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20 00:40

서울 속의 브라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친구가 있습니다. 주말에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를 한다고 오라기에, 남산 기슭 해방촌의 한 연립주택 옥상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하게 됐지요.
  파티 장소를 알리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계속 '브라이(braai)' 라고 떠서 무슨 뜻인가 했더니, 남아공 사람들은 바비큐 파티를 '브라이'라고 부르더군요.

오후 5시쯤 도착하니 전부 식탁 주변에 둘러서서 열심히 요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 옆에 가만히 서 있기도 뻘쭘해서, 소스 통에 손을 담그고 꼬치구이 만드는 일을 거들었습니다.
  소사티(sosatie) 라는 남아공 요리인데요. 오른쪽 꼬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양고기와 돼지고기 썬 것과 파인애플, 양파 등을 말레이시아 카레로 양념해 꼬치에 꿰어 구우면 끝인, 아주 간단한 요리입니다.
  남아공 음식문화엔 예전에 유럽인들의 노예로 들어온 말레이시아인들의 문화가 뒤섞여 말레이시아 향료가 꽤 많이 쓰인다는군요. 말레이시아 카레는 매콤하면서도 약간 달달한 맛이어서 꼬치구이 양념에 딱 제격입니다.

  옥상에 올라가 바비큐 그릴에 불을 붙인 뒤 제일 먼저 돼지고기 필레를 구웠습니다.
  그냥 구워도 될 것같은데 등심살 가장자리 살이 얇은 곳을 끈으로 일일이 묶어 전체 두께를 균일하게 만들더군요. 그래야 골고루 잘 익는다면서요.
  왼쪽이 지글지글 굽고 있는 필레입니다. 좀 지저분해 보이죠? ^^;
  하지만, 다 익은 필레를 썰었더니 안이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져 아주 맛있습니다. 소금과 통후추로만 양념을 했는데도 상당히 맛이 있었습니다.

고기가 구워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안주로 내온 빌통(biltong) 입니다.
  오른쪽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빌통은 소금으로 간한 소고기를 말린 남아공식 육포입니다. 그 나라에선 아주 대중적인 간식거리라네요.
  빌통을 가져오기 전에 그게 뭔지 설명하면서 제 친구는 "미국의  저키(jerkey)와 비슷하지만 빌통의 맛을 저키와 비교하는 건 우리에게 모욕"이라고 주장하더군요. ^^ 먹어보니 질기지도 않고 그다지 짜지도 않고 아주 맛있는 안주거리 입니다.

  이후로 쌀 요리 비슷한 꾸스꾸스 (couscous), 구운 소세지, 양고기 구이가 더 나왔는데 빌통이 나온 이후론 카메라를 내팽개치고 먹느라 바빠 사진 촬영하는 걸 까먹었다는...^^;  전 아무리해도 멀티태스커는 못되는 모양입니다. ㅠ.ㅠ
  양고기 다리 뼈에서 살을 발라내는 작업을 하던 남아공 청년은 계속 양다리로 남편을 때려 죽인 여자가 주인공인 소설 이야기를 하느라 일에 진도가 안나가서, 밤 10시 넘어서까지 양고기를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 이야기를 한참 듣다보니 로알드 달의 소설집 '맛' 에 나오는 단편이더군요.
  마침 제가 읽은 책이라 아는 체를 하면서 대화에 끼어들 수 있었으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양 이야기로 말이 이어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읽지 않은 소설까지 나오는 통에...뭐 제 아는 체도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남아공에서 온 청년이 하루키 소설까지 읽었을 줄이야 상상도 못해봤다죠....끙~ -.-;


  해가 저무니 각 연립주택 옥상마다 소규모 파티를 열고 있는 외국인들이 눈에 띕니다. 해방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이더군요.
  서서 왔다갔다하면서 이야기하는 스탠딩 파티 형식은 영 익숙치 않았지만 하늘을 보며 파티를 하는 건 좋았습니다. 낮은 쪽 난간에 걸터앉아 올려다보니 해가 지는 지붕 위로 나무가 걸쳐져 있네요.


