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 해당되는 글 4건
- 2010/08/19 산티아고 책 관련 강좌 열립니다 (20)
- 2008/08/17 소시지 기계 (18)
- 2008/01/19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4)
- 2007/07/29 느긋하게 걸어라 (13)
'내가 쓴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아시안 잉글리시] 일간지 서평 링크 모음 (4) | 2010/10/31 |
|---|---|
| 번역한 책 [아시안 잉글리시]가 나왔습니다 (12) | 2010/10/25 |
| [내 인생이다]책이 나왔습니다 (56) | 2010/09/06 |
| [엘 시스테마] 일간지 서평 링크 모음 (6) | 2010/08/28 |
| 산티아고 책 관련 강좌 열립니다 (20) | 2010/08/19 |
| "엘 시스테마,꿈을 연주하다" 책이 나왔습니다 (28) | 2010/08/17 |
| 책이 나왔습니다... (104) | 2009/05/11 |
| 흥행의 재구성 (16) | 2006/08/28 |
-
-
-
DR.Y 2010/08/24 13:04
바쁘게 살다보니 오랜만에 들어왔어요.강의도 하시공!!
안그래도 후배가 산티아고 갈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 sanna님 책도 추천해 줬는데 강의도 추천해줘야겠네요. -
UFO 2010/08/24 17:04
김**선생이 23일 돌아왔다.무사히..월남에서 돌아온 새카만 김상사버젼^^
뒷발굽과 발바닥은 완죤히 등산화에 찌들어,,,
덕분에 잘다녀와 고마웠다. -
우기 2010/08/26 22:58
우와..10월 8일이요. 제 늦은 여름 휴가에 딱 맞춰져있는데요. 구경가야겠어요.
다행이네요. sanna님 덕분에 여자친구를 만나는 계기가 된거 같아요. 참석해야겠어요. -
-
-
-
어깨동무 2011/05/20 11:18
산티아고 책 읽고 감동받았습니다. 저도 꼭 가리라 꿈하나를 보탭니다. 글을 너무도 잘 쓰셨더군요. 그게 아마 곳곳에 드러나는 님의 솔직함이 진실하게 다가와 감동주는 것 같았어요. 내가 꼭 그 자리에 함께 한 듯한 착각을 하며 책읽으며 눈물도 흘렸는데 지금도 이상하게 눈물이 맺히네요
산티아고가 나를 끌어 당기고 있나봐요-
sanna 2011/05/20 23:04
좀 쑥스럽긴 하지만...너무 감사합니다,어깨동무님 ^^
그 길이 끌어당기는 힘이 꽤 강한 듯해요. 저도 오래되었는데 결국 뿌리치지 못하고 갔지 뭡니까 ^^
언젠가는 꼭 그 길 위에 서시길 바라요~
-
연구를 하면 할수록 내부는 더 공허하고 어리석어 보였다. 결국 이 기계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 버트란트 러셀 '행복의 정복'에서-
석달 전,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을 때 나 자신이 텅빈 내부만 들여다보는 소시지 기계처럼 느껴지던 날들이 있었다. 걸으면서 본 것이 오직 나 자신 뿐이었던 날들. 내 자책, 내 후회, 내 불안...그러려고 길을 떠난 것이 아니었는데도.
낯선 풍경과 사람들, 세상의 무수한 사건들은 내가 관심을 기울일 때에만 내 경험이 된다. 어디서든 뭔가를 얻고 싶다면, 근사한 풍경과 만남, 사건이 날 찾아와주기를 기대하기 이전에 우선 나 자신으로부터 바깥으로 눈을 돌릴 줄 알아야 했다. 그 길에서도. 그리고 여기에서도.
두달 전 마쳤던 여행의 경험을 밤새 정리하면서, 다시 그 길을 걷는 듯한 기분이다. 그때는 뭔지 잘 몰랐던 느낌이 시간이 흐르고 보니 명료해지기도 한다. 어떤 일을 겪든 사람이 저절로 변화하는 경우란 없는 것같다. 변하기로 '선택'할 뿐이다. 그 선택이 당장은 겉으로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이라 할지라도.
