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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8/23 끊기의 괴로움? (16)
- 2008/11/11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16)
히틀러, 무솔리니, 프랑코가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담배를 싫어했던 반면, 연합국 측의 처칠, 스탈린, 루스벨트가 대단한 애연가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채식주의자이기도 했던 히틀러는 건강에 대한 애착이 대단해, “담배는 적색인종이 백인에게 건 주술이며, 백인이 알코올을 전해준 것에 대한 복수”라고 말하며 금연 운동에 열을 올렸다.
(……)
홀로코스트와 건강지향은 ‘나치 우생학’이라는 같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으로, 인간을 건강한 병력 또는 노동력으로, 여성은 출산력으로만 평가하는 냉철한 실용주의 노선을 관통하는 것이다. 따라서 신체장애자의 말살이나 열성 유전자 보유자의 단종, ‘살 가치가 없는 생명의 전면 배제’에 쉽게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독일의 암 연구는 건강입국을 목표로 삼은 정권의 전면적 지원 아래 세계 최첨단을 걷는 분야로, 담배는 물론 석면이나 농약, 식품착색료까지 규제 대상이었다. 집단검진을 철저하게 실시하고 노동의 안전을 배려하고 (다시 말해 위험한 직장에는 유대인이나 외국인들을 배치하고), 예방의학의 시각에서 고기나 당분, 지방의 과잉섭취를 경계하였으며, 채소나 과일 등 자연식품으로 돌아가도록 활발하게 선전했다. 빵집은 통밀 빵을 굽도록 의무화되었다. 다하우 강제수용소의 포로들은 유기 재배로 키운 꽃에서 꿀을 만들었다……. 오늘날의 건강지향 풍토와 놀랍도록 비슷하지 않은가!
- 요네하라 마리의 ‘대단한 책’ 중에서 -
금연을 선언해놓고서도 잘 실천하지 못하는 걸 창피해하는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잠깐 눈을 반짝이다 이내 ‘너 친구 맞아?’ 하는 의혹의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흡연을 권장하는 건 아니지만, 금연의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느니 기분 좋게 피우는 맛있는 담배 한 개비가 훨씬 건강에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사실 담배 끊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그동안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어떤 대상에게든 잘 중독되지 않는다고 짐짓 뻐긴 적도 있다. 그러나 이제야 애호하는 것을 끊는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최근 잔병치레가 잦아졌는데, 한 친구의 권유로 한의원에 다니며 식이요법을 병행하는 중이다. 내 체질과 맞지 않는다는 금지식품 목록 중 다른 건 그럭저럭 참겠는데 친구의 담배 끊기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느꼈던 건 커피와 맥주였다. 이 두가지를 특별히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그랬다.
생각해보라. 무더운 날 5시간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마시는 시원한 맥주, 비오는 날, 창 넓은 커피전문점에서 좋은 사람을 앞에 두고 앉아 마시는 한 잔의 커피. 그걸 할 수가 없다니…. 찬 물이나 오렌지 주스, 우유 따위로 대체할 수 없는 아우라가 그 장면의 맥주와 커피에 있지 않은가 말이다.
식이요법을 스스로 마뜩찮게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건강지향을 우습게 여겼던 오래된 편견 때문이다. 이를테면 ‘건강을 위해 싫은 운동도 꾹 참고 하고, 맛없는 음식도 꾹 참고 먹는다’ 류의 태도를 은근히 경멸해왔던 것이다. ‘그저 운동이 좋아 열심히 하다 보니 건강해졌다’의 태도로 살고 싶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병의 고통을 면하고 싶은 로마 청년 마르켈리누스가 운명의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친구들을 불러 상의를 청하자 한 스토아학파의 학자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마르켈리누스여, 그대가 무슨 중대한 일이라도 숙고하는 것같이 애쓰지 마라. 산다는 것이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대 하인들도, 짐승들도 살고 있다” (몽테뉴 ‘수상록’ 2권 13장)
내가 그 청년이었다면 이렇게 인정머리 없는 충고를 하는 학자에게 소금을 뿌리며 내쫓았겠지만, 하여튼 나 역시 건강 갖고 유난을 떠는 건 결국 그리 대단치 않은 자신의 운명을 갖고 유난을 떠는 것처럼 보여 못마땅하게 생각해왔다. 그런데 내가 식이요법이라니, 영 편안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거다.