  멀리서 해저무는 남산과 불을 막 밝힌 남산 타워도 보입니다. 여기서 사방을 둘러보고 있자니 아파트가 무지 갑갑하게 느껴지더군요. 옥상, 아니면 조각만한 하늘이라도 올려다볼 수 있는 정원이 있는 집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솟아오르게 만든 저녁이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보고들은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의 낯선 풍경  (23) 2010/03/13
예쁜 비밀  (25) 2009/06/07
Yes,we can!-감동의 연설  (18) 2008/11/05
런던의 뮤지컬 '빌리 엘리엇'  (6) 2008/07/20
서울 속의 브라이  (19) 2007/08/20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9) 2006/10/22
염쟁이 유씨  (5) 2006/09/23
벽 속의 요정 을 만나다  (0) 2006/07/09
Trackback 0 Comment 19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187 관련글 쓰기

  1. Favicon of http://www.foodsister.net BlogIcon 먹는 언니 2007/08/20 01:29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집 어디선가 숯불구이를 해먹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살아요.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usanna 2007/08/20 08:22 address edit & del

      아파트가 아니라면 당장에 실행해보심이~ ^^ 한번 가서 보니 뭐 많은 게 필요한 일이 아니더라구요.

    • Favicon of http://www.foodsister.net BlogIcon 먹는 언니 2007/08/20 12:59 address edit & del

      문제는 아파트라는거져... 아흑.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usanna 2007/08/20 19:06 address edit & del

      이룬이룬~ ㅠ.ㅜ

  2. Favicon of http://realfactory.net BlogIcon 이승환 2007/08/20 08:15 address edit & del reply

    하지만 옥탑은 덥습니다. 바베큐는 좋지만... (현지에서는 '바비큐'라고 하는가 보네요;;;)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usanna 2007/08/20 08:23 address edit & del

      현지가 아니라 외래어표기법상 '바비큐'가 맞는 표기랍니다~ ^^

  3. Favicon of http://www.ohnul.com BlogIcon 미래도둑 2007/08/20 13:39 address edit & del reply

    수산나님, 잘 지내시죠? 남산을 보니, 벌써 고국이 그리워집니다(온지 고작 2주 됐지만). 저도 여기와서 바비큐 파티에 몇 번 갔는데, 쫌 뻘쭘하더군요. 다른 사람들은 서서, 앉아서 잘도 얘기하는데...저는 어디에 껴야할지, 뭔 얘기를 해야할지 머뭇거리다 웃음만 실실 흘리고 말았습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usanna 2007/08/20 19:38 address edit & del

      ㅋㅋㅋ '고국'이라고 하니까 마치 20년 해외생활을 한 망명객같은 분위기. ^^웃음 실실도 좋고 저처럼 열심히 먹으며 음식 칭찬에 열을 올리는 것도 한 전략입니다. ㅎㅎㅎ

  4. Favicon of http://moonstar.tistory.com BlogIcon 광풍바루 2007/08/21 00:11 address edit & del reply

    작년 요맘 때까지 옥탑에 살았는데요. 덥기는 정말 덥지만, 풍광이 끝내줍니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마당이 어디 서울에서 쉬운가요. 바람 불 때 옥상에 탁 앉아 있으면 세상 시름이 없습니다. 거기 살다가 1층으로 이사를 했더니 미칠 지경이더군요. 도로 한강 보이는 집으로 이사를 왔죠. 그 전만은 못해도 그래도 좋습니다.
    그 풍광 좋은 옥탑에 살면서도 바깥에서 고기 궈 먹으며 신선놀음은 딱 한 번 해봤습니다. 헤헤. 수산나 님이 즐기셨다는 바비큐 파티, 한번 해볼걸 그랬습니다. ㅎㅎ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usanna 2007/08/22 23:39 address edit & del

