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가로지르다
모처럼의 연휴에 심하게 앓았다. 꼼짝 못하고 드러누워 계속 비몽사몽. 정신이 혼곤한 와중에 잠깐씩 깰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트위터도 보고 책도 들췄는데, 사람들의 봄 나들이 자랑, 불타버린 대한문 앞 쌍차 분향소, 책 속의 아름답고 비통한 이미지들이 마구 뒤섞여 꿈속으로 몰려들어왔다. 깨어 있는 상태와 꿈 속이 분간이 안 될 지경.... 그렇게 읽은 책이 서경식의 '나의 서양음악순례'다. 내가 좀비 같은 상태여서..
"하나의 다리를 건설하는 일이 만일 그곳에서 땀흘리며 일하는 이들의 의식을 풍요롭게 하지 못할 양이면, 차라리 그 다리는 만들지 않는 편이 낫다. 시민들은 예전처럼 헤엄을 쳐서 건너든가 아니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면 된다. 다리는 사회 전체에 절대로 데우스엑스마키나 식으로 만들어져서는 안된다. 그런 방식이 아니라 시민들의 피와 땀, 두뇌 속에서 태어나야 한다." - 프란츠 파농의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에서/ 서경식의 '소년의 눈물'에서 재인용 ..
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두 사나이가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지옥-아우슈비츠에서 살아 돌아온 '오디세우스'들... 이들의 귀환은 어떠한 폭압도 인간성을 완전히 말살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희망의 증거다. ....이야기가 여기까지 였더라면 해피 엔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둘 중의 한 사람, 늘 쾌활하고 낙관주의자였다던 한 사람은 68세에 돌연 자살하고 만다....그는 왜 그랬을까.서경식 교수가 쓴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를 읽다. 작고 분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