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에 해당되는 글 2건
- 2011/05/30 '나가수'와 두 친구 (6)
- 2007/08/14 돈버는 방법도 가지가지.... (20)
‘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에 열광하는 사람과 장안의 화제인 그 두 TV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사람이 만났다. 오랜 친구인 둘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
A: 백청강 정말 대단하지 않아? 걔가 이기니까 기분 좋더라. 그럴 거라 예상은 했지만.
B: 흑룡강은 알겠는데 백청강은 또 뭐냐?
A: ……농담이라도 어디 가서 그런 소리 마. 돌 맞을라. ‘위탄’ 안 봐? ‘나가수’는?
B: 안 봐. ‘나가수’로 뜬 임재범 노래는 나중에 들었지. 잘하대. 근데 꼭 그런 서바이벌 게임을 해야 해? 나는 정말 싫던데.
A: 서바이벌 게임이야 형식일 뿐이고 사람들이 노래를 좋아하니까 그 자체로 즐기는 거지. 워낙 잘하잖아.
B: 그럼 노래만 즐기면 되지 옥주현이 나올 자격 있네 없네 트집 잡는 이유는 뭔데? ‘음악여행 라라라’같은 프로그램도 결국 없어졌잖아. 노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서바이벌 예능’에 열광하는 거야.
A: 서바이벌 예능에 열광한들 그게 뭐 어때서? 경쟁은 인간 본성인데 서바이벌 게임을 좋아하는 게 왜 문제야? 자연 선택 앞에서 이기는 개체만이 살아남는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경쟁 속에서 공정한 룰에 따라 연변 청년, 상처 많은 남자가 스타, 영웅이 되니까 감동하는 거지.
B: 공정은 무슨…… 평가하고 단죄하는 쾌감을 즐기는 건 아니고? 게다가 경쟁이 본성이라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고 단정할 순 없지. 사람은 진화해온 대부분의 시간을 물질 분배가 평등한 수렵, 채집사회에서 보냈고 본성도 그때 주로 틀이 잡혔는데, 그런 사회에선 경쟁보다 협력이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되레 사람은 본능적으로 경쟁을 싫어할지도 몰라. 솔직히 말해 봐. 너는 경쟁이 좋아? 이기는 게 좋지, 경쟁하는 상황이 좋은 건 아니잖아?
A: 내가 경쟁하는 건 별로지만…… 남들 경쟁 보는 건 재미있잖아? 그게 뭐가 문제냐고! 사람들은 승자, 패자가 있는 이야기를 좋아해. ‘위탄’이나 ‘나가수’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유와 인기 드라마를 좋아하는 게 내가 보기엔 크게 다르지 않아. 영웅이 고난을 이기고 마침내 미인을 얻는 이야기들 생각해봐. 그것도 결국 다 서바이벌 게임 아냐? 모든 감동적인 이야기는 서바이벌 게임의 구조를 갖고 있어. 사람들은 거기서 생존의 전쟁터에서 필요할지도 모를 정보를 얻는 거야.
B: 하지만 내 말은 왜 점점 더 경쟁이 모든 분야에서 심해져만 가느냐는 거야. 요즘은 아나운서도 오디션으로 뽑고 '나는 작가다‘로 소설가 지망생도 줄 세우잖아.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무한경쟁의 압박이 너무 사람들을 몰아붙여서 심성이 거칠어진 게 아닌가 싶은 거야. 줄 세워서 순위 매기고 탈락시키는 예능에 열광하는 자기 마음을 돌아볼 필요도 있다고.
A: 비약하지 마. 서바이벌 예능에서 경쟁 상황을 자꾸 만드는 건 요즘 뭐가 더 심해져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오래 전부터 좋아해온 승패의 스토리를 압축해서 주목을 끌 수 있기 때문이야.
B의 말문이 막힐 즈음, 둘의 논쟁을 인내심 있게 지켜보던 식당 점원이 “손님, 계산 먼저 해주세요”하는 바람에 둘은 서먹하게 헤어졌다. 며칠 뒤 둘은 우연히 마주치게 됐는데…….