      한강 보이는 집. 듣기만 해도 머릿속이 시원해지는군요.^^

  5. 엘윙 2007/08/21 12:23 address edit & del reply

    오웃 정말 멋지네요. 저도 고향에 내려가면 옥상에서 바베큐하자고 졸라봐야겠습니다. 엄마가 지x한다고 할거 같지만요 ㄱ-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usanna 2007/08/22 23:40 address edit & del

      어머님한테 이 포스트 보여드리고 지x하는 사람들 널렸다는 것 알려드리세요.ㅎㅎㅎ

  6. 동생 2007/08/21 14:14 address edit & del reply

    저도 이번 휴가에 강릉 하슬라아트월드 보러 갔다가 입장료 인당 5000원이란 소리에 바로 차돌렸어요. 어른 6명, 어린이 2명이었거든요 동행자가.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usanna 2007/08/22 23:40 address edit & del

      듣고보니 입장료가 쎈 편이군.....

  7. 사복 2007/09/13 02:39 address edit & del reply

    무엇보다도... 저 낯선 음식들이 맛있을 것 같고...
    (꼬기 꼬기! - 제 핸드폰에 적혀 있는 응원구호랍니다 -_-;)
    서서 이야기하는 옥상 파티도... 너무 재밌을 것 같아요...!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usanna 2007/09/13 20:39 address edit & del

      켁~ 새벽2시39분에 뭘 보면서 '맛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엄청난 고문일 터인디...넘 괴롭혀 드렸군요. ^^;

    • 사복 2007/09/14 17:34 address edit & del

      즐거운 고통이랄까요... ㅠ_ㅠ)b
      오후 5시가 넘은 지금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랍니다...

      아흥~

  8. HH 2010/07/29 20:38 address edit & del reply

    오랜습관 때문일까요? 저도 맛있는 음식 앞에 두고 대화 나누며 즐기는거 잘 안되더라고요. 여기 친구들은 밥먹기 전부터 시작해서 밥먹고 난 후까지 무슨 할 얘기가 그리도 많은지.. 독일에서는 여름에 정원에서 베란다에서, 공원에서 바베큐파티 (여기서는 그릴파티 (Grillparty) 라고합니다.)하는 모습을 종종 볼수가 있습니다. 공원에 커다란 공동 그릴이 있기도 합니다. 저도 꼭대기층에 살아서 작년에는 가끔 친구들과 베란다에서 고기를 구워먹고는 했는데, 이번 여름은 이상 폭염으로 아직 엄두도 못내고 있었더랬습니다. 얼마전 얼핏듯기로는 이웃주민의 그릴파티로 인한 냄새를 한달에 두번은 참아주어야 한다는 판결이 났다죠. 독일이라는 나라, 뉴스를 듣다가 빙그레 웃게 만드는 나라입니다.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sanna 2010/07/29 22:08 address edit & del

      멋진 판결이네요. 우리도 뉴스 듣다가 빙그레 웃을 일이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2006/06/22 20:06

1인분의 음식

내게 맞는 '1인분'/최적의 1인분을 찾아라



우리가 한 끼에 먹는 1인분의 식사는 '웰빙 라이프'를 꾸려가기에 적정한 것일까. 끼니 때마다 저울로 계량해 먹을 수도 없는 노릇. '적당한' 1인분의 식사란 과연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 걸까. (스타일링=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 푸드디자인팀장 강은숙) 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웰빙 붐을 타고 '무엇을 먹을까'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얼마나 먹느냐'이다. 지금 우리가 먹는 1인분의 사이즈는 적정한 것일까.》

식생활의 심리를 연구해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심리학과 폴 로진 교수에 따르면 ‘얼마나 먹느냐’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공되는 음식의 양’이다. 입맛에 적당히 맞는 음식이 나오면 사람들은 대개 앞에 놓인 음식을 다 먹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직장인의 경우 하루에 한 끼 이상을 식당에서 사먹기 마련. 한 끼 식사의 적정량을 점검해보기 위해 위크엔드팀은 서울시내 한식당들을 대상으로 최적의 1인분을 찾아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원장 한영실 식품영양학과 교수)이 함께했다.