지금은 잔병치레와 그에 수반되는 귀찮은 일들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필요하다는 제한을 한번 받아들여 실험해보는 거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지만, 회의가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식이요법 탓에 약간 의기소침해진 상태를 한 방에 날려버린 건 아버지의 일갈이다. 부모님이 오셨기에 식이요법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못 먹게 되었다고 투덜대자 아버지가 어디 한번 보자며 내가 먹어도 되는 음식 목록을 유심히 훑어보셨다. 잠시 후 아버지가 거 참 이상한 애 다 보겠다는 투로 던진 말씀은, 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의 어머니와 하던 의논을 일거에 정리해버렸다.
“야, 맛있는 것만 여기 다 있구만! 이 정도만 먹어도 되지!”
맞아요. 아버지. 뭘 더 바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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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2009/08/24 10:30
원래 인간이 하지말라고 하는건 더 하고 싶어지는 동물이라 그런듯 싶어요. 먹으면 안된다 생각하면 더 먹고 싶어지는게 인지상정인지라...커피와 맥주. 저도 그닥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예 못한다고 생각하면 좀 그렇죠. 그래도 지금은 아버님 말씀이 진리~~ 먹을 수 있는 것들에 행복을 느끼는 쪽으로다가 맘을 정리시켜버리삼~~ 몸이 회복된 후에는 착색료, 석면, MSG, 농약등의 치명적 독극물들을 제외하곤 '진짜 음식'들은 너무 과하지 않게만 먹으면 될거라고 사료됨. ㅎㅎ
언니에게 In Defense of Food라는 책을 꼭 권하고 싶네요. 한국에 번역본이 나와있는지는 몰겠음.
http://www.michaelpollan.com/indefense.php
전 한의사가 채식만 하는게 몸에 맞지 않다고 특히 생식은 많이 하지 말라고 하던데.. ㅠ.ㅠ 예전에 좋아했던 고기류는 이제는 냄새가 역해서 먹을수가 없다는. 뭐 오래살려고 채식하는거 아니니까 걍 이렇게 살려구요. ㅎㅎ-
sanna 2009/08/24 17:06
맞아. 하지 말라는 것만 골라서 하고 싶단 말이얌...^^
그 책은 마이클폴란의 행복한 밥상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음. 읽어봐야지~
난 그야말로 폴란 말대로 잡식동물이라 뭐 하나만 먹는 건 죽어도 못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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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my 2009/08/24 09:50
어떤 한의사분이 말하기를... 체질에 따라 먹어야 하는 음식과 금해야 하는 음식을 알려주면, 건강한 사람의 경우 '아, 제가 좋아하는 건 다 먹어도 되네요'라 하고 골골한 사람의 경우 '저런, 제가 좋아하는 건 다 먹지 말라고 하시네요' 한답니다 ^^. 식탐도 많고 의지력도 약해 '끊기의 괴로움'을 누구보다 심하게 느끼는 사람입니다만, 이 말 듣고 한번 분발해 볼까 하고 있습니다 ^^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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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09/08/24 23:16
흠...제 경우엔 술 종류의 경우 '아, 제가 좋아하는 건 다 먹어도 되네요'가,
(맥주는 등산이후에만 땡기는 특이한 경우랍니다. 산에 안가면 거의 안마셔요)
고기와 과일종류는 '저런, 내가 좋아하는 걸 다 먹지 말라니'가 해당되는데
골골한 걸까요, 건강한 걸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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슉 2009/08/25 15:50
고기도 소고기만 먹어야하고 회는 먹어도 되고...뭐 이런 구체적 나열을 해야 아버님 말씀에 공감하시는 분이 늘죠. 아버님 만세에 한 표 더! 글고, 한 달만 해보고, 뭐 이런 거 말구요 12월 전에 쭈욱 해보고로 바꾸시죠. 그 전에 소고기, 회를 원하실 땐 원없이 함께 먹어드리지요.(식당에서 만난 전 모군도 집안에 쌓아놓은 퇴직금으로 뭣하겠냐며 언제든 소고기 4인분을 함께 먹어드리겠다고 하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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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09/08/28 11:17
소고기,회..이렇게 불러보니 거 참...금단의 괴로움 따윈 배부른 신세한탄이로세 ^^
전 모군 말도 마라. 쇠고기 4인분 먹은 것도 모자라 차마시러 가자더니
거의 방석만한 와플을 시켜 먹질 않나...무서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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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2009/09/06 16:21
잘 지내시지요? 오랫만에 들렀다 갑니다. 저 역시 식이요법을 해야 할텐데요... 나이가 드니 먹으면 그대로 살로 가네요... 건강하시고 가끔 들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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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09/09/27 00:47
어마낫? 언제 이렇게 소리소문없이 다녀가셨대요?
