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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끝. 그동안 즐거웠어요, 신부님.”
- 영화 ‘박쥐’에서 -
영화 ‘박쥐’를 보기 직전에 읽어서 그런지, 영화관에 가면서 블로그 이웃인 inuit님이 쓴 한 줄짜리 촌평 의 앞머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여우가 닭 먹는 게 죄야?”
음, 그러니까 ‘박쥐’는 닭 먹으면서 죄책감 느끼는 여우, 죄가 아니라고 우기며 마구 닭을 먹는 여우, (죄의식이 있든 없든) 닭 먹고 사는 여우에게 돌 던지는 사람들, 아니 불쌍한 닭들, 뭐 그런 동물 농장이 무대인갑다…. 신부가 뱀파이어가 되어 친구의 아내를 탐한다는 설정 정도는 미리 알고 있었으니, 닭 먹으면서 죄책감 느낄 여우는 당근 이 신부이겠고, “여우가 닭 먹는 게 죄냐”고 우기는 자는 누구일지 궁금했다. (알고 싶으면 영화를 보시라~~~)
영화를 보는 내내 키득거렸다.
영화보고 밥 잘 먹고 돌아와서 포털사이트에서 ‘박쥐’를 다룬 어떤 기사 제목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
글쎄다......,
박찬욱 감독의 오래된 주제인 ‘죄의식’은 이 영화에서도 여전하다. 불가항력으로 주어진 죄(원해서 뱀파이어가 된 것도 아닌데)도 내 죄인가 하는 질문도 그렇고, 깊은 죄의식과 새로 눈을 뜬 탐욕 사이에서 헤매던 인간의 말로도 그렇고, 보기에 따라선 ‘본질’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뭐, ‘깊은 고민’ 씩이나….-.-;;;
내 눈에 이 영화는 블랙 코미디였다. 쫌 양심적인 흡혈귀도 어쨌건 ‘밥’은 먹고 살아야 하는 구차함, 뱀파이어와 70년대 분위기의 한복집, 뽕짝 음악과 마작, 보드카, 그런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 부딪혀 생성되는 독특한 공기가 팽배하고, 연극적 무대 위에서는 ‘심오한 질문’ 대신 심각한 대목을 예상치 못한 말과 행동으로 비트는 엉뚱한 유머가 펼쳐진다.
시작할 때부터 죽어가는 환자의 말에 생뚱맞게 “당근이죠”라고 대답하는 신부, 자살하겠다는 수녀의 고해성사에 ‘거, 떠난 남자 잊어버리라’고 경박하게 충고하다가 면박이나 당하는 신부를 보면서 이 영화가 ‘심오한 질문’ 따위와 거리가 멀 것이라고 기대했고, 실제로 그랬고, 그래서 웃겼다.
어느 잡지에서 감수성 풍부한 어떤 리뷰어는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도 찔끔 났다던데, 나는 왜 뒤죽박죽 골 때리는 B급 영화 ‘황혼에서 새벽까지’가 떠오르던지….
불이 켜진 영화관을 걸어 나오며 화면을 바라보고 이런 인사를 건네고 싶어졌다.
“즐거웠어요, 신부님!”
덧1. 영화 보고 나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는데, 핏빛에 홀린 탓인지 저녁도 시뻘건 떡볶이를 먹었다능....
덧2. 박찬욱 감독은 여배우 발탁에 일가견이 있는 듯. ‘박쥐’ 최고의 발견은 김옥빈이다. 티 없이 맑은 표정과 요부의 관능을 동시에 갖춘 김옥빈의 얼굴을 보며 ‘올드 보이’의 강혜정이 떠오르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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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박쥐
2009/05/02 22:31
"여우가 닭먹는게 죄야?" 그리고 욕정은 목마르다. 사람인체 했던 뱀파이어의 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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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박쥐 * 성기노출을 감행할 수 있는 영화감독의 권력
2009/05/02 23:01
<박쥐>의 개봉 소식이 전해졌을 때, 단연 화제거리는 송강호의 성기노출이었다. 어떤 장면에서 성기노출이 이루어지는지 설왕설래가 오가며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그것도 대한민국최고의 배우 송강호의 성기 노출이라니 장안에 화제가 되지 않는다면 되려 그것이 이상할 정도이기 하지만. 우리나라 만큼 노출에 집단적인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사회도 드물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노출로부터 국민들을 철저하게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문화정책의 결과일 것이다. 조직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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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박쥐 (Thirst) - 화려한 색감과 연기, 박찬욱이 말하려는 것은?
2009/05/02 23:22
박쥐 감독 박찬욱 (2009 / 한국) 출연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김해숙 상세보기 스포일러가 포함된 영화리뷰입니다. 1. 감독과 구성 박찬욱 직업 영화감독 상세보기 박찬욱 감독 작업은 항상 그의 개성을 여실히 드러내 주기에 어떤 양상을 가지고 관객에게 접근하든지 항상 흥미롭다. 혹자들이 영화속 잔인한 장면과 등장인물들의 극단적인 행동때문에 비난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박찬욱 감독은 좀 더 실험적이고 본인의 개성을 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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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박쥐 (2009), 더 행복해도 좋았으련만.
