..일하다보니 힘들구나..
    에구~~목표하는 사진이라는게 말야..
    하늘이 도와줘야 하는 경우도 있거던
    의무감이란...
    안녕

    • BlogIcon sanna 2009/11/22 19:24 address edit & del

      어디 출장? 꼭 런던에 간 것처럼 말하네.맞지?

  11. BlogIcon 토댁 2009/11/24 06:43 address edit & del reply

    윗글 댓글 달라고 쭉~~내려오다 이 멋진 계단에 그만 깜짝 놀라 이렇게 댓글 달고 있습니다.
    정말 너무 멋집니다.
    확 우리집에 갖고 오고 시뽀욤..^^

    늘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 BlogIcon sanna 2009/11/28 12:13 address edit & del

      토댁님은 이런 것쯤이야 뚝딱뚝딱 만드실 수 있을 듯~

2009/10/30 00:23

버찌를 다루는 방법

“내가 뭘 먹고 싶고 갖고 싶으면 어떻게 하는 줄 아십니까? 목구멍이 미어지도록 처넣어 다시는 그놈의 생각이 안 나도록 해버려요.
…어렸을 때 나는 버찌에 미쳐 있었어요. 돈이 없어서 한꺼번에 많이 살 수는 없고… 조금 사서 먹으면 점점 더 먹고 싶어지고…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화가 났습니다. 창피해서 그랬는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나는 버찌가 날 데리고 논다는 생각이 들어 속이 상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한 줄 아시오? 아버지 주머니를 뒤져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시장으로 달려가 버찌 한 소쿠리를 샀지요. 도랑에 숨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넘어올 때까지 처넣었어요. 배가 아파오고 구역질이 났어요. 그렇습니다. 두목. 나는 몽땅 토했어요. 그리고 그날부터 나는 버찌를 먹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보기만 해도 견딜 수 없었어요. 나는 구원을 받은 겁니다. 언제 어디서 버찌를 보건 내겐 할 말이 있습니다. 이제 너하고는 별 볼 일이 없구나 하고요.
훗날 담배나 술을 놓고도 이런 짓을 했습니다. 나는 지금도 마시고 피우지만 끊고 싶으면 언제든 끊어버립니다. 나는 내 정열의 지배를 받지 않습니다. 고향도 마찬가지예요. 한때 몹시 그리워한 적이 있어서 그것도 목젖까지 퍼 넣고 토해버렸지요….
두목, 웃을 필요는 없어요. 이게 사람이 자유를 얻는 도리올시다. 터질 만큼 처넣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금욕주의 같은 걸로는 안돼요. 생각해봐요, 두목. 반쯤 악마가 되지 않고 어떻게 악마를 다룰 수 있겠어요?”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


나도 조르바처럼 하기는 한다.
그러나 내 문제는, 조르바와 달리 기억력 대신 망각력이 탁월하게 좋다는 것,
그 탓에 탐욕의 대상을 터질만큼 처넣고 토해버려도, 시간이 좀 지나면 토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또다시 유혹에 넘어간다는 것.
반쯤 악마는 되었으나, 악마를 전혀 다루지 못하고 매번 진다는 것.
아, 정말 대책없는 나여....#$@%*&$%^&+@#$!!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나의 서재 >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의 연대기  (18) 2010/04/13
부러운 사람  (10) 2010/02/28
나는 모르겠어  (3) 2009/11/28
버찌를 다루는 방법  (15) 2009/10/30
바람의 말  (8) 2009/10/26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23) 2009/10/22
끊기의 괴로움?  (16) 2009/08/23
나 그대 믿고 떠나리  (8) 2009/05/24
Trackback 0 Comment 15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24 관련글 쓰기

