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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20 런던의 뮤지컬 '빌리 엘리엇' (6)
- 2008/07/04 런던의 누드 사이클링 (14)
지난달 런던에 들렀을 때 본 뮤지컬은 '빌리 엘리엇'. 원작은 2001년에 국내에서도 개봉됐던 같은 제목의 영화 인데, 이 영화를 아주 좋아했던 터라 언젠가 꼭 보리라 벼르던 뮤지컬입니다.
런던에 갈 때 비행기 표도 사기 전에, 인터넷을 뒤져 '빌리 엘리엇' 뮤지컬 할인티켓 한 장만 달랑 사두고 모든 준비를 마친 것처럼 얼마나 뿌듯했던지요~ ^^
'빌리 엘리엇' 뮤지컬을 공연하는 빅토리아 팰리스 극장으로 가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영화의 그 유명한 마지막 장면을 뮤지컬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하는 거였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빌리 엘리엇'은 80년대 중반 영국 북부 탄광 마을에 살던 소년이 댄서가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마지막 장면은 천신만고 끝에 댄서가 된 빌리가 무대 위로 도약하는,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운 뒷모습이죠. '역대 영화 라스트 씬 베스트 3'를 꼽으라면 그 중 하나로 반드시 들어가야 할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그 장면을 뮤지컬은 어떻게 소화할 지가 너무 궁금했는데....
결론은 뮤지컬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영화와는 다른 길을 가는 거였더군요. 영화의 마지막 임팩트를 버리되 극 중간 쯤에 어린 빌리가 댄서가 된 미래의 자신과 함께 2인무를 추는 것으로 가름합니다. 이 장면 역시 절로 탄성이 나올만큼 아름답습니다. 뮤지컬 홈페이지에 그 장면을 잠깐 보여주는 비디오 클립 이 있습니다. 링크 걸어놨으니 맛뵈기로 한번 보세요.
어린 배우가 쉬지 않고 노래 부르고 춤추며 극을 이끌어가는 열정과 능력은 놀랍습니다.
발레 학교 오디션을 보는 장면에서 빌리 역을 맡은 소년이 'Electricity'라는 노래를 부르며 쉬지 않고 회전하는 춤 동작을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보는 이들이 모두 잔뜩 긴장해 숨죽이고 있던 객석에선 마치 압력이 폭발하듯 일제히 '와!'하는 탄성과 함께 박수갈채가 터져나왔습니다.
깔깔대고 웃기도 하지만 몇번씩 울게도 만드는 뮤지컬입니다. 죽은 엄마가 나타나 빌리와 노래를 주고 받을 때마다 어찌나 눈물콧물이 나던지.... -.-;
엄마의 노래 중 여러번 반복되는 후렴구라서, 잘 못알아듣는 영어인데도 귀에 쏙 들어온 대목이 있었습니다.
'네가 하는 모든 일에서, 언제나 네 자신이 되렴 (In everything you do, always be yourself)'
......어른에게도 쉽지 않은 주문입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뮤지컬이 영화와 다른 대목에 강조점을 두어서인지, 영화볼 땐 잘 눈에 띄지 않던 대목이 인상깊더군요.
대처 정권 아래에서 열악해진 노동조건에 시름하다 탄광 광부들은 파업을 하며 경찰과 격렬하게 대치합니다.
그 와중에 빌리의 아버지는 어린 빌리를 발레 학교 오디션에 보낼 돈을 벌기 위해 파업에서 이탈하려 하고, 파업의 중심에 서 있던 자신의 큰아들과 격렬하게 다투게 되죠.
"우리에겐 미래가 없지만 이 아이에겐 미래를 만들어줘야 할 것 아니냐"며 무릎을 꿇고 우는 아버지. 반면 이 전선을 지키지 않으면 인간답게 살 길이 없다는 큰아들 토니의 주장도 절박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는 상황.
이 난감한 상황에 광부들이 나섭니다. 조금씩 돈을 모아 빌리의 오디션 비용을 만들어준 것이죠. 그냥 갈등을 마무리하는 스토리 전개였을 뿐인데 그 대목에서 난데없이 눈물샘이 툭 터져버렸습니다.
80년대 중반 탄광촌에서 사내아이가 발레학교에 간다니 얼마나 해괴망측한 일입니까. 아버지도 처음엔 권투가 아니고 발레를 배운다는 빌리의 말에 대경실색했으니까요. 그러나 비웃어도 시원찮을 판에 네가 틀렸다 비난하지 않고,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하지 않고 돕는 사람들의 아름다움!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선한 싸움'을 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연민 없이는 불가능한 일일테죠.
눈물을 닦으며 내가 보낸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적과 나의 구분, 흔들림없는 전선이 중요했던 그 때, 누군가가 '자기자신'이 되기위해 '대오'를 이탈하겠다고 나선다면 어떻게 했을지......연민을 배우는 것 하나만으로도 나는 나이 먹는 일에 감사해야 할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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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테라의 느낌
2008/07/21 11:58
네가 하는 모든 일에서, 언제나 네 자신이 되렴 (In everything you do, always be your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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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2008/07/20 23:00
영화도 괜찮았는데 뮤지컬은 더 멋진가봐요.