A: 아, 정말 힘들어 못살겠다. 회사에서 중국 후발주자가 곧 따라잡네 어쩌네 하며 볶아대는 통에 살 수가 있어야지. 난 그 ‘세계화’, 정말 싫다. 내가 우리 동네 미인만 하면 되지 왜 전 세계 미인과 경쟁해야 되냐고! 점점 더 승자독식인데 경쟁자는 늘어가니……
푸념을 늘어놓던 A와 B의 눈이 문득 마주쳤고, 둘은 입을 다문 채 서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랜 우정이 서먹해질 위기를 넘기고 의견 일치를 본 거였다. 현실 세계의 경쟁은 이야기도, 감동도 없이 팍팍해져만 간다고……
--- 오늘자 내일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바로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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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beka58 2011/05/31 23:39
그쵸~~ 경쟁에 중독된건지 아니면 피말리는 경쟁을 보면서 대리 만족을 즐기는건지~~ 저두 B친구말에 동감이어요. Project Runway라는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은 후, 이 컨셉 배낀 거 정말 신물나게 많아서 완죤 짜증이 ~~ '나가수'의 경우 이미 다 자기 빛깔로 노래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인데 , 뭘 기준으로 줄을 세운다는 건지요. 메니저라는 사람들이나, 청중들이 젼문성이 있는 사람들두 아니더만요. 기도 안차는 프로란 느낌이 살알짝~~ 들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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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11/05/31 23:53
ㅎㅎㅎ B에 동감하시는군요. 오늘 후배가 저더러 A와 B중 어느쪽이냐 묻길래, 전 계산 먼저 해달라는 점원이라고 대답했어요.^^
전 '나가수'를 안봐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프로인지 잘 모르지만(제가 안보는 건 순전히 고장난 TV 고치기 귀찮아서입니다 ^^
주변에 참 괜찮은 친구들이 그거 보면서 열광하는 걸 보고 이런 소재로 글 써볼 생각을 하게 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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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bi 2011/05/31 11:52
나야말로 흑룡강만 아는 사람이라서리..ㅎㅎ
점점 세상은 제 정신을 지키며 살기가 어려워지는 거 같지요?
정신없이 내달리는데, 어디를 향한건지... -
Yeti 2011/06/02 01:48
"경쟁의 총량" 보다는 "경쟁의 집중도"의 문제가 아닌지 모르겠네요.. 선택하기를 포기하고 일단 뛰어야 하니.. 그래서 전.. 승자라도 행복했으면.. 좀 더 바란다면, 다양한 곳에서.. 행복한 승자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동네의 자주 다니는 길목에 그 유명한 '총각네 야채가게' 체인점이 얼마전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매장 크기를 두 배로 키우고 거의 10명에 가까운 '총각'들이 공격적으로 장사를 하더군요.
밤에 학교 운동장을 돌러 나가면 하루 장사를 마치기 직전인 야채가게 총각들이 야채 바구니들을 둘러매고 남은 야채를 떨이로 팔러 오곤 했습니다.
저녁 운동을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지갑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던지, 요즘은 퇴근하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하철 역 입구에서 총각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지하철 역 입구에선 야채보다 주로 과일을 떨이로 싸게 팝니다.
총각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 동네마다 있던 작은 야채가게들이 다 문을 닫게 생겨 좀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편의점 체인 때문에 동네 구멍가게들이 사라졌듯, 브랜드와 규모, 편리함 앞에서 배겨날 영세 가게가 없겠지요.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총각네에 들렀다가 "옆집이랑 무슨 관계가 있어요? "하고 물어보니 총각 한 명이 우는 소리를 합니다.
"관계는 무슨 관계요! 아이고, 저 집 때문에 아주 죽겠어요. 쫓아낼 수도 없고..."
거 참.....바로 옆 집에 가게 이름을 패러디해 문을 여는 배짱이 놀랍기만 합니다.
매일 얼굴을 마주칠텐데 불편해서 어찌 사나 싶어요.
며칠 뒤 냉장고에 붙이는 형제네 가게의 전화번호 자석이 집 현관문에 붙어 있더군요. 위 사진에서처럼 냉장고용 자석까지 총각네와 디자인이 똑같습니다. 야채가게의 '야'자를 활용한 디자인까지 그대로네요. ^^
뭔가 불공정 게임 같은 기분이 은근히 들어서 형제네 가게엔 들러본 적이 없는데, 엊그제 찾는 과일이 총각네에 없길래 재미삼아 형제네에 한번 들러봤습니다.