2009/05/03 01:36
박쥐 멜로/애정/로맨스 | 한국 | 133 분 | 개봉 2009.04.30 박찬욱 송강호, 김옥빈, 신하균, 김해숙.. 더보기 국내 18세 관람가 http://www.thirst-2009.co.kr/ 말많고 사람많은 박쥐. 옆의 티저 포스터도 그렇고 본포스터도, 그리고 영화의 느낌도 뭔가 연극스러운 - 그런 영화였다. 지금 평이 반반이고 평점도 딱 절반이라는데 - 글쎄 . 난 괜찮았는데;? (잔인한 장면은 잘 못보지만 이 영화는 괜찮았어) - 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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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박쥐> 속 상현의 시선 : 하느님 아버지, 거기 그냥 계시옵소서
2009/05/03 03:17
* 내용에 대한 묘사가 있으니 아무것도 안 듣고 영화 보러 가실 분들은 가급적 피해가시길 바랍니다 :-D박찬욱 감독의 따끈따끈한 신작 <박쥐>의 첫 장면. 고요한 피리 소리와 함께 병원에서 생사의 기로를 건너는 한 환자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신부 상현 (송강호 분) 과 간호사 한 명이 지켜본다. 가쁘게 헐떡이던 환자가 상현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리코더 좀 불어 줘요." 마치 투박하고 고요한 리코더 소리가 자신을 구원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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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박쥐] 불친절의 당위성에 관해
2009/05/03 06:08
상현의 이전 대사들과 궤를 달리하는 한마디. “언제는 귀엽다며, 이 씨발년아.”가 불쑥 튀어나왔을 때, 나는 적잖이 놀랐다. 영화의 궤도가 바뀌었음을 선언하는 그 대사가, 나아가 관객의 예정된 불평에 부치는 박찬욱의 변(辯)처럼 들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언제는 거장이라며, 이 관객님들아.’ 나는 진심으로 궁금하다. 왜 박찬욱은 잘 나가던 내러티브를 작정하고 일그러뜨렸을까. 서로 다른 두 개(또는 세 개)의 박찬욱표 영화가 위태로이 엉겨 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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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박쥐
2009/05/03 23:34
기다리고 기다렸던 박찬욱감독의 신작.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되는 흡혈귀 신부님에 대한 영화. 배우들과 감독의 이름만으로 충분히 광고는 되는 듯 했다. 워낙 박찬욱감독을 좋아한지라 이번 영화는 기대를 반정도는 저버리고 영화를 관람한 덕분인지 이제껏 본 박찬욱감독의 영화 중 가장 찝찝하지 않은 영화 같았다. 이 감독을 좋아라하지만 항상 영화를 보고 나면 남는 그 찜찜함. 나는 그걸 영화의 여운이라 생각을 했었다. 이번 영화는 정말 앤딩크레딧이 올라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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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영화'박쥐'를 본 후, 치과병원으로 향한 이유
2009/05/05 08:04
포스터 쥑인다. 얼마나 강렬한가 '뱀파이어가 된 신부가 친구의 아내를 탐하다' 이 문구를 읽으며 성경책의 한장면을 떠올렸다. 다윗왕이 밧세바라는 여인을 범하고 그 남편을 전쟁터로 보내 죽게하는... 다윗왕은 전쟁터라는 배경을 통해서 밧세바의 남편을 살해(간접살인)했고, 영화에서는 자진해서 생체실험자가 된 신부가 500명 중에 한명으로 다시 살아난 기적을 겪으면서 뱀파이어가 되어 친구의 아내를 범하고, 그 친구를 강물에 빠뜨려 죽게한다. 그럼에도 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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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리뷰] 박쥐 (Thirst, 2009)
2009/05/05 18:48
박찬욱 감독의 2009년 신작 "박쥐"는 한글 제목뿐만 아니라 영문 제목 "Thirst" 까지도 이 영화의 속성을 너무도 잘 드러냅니다. 'Thirst'. 갈증, 혹은 갈망. 무엇을 향한 갈증과 갈망일까요? 뱀파이어가 된 신부, 현상현(송강호 분)에게는 피를 향한 목마름이고 태주(김옥빈 분)에게는 '평생 그들의 강아지처럼' 산 자신의 지겹고 비루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욕망, 아버지 신부(박인환 분)에게는 단 한번이라도 세상을 보고 싶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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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박쥐> 속 태주의 시선 : 타는 목마름, 그 욕망의 자화상
2009/05/06 22:26
* 내용에 대한 묘사가 있으니 아무것도 안 듣고 영화 보러 가실 분들은 가급적 피해가시길 바랍니다 :-D박찬욱 감독의 신작 <박쥐>를 두번째로 보는 날, 상영관 입장 몇 분을 앞두고 느닷없이 커피가 땡겼다. 극장 VIP 라운지에 비치되어 있는 프림과 하얀 설탕, 그리고 커피원두와 따끈한 물을 종이컵에 넣고 적당히 섞으니 따뜻한 밀크커피 한 잔이 완성된다. 적당히 녹아내린 것을 확인하고 마셔본다. 쭈욱 들이키자마자 느낀 사실 하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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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2009/05/02 22:33
오랫만에 산나님 글맛 제대로 보네요. 고맙습니다. ^^
끝에 블랙코미디나 부조리극 같은 전개에 집사람이 뜨아하다고 했을 때, 저도 그 이야기 했어요.
"황혼에서 새벽까지 보다는 양반이네." -
지아 2009/05/03 10:36
언니 저도 떡볶이 먹고 싶어요. 아주 빨간걸로. 박찬욱 영화는 거의 다 봤는데 별로 인상 깊었던게 없었어요. 올드보이에서 미술부분만 빼고. 박쥐는 좀 재밌을 것 같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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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윙 2009/05/03 16:00
코미디적인 요소도 있었군요. 왠지 다들 리뷰가 우울해서...그나저나 야할거라는 기대는 오히려 접어야 하는건가염? +_+? 김옥빈양이 전라의 노출을 했다던데!
지난번의 꼼장어도 그렇고 이런 영화보시고 떡볶이를 드셨다니 강하시네요. 원츄!-
sanna 2009/05/03 22:14
아, 리뷰들이 우울한가요?
전 이 영화 웃기던데....^^;
실컷 좋아하다가 뱀파이어인 걸 알고 기겁하는 여자한테
"왜 식성갖고 사람 차별해요?"하고 항의하는 뱀파이어,귀엽잖아요.^^
근데 영화에서 피마시는 걸 하도 봐서 그런지,
영화 보고 나니, 빨간 거 안먹으면 어쩐지 변태스럽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ㅎㅎ
김옥빈양 노출이야 그까이꺼 뭐~
승환님 블로그에서 야동을 하도 봐서리...(응? 이게 아닌가?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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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09/05/07 23:01
하하~ 영화와 만찬, 이런 연재 해봐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거의 늘 영화를 보고 나와서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니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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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2009/06/01 15:20
영화 잘 보고 나와서는.. 참지 못하고.. 옆사람을 자꼬 깨물어 댔습니다..
저도 그냥 떡볶이나 먹었으면 이상한 취급 안 당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올림픽 시즌.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올림픽 중계를 거의 못봤지만, 잇딴 승전보에 기분이 좋군요.
오늘 어떤 분이 베이징에서 금메달을 딴 최민호 선수에 대해 4년 전에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으셨다면서 “놀랐다"고 메일을 보내셨습니다. … 솔직히 4년 전에 제가 뭘 썼는지도 가물가물해서 이게 무슨 말이지…하고 한참 얼떨떨했습니다.
영문인즉슨,
이 블로그에도 방을 만들어 모아두었지만 4년 전에 ‘영화 밑줄긋기’라는 칼럼을 연재한 적이 있어요.
그때 열린 올림픽에서 동메달에 그쳤던 최민호 선수의 말이 인상적이어서 그걸 모티브 삼아 칼럼을 썼습니다. 최 선수의 말과 마침 봤던 영화, 올림픽에 나가는 10대들을 취재했던 경험 등을 잡탕으로 끌어다 쓴 건데요. 최민호 선수 이야기는 맨 마지막에 나옵니다. 간단한 코멘트를 인용한 것이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그가 이룬 오늘날의 성취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칼럼 바로가기 클릭)
…예전 걸 다시 읽어보니 제가 써놓고도 ‘근데 넌 왜 그렇게 못사는 건데?’하는 타박이 절로 나옵니다. 에혀~
이름도 안 밝히고 4년 전 글을 상기시켜준, 업뎃 뜸한 블로그에 포스트 거리 하나 만들게 해준 ‘한 독자’분께 감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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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아니잖아~ ㅠ.ㅜ”
- 영화 ‘데쓰 프루프’에서 커트 러셀이 울상이 되어 -
사이코 변태 마초 악당 커트 러셀이 징징대며 저 웃찾사스러운 대사를 내뱉을 때 어찌나 웃기던지!