이국에서 맛본 감동은 두고두고 인상깊을듯 합니다.
그 바쁜 와중에도 뮤지컬은 꼼꼼히 챙기셨네요. 대단하십니다. ^^ -
감사 2008/07/20 23:46
전 06년에 런던 갔을때 봤었는데..당시 오리지날 빌리 중 하나였던 리암 빌리로 봤죠..끝나고 나서 스테이지도어로 나오는 빌리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한국에선 느껴보지 못한 또 하나의 기쁨이었다죠..님이 본 빌리는 누구였는지 궁금하네요..네이버에 빌리 뮤지컬 카페가 있던데 요즘은 별로 활동들이 없어서 아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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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08/07/22 01:04
아~워낙 롱런하는 뮤지컬이라 오리지널 빌리가 또 따로 있군요.극장에서 받은 공연안내 리플릿을 잃어버려서 빌리 역 배우가 누구였는지는 모른답니다....ㅠ.ㅠ 미국에서 캐스팅된 소년이라는 것밖에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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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아르 2008/07/23 11:43
사진만으로도 감동의 한자락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살면서 이런 구경은 한번씩 해봐야할텐데 말이죠.
'흔들림없는 전선이 중요했을 때'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던 때가 있었네요. 말씀하신대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배운 것이 나이들면서 얻은 큰 것중 하나인듯 합니다.
사진 정리도 여태 못해 허덕이는데, 이러다가는 조만간 사진을 보면서 '여기가 어디더라...'하고 헤맬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 여행은 틈틈이 메모를 해뒀으니 정리되는대로 (어느 세월에....) 들려드리기로 하고, 지나다니던 길목에서 마주친 몇몇 풍경 (사실은 메모를 해놓지 않아 곧 잊어버릴 것같은 일들...)을 먼저 들려드릴까 해요.
이동하면서 잠깐 들른 영국 런던은 출장을 포함해 이번이 세번째 가는 거였습니다. 겨우 두번 쓱 훑고 지나간 도시를 알면 뭐 얼마나 알겠습니까만...그런데도 나, 여기 좀 안다, 하는 거만한 태도로 느긋하게 걸어다녔죠. 두리번거리며 사진 찍느라 정신 없는 관광객들을 측은하게 쳐다보면서 말이죠.
주말 오후, 피카딜리 서커스 근처 대형 서점에서 책을 뒤적거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밖이 소란스럽고 서점 입구 근처의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더니 호들갑을 떨며 서점 밖으로 뛰어나가더군요. 공짜구경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터에 그걸 놓칠리 있겠습니까. 따라 나갔죠.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트라팔가 광장으로 가는 큰 길에 벌거벗은 사람들 수백명이 자전거를 타고 몰려오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많은 남, 녀의 벗은 몸을 한자리에서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관광객을 은근 깔보던 조금 전까지의 태도를 벗어던지고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열심히 찍어댔죠. 누드로 자전거를 타는 자기들도 신기한지 길가에 죽 늘어서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사진을 역으로 찍더군요.^^
사진을 막 찍어대는데,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제게 다가왔습니다. 앗, 왜 나에게....내가 너무 침흘리며 서 있었나....괜히 뜨끔해졌는데 이 남자, 리플렛을 건넨 뒤 윙크하고 사라지더군요. 애써 진지한 표정을 짓고 시선을 허리 위로 고정시키려 애를 쓰며 리플렛을 받았죠.
이게 해마다 하는 행사인데 올해가 5번째라고 합니다. 과도한 석유 의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자전거를 타는 게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알리기 위해 해마다 한다네요. 동시에 차들이 쌩쌩 다니는 길에서 인간의 몸이 얼마나 약하고 상처받기 쉬운지를 알리기 위해 벗고 타는 거라고.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난 죽었다 깨나도 못할 일을 저렇게 천연덕스럽게 천천히 자전거를 타고 즐기는 사람들이 참 신기하기도 하구요.
음란물이 될까봐 사진을 다 올리진 못하겠습니다. ^^ 그나저나 한밤중에 누드 사진 올릴 것 고르고 있다보니 어쩐지 좀 변태가 된 것같은 기분....에구~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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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아르 2008/07/10 04:15
사진만 봐서는 올누드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되는데요...
정면샷이 없다면 인정 못하겠습니다 ㅡ.ㅡ
그나저나 세상은 참 넓고... 희안한 일도 많군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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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08/07/11 00:19
^^ 저도 어젯밤에 '내가 이걸 뭐하러 찍었나' 그런 생각 한참 했습니다. 올리기도 민망하고 혼자 보기엔 안멋지고, 이래저래 쓸모없는 사진들인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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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beka58 2008/07/14 17:27
자신의 생각을 저리도 자유롭게 표현하는 자신감과 그런 것을 acceptable하는 사회가 쬠 부럽기도 하네요.
글구요, 산나님이 유럽 여정을 어찌 풀어내실까 경장히 궁금하네요.-
sanna 2008/07/15 00:39
-.-; 저도 궁금합니다.^^; 왜 이렇게 손에 안잡히는지 모르겠어요. 공수표 발행하고 잠적한 사기꾼은 안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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