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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10/10 네팔 (2)-카트만두의 화장터 (8)
- 2007/10/07 네팔 (1)-애태우던 설산 (18)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들렀던 힌두 사원 파슈파티나트입니다.
네팔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시바 신을 모신 초대형 사원인 이곳은 힌두교도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성지입니다. 힌두교의 본거지인 인도인들도 이곳에 순례를 오더군요.
단정하게 사리를 차려입고 이곳에 도착해 밖에 신발을 벗어놓고 사원에 들어가는 인도 여인들의 뒷모습이 생각납니다. 문에 바짝 기대 들여다본 사원 안쪽은 관광객들로 북적북적한 사원 바깥과 달리 정적이 고여 있는 것 같았어요. 활짝 열린 문을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데도 공간의 느낌이 그렇게 다르다는 게 신기하더군요.
사원 앞을 흐르는 바그마티 강은 화장터입니다. 인도의 갠지스 강처럼 이곳에서도 시신을 열린 장소에서 화장하고 남은 뼈와 재를 강물에 흘려보내죠. 상류로 올라갈수록 화장하는 장소가 조금 더 넓고 왕을 위한 곳도 있지만 가난한 사람이나 왕이나 이곳에서 화장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화장이 끝나면 13일간 상주들은 먹지도 말아야 하고 망자의 옷을 모두 브라만에게 줘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집을 떠나지 못하고 빙빙 도는 죽은 영혼이 스스로 죽었다는 것을 깨닫고 비로소 떠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힌두교에서는 사람이 탄생하는 것은 하늘 땅 물 불 바람의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네요. 강에서 화장을 하는 이유는 하늘 땅 물 불 바람에게 한 사람이 받은 것을 모두 돌려주기 위해서랍니다.
숨이 끊김으로서 그의 호흡을 바람에 돌려주고 불을 만들어 돌려주며 연기는 하늘로 가고 재를 물에 뿌리며 그 재가 물을 타고 흘러 어느 기슭에 닿으면 땅에도 돌려주어 죽음이 완성된다는 것이죠. 한 생애의 끝마침에 대한 아주 아름다운 해석이죠?
사두가 앉아있는 작은 탑 안엔 돌로 깎은 링감과 요니가 하나씩 모셔져 있습니다. 여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둥그런 요니의 한 가운데 남성의 성기를 상징하는 링감이 솟아있고 사람들을 거기에 물이나 우유를 부으며 기원을 하는 거죠. 힌두 사원 건물의 처마 밑에도 온갖 체위의 성행위를 상징하는 부조들이 새겨져 있던데 생명의 근원에 대한 이 적나라하고 순진한 숭배가 망측하다기보다 귀엽더군요.
중앙의 돔 위로 사방에 눈이 그려진 사각형의 기둥이 있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코의 위치에 물음표처럼 생긴 부호가 그려져 있습니다. 1과 같은 모양이라 ‘하나’를 뜻하기도 하고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는 군요.
저 높은 사원 위로 사람들이 해질녘까지 새까맣게 앉아 있더군요.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여행자의 가벼운 흥분으로 따라 올라가 앉아있다가, 모처럼 나온 햇볕에 눅눅한 옷만 꾸덕꾸덕하게 말리고 내려왔습니다.
보다나트 사원의 스투파 (중앙 탑)을 둘러싸고 들어선 가게들에선 쉬지 않고 만트라 ‘움 마니 반메 훔’을 반복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더군요. 듣고 있다보면 착해지는 기분이 들게 하는 만트라입니다.
사원을 둘러싼 건물 옥상마다 예쁜 레스토랑들이 들어차 있는데 한 곳의 테라스에 올라가 네팔 차를 마셨습니다. 옆의 작은 사원 지붕 너머로 바라본 석양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일몰 시간에 비가 오지 않았던 유일한 날, 네팔에서 바라본 유일한 석양이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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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2007/10/10 02:13
가출하셨었군...
집나가면 힘들다는데...
설마..뉘엿뉘엿 노을보며
눈물 떨구진 않았겠지?
난 가을찿아 낼부터 정처없이
5일간 지방행.....
