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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7/14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14)
스티브 잡스가 그랬다지요. 매일 아침 양치질을 하면서,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일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멀게는 아리스토텔레스부터 가까이는 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까지, 현명한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인생의 상담자로 삼으라고 충고합니다. 나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자각을 의식적으로 일상에 끌어들일 때, 내게 절실한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는 취지에서이지요.
잡스의 흉내를 내어 얼마 전부터 아침에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이 일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해보니, 참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더군요. 며칠 내리 물어도 제 대답은 늘 ‘아니오’이거든요. -.-;
지금 하는 일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걸 안다면 전 어떤 종류의 일상적인 일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보다는 내 흔적을 내 손으로 지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걸 감사하며 흔적들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내가 살아있음을 체험하게 해준 공간을 찾아가 기억 속에 담는 일 등등을 하려들 것같아요. 좌우간 문제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질문을 아침에 던졌을 땐 늘 오늘의 일이 하고 싶지 않았다는 거죠.
그러다가 궁즉통이라고, 같은 질문을 다른 시간대에 다른 방식으로 던져보기로 했습니다. 즉, 밤에 자기 전에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나의 하루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대답이 달라지더군요....조삼모사에 희희낙락하는 원숭이가 된 것같은 기분이 좀 들긴 하지만 ^^;, 어쨌건 아주 사소한 일 하나가 생애 마지막 날을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준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내게 소중한 사람이 잔뜩 화가 났을 때 슬슬 구슬려 달래고 기분 좋게 해주려 애를 썼던 사소한 노력 하나라도 했다면 그날 하루가 마지막 날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100km를 가야 하는데 1km라도 걸었다면, 목표지점 근처엔 가보지도 못했지만 적어도 움직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생애 마지막 날을 후회하지 않게 되더군요.
물론 '후회한다'고 자백하며 벽에 머리를 찧고 싶은 날도 꽤 됩니다. 또 후회하지 않는 날조차 하루를 잘 살아서라기보다 이미 벌어진 일을 합리화하려고 애를 쓰는 마음의 작용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꼭 합리화만은 아닌 것이, 이런 질문을 통해 그날 하루 한 일 중 어떤 일이 지속적으로 내게 만족감을 주고, 어떤 일이 지속적으로 불만족의 원천이 되는가를 스스로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만족감을 주는 일을 늘리고, 불만족스러운 일을 의식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되고 말이죠. 그러다 보면 혹시 압니까. 언젠가는 아침에 질문을 던졌을 때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어도, 난 이 일을 하겠다'고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올는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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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물결의 생각
2008/07/15 21:41
오늘 하루를 후회하지 않게 보냈는가?라는 질문은 나름 답하기 쉽지만, 오늘 하루를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게 보낼까라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렵다. 죽기전에 해봐야 하는 것들은 너무 단순하지만 실천하기 어렵거나, 너무 거창해서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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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이 2008/07/14 20:07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사과나무를 심으리라....크하핫.
마지막 날을 상정하고 사는 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지만 그 경우 선배 말처럼 소소한 일상 혹은 반복되는 업무(예를 들면 출근, 조출 당번...이런 거)에 시큰둥해지는 문제점이 있자나요. 마지막 날을 마지막 날답게 살기 위해서는 이런 일상이 차곡차곡 아름답게 쌓이는 거라던데.-
sanna 2008/07/15 00:33
그러니깐 나처럼 해봐. '마지막 날'이라고 아침에 생각하면 매사가 시큰둥해지지만 밤에 생각하면 시시한 일들도 아름답게 느껴질 때가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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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이랑 2008/07/16 08:53
죽음으로부터 배우는 점이 많다는 것은 정말 동의합니다. 죽을뻔 했다고 착각했던 경우에도 효과는 비슷하게 나타나더군요. 저에게 나타난 반응은 사소한 일에도 행복해 하는 것입니다. ^^ , 살아 있는 자체만으로 행복하고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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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탄 2008/07/16 11:10
블로그이웃이 나를 쳐다보고 있고,
나의 새로운 포스트를 기다리고 있고,
선한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고 있다는 자각이
다시 한 번 포스트거리를 찾아 머리와 몸을 움직이게 하고
그런 작업이 쌓여 하나의 변화가 되고 성과물이 된다면,
영화 '타인의 삶'에서 보여주는 상황이 우리에게도 가능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 -
Memory 2008/07/16 21:23
전 가끔 좀 더 범위를 줄여서 지금이 바로 죽는 그 시간이라면 나는 뭐를 해야할까? 라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역시 뚜렷한 답은 잘 생각이 나지 않더군요.. 하지만 지금이 죽기 5분전이라면 마지막 담배에 불을 붙이겠습니다..이건 조금 간단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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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na 2008/07/20 12:24
속세에 미련없다,죽기밖에 더 하냐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 치고 정말 미련없는 사람 못봤습니다.^^ 당장 쓸 원고가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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