다른 무엇보다 어떤 경우든 스스로를 믿을 수 있는, 선명한 인생의 메타포를 갖게 되어 그 길을 걷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이 잘 안보일 땐 그 길에서 모진 비바람이 불 때 무작정 걷던 일을 생각한다. 그 길에서 언덕을 오를 때마다 저 너머엔 뭐가 있을까 상상했다. 때론 좋은 사람, 멋진 경치, 또 때론 진창, 메마른 자갈밭을 만났다. 무엇을 만날 지 내가 고를 수 없다는 걸 절감하면서 모든 걸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어느 것도 나쁘지 않았다. 지나간다는 걸,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 내가 걷는 길은 어디쯤일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답은 자명하다. 걷는 일 뿐이다. 조금 지나면 배낭을 내려놓고 쉴 바위를 만날 수도 있겠지.
'나의 서재 >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심술궂은 철학자의 생각에 동의하시나요? (10) | 2008/11/28 |
|---|---|
|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16) | 2008/11/11 |
| 참척의 고통 (6) | 2008/08/22 |
| 소시지 기계 (18) | 2008/08/17 |
| 거의 모든 것의 역사 (16) | 2008/08/17 |
| 어느 쪽이 더 나쁠까 (13) | 2008/08/09 |
| 죄인의 항변... (4) | 2008/07/11 |
| 찰스 핸디의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13) | 2008/06/29 |
-
-
-
sanna 2008/08/17 17:28
'겁''심란''초조'같은 단어보다 '두근두근''콩닥콩닥''설렘'같은 단어들이 더 어울릴 여행을 목전에 두고 무슨 말씀을! 환송회 해야겠구나 ^^
-
-
-
lebeka58 2008/08/18 19:54
음~ 사실 제가 산티아고 순례에 눈길을 빼앗긴건 다름아닌 후자의 소시지 기계가 되고 싶어서였던거 같아요.
세상이 주는 모든 연결 고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우면서 나 자신에게만 몰입하고싶은...
그래서인지 전 혼자서두 무척 잘알 놀아요. 영화, 음악회, 밥먹기, 저희 아파트 등산로 산책.....-
sanna 2008/08/19 00:59
혼자 영화 음악회 밥먹기 산책을 즐기면서 잘 노신다니 lebeka58님은 후자가 아니라 전자의 소시지 기계신 거죠. ^^
후자였다면, 혼자 밥먹거나 산책하면서 잘 놀기는커녕 '난 왜 혼자일까...나는 왜 이렇게 살까...'같은 종류의 생각으로 자기 속을 들들 파고 있었겠죠.^^
-
-
lebeka58 2008/08/19 14:43
글쎄요, 전 후자의 소시지 기계가 더 끌리네요(저자의 의도와는 영 아니올시다지만은요) 소시지 기계 그 이상이
되고자하는 타는 목마름의 열정이 미쁘지 않아요?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아닌 <자유에의 도피>가 아닐까유ㅠㅠ ( 어법에 맞나요? 왠지 쫌 이상한거 같네요)
참, 쓰고 계신 책은 진도 팍팍 나가고 있으신가요? 엄청 궁금하담니당!
얼마전 모 라디오 방송국의 <세상의 모든 음악>의 '풍경과 음악' 코너가 있었는데 근 1년(?) 가까이 유럽을
혼자 다니며 자유로이 쓴 편지 형식의 여행기였죠, 젊은 작가지만 인생을 바라보는 따뜻하면서도 예리한
시선 그리고 문화 예술에 대한 경장한(?) 지식으로 한동안 일요일 저녁을 기다리게 했던게 문득 기억나네요. -
컴속의나 2008/08/19 15:39
전자의 소고기 기계가 돼지고기를 받아들였을 때 그 관계에 의해 서로의 가치나 의미가 드러나듯이, 삶도 세상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의미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게 되는게 아닐까요. 기계를 만나 소시지가 만들어지고 돼지고기를 만나 소시지를 만드는 기계의 가치를 알게 되었으니까요. 이렇게 보면 저는 세상과의 관계속에서가 아니라 혼자 끙끙 앓아오지나 않았나 생각이 드는 군요.
하지만 또 자아와의 관계나 대화도 필요도 하겠지요^^ -
광이랑 2008/08/20 15:57
잘 읽고 갑니다. 저는 누가 말했지만 '진정한 여행은 가본적이 없어 니가 간것은 단지 관광 일뿐이야. 놀러 간 것이지.' 라서.. '여행' 다녀오신 수잔나 님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
sanna 2008/08/20 19:42
'진정한 여행'이 뭔지는 좀 모호하지만 아무튼 다녀오면 싹 잊어버리는 여행이 아니었다는 점에선 좋았어요.^^ 광이랑님도 언젠가 하게 되실 거예요. 하고 싶어하고 자꾸 생각이 나면 언젠가는 꼭 하게되더라고요.