소도시 심야영화관에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데쓰 프루프’를 봤습니다. 역시 타란티노!
별 생각 없으나 무지 재미있는 싸구려 펄프 픽션 한 권 읽은 기분입니다. 아, 당연히 성인용이구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지루하다가 끔찍하다가 약간 긴장되다가 다시 지루해지려고 하는 찰나 심장박동이 치솟으면서 손에 땀을 쥐다가 점점 황당해지면서 통쾌하게 한 방을 날리는 영화'입니다. (음....무슨 한마디가 이렇담......-.-;)
허름한 동시상영관에서 킬킬대며 보면 딱일 영화이니 이 영화에 대한 글들은 가급적 읽지 말고 그냥 보세요. (저도 그만 쓸랍니다 ^^) 이 영화 관련 글들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읽어야 훨씬 재미있더군요.
영화의 절반이 넘는 언니들의 끝없는 수다는 다 듣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졸아도 됩니다. 차들이 부릉부릉 달리기 시작할 때만 깨어 있으면 됩니다.
‘트랜스포머’를 보고 난 뒤엔 극장 앞의 차들이 다 벌떡벌떡 일어날 것 같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올 땐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 대기중인 차들의 엔진 소리가 죄다 전력질주를 준비하는 몸풀기 신호처럼 들려서 가벼운 흥분까지 느껴지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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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데쓰 프루프 (Death Proof, 2006) - 타란티노의 소문난 집안 잔치
2007/09/07 13:53
<데쓰 프루프>를 직접 보고나니 '평론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 성적은 기대에 못미쳤다'는 얘기가 잘 이해되더군요. 한마디로 쿠엔틴 타란티노의 '소문난 집안 잔치' 같은 영화가 <데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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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데쓰 프루프 (Death Proof / Grindhouse: Double Feature, 2007)
2007/09/09 22:54
역시 나하고는 안맞는 영화다. 타란티노의 작품 중에서 작품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영화는 펄프픽션밖에 없으니.... 이 영화는 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도대체 왜 사고를 치는지에 ..
조이: …이모? 이모가 모든 일을 다 엉망으로 하진 않아요.
- 영화 ‘사랑의 레시피’에서-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는 (아마도) 30대 싱글여성이 언니의 느닷없는 죽음으로 어린 조카를 키우게 됐다. 성질이 불같고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드높은 완벽주의자이지만, 선량한 사람이며 조카에게 정말 잘 해주고 싶다. 하지만 뜻대로 잘 되질 않고, 때론 조카를 데리러 가야 할 시간 같은 걸 깜빡 잊어버리기도 한다. 버릇이 되지 않아서다.
너무나 잘 하고 싶은데 뜻대로 되질 않으니 자신이 모든 걸 망치고 있다고 자책하는 이모에게 조카는 이모가 ‘모든 일’을 다 잘못하는 건 아니라고 말해준다.
...어린 조카 말이 맞다. ‘모든 일’을 다 잘하고 ‘모든 일’을 다 잘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어떻게든 통제해 뜻대로 하려는 강박이 심한 사람일수록 ‘모든 일’을 다 잘하고 싶어 하고, 조금만 삐끗하면 ‘모든 일’이 다 글러먹었다고 자책하곤 한다. 원하는 것을 언제나 얻을 수는 없고, 무엇이 자신에게 이로운지를 스스로가 항상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꽤 오랜만에 본 영화 ‘사랑의 레시피’는 별 (5개 만점에서) 3개쯤을 주고 싶은 로맨틱 드라마다. 러브 스토리의 전개과정에 뻔한 면이 많아 흠잡기도 쉬운 영화이지만, 배려가 뭔지 생각하게 만든 몇 장면들 덕분에 (그리고 예쁘고 기품있는 캐서린 제타 존스, 서글서글한 인상의 아론 에크하트 때문에^^) 이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
뉴욕 맨해튼의 일류 요리사인 케이트(캐서린 제타 존스)가 조카를 기쁘게 하기 위해 차려준 아침 밥상은 일류 식당에서나 먹을 수 있는 완벽한 농어구이였다. 내가 봐도 아이가 먹기엔 좀 거시기했다. ^^; 초등학생에게 복 지리 한상 차려준 꼴이다. 접시 위에 입을 벌린 생선을 보는 순간 질려버린 아이의 얼굴이라니. ^^ 케이트가 생각하기엔 최상이었겠지만 아이는 음식을 보고 질려 손도 안대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반면 레스토랑의 부주방장 닉 (아론 에크하트)은 어떤가.
케이트를 따라와 주방 한쪽 구석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조이를 보더니 그냥 옆으로 쓱 다가가서 야채를 다듬는 척 하며 “이건 바질이야” 하고 말을 건넨다. 심심한 아이에게 이파리를 하나씩 따는 일을 하도록 유도한다.
조금 있다가 스파게티 한 접시를 들고 온 그는 바질 잎 다진 것을 뿌려 아이 옆에 서서 그냥 맛있게 먹는다. 한두입 먹다가 저쪽에서 새로운 주문을 외치자 바쁜 척 하며 아이에게 그릇을 안겨주고 “잠깐 들고 있어”하고 사라진다. 잠시후 스파게티 그릇에 코를 박고 먹고 있는 아이를 먼 곳에서 바라보며 웃음을 짓는다.
자신의 일에 엄격한 케이트의 배려는 농어구이처럼, 자기가 할 줄 아는 최고의 것을 해주는 것이었다.
반면 자유분방한 닉의 배려는 스파게티처럼, 상대방이 부담 없이 받도록 해주는 것이다.
어느 쪽이 옳다고 할 순 없다. 케이트의 방식은 고수의 도움이 필요할 땐 최고일 것이고, 닉의 방식은 배짱 좋은 지지자가 필요할 땐 도움이 안 될지도 모른다.
다만 영화를 보면서, 내가 해본 몇 번의 배려(?)가 상대방 입장에선 어떠했을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뭔가를 해주면서 그에 상응하는 보답 또는 고맙다는 인사를 듣지 못해 안달복달하지는 않았나? 내가 ‘대단한 희생’을 감수하며 100을 주었는데 상대방은 내 기대의 50에도 미치지 못할 때 분개하지 않았나?
