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에 해당되는 글 2건
- 2008/11/28 심술궂은 철학자의 생각에 동의하시나요? (10)
- 2007/09/20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12)
재앙들은 그때부터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밤낮으로 인간에게 해를 끼쳤다. 그러나 상자에서 단 하나의 재앙이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남아 있었다.
그때 판도라는 제우스의 뜻에 따라 뚜껑을 닫았고, 그래서 그 재앙은 상자 속에 남게 되었다. 인간은 영원히 행복의 상자를 집안에 두고 어떤 보물이 그 안에 들었는지 신기해 한다. 인간은 판도라가 가져온 상자가 재앙의 상자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재앙이 행복의 최대 보물인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인간이 다른 심한 재앙에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면서 계속 새로운 고통에 잠길 것을 바랐다. 그래서 그는 인간에게 희망을 준 것이다. 희망은 실로 재앙 중에서도 최악의 재앙이다. 왜냐하면 희망은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중에서 -
(첫 문장 '희망'을 굵은 글씨로 쓴 것은 책의 표기대로이고, 아랫 부분 굵은 글씨는 여기에 옮겨 적으며 제가 임의대로 표시한 것입니다)
뭔가를 쓰다 다시 찾아본 글. 희망에 대해 이토록 비관적이고 시니컬한 정의는 본 적이 없어서 오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위의 인용문을 찾기 직전 쓰던 글은 희망과 정당한 체념 사이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할 수 있을지 (각자 자기 밖에 모르는 문제이긴 해도..) 난감해지는 군요.
그냥 여기 오시는 분들 생각을 듣고 싶어 화두를 던져봅니다. (요즘 폭탄 돌리기, 화두 던지기....주로 투포환 방식의 블로깅만 하는군요....-.-; )
이를테면 '하면 된다'같은 말. 사실 이 말은 해로울 때도 많습니다. '하면 되는' 사람은 실제로 10명 중 1명 있을까 말까 한 게 현실에 가깝지 않은가요? 때론 체념과 비관도 희망 못지 않게 중요한 (우리가 거기서 뭔가를 배울 수 있는) 태도 아닐까요? 어떻게들 생각하시나요? 희망이 재앙이라는 이 심술궂은 철학자의 시니컬한 해석에 동의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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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11/28 11:15
희망을 버리라는 것이 체념과 비관에 빠지라는 말과는 전혀 상관없게 보입니다. ㅎㅎ 말장난 같지만, 종교적, 내세적 희망을 적극적으로 버리고 현재의 순간을 버틴다? 싸운다? 라는 것이 니체의 메세지가 아닐까요?
영원의 돌굴리기 형벌을 받은 시지프스에게서 희망을 버린 자의 인간적인 존엄성을 발견하는 까뮈의 경우가 던지신 화두의 답이 아닐까 합니다. 다시 굴러떨어진 돌을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라는 희망 따위는 철저하게 버린 채로 또다시 밀어올리는 시지프스에게서 인간적 승리의 미소를 발견하는 것이 니체에서 출발한 까뮈의 정신이 아닐까요.-
sanna 2008/11/28 21:57
남겨주신 글을 보니 어떤 책 제목이 떠오르는군요.
'사랑하라, 희망없이'.
니체도 후기 저작에선 ..님이 지적해주신 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지요.
피할 수 없는 숙명, 내던져진 우연한 상황들을 단순히 감당만 하는 게 아니고,
사랑하라는, 자기자신을 위한 필연적 상황으로 승화시키라는,참 실현하기 어려운 조언 말이죠.
그러고보면 앞날이 잘 될 거라는 기대인 '희망'보다 더 절실한 것은 용기 라는 생각이 듭니다.
희망은 쉽게 사라질 수 있지만 용기는 희망없는 상황에서도 긴 호흡으로 버틸 수 있는 힘이니까요.
좋은 생각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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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2008/11/29 23:54
음... 전 희망이 재앙이라는 정의는 비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헛된 희망은 재앙이지요. '헛된'의 정의는 개별적으로 기대치와 현실감의 함수구요.
결국 이도 맞고 저도 맞는다는.. ^^;;;;;-
sanna 2008/11/30 23:07
희망이 재앙이니 하는 시니컬한 생각들을 단번에 쓸어버리는 동영상이 있더군요.
http://www.journalog.net/jmtruth/6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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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beka58 2008/11/30 15:55
글세요, inuit님 말씀의 '헛된 희망' , 사실 '희망'이란 말 자체에는 이미 현실을 넘어선 기대치가
어느 정도는 있지않나 싶어요. 속담에'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란 말이 그걸 말해준다
라구 하면 오버인가요? 음~ 그렇다고 희망을 재앙이라 한다면 넘 우울해요, ㅠㅠ~
산나님을 글을 보며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케 되었네요. 땡스!-
sanna 2008/11/30 23:10
lebeka58님께도 이 동영상을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던진 질문이 (동영상 속에 나오는) 이런 경우엔 헛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http://www.journalog.net/jmtruth/6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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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tina 2008/12/01 13:30
현실성 없고 자기 위안적인 망상과 냉철하고 용기를 요하는 희망 사이, 겁에 질려 맹목적으로 저지르는 포기와 아프지만 생산적인 단념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들을 구별해 적절하게 인생에 배치할 수 있다면 기특하겠다 싶지만 또 한편 생각해 보면 이미 그런 경지에 달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긋지긋한 희망에 매달리는 상황도 만들지 않으리라 싶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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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08/12/03 00:03
내가 아는 ustina님이 맞겠지요?^^ 호호~
망상과 희망 사이, 겁에 질린 포기와 생산적 단념 사이를 갈짓자로 오락가락하다
어느새 한 생이 끝나버릴지도....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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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가 눈물을 흘리다니... 정수리에 수직으로 내리꽂는 폭포같은 철학자 니체는 눈물 따위 경멸할 것만 같은데 말이죠.