-
-
-
lebeka58 2008/09/01 12:09
'답은 자명하다. 걷는일 뿐이다'에 완죤 공감입니다. 걷다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길이 보이고 그 다음 길이 계속해서 나타나는거 같아요. 처음부터 모든게 선명하고 확신을 주는 거는 없더라구요,
산나님은 경장한 비장의 좋은 무기를 많이 갖고 계신 (엄청 부러워용!)잠재적인 능력의 소유자시니, 분명 뭐든 하시면 산나님의 목소리로 다른 이들과는 차별화가 확실하리라 믿습니다요!-
sanna 2008/09/06 01:02
아이고...저를 만나보시면 '엄청 부럽다'는 맘이 싹 사라지실 걸요.^^; 뭘 잘하진 못하니 '더 잘하려는' 노력대신'다르게'해보자 생각은 하는데 참 그게 어렵더군요. 말슴대로 처음부터 선명하고 확신이 드는 일이란 없다는 거 알면서도 말이죠. 그나저나 lebeka58님의 격려 덕분에 우울했다가도 기신기신 움직이게 됩니다. 감사드려요!!!~
-
이젠 눈을 감으면 순례자 숙박소 앞의 풍경, 길가의 우물까지 떠오를 정도다. 그런데도 자석처럼 이끌려 목록에 한 권을 더 추가하게 됐다.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책을 읽고 난 뒤, 사는 일처럼 길 역시 누가 걷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수십 번씩 변주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
독일의 코미디언 하페 케르켈링이 쓴 이 책의 소문은 국내에 번역되기 전부터 들었다. 독일에서 오래 공부한 내 친구는 지난해 가을 카미노 산티아고에 갈 거라고 떠벌리던 내 말을 듣더니 이 책 이야기를 꺼냈다. 저자는 아주 유명한 코미디언이고 독일에선 이 책이 1년 넘게 베스트셀러 1위였다고 한다. 성공의 법칙(? 그런 게 있다면)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도 아닌 이런 책이 그렇게 오래 1위일 수 있다니, 그게 더 인상적이었다.
이 길에 나선 사람들은 대개 뭔가 해결할 문제를 짊어지고 발을 내딛는다. 저자는 중년에 이르러 담낭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 난 뒤 사고의 전환을 위해 카미노 산티아고에 오른다. 신이 과연 존재하는가도 그에겐 풀어야할 숙제 중의 하나였다.
엄숙한 질문을 안고 길 위에 오르지만, 이 책의 저자는 내가 읽은 산티아고 여행기 중 가장 경쾌하고 불량한 순례자다.
순례자는 숙박소에서 묵으며 경험도 나누고 해야 한다는 조언에도 “경험을 나누는 건 좋은데요, 무좀을 옮기고 뭐 그러는 것에는 영 관심이 없어서요”하고 호텔로 달려간다. “가난한 사람 흉내 내지 않겠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게다가 화장실과 샤워실을 30명과 같이 써야 하고, 낯선 이의 코고는 소리를 들으며 한 방에서 7~8명씩 자야하고 사적 공간이 전혀 없는, “그런 게 끈끈한 인간적 만남이라면 하지 않겠다”고 우긴다.
억지로 꾸민 순례자의 경건함이 없어 좋다. 사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죄다 진솔하고 길 위의 풍경은 죄다 환상적이며 길 위의 모든 일은 죄다 깨달음을 준다는 식의 여행기들은 얼마나 지루한가.
순례자연 하지 않는 저자의 솔직함은 읽는 이가 ‘어,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까지 나아간다. 저자는 힘들면 히치하이킹을 하고 몸이 영 못 버틴다 싶을 땐 기차를 타버렸다. 순례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마지막 100km는 걸어갔지만, 남을 흉내 내지 않고 자기를 학대하지 않으며 내게 맞는 속도와 방식으로 가겠다는 고집이 마음에 들었다. 내 길을 찾기 위해 자기 자신이 싫어질 지경까지 스스로를 몰아세울 필요는 없는 것이다.
농땡이 순례자였지만, 그에게도 길이 가르쳐주는 것은 있었다.