  1. 지아 2009/10/30 05:23 address edit & del reply

    조르바의 저 대목은 정말 두고두고 생각이 나요. 고독에서 저 책 토론할때도 저 부분 얘기가 나왔던가 기억이 가물하지만요. 생각해보니 전 고2때 복숭아 7개-지금 생각해도 넘 맛있었음..침 꼬올깍~쩝;;)- 한자리에서 꿀꺽하고 음악회 갔다가 토사곽란이 일어나 응급실에 실려갔던 기억이.. 저 이런 사람이예요 언니.ㅠ.ㅠ 근데 요새도 뭔가(특히 먹지 말아야할 것들)가 자꾸 땡길땐 조르바의 저말을 떠올리며 실천하는 중. ㅋㅋ

    • BlogIcon sanna 2009/11/09 01:32 address edit & del

      너네는 고딩때 이런 재밌는 책도 토론했단 말이냐.
      우리는 맨날 '논어''중용' 뭐 이런 것들만 해서, 내가 지금도 '고전'을 싫어하잖니...ㅠ.ㅠ

  2. BlogIcon 미탄 2009/10/30 09:44 address edit & del reply

    버찌를 한 소쿠리가 아닌 4분의 3만 드셨거나,
    버찌가 아닌 보리수나 산수유에도 적용되기를 기대했거나,
    이도 저도 아니라고 해도,

    대책이 없다기 보다,
    그게 사람이 아닌가 싶어지는데요~~

    • BlogIcon sanna 2009/11/09 01:34 address edit & del

      말씀대로 그냥 그게 사람이려니 하고 살아야겠지요?
      안그러면 스스로가 넘넘 싫어진다는.....

  3. lebeka58 2009/10/31 11:28 address edit & del reply

    ㅋㅋ~~ 글제목보고 한방 먹었네요. 글구 방금 막 생각났어요. 움베르토 에코의 ' 장미의 이름' '연어와 함께 여행하는 법''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법' 과 같은 科네요.혹 산나님두 이쪽 계열이신감요? 산나님은 광고 카피라이터하심 매우 탁월한 끼를 발휘하셨을거란 100%확신이 들어요.그리구 글내용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닌게 아니라 조르바의 해법이 통하는 것이 제법되는거 (?) 같아요.허나 아닌 것두 쬠되는데요? 아마두 산나님이 머리를 쥐어박고 싶으신 상황은 물론 후자이지 않을까해요.

    • BlogIcon sanna 2009/11/09 01:35 address edit & del

      저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법'과는 절대로 못됩니다.
      괜히 혼자 화내는 바보라서 세상의 비웃음을 사는 인간이라면 또 모를까~ -.-;

  4. 현숙 2009/11/01 01:01 address edit & del reply

    나한텐 "버찌"라고 할만한게 없는거 같어, 라고 쓸려다가 하나하나 생각남. ㅠ,ㅠ 건강히 잘지내고 있군요. 가을바람이 찰텐데 옷 튼튼히 입고 다니고, 잘 챙겨먹도록 하세요 :)

    • BlogIcon sanna 2009/11/09 01:36 address edit & del

      여긴 몹시 춥다가 또 가을 날씨란다.단풍 지기 전에 산에 가야하는데 괜히 마음만 초조해지네.

    • lebeka58 2009/11/10 22:04 address edit & del

      멀리 가지 않아두 가까운 산 어디나 다 이뻐요. 진짜 국토의 70%가 산지라는 초딩 때의 공부가 절로 수긍이 간답니다.저는요, 남한산성, 청계산 , 관악산 음~~ 글구 울 집뒷산에서 늦가을을 실컷 온 몸으루 느끼고 있답니다.하긴 제가 준백수라 가능한 거 같긴해요.

  5. 이쁜이 2009/11/04 11:37 address edit & del reply

    오 완전 공감.
    첫째는 망각의 문제요, 둘째는 토할 때까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력이 되는지 여부 아니겠습니까. 쇼핑의 욕구가 치밀어오를 때 물릴 만큼 무언가를 사댈 수 있는 돈이 있어야 그것도 가능한 처방......에휴.
    그래도 이 글 멋지다. 읽어봐야지.