더위가 늦게 오고 추위도 늦어져
감도 국화도 귤도 단풍도 조금씩 늦춰진다는데
재료 없어 약간 난감...
다들 한다는 인사말이란게
"가을여행한다 치고 다녀 와~~"
여행처럼 일하면 좋은데...왜 그게 안되지? -
당그니 2007/10/10 10:40
뭐랄까, 저렇게 화장하는 풍경을 일상적으로 접한다면, 삶에 대해서도 가끔은 경건한 마음이 들 것 같습니다. 이번 사진은 동네 뒷산 사진 같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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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7/10/11 00:01
그러게나 말이죠. 점점 더, 죽음을 대하는 태도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아주 큰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처럼 죽음을 극도로 회피하고 두려워하는 문화에선 어떻게든 아득바득 자취를 남기려 하고 족적이 남는 삶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기잖아요. 반대로 네팔 사람들은 게으르고 뭘 애써 하려 들지 않는다는 불평도 있긴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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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윙 2007/10/10 12:29
어려운(?)곳을 다녀오셨군요.
여자의 몸으로 -_-;;;간다는 것이 왠지 꺼려질만도 한데 말이죠. 그런데 왜 갑자기 네팔을 다녀오셨는지 궁금하네요. 전에 쓰신 글을 보면 알수있으려나요. 크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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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나 2007/10/17 23:48
그런 설명을 듣고봐서 그런지 강가에서 화장하는 사람들이나 그 물에 들어가는 사람들이나 너무 자연스러워보이더군요. 어쩌면 매사에 중요한 건 꿈보다 해몽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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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을 꼭 보고 오리라 다짐했지만.... 위와 같은 풍경을 볼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도착하는 날과 떠나는 날을 제외하고 여행 내내 (단 하루도 빼지 않고!!!) 비가 왔습니다...
설산에 대한 동경으로 비를 맞으면서도 목마른 여행자에게, 산은 끝내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군요....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비가 오지 않던 어느날, 벌떡 일어나 새벽 5시부터 포카라의 전망대인 사랑고트에 꾸역꾸역 올라갔건만 꼭대기에 도착하자마자 약속이나 한듯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차푸차레를 비롯한 히말라야의 고봉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는 그곳에서 겨우 시야에 들어온 것은 위 사진처럼 구름과 안개에 가려 거의 형체를 볼 수 없는 설산의 밑둥이 전부네요. -.-;
이 녀석은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사랑고트에 올라온다고 합니다. 왜 오느냐는 질문엔 "당연히 산 보러 온다"고 얼버무리면서 계속 푼돈을 타내기 위해 이런저런 궁리를 해대는 녀석을 보니 안스러워서 맘이 좀 짠했습니다.
이 영악한 녀석이 계속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오늘 산 못봐요. 포기하고 내려가는 게 좋아요"하고 읊어대더군요. 날마다 여기 올라온다니 누구보다 전문가인 그 녀석 말을 들었어야 하는데....혹시나 하고 벌벌 떨면서 미련하게 1시간 가량 기다리느라 그만 감기에 콱 걸리고 말았습니다.
보여줄듯 말듯 속을 끓이다가 결국 돌아오는 날에서야 저렇게 웅크린 잔등만 보여주고 말다니....지독히도 애를 태우는 애인같아 야속하기만 합니다.
여행을 꽤 다닌 편이지만 이번 네팔 여행처럼 곡절많은 경우도 없었습니다. 처음엔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하겠노라 야심차게 준비하다가 1년여전 다쳐서 깁스를 했던 발목을 다시 접질리는 통에 트레킹은 포기해야 했다지요...
(교훈1: 지나친 준비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
트레킹을 못해도 기어이 설산은 보겠다는 일념으로 어찌어찌 알게 된 한국 화가들의 네팔 교류 전시회 꽁무니를 꾸역꾸역 따라갔지요. 결국 설산을 보기는 커녕 비 맞고 싸돌아다니다 감기몸살에 걸려 돌아올 땐 비행기에 거의 짐짝처럼 실려오는 지경이 되어버렸지만요.
