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구냐
김희경
생애 첫 기억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준다는 말이 있다. 내 첫 기억은 만 네 살 때의 일이다. 오빠를 줄기차게 따라다니던 나를 청강생으로 받아준 시골 유치원의 관대한 원장수녀님은 ‘너도 밥값은 해야지’ 싶었던지, 오빠가 졸업할 때 내게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씌우고 떠나는 언니오빠들을 그리워하는 포즈로 앨범용 사진을 찍게 했다.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사진을 찍으러 마당에 나가야 하는데 도무지 신발을 찾을 수가 없어 신발장 앞을 정신없이 헤매던 순간이다. 결국 오빠 졸업앨범엔 신발 한 짝만 신은 채 곧 울 것 같은 표정인 내 사진이 실렸다.
신화에서 신발을 잃어버리는 것은 곧잘 정체성의 붕괴와 모험의 시작을 상징한다. 그래서 여태 나는 스스로 어떤 인간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물으며 헤매는 건가. 아마 평생 그럴 것 같다. 최근 나는 문지방 하나를 넘어 새로운 세계로 건너갔다. 명함의 타이틀이 나를 설명해주는 ‘명사’의 삶 대신 스스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만들어내야 하는 ‘동사’의 삶이 슬슬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여전히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지만, 계속 탐구하고 체험하는 ‘동사’형 이야기꾼으로 살려고 한다.
책 《흥행의 재구성》,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내 인생이다》를 썼고 《엘 시스테마, 꿈을 연주하다》, 《아시안 잉글리시》를 우리말로 옮겼다. 2010년 가을부터 국제개발NGO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한다. 이전엔 18년간 <동아일보>기자였다. 서울대 인류학과, 미국 로욜라 매리마운트 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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