그런 태도의 베풂은 배려라기보다 고작 자기만족을 위해 상대방을 ‘증인’으로 끌어들이려는 행동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배려의 핵심은 어쩌면 ‘내가 이렇게 너를 생각한다’고 하는 그 마음의 크기보다, 받는 상대방이 수치심을 갖지 않도록 좌우를 살피고 상대의 입장에 서보는 태도에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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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jai 2007/09/04 15:55
요리사 만큼 매력적인 직업도 없다는 생각, 그런데 제가 요리하면 소수 마니아(?)만을 위한 요상한 요리가 될 듯....(우리나라 처럼 소수 마니아란 의미가 잘 못 알려진 나라도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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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7/09/05 23:44
'소수 마니아만을 위한 요상한 요리'라는 정의가 더 이상하게 들림다. 왜 요상해? 기꺼이 마니아가 될테니 호자이의 요리수업을 열렬히 지지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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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이 2007/09/04 18:44
스파게티도 농어도 좋아하는 저 같은 사람은
어떤 상대방이 무엇을 줘도 다 맘편히 양쪽이 즐거울 수 있겠네요!! 음핫.
이것저것 다 받고 싶은 이쁜이...
영화 봐야겠당-
susanna 2007/09/05 23:48
욕심쟁이 이쁜이.....^^ 근데 정말 예뻐졌던 걸~ !! (자신을 '이쁜이'라 칭하는 이쁜이에게 정말 이쁘다고 말하려니....너무 심한 굴욕이오...털썩~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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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7/09/13 20:32
뭐든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인다잖아요. 제가 요즘 배려가 뭔지 고민을 하던 터라 더 그런 게 눈에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 (영화가 잼없을 수도 있다는 야그임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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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2007/09/20 02:17
저도 즐겁게 보았습니다. 남자주인공이 중간에 "진정한 레서피는 내가 직접 만든것이야..." (기억이 가물함) 정도의 대사가 있었는데, 그게 와닿더군요. 인생을 사는데도, 자기가 만들어가는 삶이 결국 진정한 삶이 아닐지...하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영화를 많이 보시나봐요.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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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2008/04/02 09:44
달아주신 트랙백 타고 들어왔습니다. 와~~
저는 뭔가 빠진거 같다. 아쉽다. ... 그러고 딱히 더 적을 말이 없었는데,
같은 영화를 봐도 이렇게 멋지게 평을 할 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ㅠ.ㅜ
평 읽다보니까 정말 그렇구나.. 하고 고개가 끄덕끄덕여지네요. 잘 읽고 갑니다.-
수산나 2008/04/02 21:33
헛..^^;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쓸 말이 있었던 이유가 제게 어떤 문제가 있었기 때문예요.저 영화 볼 때 제가 누군가한테 잘해준다 하고 있는데 소용없어보여 자책하던때였어요.사람은 지가 보고싶은 것만 본다고, 그래서 영화에서 그런 면만 눈에 들어왔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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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밀양’에서 종찬의 대사 -
(스포일러 없습니다)
이렇게 화창한 날에 고통이라니요.
‘밀양’을 보고나면, ‘밀양’에 대해 말하려면, 난감해집니다. 화창한 날, 구질구질한 내 삶도 화사해질 수 있다는 어이없는 기대를 품어보기도 하는 날, 이렇게 피 흘리는 상처라니요.
예고없이 덮쳐온 고통 앞에서 ‘나한테 왜?’라는 질문을 떠올려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밀양’은 쉽게 넘어가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각자가 겪은 고통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지요. 비교할 수도 없는 거구요.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정신분석학자 빅터 프랭클은 사람의 고통을 가스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텅 빈 공간에 가스를 주입하면 가스는 공간이 크든 작든 그 공간을 구석까지 균일하게 채운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고통도 크건 작건 간에 사람의 의식을 가득 채우고 마는 것이다.'...
‘밀양’에서 종찬(송강호)은 ‘뜻으로 사나요. 그냥 살지요’ 했지만, 정반대로 신애(전도연)는 ‘뜻으로’ 살기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여자입니다.
뜻을 찾기 위한 신애의 안간힘이 지독하고 무모해 입이 떡 벌어지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니 그 싸움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살기’ 위해서라도 우리에겐 뜻이 필요하니까요. 무의미함을 견뎌내기 위해서라도 의미가 필요하지요. 누구든 사람은 그것을 위해 살아갈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겠지요.
얼마 전까지 다니던 스포츠센터 화장실의 휴지걸이엔 슈바이처의 말이 조잡하게 인쇄돼 있었습니다.
‘나는 살려고 하는 생명에 둘러싸인 살려고 하는 생명이다.’
왠지 모르게 그 말이 절실하게 다가와 입속말로 가만가만 따라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모든 걸 다 잃어도, 살아가기 위한 어떤 ‘뜻’도 찾아내지 못했다 해도,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싶더군요.
암 투병중인 친한 선배가 “내 몸 안의 암세포도 알고 보면 살려고 기를 쓰는 ‘생명’이 아니냐”며 웃던, 쓸쓸한 표정도 떠오르구요.
스포일러가 될까봐 자세히 쓸 수는 없지만 ‘밀양’을 보면서 그 말을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탁월한 배우 전도연의 그 어떤 광기어린 연기보다, 저는 그 처절하고 안스러운 장면이 못내 잊혀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밀양’이 보여주는 그 모든 참혹함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신애라는 여자를, ‘살려고 하는 생명’으로 기억하렵니다.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힘, ‘은밀한 햇볕(密陽)’으로요.
※ ‘밀양’을 한번 썼다가 지워버렸는데 다시 올립니다. 이 영화 때문에 몹시 우울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회복되는군요. 저 역시 ‘살려고 하는 생명’인지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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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밀양 (Secret Sunshine, 2007)
2007/10/10 18:25
영화 <밀양>을 이루는 몇가지 것들이 있다.하나는 이창동 감독이고 또 하나는 기독교로 이름 지울 수 있는 종교, 그리고 밀양이라는 지역, 또 칸을 매료시켰던 배우 전도연이다. 이 모든 ..
“날 크레타로 데려가 주시겠소?”(조르바)
“왜요?”(배즐)
“그놈의 ‘왜요’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하는 거요? 그냥 하고 싶어서 한다면 안됩니까?”(조르바)
-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주말인 어제 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에서 상영한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러갔습니다. 꼭 보고 싶은 옛날영화이지만 국내에 DVD도 출시되지 않아 안타까웠던 참에, 이게 웬 떡이랍니까. 게다가 무료 상영! 공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판에 이걸 놓칠 리가 없죠~.
막상 가보니 ‘그리스 걸작 영화제’라는 행사 명칭에 걸맞지 않게 작은 세미나실 같은 곳에서 앞사람들 머리 사이로 몸을 기울이고 보느라 허리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역시 세상엔 공짜가 없습니다. ^^;
원작이 있는 영화는 대개 원작보다 못하거나 낫거나 이지만 이 영화와 책은 서로를 잘 받쳐주는 드문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실존인물이었다던 조르바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도, 저는 앤서니 퀸 말고 조르바를 연기할 다른 배우를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열린책들에서 2000년에 새로 출간된 책 ‘그리스인 조르바’의 표지에도 앤서니 퀸이 연기한 조르바가 실렸죠.