○ 작아진 밥그릇

식기 크기의 변천만 일단 살펴보면 사람들이 이전보다 덜 먹는 것처럼 보인다.

행남자기 제품연구소에 따르면 40∼50년대에 용량이 530cc이던 밥그릇이 60년대에는 500cc, 70∼80년대에는 450cc, 90년대 이후에는 350cc로 줄었다. 현재 시판되는 도자기 밥공기의 사이즈는 지름 10.5cm, 높이 6cm로 315cc. 식기의 표준 규격은 없지만 시판되는 그릇의 크기는 대체로 비슷한 편이다. 300cc 한 공기는 대체로 300Cal에 해당한다.

식당에서 많이 쓰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밥공기는 가정용 도자기 공기보다 작다. 가장 흔한, 뚜껑이 있는 납작한 공기(합주발)의 크기는 지름 10.4cm, 높이 4.5cm, 뚜껑 없이 높이가 높은 공기(입주발)는 지름 10cm, 높이 5.6cm이다. 남대문의 그릇도매업체인 아주푸드서비스 주승엽 차장은 “요즘은 입주발을 주문하는 식당이 거의 없고 대부분 합주발을 사간다”면서 “보온 저장이 쉽다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 식당 고객들이 먹는 양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체로 밥그릇 크기의 1.3배인 대접의 크기도 밥공기 크기의 축소에 비례해 계속 작아져 현재는 490cc 정도가 기준이다.

그렇다면, 밥공기와 대접의 크기가 줄어든 만큼 우리는 덜 먹고 있는 걸까.

○ 주먹구구식 ‘손대중 1인분’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의 연구팀이 각 식당의 1인분 음식들의 재료를 해체해 열량과 영양소를 분석하고 있다. 이종승기자

1인분의 양을 알아보기 위해 위크엔드팀은 음식점 정보 전문사이트인 ‘메뉴판닷컴’에 서울시내를 강남, 강북 각각 4곳씩 8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마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식당 가운데 인기 맛집 한 곳씩을 추천해달라고 의뢰했다.

그런 다음 추천받은 식당 8곳에 들러 베스트 메뉴 1인분씩을 주문한 뒤 이 음식들을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에 보내 열량과 영양가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이 된 한 끼 식사는 비빔밥 김치찌개 와인삼겹살 고등어소금구이 청국장찌개 영양밥 한정식 돼지갈비 등 모두 8종.

맛집들의 공통점은 반찬이 푸짐하다는 것. 청국장찌개에 8개, 고등어소금구이에 6개, 한정식에는 일품요리들을 제외하고도 11개의 반찬이 딸려 나왔다. 한 식당의 대표는 “1인분이든 2인분이든 가짓수는 똑같고 분량만 다르다”면서 “반찬이 남더라도 상차림을 푸짐하게 보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 식당에서는 1인분의 반찬을 대개 손대중으로 결정했다. 손으로 집을 때는 새끼손가락을 뺀 네 손가락의 첫마디를 넘지 않는 선에서 집히는 양, 젓가락을 사용하면 젓가락 윗부분이 손가락 한마디 정도 벌어지게 집히는 것이 1인분의 양이었다.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은 각 식당에서 수거한 1인분 음식들의 중량을 재고 재료별로 해체해 칼로리와 영양가를 분석했다. 한 끼의 표준은 한국영양학회가 2000년 발간한 한국인 1일 영양권장량 7차 개정판의 성인 하루 권장량의 1/3 (성인 여자 677Cal, 남자 833Cal)을 기준으로 삼았다.

