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중년백수가 된 것이냐'에 해당되는 글 1건
- 2009/07/26 뒷담화 (41)
뒷담화……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사실은 쑥대밭이 된 내 블로그를 너무 오래 혼자 지켜온 소설가 정유정 씨에게 미안해서 쓰는 글이다. 이달 초 내게 쏟아진 댓글 공격이 하필이면 내 블로그 맨 위에 떠 있던 그의 인터뷰 글에 주렁주렁 달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웃는 얼굴로 내 블로그를 지켜주었지만, 주인장이 어디 외국으로 튄 것도 아니고 손만 뻗으면 컴퓨터 닿는 곳에서 빈둥거리는데 그를 혼자 냅두는 건 더 못할 짓이다 싶었다.
하여 이것은 순전히 블로그 머리글 교체 용도로 쓰는 포스트.
머릿속이 텅텅 비어 뭘 쓸지도 잘 모르겠는데, 좌우간 뒷담화를 할작시면…
- 올해 6월30일 회사를 그만두었다. 난생 처음 다닌 회사를 17년8개월 만에 난생 처음 그만둔 것이다. 이래저래 복잡했던 공간을 떠나 혼자서 프리랜서로 글 쓰고 공부하고 조금 벌고 조금 쓰며 룰루랄라 살겠다고 그만두었다.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일인데 저지르고 보니 간단했다.
- 드디어 프리랜서가 된 7월1일. 네이버캐스트에 진출했다가, 내가 평생 받았을 비난의 총합보다 100배쯤 되는 비난과 욕설을 오전 반나절 만에 들었다. 난리가 난 글은 활활 불붙던 댓글들과 함께 삭제되어버려 어떤 종류의 해명이나 반박, 수정 등등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마음이 복잡했지만 그 이야기는 더 하고 싶지 않으니 여기서 끝.
- 오래 생각해왔다던 것 치고 퇴직 이후의 대책이 한심해 스스로도 황당하긴 한데, 또 나름의 재미가 있다. 내 인생 갖고 한번 놀아봐야지~. 2주 전 수유+너머에서 열린 미국 아나키스트 인류학자 초빙 세미나에 몇 번 가봤다. 무슨 뜻인지 거의 못 알아들었지만 (훌륭한 통역이 있었는데도!), 자신의 삶과 실천이 이론적 틀을 세우고 그에 따라 행동을 구성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통해 이해하고 행동을 통해 완성하는 방식이라는 말만 기억에 남았다. 알쏭달쏭한 그 말을 내 대책 없음을 합리화하는 구실로 삼기로 했다.
- 문제(?)는 실어증이라고 해야 할지, 실문증이라고 해야 할지, 하여간 일기든 블로그든 뭐든 글자가 쓰기 힘들어졌다는 거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아마 정유정 씨 말마따나 우물 밖에 나와 보니 내가 너무 형편없는 개구리라는 걸 알게 되어서이기도 하고, 직장에서와 달리 쪼고 쪼이는 관계가 없어서이기도 하고, (가장 큰 이유인 듯한데) 뭐 그냥 글자로 쓸 만한 생각 자체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생활이 단순해지니 덩달아 생각도 간단해지고 사소한 것, 이를테면 시원한 매실차 한 잔에도 기분이 무쟈게 좋아진다. 지금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는....^^;
하여튼 그냥 최근 읽은 책의 멋진 구절 소개로 갈팡질팡 뒷담화도 여기서 끝.