(교훈 2: 과욕에 패가망신한다....ㅠ.ㅜ)
이제사 겨우 정신을 차리고 여행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설산을 못봤으니 실패한 여행이라고 해야 할지....하지만 그 대신 다른 구경을 한 것도 꽤나 즐거웠습니다.
(교훈 3: 사람은 자기합리화 없이는 살 수 없는 동물이다 ^^;)
네팔은 꽤나 흥미로운 나라이더군요. 정글부터 설산이 함께 있고, 온갖 신들이 사람과 공존하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축에 들면서 일년내내 축제가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정글과 신들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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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7/10/08 12:40
우히~동네 뒷산 ^^; 근데 (비록 설산은 못봤지만) 저 산들의 풍경을 근접하게나마 담아내려면 사진빨이 좋아야 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얼마나 근사한데요. 제 형편없는 촬영술이 안타까울 뿐임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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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팔다 2007/10/08 09:31
우와....선배, '온갖 신들이 사람과 공존'하는 거 무지 맘에 들어요!!
그나저나 감기는 다 나으셨어요?
선배가 요 아래 올리신 서평을 보고 오늘 도서관에서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를 빌렸답니다.
영어 책인지라 다 읽으려면 한평생 걸릴 예정이지만 여튼 오늘 읽기 시작!!! (오늘의 진도: 두 페이지) -
Gomy 2007/10/08 12:43
이상적이지 못했던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러울 뿐입니다... 전 고작 일본 갔다와서 사진 정리 중이랍니다. 회복 빨리 하시고 언제 더 자세한 얘기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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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7/10/08 23:05
그러게 '교훈3'을 얻은 것이죠. 어떻게든 자기 경험을 스스로 합리화해야 제정신갖고 살아갈 수 있다는~ ^^; 그냥 하는 소리고, 정말로 나름 재미있었어요. 기신기신 네팔 병원까지 갔다가 폭우가 퍼붓는 한밤중에 작은 카누를 타고 악어가 산다는 강을 건너가는 스릴! 겪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2탄 개봉박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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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뿌호프 2007/10/09 15:05
'그녀'가 네팔을 '가로지르다'
다른 곳도 아니고 에베레스트를 다녀왔다니 그냥 좋았겠습니다라고 하기엔 고생도 많이 하셨을 거 같아요. 사진이나 글을 보면 그래도 즐거운 여행이셨던거 같네요. 2,3편도 잘 읽겠습니다.
PS) 블로그 우측에 카테고리 메뉴를 누르면 링크가 깨집니다. 신고드려요~ ^^:-
susanna 2007/10/10 01:10
에베레스트....다시 가고야 말겠다고 결심하고 돌아왔지요.^^ 신고 감사합니다. 근데 제 컴퓨터에선 멀쩡하게 나와서 어떤 문제인지를 잘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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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2007/10/09 17:25
도대체 어딜 가신 거야?
했는데... 정말로 어딜 가신 거였군요!
첫 사진을 보고 감동했는데.. 이어지는 사진에... 푸훕~^^;
이 땅에서 발도 못 떼본지라 이렇게 여행다니는 분들이 참 신기하고
대단해 보여요...^^ 산나님 덕분에 산 구경 (리얼버전. 낫 설정버전) 잘 하고 갑니다.. ^^ -
inuit 2007/10/09 22:56
오랫만에 뵈니 정말 반갑습니다.
발목 부상에 감기까지, 정말 고생많으셨네요.
그만큼 인상깊은 시간이셨겠어요.
자유롭게 훨훨 다니시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도를 깨치고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
susanna 2007/10/10 01:13
아, inuit님 오랫만이네요! 한번 틀 밖으로 나와보니 자유의 비용도 만만치 않습디다 ^^ 도를 깨치기는요. 그런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지, 하고 돌아왔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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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이랑 2007/10/10 01:54
멋진 곳에 다녀오셨군요 +ㅂ+ , 대자연 앞에 서게되면 인간이란 존재가 한없이 초라해지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는데, 정말 그러하셨는지요?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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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7/10/10 23:58
초라해진다고 말하기엔 뭔가 좀 다른 느낌이었어요. 무겁게 지고 다니던 짐이 별 것 아니게 느껴지는 듯한 기분에 더 가깝구요. 이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게 느껴지던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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