저자는 순례길이 인생의 여정과도 같다고 돌아본다. 시작은 난산이었지만 중간쯤에는 긍정적 경험과 함께 오류와 혼돈이 공존한다. 때론 길 밖에 나앉기도 했다. 목적지까지 기쁜 마음으로 행진할 수 있게 된 건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다. 다른 순례자들과 어울리기를 피하던 저자가 다른 사람을 돌아보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기본적으로는 스스로를 신뢰하되 작은 검토를 게을리 않는, “불신과 신뢰 사이의 균형을 잡는 법”, 삶의 사소한 불행들과 불투명한 미래를 개의치 않는 “유쾌한 담담함”을 스스로에게 가르치는 저자의 자세도 좋았다.
다른 여행기들과 이 책이 또 하나 다른 점은 길 위의 사람들 이야기다. 저자가 독일어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네덜란드어를 구사하는 덕택에 온갖 이유로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의 면모가 풍성하게 드러난다.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갑자기 공부가 부질없이 느껴져 간호사 교육을 받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일하는 네덜란드 여인, 말기 유방암에 걸린 딸과 함께 이 길을 걷다 딸이 죽은 뒤 순례를 완수하기 위해 혼자 다시 걷는 엄마. 반면 몇 년간 이 길을 오르내리며 동냥만 하는 사람도 있다. ‘순례자’라고 명함을 파고 중세 수도사복을 입고 걸으며 여자를 꼬시는 데 혈안이 된 사람들도 있다. 이 길을 걸으러 오는 목적이 오로지 ‘섹스’인 사람도 있단다. ^^;
순례자 중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고 특히 남미 여성이 많다. 저자에 따르면 이 길은 남미 여성에게 커다란 결혼시장이다. “엄격한 가톨릭인 부모들이 자녀에게 미래의 배우자와 함께 돌아오라는 과제를 주어 보낸다”는 것이다. 남자 보쌈 하러 2천리 길 걷는 셈인데... 딸 참 터프하게들 키우신다…. -.-;
코미디언답게 웃음의 차이를 설명한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누군가 가슴으로 웃는다면 그건 “나는 위험한 사람이 아닙니다”라는 뜻이다. …인종차별적 개그를 듣고 웃는 사람은 목에서 웃는다. 목이 열리지 않고 닫힌 상태인 것이다. …지식인의 경우 형식적으로는 빈틈이 없지만 내용적으로 별것 아닌 외설적 농담을 좋아한다."(!)
'나의 서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마음껏 저지르고 후회하라 (10) | 2008/11/03 |
|---|---|
| 하지만 네가 행복하길 바라.. (10) | 2008/10/13 |
| 검은 고독 흰 고독 (8) | 2008/01/27 |
| 그 길에서 나를 만나다 (4) | 2008/01/19 |
| 글쓰기 생각쓰기 (14) | 2008/01/16 |
| 지난해 읽은 책 Best 5 (13) | 2008/01/09 |
|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12) | 2008/01/05 |
|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12) | 2007/09/20 |
프랑스 생장피드보르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km의 길. 예수의 열두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걸었던 길.
언제부터 그 길을 마음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일상을 떠나고 싶을 때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길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내 모습을 몽상했다. 그러다.... 시들해졌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통해 이 길이 점점 유명해졌고, 급기야 3년 전쯤인가 ‘겁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여행가 김남희씨가 오마이뉴스에 쓴 산티아고 순례기 연재를 보고, 에라, 안되겠다, 마음을 접었다. …좀 이상한 일이다. 깃발 꽂으러 가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나 가는 길이면 내가 안가도 되겠다고 생각하다니, 이건 또 뭐람. -.-;
한동안 잊었던 이 길을 걷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 건 미국 수녀님인 조이스 럽이 쓴 책 ‘느긋하게 걸어라’를 읽은 뒤부터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산티아고 순례에 나선 수녀님은 오랜 친구인 목사님을 길벗 삼아 36일간 이 길을 걸었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일기처럼 기록하는 대부분의 여행기와 달리 저자는 이 책에서 여행에서 느끼고 얻어온 소주제들을 챕터의 제목으로 삼아 여행의 경험을 되돌아본다.