    • BlogIcon sanna 2009/11/09 01:38 address edit & del

      '쇼핑의 욕구'를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 그게 '욕구'에 속한다는 사실이
      이해불가능하지만,어쨌든 그건 이 방법으로 해결불가능할 것같다.
      네말대로 토할 때까지 사들일 돈이 있어야 말이지.^^

  6. lebeka58 2009/11/10 22:18 address edit & del reply

    볼수록 재미있고 유쾌한 글제목이네요.

    • BlogIcon sanna 2009/11/15 20:21 address edit & del

      레베카님 취향에 제가 '지대루'어필한 것같네요 ^^;

  7. BlogIcon sodami 2009/11/17 10:08 address edit & del reply

    책 샀어요.... 조르바가 너무 궁금해져서... ^^

    좋은 글 고맙습니다~

    • BlogIcon sanna 2009/11/21 02:57 address edit & del

      멋진 아저씨이지요 ^^
      조르바가 쏟아내는 생명과 열정의 언어들에 기꺼이 감염되시길~

2009/10/26 13:27

바람의 말

바람의 말 
                  - 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우연히 읽게 된 시 때문에 가슴이 뻐근한 날....옆을 스치는데도 네가 없다고 생각하는 나 때문에, 바람아, 서운하지는 않았니...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나의 서재 >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러운 사람  (10) 2010/02/28
나는 모르겠어  (3) 2009/11/28
버찌를 다루는 방법  (15) 2009/10/30
바람의 말  (8) 2009/10/26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23) 2009/10/22
끊기의 괴로움?  (16) 2009/08/23
나 그대 믿고 떠나리  (8) 2009/05/24
사랑과 지옥  (9) 2009/03/01
Trackback 0 Comment 8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26 관련글 쓰기

  1. 지아 2009/10/26 15:24 address edit & del reply

    언니..ㅠ.ㅠ 전주에 다녀오셨나요. 우리곁에 바람으로 꽃잎으로 햇살로 남아 있는 그 녀석이 저도 정말 보고 싶어요.

    • BlogIcon sanna 2009/10/26 21:47 address edit & del

      응.다녀왔다..네게도 쉽지않은 계절이겠구나.가까이 있어야 술이라도 한잔 하지...ㅠ.ㅠ

  2. lebeka58 2009/10/27 00:57 address edit & del reply

    웬지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우리가 알아서 얻은 괴로움이 언제쯤에야 꽃잎되어 날라가 버릴까요.
    그리고 언제야 착한 그리움으로 가슴에 남아있을까요

    • BlogIcon sanna 2009/10/30 00:15 address edit & del

      정말 언제쯤이나 되어야....

  3. 스피닉스 2009/10/29 10:10 address edit & del reply

    개인적으로 두번째 구절들이 와닿네요...

    • BlogIcon sanna 2009/10/30 00:15 address edit & del

      그러셨군요

  4. 신미경 2009/10/29 10:40 address edit & del reply

    엘시스테마에 관심이 많아 메일드렸습니다. 확인하시고, 연락부탁드려요.

  5. 2009/10/29 19:01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2009/10/22 14:43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후배 편집자들에게 기획안을 제출하라고 하면 제일 먼저 시장조사를 하겠다고 서점에 나가는 경우가 많다. 서점에야 신간을 포함하여 많은 책들이 구비되어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이전에 내가 읽어온 책의 목록을 살펴보는 것이다.

편집자가 평생 기획할 수 있는 책이 몇 권이나 될까. 극단적으로 한 달에 한 권을 만든다고 치자. 40년 동안 현장에서 일할 수 있다면 480권을 만들 수 있다. 480권의 목록을 어떻게 구상할 수 있을까. 아마도 처음 50권은 편집자의 독서편력에서 비롯된 취향과 기질이 반영된 기획도서가 아닐까 싶다. 나머지 400여권은 그 50권이 가지치고 혹은 뿌리 나누기를 해서 스스로 숲을 이루어나갈 것이다. …편집자가 자신이 잘 아는 분야,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내다보면 그 책이 다른 책을 불러 온다. 책 한 권을 만들면서 그만큼 성숙해지는 것이 편집자인 것이다. 그러니까 책 한 권을 출간하고 나면 몇 권의 기획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할 수 있다.