분석 결과 비빔밥(519Cal), 김치찌개(554Cal)를 제외한 나머지 음식들은 모두 한 끼 적정량을 초과했다.<표> 한 끼 평균 음식물 쓰레기 발생률인 24%에 맞춰 먹는 이가 제공되는 양의 76%만 먹는다고 가정하고 다시 계산해보니 와인삼겹살, 고등어소금구이, 청국장찌개가 한 끼 권장량에 얼추 비슷했으며 영양밥과 한정식 돼지갈비는 여전히 적정량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이 된 8종류 1인분의 평균 중량은 933g. 성인 남성에게 이상적인 한 끼 한식 식사의 중량 (800∼840g)보다 많았다. 모든 식단에서 밥의 양은 135∼259g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 칼로리가 높은 이유는 반찬이 많기 때문. 영양소의 구성도 비빔밥을 제외하곤 다소 불균형 상태로 나타났다. 김치찌개는 지방이 많고 돼지갈비는 지방이 과다할 뿐 아니라 비타민 A,E,C,B6가 너무 많았다. 와인삼겹살은 지방이 많고 탄수화물은 부족하며 비타민 A,E,C,B1가 너무 많았다. 한정식에서는 비타민E와 단백질이 지나치게 많고 고등어 소금구이에서는 비타민A,E,나이아신은 과잉인 반면 탄수화물은 적었다.

한영실 교수는 “비빔밥과 김치찌개를 제외하고 모든 식단의 열량이 많게는 권장량을 2배가량 초과했으며 특히 지방 지용성 비타민 콜레스테롤이 초과 제공되었다”고 지적했다.

○ 한 끼에 얼마나 먹어야 되나

이번 조사 결과 밥공기와 대접의 크기가 줄었다고 1인분의 양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반찬의 수가 많기 때문.

외식문화를 연구해온 제주대 관광경영학과 조문수 교수는 “서양 음식은 차례대로 나오는 ‘시간 전개형’인 반면 한국 음식은 한꺼번에 왕창 나오는 ‘장소 전개형’이어서 음식의 양이 많고,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섭취하게 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건강과민시대’에도 제공되는 음식의 양이 줄지 않는 이유는 뭘까. 환경부가 음식 쓰레기 발생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 까닭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2001년 실시된 조사에서 식당 주인의 70%가 소비자들이 푸짐한 상차림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반면, 소비자들은 52%가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양이 너무 많다고 응답했다.

○음식 제공량 적정수준 줄여야

한영실 교수는 “음식 쓰레기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일반인들은 과다하게 제공되는 음식 중 자신의 적정량을 가려 먹기가 무척 어렵다”면서 “각 식당에서 음식 제공량 자체를 적정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각 음식, 반찬별 열량을 모두 써놓은 식단을 게시한 식당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교수는 또 “자신에게 맞는 옷의 사이즈를 알듯 자신에게 맞는 음식 사이즈도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음식은 대체로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하므로 주문할 때 자신의 식사량을 미리 말하는 것도 필요하다.

모두에게 적당한 1인분의 표준을 구하기란 불가능하다. 사람마다 성별 나이 활동량이 다르기 때문. 예컨대 성인 여성의 1일 권장량은 2000Cal이지만 종일 앉아서만 일하는 사람일 경우 섭취량을 1500Cal로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보통의 활동량을 지닌 여성보다 하루 밥 1과 2/3 공기 분량만큼을 덜 먹어야 한다는 뜻.

그렇다면 각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적당한’ 한 끼란 없을까. 바른식생활실천연대 김수현 대표는 저서 ‘밥상을 다시 차리자’에서 ‘얼마나 먹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먹고 싶은 만큼 먹어야 한다. 그만큼이 안 되면 신체는 이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고 지적했다. 단 “변질된 혀, 늘어난 위, 다른 당질의 급격한 흡수, 장벽 손상에 의한 영양소 흡수불량 등 신체 상태에 의해 먹고 싶은 심리적 욕구가 증가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

그는 “소식(小食)은 목표가 아니라 먹고 싶은 만큼 먹은 것의 결과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내게 맞는 1인분’의 사이즈를 찾기 위해서도 자신의 활동량과 건강상태 등을 종합한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규격화된 1인분 음식의 기준



대한항공 1등석 기내식

인스턴트 쌀밥과 라면, 기내식 등 규격화된 1인분 음식들의 크기는 어떻게 결정됐을까.