"나는 이야기의 문을 깨뜨려 열고, 그 안에 든 것을 이녁한테 들려준다우. 그리고 내가 이야기를 끝내면, 모래 속에 휩쓸린 물건처럼, 바람이 그걸 가져가 버려" -니사
<니사 - 칼라하리 사막의 !쿵족 여성 이야기>에서
위의 구절 못지 않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의 생애를 구술하던 니사가 하나의 이야기에서 다른 이야기로 넘어갈 때마다 추임새처럼 넣던 다음 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살고 또 살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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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식 2009/07/26 11:29
백만년(?)만의 포스팅이 아주 반갑습니다. 전 오늘 프라하에 도착해서 시차 적응 못해서 이곳시간으로 새벽 시간에 깨어있습니다. 그간 맘 상한 일이 좀 있었나 봅니다. 훌훌 터시고 새롭게 시작하시는 일이 잘 되길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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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2009/07/26 12:26
덧글은 처음으로 남겨보는 것 같은데, 생각해보니 선배와 오래 속깊이 얘기를 나눠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아쉬움이 지금에서야 강하게 듭니다. 꾸준히 선배 블로그를 구독해 왔는데, 모처럼의 업데이트에 반가움과 아쉬움이 함께 느껴져 첫 흔적을 남깁니다.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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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뿌호프 2009/07/27 09:19
오랜만에 글 반갑네요- 저 같은 경우엔 좀 엉뚱한 얘기긴 하지만^^; 정말 가볍게는 트위터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찾아뵐께요.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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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 2009/07/27 13:32
뒷북치듯 나중에서야 듣고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 없는 마음에 글 남기곤 몇번이고 기웃기웃거렸었는데... 그러게, 살고 또 살아가는 하루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이렇게라도 뵙게 되어 너무 반가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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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2009/07/27 16:13
요즘 어찌 지내실까, 어찌 이래 조용하실까, 했는데, 그런 커다란 일들이 산나님을 겪고 지나갔군요... 지금 있는 회사에서 고작 5년 되었음에도, 그만 두려고 생각해보면 머리가 복잡하니 선뜻 안 될 것 같은데... 17년 하고도 8개월을 몸담았던 곳에서 나오셨다니... '문턱 하나 넘기'처럼 의미심장한 일을 해내신 것 같지 않을까.. 싶었어요...
여튼, 뒷담화로라도 뵙게 되니, 좋습니다요~ ^^-
sanna 2009/07/27 18:53
네. 문지방 하나 넘었어요.^^
조지프 캠벨 선생님에 따르면 문지방을 넘고 나면 이무기와도 싸우고, 고래 뱃속에도 들어가고,
좌우간 흥미진진한 모험이 시작된다지요. 기대만빵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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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2009/07/28 22:57
sanna님!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저는 거의 한달째 올때마다 정유선씨가 활짝 웃는 얼굴만 보이길래; 밑에까지는 안 보구요. 어디 여행가셨나? 휴가 가셨나보다 ㅜㅜ(부러워) 그랬는데..
어휴. 인터넷 댓글 사건;; 힘들죠. 정말.
(어떻게 쓰신 글인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익명의 공간이라고, 얼굴 안 보인다고, 모르는 사람이라구 남의 글 제대로 다 읽지도 않고 막 비판하고 그래요. 어떨때 보면 제목만 보고(글은 안 읽은거 같은데) 악플다는 사람도 봤어요.
저도 전에 몇번 댓글 사건이 있어서 글을 안 썼던 적이 있어요.
블로그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체였다면 여러번 뽀개버렸을듯. 옛날에 종이에 글쓰면 꾸겨버릴 수나 있지; 이건 만질 수도 없는거라서..쩝.
상처가 오래갔던거 같아요. 내가 뭐할라고 글쓰고 있나 싶어 회의가 몰려왔었구요. 그러니까 밥맛도 떨어지는게; 힘들었던 기억이 났어요.
그래도 다시 돌아오셔서 반가워요!
터닝포인트 시리즈 재미나게 보고 있었거든요.
내가 좋아서 쓰는 글인거구.. 또 내 친구들이(저같은 팬들도 있어요 ㅜㅜ.. 보기만 하고 댓글은 잘 안 다는 - 죄송) 기다리는 글 쓰는거니까요. 힘내시구요.
'더운 날씨에 시원하게 마시는 매실차 한잔'에 대해서 써보는 것도 좋을거 같아요. 저는 그렇게 일상 속의 글이 와닿고 좋던데요 : )
그러믄 좋은 하루되세요. 화이팅!-
sanna 2009/07/29 14:50
맷집키우는 계기됐다 생각하려구요.^^
그리고 어떤 매체에 소속되어 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도 확실히 깨닫는 계기가 됐구요.