- 정은숙의  "편집자 분투기" 중에서 -


얼마 전부터 고민하는 사소한 선택의 과제가 하나 있다. 그냥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좋아 보이는 변덕 때문에 생각이 더 뻗어나가질 못하고 계속 제자리 맴돌기 중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편집자 분투기’의 이 대목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저자의 표현에 빗대어 말하자면 ‘내가 읽어온 책의 목록’을 살피지 않고 ‘서점의 신간’을 살피러 나돌아 다니는 데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듯하고 중요해 보이는 대상을 선택하고 싶은 얄팍한 욕심에, 애초에 내가 왜 이 길에 들어섰는지를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내 삶 속에서 만들어진 질문, 내 문제에 근거하지 못하는 선택, 전문성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 선택의 근거가 여전히 빈약하다면 두리번거리면서 시간낭비 하지 말고 이곳까지 나를 이끌어온 내 질문을 먼저 들여다볼 것. 무엇보다, 홍상수 감독이 고현정의 입을 빌어 설파하신 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여기저기 집적대지 말 것!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나의 서재 >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모르겠어  (3) 2009/11/28
버찌를 다루는 방법  (15) 2009/10/30
바람의 말  (8) 2009/10/26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23) 2009/10/22
끊기의 괴로움?  (16) 2009/08/23
나 그대 믿고 떠나리  (8) 2009/05/24
사랑과 지옥  (9) 2009/03/01
체실 비치에서  (15) 2008/12/17
Trackback 0 Comment 23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325 관련글 쓰기

  1. BlogIcon 이승환 2009/10/22 15:49 address edit & del reply

    왠지 죄송하다고 빌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는 글-_-;

    • BlogIcon sanna 2009/10/22 17:54 address edit & del

      헐~제가 뭘 잘못해서 그런 마음이 들게했는지 죄송하다고 빌고 싶은 마음...-.-;;;

  2. 사복 2009/10/22 18:50 address edit & del reply

    뜨끔합니다.. 죄송하다고 하기에도, 너무 부끄러워요;

    • BlogIcon sanna 2009/10/22 20:37 address edit & del

      얼렐레~왜들 이러시는지....ㅠ.ㅠ
      제가 뭘 잘못 썼나봐요? 제목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 나오는 대사인데,너무 쎈가요?

  3. 지아 2009/10/22 23:21 address edit & del reply

    아는만큼만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사람 의외로 적어요. 자신이 잘 모르는것을 인정하려면 내가 뭘 모르는지부터 알아야하는데 그걸 잘 모르다보니까니 ㅋㅋㅋ

    • BlogIcon sanna 2009/10/22 23:30 address edit & del

      웅~근데 확실히 내가 제목을 선정적으로 단 것같긴 하네.^^
      '아는 데서부터 시작해보자' 뭐 이런 생각을 한 거고, 사실 제목이 이 내용과는 별 관계가 없는데
      댓글은 선정적 제목에 대해 달리는 추세~^^;

  4. 마음산 2009/10/23 11:54 address edit & del reply

    으왕....저야말로 왕 부끄러워서 도망가고 싶어요~~

    • BlogIcon sanna 2009/10/25 21:23 address edit & del

      힛~ 저자 사진까지 찾아서 올려놓을까봐요~~^^

  5. BlogIcon 즐거운 사자 2009/10/23 21:11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제가 걸어온 경력(내가 읽어온 책의 목록)을 살피기 보다는
    자꾸만 전혀 다른 새직종(서점의 신간)을 살피러 돌아다니다 참 많이도 헤맸습니다.
    그러다, 지금의 제 자리에서 되돌아 보니
    제가 걸어온 길이 모두 이 길로 이어지기 위함이었구나 깨닫게 되더라구요.

    스티브 잡스의 유명한 2005년 스텐포드 대학 졸업식 축사 중 한 귀절이 생각납니다.