‘그리스인 조르바’를 처음 만난 건 고등학생 때였는데 (책 제목이 ‘희랍인 조르바’였던 듯…), 그 땐 제 눈에 조르바가 제멋대로인 마초의 표본으로밖에 안보였어요. 뭐 이런 재수없는 남자가 다 있나…. 조금 읽다 말고 책을 휙 던져버렸지요.
두 번째 만난 건 서른이 넘었을 때쯤입니다. 조르바의 자유분방함과 그 원시적 배짱에, 작중 화자처럼 저도 놀랐습니다.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라니요.
20대의 저를 지배했던 말은 “자네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네”라고 말하던, 프랑스 소설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에 나오는 충고였습니다.
들뜬 대학 신입생에게 던져진 이 충고는 개인 이전에 전체를 보게 했지만, 그만큼 개인에겐 억압적인 명령이기도 했지요.
자신을 세계의 중심으로 선언하고, 체중을 실어 온 몸으로 삶을 음미하는 조르바를 다시 만나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행복하니?’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 시작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게 30대 초반이었으니…. 한참 덜 떨어진 거죠. ^^;
나이가 더 들어 이번에 영화를 볼 땐,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운명에 대처하는 자세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아주 단순화해 말한다면 크레타 섬에 광산을 개발하러 떠난 두 남자의 실패담이라고도 할수 있습니다. 주인공이 가진 돈을 다 털어 조르바가 산에서 목재를 아래로 굴리는 장비를 만들었지만 결과는 대재앙이었지요. 이 재난은 책에서보다 영화에서 가속도를 타고 내려와 행사장을 엉망진창을 만드는 통나무로 실감나게 묘사되더군요.
그러나 주인공이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건, 이처럼 모든 것이 어긋나고 끝나버린 순간이었습니다. 방에서 혼자 어색하게 스탭을 밟아볼지언정 한번도 춤을 춰보지 못했던 그는 모든 게 다 끝났을 때 조르바에게 춤을 가르쳐 달라고 청합니다. 참패했지만 그로 인해 영혼이 부서지지 않았으니, 그는 스스로 정복했다고 생각하고 흥에 겨워 춤을 춥니다.
영화는 흥겨운 음악을 배경으로 두 사람이 어깨동무하고 춤을 추는 것으로 끝나지만. 책에는 이렇게 써있습니다.
“모든 것이 어긋났을 때, 자신의 영혼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그 인내와 용기를 시험해보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집에 돌아와 다시 소설을 뒤적이다 보니, 아래와 같은 대목도 눈에 띄는 군요.
나는 어느날 아침에 본, 나무 등걸에 붙어있던 나비의 번데기를 떠올렸다.
나비는 번데기에다 구멍을 뚫고 나올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지만 오래 걸릴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허리를 구부리고 입김으로 데워주었다. 열심히 데워준 덕분에 기적은 생명보다 빠른 속도로 내 눈앞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이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날개를 뒤로 접으며 구겨지는 나비를 본 순간의 공포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엾은 나비는 그 날개를 펴려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나는 내 입김으로 나비를 도우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것은 태양 아래서 천천히 진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때늦은 다음이었다. 내 입김은 때가 되기도 전에 나비를 날개가 쭈그러진 채 집을 나서게 한 것이었다. 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 내 손바닥 위에서 죽어갔다.
나는 나비의 가녀린 시체만큼 내 양심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에야 나는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행위가 얼마나 무서운 죄악인가를 깨닫는다. 서둘지 말고, 안달을 부리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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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바루 2007/05/21 17:57
살짝 우울한 뉴스에 침울한 월요일 오후를 보내는 중인데, 마지막 문장에서 힘을 얻습니다.
서둘지 말고, 안달을 부리지도 말고, 이 영원한 리듬에 충실하게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기운 내서 다시 전진할 의욕이 샘솟네요.
정말 글을 잘 쓰십니다. 부러워요~-
susanna 2007/05/21 22:50
엇~ 인용하신 마지막 문장은 제가 쓴 것이 아니고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책에 쓴 걸 발췌한 대목입니다. ^^; 어쨌거나 힘을 얻으셨다니 저도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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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2007/05/22 17:51
영화가 있다는 말은 들었더랬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어요... 책이 재밌었던지라, 영화를 구해서 보기 좀 무섭기도 하더라구요;; 근데, 정말, 앤서니 퀸이 아니라면... 누가, 조르바를 연기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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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기사 2007/09/22 18:41
노란색으로 하이라이트하신 문단은 저도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입니다.. 저도 거의 30이 되서야 처음 이책을 읽었는데요. 그당시 저의 조급함에 스스로 실망을 금치 못하고있었던 떄라 더 그랬었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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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 2008/02/23 01:49
20살 초반때 처음 접했던 책입니다.. 워낙에 감명깊게 읽어서 영화를 보러 국립중앙도서관 자료실에서 겨우 뒤져서 봤던기억이,.,그러나 한글 자막이 없었고 열람시간이 다되어 중간에 나왔던 씁쓸한 기억이 납니다. 나이30인 지금에야 제대로된 자막에 깨끗한 화질로 감상했습니다.
“관객이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 이런 모습 안어울려요.”(비즐리)
“(힘없이 피식 웃으며) 이 꼴이 진짜예요….”(크리스타)
“그래도 난 당신의 관객입니다. …당신은 멋진 배우인데 그걸 몰랐어요?”(비즐리)
- 영화 ‘타인의 삶’에서 술집에서 마주친 비즐리와 크리스타의 대화 -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언젠가 사는 의욕이 안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관중이 없으니까 흥이 안나.”
그는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었는데, 뭘 잘 해도, 잘못 해도, 지켜봐주는 사람이 없으니 뭘 열심히 하려는 마음도 먹어지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사람에겐 몇이 됐든 관중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가 말하는 관중이란 ‘친밀한 타인’일 터…. 그의 말이 외롭다는 말의 다른 표현임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짐짓 난 그에게 이렇게 대꾸했다.
“관중이 꼭 가까운 사람이어야 해? 낯선 이의 친절로 살아간다는 말도 있다구.”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탄 독일 영화 ‘타인의 삶’은 낯선 이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관객이 되어주는 이야기다.
낯선 이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람이 서로에게 서서히 침투해 서로를 변화시키는 일이 가능할까.
이 영화는 그게 가능하다고 말해주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사람들은 몰래 서로의 삶을 지켜보며 스스로 변화하고, 상대의 삶을 변화시킨다.
배경은 통일 전 동독. 감시가 일상화되고 표현의 자유가 억눌렸던 그곳에서 비밀경찰인 비즐리는 사찰 대상인 극작가 드라이만, 그의 연인인 여배우 크리스타가 함께 사는 집을 도청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비즐리는 비밀경찰 양성학교에서 잠도 재우지 않고 고문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냉혹한 인간이었다. 그런 그가, 좀처럼 사람을 믿지 않는 그가, 도청 대상인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면서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육체를 탐하는 문화부장관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무너져가는 크리스타를 안타까워 하던 비즐리는 급기야 술집에서 마주친 크리스타에게 다가가 “나는 당신의 관객”이라며 제발 망가지지 말라고 부탁하기까지 한다. 도청 대상을 알고, 이해하게 되면서 비즐리의 감시는 어느덧 보호로 바뀌고 비즐리는 이들을 몰래 돕기 시작한다.