잘 지내시지요? 글찮아두 한번 연락드린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김호님 만났을 때 '2년 안'에 해치운다고 장담했던 일을 석달 전에 해치웠거든요.^^
다시 한번 만나서 늦깎이 학생+1인기업(?)의 애환을 한번 나눠보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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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를 쓰고 있는 내 마음 속에는 어떤 가설이 점점 확실해져 가고 있다. 그것은 국가의 흥륭도 쇠퇴도 같은 요인의 결과라는 가설이다.
베네치아는 외부인을 거부하는 것으로 대업을 이루었다. 하지만 또한 이 방침을 관철함으로써 쇠퇴할 수밖에 없었다.
고대 로마도 마찬가지다. 이쪽은 반대로 문호를 열어 대국이 되었으나 쇠퇴도 같은 요인으로 일어났다. 국경을 넓혀 사람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줌으로써 대제국이 되었으나 그로 인해 수도 로마의 기능이 허해지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시오노 나나미 ‘다시 남자들에게’ 중에서 -
(요네하라 마리 ‘마녀의 한 다스’ 에서 재인용)
국가의 흥망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것...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 처음에 우리를 어떤 사람에게 끌리게 만드는 특성이 나중에는 그 사람을 싫어하고 결국 헤어지게 만드는 원인이 될 때가 잦다.
상대의 섬세한 배려가 마음에 들어 좋아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소심하고 좀스러워 보여 견딜 수 없다. 주관이 뚜렷해 좋아했는데 나중엔 독선적인 면을 참을 수 없다면서 헤어진다.
나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나에게 없고 상대에게 있는 ‘차이’를 그 만의 고유한 특성이라 여기며 좋아하다가 나중엔 그 ‘차이’ 때문에 싫어하게 된다. 그러면서 상대가 변했다고 비난한다. 달리 생각해보면 상대는 처음부터 그대로였을 뿐인데 말이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그게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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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iron의 생각
2008/11/12 11:35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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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그니 2008/11/12 01:09
좀 깨는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MB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하긴 경제로 흥한 자 경제로 망한다려나요 (쓸데 없는 댓글 죄송합니다 꾸벅)
암튼 시오노 나나미의 글은 계속 읽고 싶네요...일본어로 읽겠다는 다짐만 여전히 ㅜ.ㅜ -
도도빙 2008/11/12 09:09
회사도 마찬가지고 사랑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꼭 원래의 그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내가 상대방의 '이런 점'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다고 해서 평생 '그 것' 때문에 좋아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죠. 시간이 지날 수록 '사랑하는' 상대방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계속 찾아내려는 노력을 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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햅메이커 2008/11/12 12:48
희망이 아닐지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자체가 불가능하지만 그러고 싶어하는....^^
'자잘한 상처에 익숙해지기, 상처를 덜주고 인정해주기'가 과제인 사람이....
멋진 저녁 멋진 하루...^^ -
지아 2008/11/12 13:09
한 사람의 매력적이었던 장점이 어떤 상황에선 참을 수 없는 단점이 되버린다는 것... 그 사람은 그대로인데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이 문제라. 결국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 친구이든 연인이든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내 마음이 원하는 바 대로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게 필요한 듯. 어떤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무조건 다 좋아할 필요도 없지만 그 사람은 그렇구나 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가장 괴로운것은 결국 나 자신이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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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2008/11/13 21:39
아.. 결국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인간인건가요.
하지만, 길게 가는 사랑은 다른 모습까지 이해하는데서 비롯되는듯 합니다. 그리고 또 서로가 서로를 향해 변해가는 모습에서 새로운 면을 보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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