    '여러분은 미래를 내다보며 점들을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과거를 되돌아보며 점들을 연결할 수 있을 뿐이죠.
    그러므로 미래에 점들이 어떻게든 연결되어 이어질 것을 믿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무언가에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본능이든,운명이든,삶이든,인연이든,무엇이든 간에)
    점들이 연결되어 나갈 것이라고 믿는 것은 여러분에게 자신의 마음을 따르도록 하는 자신감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설사 마음을 따르는 일이 여러분을 탄탄대로에서 벗어나게 할 때 조차도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에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 BlogIcon sanna 2009/10/25 21:25 address edit & del

      그 유명한 'connecting the dots'로군요.^^
      뒤돌아보아도 왜 내 점들은 연결이 안되나 답답할 때가 많은데..잡스의 말대로, 믿어볼까요?^^

  6. 현숙 2009/10/24 01:48 address edit & del reply

    홍상수 감독 영화를 즐겨보는 일인으로서, 언니 제목선택이 논지에서 영 벗어난건 아니라고 생각됨니다. ^^ 머...마음을 들여다보고 따르는게 모든 질문의 해답이라는건 두말하면 잔소리일 거고. 요는 고걸 못하게 방해하는 지식인적 자의식 과잉이 문제라는거 아니겠슴니까요. 저라는사람은 매우 뻔뻔하게도 그런 영화를 보면서 아하하 웃다가 어우야~하다가, 음...지식인은 역시 문제가 많아, 하면서 정리한다는.

    • BlogIcon sanna 2009/10/25 21:25 address edit & del

      딱 홍상수 영화스러운 정리방식이로세 ^^

  7. 2009/10/24 02:08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 입니다

    • BlogIcon sanna 2009/10/25 21:26 address edit & del

      그렇지. 내공으로 따지면야 둘째가라면 서러울~ ^^

  8. BlogIcon montreal florist 2009/10/24 08:34 address edit & del reply

    정말 정말 유식해야하는 직업이군여

    • BlogIcon sanna 2009/10/25 21:28 address edit & del

      음...그보다는 유식하려고 애쓰지 말고, 네 관심사가 뭔지 먼저 파악해라,그런 취지로다가
      저는 읽었습니당~ ^^

  9. BlogIcon 팔다 2009/10/25 00:11 address edit & del reply

    에헤헹....모르는 거 아는 척 하면서 쓰려다가 페이퍼가 안드로로 가는 중인 저입니다요...
    모르는 거는 우라까이도 잘 안된다는 진리....

    • BlogIcon sanna 2009/10/25 21:30 address edit & del

      마자마자...옛날에 나 꼼지락거리던 거 보다못한 모 선배가
      "야, 도장파지 말고 그냥 우라까이라도 해서 빨리 띄워!"하고 소리지를 때,
      '뭘 알아야 우라까이라도 하지요'하고 항변하고 싶었다는...ㅠ.ㅠ

  10. 2009/10/25 17:39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제 기사를 스스로 복제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허걱...역시 아는 건 우라까이가 잘 되더이다

    • BlogIcon sanna 2009/10/25 21:34 address edit & del

      어인 자학을...완죤 '잘쓴 기사 하나, 열 취재원 안부럽다'로세~^^

  11. lebeka58 2009/10/27 00:39 address edit & del reply

    생각의 안테나에 포착되는건 역시 내 취향의 것이더라구요. 그러니 산나님도 첨에 구상했던거를 다듬는 정도로 큰틀은 바귀지 않을거란 생각이드네요. 그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요.
    공부하시는거 말고도 여러 계획이 많으신 분주한 가을을 보내고 계시는군요. 그와중에도 블로거에참참이 글을 올리시니, 전 넘 좋아요.

    • BlogIcon sanna 2009/10/30 00:14 address edit & del

      문제는 '첨에 구상했던 거', 그것이 뭔지를 저도 잘 모른다는 거죠 ^^;
      모르거나 말거나, 그냥 뭐 눈에 띄는대로 재미있는 것 따라다녀볼라구요 ^^

  12. BlogIcon roulette system 2010/08/11 07:32 address edit & del reply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