스릴러적 특성이 가미되고 반전이 거듭되는 영화라서, 혹시 보실 분이 있을까봐 줄거리를 더 자세히 쓸 수가 없다. ㅠ.ㅜ 밑줄을 긋고 싶은 더 멋진 대사가 있지만, 그것도 반전에 속하는 것이라 쓸 수가 없다.OTL
좌우간 강추!!! 연출이나 연기 모두 요란하지 않고 잔잔한 영화이지만, 참 좋다. 뒤로 갈수록 더 좋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눈빛을 지금도 난 잊지 못하겠다. 이렇게 딱딱한(?!) 소재로 이렇게 따뜻한 영화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이 영화에서 인간말종으로 나오는 동독 문화부장관은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뒤 일어서면서 나는 사람의 선의에 대한 이 영화의 믿음에 주저하지 않고 동의할 수 있게 됐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고, 그것도 ‘낯선 이의 친절’에 의해 변할 수 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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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타인의 삶
2007/04/07 22:38
다 보고 나니까 초코파이 광고가 생각났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 흑. -_ㅜ제목에 반어법이 쓰였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자세하게 쓰면 왠지 재미가 없을것 같아서 쓰지 않겠어요! (잘 못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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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ang 2007/03/30 08:53
저도 좋게 봤던 영화예요. 주위에 만나는 사람들마다 꼭! 보라고 강추하고 다닌답니다.
그동안 눈으로만 열심히 방문하다가 글 남기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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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소년 2007/03/31 18:53
저도 주변에서 하도 칭찬을 하길래 보러가려고 했으나.....혼자 극장가기가 뻘쭘하여.....어둠의 경로를 이용해서 받아놓았는데.....막상 못 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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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윙 2007/04/04 11:48
안녕하세요. inuit님 블로그 타고 왔습니다. 저도 이 영화 보고 싶군요.>_< 이번주말까지 상영하려나. ㅇ-ㅇ;
친구분에게는..관중이 많으면 뭘해도 부담스러울때도 있다고 전해주세욧!-
susanna 2007/04/04 22:19
아~ 이누잇님 블로그에서 엘윙님의 발랄한 댓글 저도 즐겨 봤답니다~ 반가워요 ^^ 그 친구 지금은 못보고 지내서리.....오다가다 우연히 만나면 엘윙님 조언 꼭 전해드리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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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말은 과잉이다. 차마 전하지 않았으면 했던 것들도 전하게 된다."
- 스페인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이가세트 -
이름도 낯선 이 철학자의 말을 요즘 통렬하게 절감한다.
항상 일이 벌어져버린 후에야, 누군가가 떠나버린 후에야 깨닫게 된다. 내가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었는데,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전하지도 못했는데....
그러나 기회는 사라져버렸다. 상대에게 가닿지 못했던 내 마음은, 입안에서 메아리가 되어 저 혼자 떠돈다.
영화 '바벨'을 보다.
바벨탑을 쌓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떠들다 끝내 탑이 무너져 버렸다는 성경 속의 이야기처럼, 영화 속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서너개의 이야기 마다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 관계가 상황의 핵심에 놓여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모로코의 낯선 땅에서 총에 맞아 죽어가는 아내를 지켜봐야 하는 미국인 여행객, 사소한 태도 때문에 불법 체류자로 몰려 난데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사막을 헤매야 했던 멕시코 여인, 말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대해 잔뜩 독기를 품은 청각장애인인 일본 소녀....
이 영화에서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은 언어의 차이 때문에 생겨나는 것만은 아니다. 경찰은 상대의 설명을 전혀 듣지 않고 몰아붙이기만 하고, 심지어 '같은 언어'로 말하는 미국 대사관 직원들조차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절박한 상대방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으며 앰뷸런스도 보내지 않고 미적댄다.
영화를 보며 가슴이 터질 것처럼 미어졌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뭔가를 시도하면 할수록 점점 더 상황이 나빠지는 이런 관계에서 도대체 소통이란 게 가능하긴 한 걸까.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는 무구한 관계에 대한 희망, 그런 건 환상에 불과한 걸까.
다행히도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에 자그마한 희망의 여지를 열어놓았다.
난데없는 총격으로 위기에 처한 미국인 부부는 그전에 이미 남남이나 마찬가지인 관계였지만, 죽음을 목전에 두고 서로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비로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세상에 대해 날을 세우던 일본 소녀는 낯선 형사를 붙들고 오열한 뒤 아버지와도 화해하려는 작은 몸짓을 보인다.
내가 보기에 마음의 문이 열리기 시작하는 상황들의 공통점은, 등장인물들이 '바닥을 쳤을 때'가 아니었나 싶다.
너무나 절박할때, 더 이상 계산할 무엇, 패를 돌려볼 카드가 내 손에 남아있지 않을 때,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서는 살아가는 일이 도저히 불가능해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남의 말을 곡해하지 않고, 서로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어떤 관계의 상실을 후회하고 있는 나는 아직 절박하지 않아서, 손해보지 않으려고 먼저 이해득실부터 따져보는 장삿꾼같은 속셈 때문에, 사람을, 기회를 놓쳐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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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참을수 없는 소통의 어려움, 바벨
2007/03/08 11:04
영화에 대한 다른 정보를 몰랐다면 단지 우연히 보게된 영화 예고편 때문에 영화를 놓치게될 뻔했을지도 모르겠다. 흥행을 보장해야 하는 예고편의 어쩔 수 없는 특성이겠지만, 예고편은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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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바벨 (Babel)
2007/03/17 10:43
소통의 단절은 존재의 말살. 언어의 불통, 감정의 단절, 이해(利害)의 상충, 계층적 분리가 얽혀 파편된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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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gie 2007/03/04 11:50
저도 얼마전에 '바벨'을 봤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느낀 뭔가 모를 허전함과 미어지는 마음이...어떤 것이었는지 님의 글을 보니 어렴풋이 알 것 같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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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재 2007/03/04 17:05
바닥을 쳤을때 심한 좌절만 하지 않는다면,, 그만한 기회의 시기도 없는듯 합니다.
정말 밑줄 그을 가치가 있어 보이는 영화네요. 바로 어제 "라디오 스타"를 봐서.. 텀을 둘려고 했는데.. 바로 좋은 영화가 대기하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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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바루 2007/03/05 14:50
이 영화 보고 나오면서 소통에 대해서 제 일에 대해서 참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함께 영화를 본 언니는 좋은 영화였다고 하는데, 저는 제 일에 연관해서 회의를 품던 차에 보아서 그런지
꽤 충격이었습니다.