옆집과 가격 차이는 어떻게 되냐고 물어봤더니 "똑같죠, 뭐"하고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옵니다. 이런 방식으로 장사를 하는 당사자 마음도 편하지는 않겠지, 생각했는데....이것저것 묻다가 좀 깎아달라 어쩌구 했더니, "이것도 옆집보다 2천원 싼 거예요" 하시더군요. ^^
나오는 길에 간판 제목 말을 꺼내니 "진짜 형제예요"라고 대답하더군요. ^^;
그 분도 매일 총각네와 벌이는 무언의 신경전이 편하지만은 않을텐데...뻔히 눈총살 줄 알면서도 그런 방식을 선택한 '형제'들이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참 먹고 살기 힘든 세상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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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yzche 2007/08/14 15:07
저런...대놓고 뻔뻔해요, 너무.ㅋㅋ
요즘 정말 먹고 살기 힘들어서 저러는 건지...ㅎㅎ 아니면 문닫게 생긴 곳이 오기로 버티는 건지는 모를 일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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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7/08/14 18:17
정말 그 두 집 보고 있음 좀 웃기기도 하고, 에효~ 하는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먹고 살기 만만치 않으니 점점 '금도'의 대상이 줄어드는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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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짱동상 2007/08/15 03:13
근데 사실, 저렇게 대놓고 뻔뻔한건 예전부터 있었던 듯 해요. 스타벅스가 처음 들어오던 시절, 스타벅스로고를 그대로 카피한 비슷한 커피 전문점 '프라우스타'를 보고 어찌나 창피했던지,.. 일본 혼다이사의 상표를 고대로 이태릭체로 바꾼것만 같은 현대자동차의 'H'로고 등..대기업들도 그렇게 뻔뻔한 짓을 한다는 사실..이런건 사실 국제망신이 아닐까요. 남의 상표라든가, 디자인, 아이디어를 도용하는것에 대해 너무 관대한 제도가 이런 관행을 만드는게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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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7/08/15 12:10
'나훈아'의 패러디가수 '너훈아'도 있고.^^ 영세하고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의 도용은 저간의 사정이라도 있다 치지만, 대기업이 남의 아이디어, 디자인을 도용하는 건 정말 파렴치한 범죄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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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2007/08/15 20:00
총각네의 신선한 마케팅은 여전한가요? 거기 바나나 팔 때 매장에 원숭이 데려다놓고 그러던데....울 동네는 총각네고 형제네고 뭐 그런 신선한 야채 파는 곳은 없어요. 패러디도 존 동네에서나 가능.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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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orin 2007/08/17 00:26
형제네 야채가게에 대한 비판의 포화가 집중되는 가운데에서 형제네를 옹호해보고자 합니다..지식재산권이 온전히 지켜지는 시장에서는 당연히 총각네..가 이익을 얻겠지만, 그렇지 않은 시장에서는 형제네가 총각네의 이익을 뺏어가겠지요..하지만 후발주자인 형제네..로서는 살아남기위한 어쩔 수 없는 전략이었을 겁니다...지식재산권에 대한 법적 구속력(legal enforcement)을 강화시키는 것은 분명히 그것을 처음 만든이에게는 큰 이익을 안겨주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식에 대한 과잉보호로 시장의 전체적인 혁신에 안좋은 영향을 끼칠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좋게 생각하자면 총각네..는 innovator's dilemma에 빠졌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네요...하하..총각네가 강자니깐 더 분발해야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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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7/08/17 11:35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전략이었다고 해도 바로 옆에서 그러니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같아요. 멀리 떨어진 곳에서라면야 형제네를 하든 자매네를 하든 아무 상관이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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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2007/08/17 16:40
헐.... 총각네 가슴 무너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해요...
제가 사는 동네에도... 잘되던 자그마한 고깃집 바로 옆에 더 크고 더 뻔쩍거리는 고깃집이 대놓고 생겨서 보는 사람을 '헐~'하게 만들었어요.. 장사 첫날은 공짜로 고기를 준다고 했으니 당연히 손님 다 그리로 몰렸죠... 그러고 나서도 며칠동안 원래 있던 가게 손님이 확~ 주는 게 보였는데... 다행히(?) 얼마 안가서... 자그만 고깃집은 다시 손님이 꽉 찼죠...
총각네도... 그렇게 됐음 좋겠네요;
형제네도 안타깝기야 하지만 하는 짓이 좀 얄미우니...;; 패스~;; -
UFO 2007/08/19 10:12
우리 동네 이야기 해줄께
구반포인데...총각네가 먼저 들어왔어...
퇴근길엔 특히 저래도 되나 할 정도로 소리가 크지만...
젊은이들의 열정마켓팅이려니 하고 참아왔지....
그래도 장사는 잘되더군...동네 아줌마들 특히 많이 들르고,..
한 6개월이 흘렀나..
바로 큰 길 건너 "자연**"이란 거의 동종의 가게가 생겼고
마켓팅 방법도 거의 같아..새로 생긴 곳이 유기농 제품을 표방한 게 차이고...
양쪽에서 터지는 스테레오 "소리쳐" 열정!!
오가는 주민들은 멍하니 양쪽을 구경하 듯 바라보고..
문제는 보기에 안좋더라는 것이지..
경쟁에 몰입돼..서로 응원전하듯 하면서
버스소음들 사이로 나 역시
듣지 말아야 했을 말들을 들었거든......
삶의 치열함을 배우긴 했지만...-
susanna 2007/08/19 20:54
우리동네 총각과 형제들은 소리치는 대신 수박 쪼개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먹고 가라고 경쟁적으로 권하는, 아주 바람직한 서비스 경쟁을 하고 있지비. 얼마나 갈진 모르지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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