위로 말씀 감사합니다 ^^ 근데 넘 더워요.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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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my 2009/07/29 13:43
아, 안그래도 오랫동안 포스팅이 없으셔서 궁금했는데 많은 일이 있으셨군요. 새로운 출발 많이 많이 축하드립니다. 저도 항상 꿈꾸는 일인데 아직 엄두가 안나 저지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걱정안하셔도 훨씬 다이나믹한 인생이 펼쳐지리라 믿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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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09/07/29 14:52
거의 백만년만에 보는 이름이군요. 잘 지내셨지요? ^^
그간 gomy님의 정체를 염탐하여 어떤 분이신지를 대충~은 안답니다.크크~
티스토리로 이전하신지 꽤 된 듯한데....밥상 좀 차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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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beka58 2009/07/29 14:38
반갑구요, 그간에 힘드셨을거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이러다 완전 잠수하심 어쩌나 걱정 뮤자게 많았답니다. 그때 상황이 저는 지금도 이해가 안가고 살짝 머리에 뿔이 나려고 해요...
넘 괘념치 마시고, 새롭게 시작하시는 일이 최상의, 최선의 것으로 산나님이 반짝이시길 마음으로 응원할게요.-
sanna 2009/07/29 14:56
아, 정말 lebeka58님을 목빼고 기다렸습니다!!!!!
고맙다는 말씀도 못드렸는데, 맘 상해서 아예 안오시면 어떻게 하나 싶어서요...ㅠ.ㅠ
괜히 저 때문에 힘드셨지요. 어떻게 해야 맘고생하신 거 갚아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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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탄 2009/08/01 10:41
커다란 변화가 있으셨군요.
신고식도 톡톡히 치루시고,
글자로 옮길 만한 생각 자체가 없다... 는 부분이 마음에 걸리지만^^
-- 사실은 없지는 않겠지요. 맘놓고 보여줄 곳이 없는 것은 아닐지요?
얼마나 오랜 심사숙고를 거쳐 도달한 변화겠어요?
저는 일단 산나님의 변화를 환영하고 축하하고 싶네요.
지금 가진 것으로 충분하다... 는 것 잊지 마시고,
오늘도 충분한 하루를 위하여 매실차로 건배! -
마이클잭슨 2009/08/02 13:23
더운 여름이군요.
그날 마이클잭슨에 대한 글로 sanna님을 알게 되었는데..
그 글을 접하고 블로그로 쪼르르 쫒아와 방명록에 긴 글을 남겼던 마이클잭슨 팬 중의 한 사람입니다. ^^;;
하지만 뒤 늦게 찾아온 sanna님의 블로그에 업데이트가 반가운 건 왜인지 모르겠군요. ^^;
더위 조심하시길.. 그리고 다시 펜을 드시길.-
sanna 2009/08/03 10:20
아, 다시 들러주셨군요.^^;
허접한 잡문이나 끄적거리는 저같은 사람이 펜을 놓고 들고 할만한 게 있겠습니까.
그저 멍하니 시간을 죽이는 게 심심하면 끼적거리다가 쓸말 없음 또 놀다가 그러겠지요.^^
그나저나 별뜻없이 쓰는 이모티콘이, 님이 남기신 댓글에선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해주네요.
방명록의 긴 글 중 어느 분이신지는 모르겠는데, 그때와 달리 이번엔 웃으시니 저도 반갑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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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연 2009/08/06 16:58
오랜만에 들어오니 기다리던 글이 올라왔네요^^ 마지막에 붙어있는 태그보고 쿡 웃었습니다.
선배의 글을 기다리는 후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쪼고 있습니다. 실문증 어서 극복해주세요!! -
쉐아르 2009/08/15 01:33
저야 말로 오랜만에 들르니... 이런 큰 변화가 있었음에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하여간 일기든 블로그든 뭐든 글자가 쓰기 힘들어졌다는 거다." 이유는 좀 다르지만 저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ㅡ.ㅡ
한국에 한 이주 정도 더 있을것 같은데... 그전에 한번 뵈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
sanna 2009/08/18 00:26
옴마나~ 아직 가신 건 아니시겠지요?
댓글을 이제사 봤네요. -.-;
아, 물론 뵈야지요 ^^
전 이번 주엔 서울에, 다음 주엔 지방에 있는데 어쩌지요? 메일 주실래요? boundarycrosser@gmail.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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