제 나름대로는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어요. 저도 영화 후기를 썼는데, 차마 남에게 보여주기가 어려울 정도로 몇 문장만.. 아으으. 부럽습니다.-
susanna 2007/03/06 19:03
네...자기를 돌이켜보게 만드는 좋은 영화인 것같아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사람들이 영화를 볼 때 영화가 아니라 자기자신을 보게 될 때가 있는데, 그런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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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ic 2007/03/06 12:27
처음엔 어렵고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의 장면들이 스치고, 마음 한구석에 오래도록 뭔가가 남아있네요.
한 번 더 보면, 감동이 훨씬 더 할 것 같아요. -
광이랑 2007/03/09 08:10
최근에 돌아다니며 사업에 성공한 선배들을 만나서 조언을 듣고 있는데, 그분들이 말하는 성공담에는 공통점들이 한가지씩 있습니다. 성공하기 전에 모두 '나락'을 겪었다는 것이죠, 바닥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다시 정상을 향해 달릴 수 있나 봐요. suanna 나 님의 후기에 정말 공감이 되며 영화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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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2007/03/17 10:45
앗 그림도 저랑 같은걸 고르셨네요. ^^ (이 영화는 보려고 마음먹어서 리뷰를 하나도 안봤습니다.)
마지막에 그나마 한줄기 희망을 비춰주지 않았으면 매우 안좋은 인상을 가졌을듯한 영화지요. 술생각이 간절하다는 명언에 동감!
“패배자가 되면 어떻게 하죠? 아빠는 패배자를 싫어해요…” (올리브)
“얘야, 패배자가 뭔지 아니? 지는 게 두려워 아예 도전조차 안하는 사람이야.” (할아버지)
-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할아버지와 손녀 올리브의 대화 -
(원제가 ‘리틀 미스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인데 왜 ‘미스 리틀 선샤인’으로 국내 개봉 제목을 바꿨는지 당최 모르겠다. 국내에서도 어린이 미스코리아 대회를 ‘리틀 미스 코리아’, 라고 부르지 않았었나???)
저예산 영화로 소품 규모인데도 지난해 미국 영화연구소(AFI)등에서 뽑은 ‘올해의 영화 10’ 리스트에 꽤 많이 올랐던 영화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모양이다.
이 영화는 ‘패배자 (Loser)’에게 바치는 따스한 찬가라 할만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류의 격려성 영화여서가 아니다. 이 영화는 “세상에는 승자와 패자, 두 종류의 인간만 있다”고 믿는 미국식 성공관념을 기분 좋게 뒤집는다. 그리고 영화에서 그 전복의 힘은 연민과 삶에 대한 긍정에서 나온다.
이 집안, 꼴이 가관이다. 올리브의 아버지는 ‘인생불패 9단계 비법’을 만들어 성공학 강사로 뜨고 싶어 안달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짜증 만땅인 엄마는 밥상에 허구헌 날 프라이드치킨만 올려놓으며 남편이 대박을 터뜨리기만을 바랄 뿐이다.
올리브의 오빠 드웨인은 좀 이상한 얼간이 같다. 열렬한 니체의 추종자이자, 비행조종사가 되기 위해 아홉달동안 침묵시위중이다.
그뿐인가. 할아버지는 색골에 마약을 하다 양로원에서 쫓겨났고, 외삼촌 프랭크는 자칭 최고의 프루스트 전문가이나 인정받지 못하고 게이 애인마저 빼앗겨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 마저 실패한다.
이 가족이 함께 ‘울며 겨자먹기’로 장거리 여행에 나서도록 만든 올리브는 미인대회의 환상에 푹 빠져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에 출전하지만, 실상은 그런 대회 출전자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유난히 뱃살이 볼록하고 커다란 안경을 쓴, 촌스럽고 귀여운 꼬마일 뿐이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이 가족은 고물차를 몰고 함께 길에 나서고, 그들은 괴롭지만 보는 이는 계속 웃을 수밖에 없는 길 위의 개그가 시작된다. 온갖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므로 그냥 코믹 로드 무비로 보아도 좋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까닭은 (무엇보다 일단 영화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단 한순간도 메시지를 전하려고 목소리에 힘을 주거나 억지스러운 화해, 해피엔딩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이 길 위에서 뭔가를 크게 깨닫거나, 과거와 달라지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계속 실패하고 뭔가를 잃고 허둥댄다. 영화 막바지에 지금까지의 모든 고생을 보상해줄 멋진 한 방을 집어 넣을만도 하건만, 감독은 영리하게 그런 할리우드식 해피엔딩의 유혹을 피해갔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지금까지 해온 그대로의 ‘닭짓’을 끝까지 계속하며 관객을 웃긴다.
누구 하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갈등은 여전하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들은 계속 허방다리를 짚으며 살아갈 것이지만, 그게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삶이라는 느낌, 각자 자신의 방식과 그 나름의 개성을 버리지 않아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런 무한한 긍정을 갖게 만드는 영화다.
보고 나면 인생에 승리 혹은 패배, 그런 게 어디 있겠어, 안그래? 라고 묻는 듯한 영화의 톤에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중요한 건 승리 혹은 패배가 아니라 고통까지 포함해 자기 몫의 삶을 살아가는 것일 터.... 자칭 ‘프루스트 전문가’인 외삼촌 프랭크는 ‘고등학교를 건너뛰고 싶다’는 조카 드웨인의 푸념에 이렇게 답해준다.
“프랑스 작가 프루스트야 말로 완전한 패배자야. 게이에다 아무도 안읽는 책을 20년 동안 썼지. 그래도 나중에 그는 ‘고통 속에서 보낸 나날이 그대를 만들었으니 그 때가 가장 행복했노라’고 말했어. 고등학교야 말로 고통의 최고봉인데 가장 행복한 시절을 건너뛰면 어떻게 하니. 고통이 없으면 고통을 추억할 수 있는 즐거움도 사라지고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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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2007/02/05 19:00
고장난 자동차처럼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고장난 부분들이 있었다.고장난 그들은 타인들이 보기에는 패배자일 뿐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서로는 유일한 가족이다.드웨인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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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7 00:55
리틀미스 선샤인은 분명히 재미있는 영화지만 함정이 있다. 콩가루 가족 이야기 (한명은 게이, 한명은 사춘기, 한명은 성도착자 - 정확하게 말해서, 할아버지가 성도착자까지는 아니지만.)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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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7/01/15 13:30
거의 끝나가던데 DVD로라도 꼭 보세요. 후회 안하실 겁니다. (마지막 호칭이 쫌 거시기하네요...-.-;
susanna 님이라고 불러주시기를 간곡히 청하옵나이다.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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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2007/01/15 01:58
기분 좋게 웃으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지 않아도, 한번쯤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인물과 대사들이 가득하죠.
저도 최근에 본 영화 중에 가장 좋았어요.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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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둑 2007/01/16 00:14
패배의식은 중요할 것 같은데요.