현재 시판되는 CJ 햇반의 평균 무게는 210g, 큰 햇반은 300g이다. 일본 제품의 평균 무게 (200g)보다 다소 큰 편. CJ 쌀가공센터 관계자는 “한국인의 한 끼 평균 밥의 양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시중의 식당에서 쓰이는 스테인리스 스틸 공기에 밥을 꾹꾹 눌러 담으면 210g가량이 나온다. 쌀밥 210g의 열량은 약 300Cal. ‘대식가’들을 위한 300g짜리 큰 햇반은 전체 판매량의 20%에 불과하다. 카레밥 미역국밥같은 복합식 햇반에는 밥이 180g만 들어간다.

라면 한 봉지의 중량은 120g. 적당량의 물을 붓고 끓이면 대략 중량은 670g, 열량은 520Cal 가량이 된다. 계란, 김치와 함께 먹으면 거의 한 끼 식사량에 해당하는 700Cal에 육박한다. 간식용인 컵라면의 표준 크기는 85g. 최근에는 65g짜리 미니 컵라면이 더 많이 팔린다.

라면은 점차 경량화, 소형화하는 추세. 오뚜기 힘라면 시리즈는 중량을 기존의 120g을 140g으로 늘려 출시했으나 1년여 만에 단종됐고 한때 110g까지 늘어난 곱빼기 컵라면도 거의 자취를 감췄다.

그렇다면 비행기 기내식 1인분은?

대한항공은 이코노미 클래스를 기준으로 1인분을 400g 정도로 맞춘다. 아시아나항공의 1인분도 350g 가량이다. 적어 보이지만 칼로리는 얼추 한 끼 식사 권장량에 비슷한 700Cal 가량이다. 중량은 많으나 열량은 높지 않은 한식의 습열 조리방식 대신 중량이 적고 열량이 높은 서양식 건열 조리방법을 따른 것. 주 요리를 기준으로 비즈니스 클래스급 이상은 일반석보다 중량이 약 15%가량 많다. 따라서 그만큼 열량이 높을 수 있으므로 ‘손님이 알아서’ 적당량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왜 기내식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까. 이에 대해 대한항공 부속의원의 한복순 산업의학전문의는 “변압증의 해소로 인한 공복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3만5000피트 상공에서는 기압이 떨어져 위 안의 공기가 약 20%정도 팽창하는 변압증 현상을 겪게 되며 지상으로 내려오면 위 안의 공기는 정상으로 돌아온다. 이에 따라 실제 기내에서 섭취했던 양과 관계없이 배가 고프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1인분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14) 2008/07/14
1인분의 행복  (8) 2006/09/28
1人 머리의 용량  (6) 2006/09/25
지하철 역에서  (0) 2006/08/31
가깝고도 먼 당신  (2) 2006/08/24
1인분의 공간  (2) 2006/06/22
1인분의 음식  (2) 2006/06/22
Trackback 0 Comment 2

Trackback : http://www.bookino.net/trackback/5 관련글 쓰기

  1. Favicon of http://acando.kr BlogIcon 격물치지 2008/02/11 21:58 address edit & del reply

    사람이 사람되려면 포식에 대한 욕망을 참아야 한다고 하던데...

    • Favicon of http://www.bookino.net BlogIcon 산나 2008/02/18 03:06 address edit & del

      ㅜ.ㅜ 저는 사람되기 글렀습니다. 그냥 사람 안될까봐요. ^^먹다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