심리치료의 권위자로 손꼽히는 어빈 얄롬이 쓴 소설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는 실제 사건과 허구를 조합한 팩션입니다. 니체와 루 살로메 등 등장인물들이 워낙 유명한 사람들인데다 미국에선 꽤 오랜기간 베스트셀러 였던 모양입니다. 올해 영화로도 만들어졌더군요. 위의 사진은 책 표지가 아니라 영화 포스터입니다.
imdb 별점이 4개 (10개 만점)인 것을 보면, 영화는 꽝인 모양입니다. -.-;
니체 역할을 맡은 배우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당최 모르겠는데) 아먼드 아상테 Armand Assante (오른쪽)는 분장을 하면 그럭저럭 니체를 닮을 것 같죠?
소설은 1882년 니체가 사랑했던 (그 뿐만 아니라 릴케, 프로이트 등 당대의 천재들이 사랑했던) 여인 루 살로메가 비엔나의 의사 브로이어를 찾아와 니체의 절망을 치료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됩니다. 자신의 치료 의뢰를 니체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하면서요.
브로이어는 프로이트의 스승이며 정신분석학적 치료의 맹아를 고안해낸 의사입니다. ‘안나 O’로 알려진 여성 베르타 파펜하임을 치료하면서 대화요법을 통해 억압된 감정을 분출시켜 증상을 치료하는 방법을 처음 시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 사례를 바탕으로 브로이어는 프로이트와 함께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저작인 ‘히스테리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게 되지요.
소설이 시작될 즈음 니체는 루 살로메에게 푹 빠져 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한 뒤 다시 질병과 고독에 시달리던 상황에서 브로이어를 만납니다. 소설이 끝날 때 ‘건강해진’ 니체는 위대한 사상을 마음속에 품은 채 브로이어에게 작별을 고하지요. 소설은 여기서 끝나지만 시기를 추정해보면 그 몇 개월 뒤 니체의 웅변적인 걸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탄생하고, 몇 년 뒤엔 브로이어와 프로이트의 공저 ‘히스테리에 대한 연구’가 세상에 나옵니다.
심리학과 철학 양쪽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혁명적 발견과 사상이 모습을 드러내기 전, (실제로는 만난 적이 없는) 양쪽의 거두를 만나게 함으로써 위대한 사상들이 어떻게 잉태되었는지를 상상하다니! 저자의 야심이 이만저만 큰 것이 아닙니다.
책을 읽다보면 심리치료와 니체의 사상을 서로 어긋나지 않도록 정교하게 짠 저자의 솜씨가 보통이 아님을 실감하게 됩니다. 니체와 브로이어가 만나 옥신각신 다투고 기 싸움을 하는 동안, 기묘한 계약을 맺고 서로가 서로를 치료하는 동안, 심리치료의 기본 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핵심 사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는 공력이 대단합니다.
브로이어와 프로이트에서 시작된 정신분석학, 니체의 철학, 니체와 루 살로메, 브로이어와 안나O의 관계 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지적인 소설입니다.
혹은 배경그림을 몰라도 별 상관없을 듯합니다. 그날이 그날 같은 끔찍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일탈의 충동, 중년의 위기에 시달려본 사람, ‘삶의 태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의외로 깊게 감정이입하며 주인공들의 마음풍경에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쓰다보니 길어져 접었습니다. -.-; 더 읽으실 분은 아래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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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2007/09/21 15:21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벼로 끌리지 않았어요... 번역된 니체지만... 찌르르하게 읽다가, 낑낑거리며 읽다가, 어느날은 이해될지도 몰라라고 슬쩍 페이지를 넘기며...했던 게 올초였는데...
산나님 글을 보니까... 니체가 읽고 싶어지네요..^^
근데, 다른 읽을 책이 산처럼 쌓여.. 쏟아져 내리는 상황... ㅠ_ㅠ;
추석 잘 보내세요... ^^ -
회색기사 2007/09/22 18:55
저도 잘은 모르지만.. 프랑스 배우라면 아흐망 아쌍뜨 정도가 아닐까요 ^^위에 표시가있음 아쌍떼일테구요 ㅋㅋㅋ 그런데 루 살로메 역의 여배우는 정말 아니올시다군요...현재 젊은 배우 중에선, 흠 루 살루메 역을 맡을 만한 인물이 누구일지, 당장 떠오르진 않습니다만... 저배우는 좀 하하..소설을 한번 구해 읽어봐야겠습니다..즐거운 한가위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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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윙 2007/10/10 12:36
오랜만에 와서 좋은 책을 알게 되었네요.저는 중년이 아닌데도 벌써부터 한번뿐인 인생인데 이렇게 틀어져서 어쩌지..라는 절망을 하고 있었어요!!
당장 주문해야짓!! 루 살로메가 저렇게 생겼군요. 중학교때였나..도덕선생님께서 루살로메가 정말 멋진 여성이었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던 기억이 납니다. -_-;;
근데 니체가 수산나님께 벼락을 던져주셨군요. 부럽습니다. 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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