"내가 졌다!"고 말하는 결단. 요즘 '미래, 살아있는 시스템'이란 책을 보고 있는데.
레퀴엠 시나리오라는 것이 있답니다. '우린 죽었다. 끝났다. 제기랄.' 하는 것을 인정해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다는 거죠.
인생에 패배자는 없지만, 스스로 패배했음을 인정하는 태도는 칭찬해줄만 합니다.-
susanna 2007/01/16 23:47
맥락의 차이겠죠~. '패배를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경우'의 패배와, '세상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승자와 패자'라고 말할 때의 패배는 결이 완전히 다르니까요.
""인생에 패배자는 없지만, 스스로 패배했음을 인정하는 태도는 칭찬해줄만 합니다""<---저도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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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루 2007/01/27 13:26
보고 싶은 영화가 하나 더 늘었네요. 고맙습니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은 인생에 실패를 겪는 사람에게 따뜻한 시선을 주는 영화가 참 좋습니다. 보고 나면 마음도 따뜻해지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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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 2007/05/13 14:10
편애하는 캐릭터인 '꿀먹은 벙어리 소년(특히 첫 대사가 (절규하며) Fuck!!!! Fuck!!!!인 소년은... 방에 걸린 탐나는 니체 얼굴부터해서, 참 깜찍했답니다...ㅋㅋ)'과 '게이에, 자살미수자이면서 프루스트 권위자'인 삼촌...
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나누는 대화가 참 좋았어요... 산나님이 노란색으로 뽑아주신 그 부분이요... ^^
'들어가자'
'들어가기 싫어도 들어가야겠죠'
삼촌의 프루스트 이야기에 대한, 소년의 답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영화, 생각하면 할수록 또 보고 싶어요... ^^
“무엇에 반대하는지는 알기 쉽지만, 뭘 원하는지는 알기 어렵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 데미언이 시네드에게 편지를 쓰며 -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보다. 시네큐브 광화문의 일요일 오전 10시반 조조 프로그램.
열댓명쯤 보겠거니 했는데 웬걸, 상영시간보다 30분 일찍 갔는데도 줄을 서야 했다. 세상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좌파 영화감독 켄 로치의 영화를 보러 사람들이 줄을 서다니…. 기분이 묘했다.
한때 그의 영화에 열광했던 적이 있다. 사회주의적 가치가 옳다고 믿던 때, 그의 영화 ‘랜드 앤 프리덤’은 한동안 ‘내 인생의 영화’였다. 98년인가 그의 영화 ‘내 이름은 조’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던 해, 칸에 있던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단상 앞까지 부득부득 뚫고 가서 그의 사인을 받아 액자에 넣어 간직하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한동안 그를 잊고 살았다. …내가 변해서였나. 세상에 대한 생각이 변해갈 무렵부터 그를 잊었던가…. 어찌됐건 8년 만에 그의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간 거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아주 아주 심란하고 슬픈 영화다. 1920년 아일랜드의 영국에 대한 독립투쟁 와중에서 내부에서 분열된 형제의 비극을 다뤘다. 영화의 줄거리, 민족 문제와 계급 문제의 갈등 같은 것들이 궁금하면 인터넷의 다른 글들을 참조하시길...
내게 이 영화는 ‘무엇을 원하는가’보다 ‘무엇에 반대하는가’에 지나치게 집착해 파멸을 맞게 된 개인의 비극으로 보였다. 켄 로치 영화에서 개인이 두드러져 약간 의아했다. 이 감독이 변한 걸까. …아니다.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든 생각은, 켄 로치는 변함없이 ‘어떤 상황에 처한’ 개인을 응시해왔는데, 이전의 난 ‘상황’만 쳐다보느라 눈이 어두워 개인을 보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점....
모두들 그러했듯, 이 영화의 주인공인 형제들 역시 불의에 대한 순수한 분노에서 싸움을 시작했다.
신부가 되려던 형 테디, 런던에 가서 의사로 승부하고 싶었던 동생 데미언은 영국 군인의 만행을 참다못해 IRA에 가입하고 무장 투쟁을 벌인다.
그러나 브레히트가 노래했듯 “비천함에 대한 증오도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불의에 대한 분노도 목소리를 쉬게” 한다.
투쟁의 와중에 데미언은 밀고자를 처형하라는 명령을 받지만, 그 밀고자는 데미언이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던 순진하고 가여운 아이였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한 데미언은 “조국이란 게 이렇게 할만한 가치가 있는 거겠죠”하고 애써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방아쇠를 당긴다. 하지만 무섭다고 울먹이는 아이를 ‘처단’하는 행위의 '무가치함'에 대비되어 그 말은 공허하기 짝이 없게 들린다. 그런 비인간적인 행위를 해가면서까지 사수해야 할 이상이란 게 도대체 무엇일까.
‘저럴 가치가 있을까’ 하고 관객이 다시 고민하게 되는 장면은 영화 끝부분이다. (나처럼 미리 알고 보아도 여전히 충격적이지만, 이 영화를 볼 계획이며 일체의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은 읽지 마시길....)
이번엔 증오로 얼굴이 일그러진 사람은 형 테디였다. 형과 동생은 계급적 관점에서 서로 입장을 달리해 서로 상대를 향해 무장투쟁을 벌이게 되고, 테디는 포로가 된 동생 데미언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끝내 동생을 처형장에 세운다. 그 장면에서 관객은 앞서 데미안의 말을 다시 테디에게 들려주고 싶어진다. '조국이란 게 그렇게까지 할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무엇에 반대하고 싸우는 일 조차 쉬운 것은 아니다. 무엇에 반대하는 용기. 때로 사람들은 거기에 목숨을 건다.
그러나 싸움의 과정에서 사람들은 점점 증오하는 대상을 닮아간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정당화하면서, 악에 맞서는 선의 무오류성을 주장하면서, 대오의 일치단결을 위해 교조적 신념을 강요하면서, 비슷하게 폭력적이 되고, 허세를 배우며, 사람을 점점 더 목적이 아니라 도구로 바라보게 된다.
정의를 주장하면서 스스로 정의롭지 못하고,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더 이상 서로를 믿지 않는다.... 그렇게 비참한 타락을 감수하면서까지 추구해야 할 고귀한 이상이라는 게 이 세상에 있기나 한 걸까.
내 멋대로 해석하자면, 켄 로치가 2006년에 1920년의 아일랜드 무장투쟁의 비극을 전하면서 하려는 말은 이런 거였던 것같다.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더 이상 '무엇에 반대하는가'를 통해 입장의 일치 혹은 차이를 확인하는 것은 아니어야 하지 않냐고....더 확대 해석하자면, ‘무엇을 반대하는가’ ‘하기 싫은 일은 무엇인가’ 대신 ‘무엇을 원하는가’ ‘네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보라고. 대의명분을 위한 거대한 운동에서든, 개인의 삶에서든 제대로 살려면 그것부터 알아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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