여행의 흥분은 가라앉고 경험을 되새김질해 풀어놓은 책이므로, 산티아고 여행에 대한 실용적 정보를 얻고 싶다면 김남희 씨의 책이 더 낫다. (그렇다고 이 책에 실용적 정보가 없는 건 아니다. 나처럼 코스, 숙박시설 등 실용적 정보를 꽤 많이 수집한 독자에겐 오히려 여행의 아주 실제적인 면을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이다)
반면 자신이 긴 여행을 해냈다는 감격, 온통 멋지기만 한 여행지와 여행자에 대한 찬사, 몰라도 그만인 시시한 에피소드 일색인 낭만적 여행기들에 싫증난 독자들에겐 이 책을 권한다. ‘왜 떠나는가’ 하는 물음에 열심히 대답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대로 순례자가 된다는 낭만과 실제 순례자가 되는 건 전혀 다르다. 지루하고 반복적인 장거리 보행에, 날마다 묵을 곳을 찾아 전전해야 하며 지저분한 화장실과 샤워장을 참아야 하고 낯선 이들이 코고는 소리를 들어가며 잠을 청해야 한다.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으며 순례에 대한 환상은 금방 실망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모든 성가신 일들과 실망, 계획의 틀어짐을 순례에 부수적으로 뒤따르는 불편한 부록쯤이 아니라 순례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어떻게 응답해야 하는지를 계속 생각한다.
성가신 일을 겪을 땐 뭔가를 원하면서도 대가를 치르려 하지 않는 자신의 성향을 발견하며, 노숙자들처럼 스스로 자기 몸을 돌보고 숙식을 해결하고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매일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생활을 통해 생존에 대한 태도를 성찰한다. 다른 순례자들과 만나면서 느끼는 뭉클한 연대감과 일시적일 줄 뻔히 알면서 그 관계에 자신을 다 주고 싶지는 않은 마음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털어놓는다.
길 위에서 겪는 일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여러 번 생각하며 풀어놓은 신중함 덕택에 이 책에서 구체적인 경험들은 산발적 에피소드를 면하고, 교훈들은 추상적 설교를 면할 수 있었다.
만만치 않은 나이에 저자가 기나긴 순례를 통해 배운 건 뭘까. “매사를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성에 대한 끊임없는 부담을 버리고 내 뜻대로 되게 하려는 끈질긴 집착을 버려야” 일상생활을 그 본연의 모습인 순례와 모험으로 볼 수 있게 된다고….
얼마 전 혼자 낯선 산에 올랐다가 길을 잃었던 경험이 떠오른다. 길을 찾으려는 집착으로 길이 찾아지지 않자 제풀에 지친 나는, 올라왔으니 내려갈 수도 있겠지, 생각하고 그냥 걸었다. 덕분에 깊은 숲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리에 귀 기울였고 비 내린 직후 숲의 청량함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등산로를 찾아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이 집착을 버려서가 아니라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계획하고 통제해 인생을 움켜쥐려고 안달해온 나 같은 사람에겐 ‘통제하려는 태도를 버리라’는 저자의 말이 쉽지 않다. 다만 그 같은 방식만으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까진 알겠다.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 서면 저자의 이런 마음자세를 흉내라도 내볼 수 있게 될까.
-
김호 2007/07/30 00:29
안녕하세요. 댓글타고 들어왔습니다.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네요. 같은 halftimer로서, 그리고 이메일 주소를 보니 boundarycrosser인데, 제 블로그의 이름은 consiliencing이고, 이것의 중요한 것이 바로 boundarycrossing이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게 생각합니다. 의미있는 halftime 가지시길.
-
-
-
-
사복 2007/07/31 15:19
"내 뜻대로 하려는 고집"이나 "대가를 치르려고 하지 않는 자신"...이라니... 이거 제대로 찔리는군요...
여러가지 의미에서... 저도 순례,에 대한 환상처럼... 삶에 대한 환상을 갖고, 실제 그대로의 순례, 삶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생활을 해야겠군요... ^_^; -
광이랑 2007/08/03 16:26
산티아고 순례의 길 , 코엘료의 자전적인 글에 많이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실제로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오고 나서 코엘료의 인생이 바꼈기 때문이지요 . 수많은 코엘료의 글의 모티브의 여행을 통한 인간의 변화란 그런 경우를 나타낸다고 보고, 저 또한 대체 어떤 길이기에 라며 궁금해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이 무겁게 짓누르네요 ㅎㅎ

Prev

Rss F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