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에 해당되는 글 2건
- 2008/11/03 마음껏 저지르고 후회하라 (10)
- 2006/11/03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6)
If의 심리학![]() 인생의 마지막까지 가져가지 말아야 할 유일한 감정이 있다면, 그건 ‘후회’라고 생각했다. 혼자 떠올린 기특한 생각이 아니라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파울로 코엘료 등 지혜로운 분들이 먼저 생각해내고 그렇게 권했다. 그 조언을 착실히 따르려 애쓰면서, 뭘 할까 말까 고민할 때마다 판단 기준으로 ‘나중에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해보곤 했다. 후회하지 않는 삶이야말로 잘 산 인생의 전범이 아닐는지. 그런데 ‘IF의 심리학’을 쓴 미국 심리학자 닐 로즈는 후회가 그렇게 기를 쓰고 피해야 할 부정적 감정이 아니란다. 후회는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뇌의 반사작용이므로 막으려 해봤자 소용없고 되레 유익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 책은 문학의 영역에선 곧잘 비장하게 다뤄지는 후회라는 감정을 ‘뇌의 기능’이라는 각도에서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행복, 사랑의 열정에 과학의 돋보기를 들이대면 우습고 초라해질 때가 종종 있는데, 후회의 감정을 그 돋보기로 들여다보니 좀 다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묘한 안도감이 느껴진다. 후회는 "음식을 먹는 것만큼이나 건강한 삶을 위해 필수적인 감정“이므로 후회한다고 자책할 필요도, 후회할까봐 주저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저자는 후회를 ‘사후가정 counter-factual 사고’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만약 ~했더라면’ ‘~할 수도 있었는데’ ‘거의 ~할 뻔 했는데’처럼 실제와 다른 결과를 상상하는 생각을 통칭하는 말이다. 고통스러운 후회는 그에 따른 감정적 부산물이다. 저자는 “대부분의 후회는 빠르게 생겼다가 없어지면서 아무도 모르게 우리를 발전시킨다”고 설명한다. 다음번에 더 나은 대처방안을 생각해내도록 돕고 삶에 대한 통제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후회의 목록을 살펴보면 자신이 인생의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하는지도 알 수 있다. 저자는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히는 어떤 종류의 후회는 “아직 남아있는 기회를 잡으라는 경고의 소리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후회가 계속 남아있는 이유는 뭔가를 할 기회가 계속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성인 수천 명을 대상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많이 하는 후회 1위는 학업에 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언제든 학교에 돌아가 다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후회를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했더라면 합격했을텐데’처럼 더 나은 상황과 비교하는 상향적 사후가정과 ‘죽을 수도 있었는데 다리만 부러져 다행’처럼 더 나쁜 상황과 비교하는 하향적 사후가정이다. 둘 다 나름의 기능을 갖는다. 상향적 사후가정은 뭔가를 해서 상황을 바꾸려는 개선의 시작이며 하향적 사후가정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안도하게 만들고 마음을 위로한다. 상향적 사후가정은 스스로 의식하면서 하는 생각이지만 하향적 사후가정은 거의 자동으로 일어난다. 우리의 마음은 끊임없이 하향 비교를 할 대상을 만들어낸다. ‘세상을 자기 편한 대로 생각하고 어떻게든 좋은 점을 찾아서 마음을 편하게 위로하는’ 건 인간 마음의 뛰어난 능력 가운데 하나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를 쓴 하버드대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는 이같은 마음의 작동을 ‘심리적 면역체계’라고 개념화했다. 심리학 연구결과 사람들이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하지 않은 일을 후회하는 경우가 이미 한 일을 후회하는 것보다 월등히 많은 까닭도 심리적 면역체계 때문이다. 심리적 면역체계엔 이미 저지른 일을 더 강하게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마음의 작동 기제에 대한 설명과 사례가 적절히 포함돼 있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후반부엔 사후가정사고의 작동 방식을 이용해 후회의 고통을 더는 방법, 물건을 잘 사는 기법, 협상을 잘 하는 기법, 시험장에서 답이 헷갈릴 때 기억해둘만한 요령 등 실용적인 팁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 모든 팁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그냥 저질러라’였다. 탁월하게 진화해온 우리의 뇌는 우리가 살면서 어떤 결정을 내리건 간에 결국은 그 결과에 만족하도록 스스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모든 경우에서 자동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의미를 만들어내는 뇌의 작용을 저자는 ‘존엄한 능력’이라고까지 불렀다. 물론 나쁜 후회, 심리적 면역체계를 압도해버리는 비극적 후회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경우에조차 과거 대신 미래에 초점을 맞추게 하는 일이면 그게 무엇이든 저질러야 한다고 권한다. 그게 무엇이든, 희망이 있든 없든, 뭐라도 해야 한다. 고통이나 절망보다 더 나쁜 최악의 상황은 인생이 내 곁을 스쳐지나가는 걸 그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는 삶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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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주인공 릭(험프리 보가트)이 극적으로 재회한 옛 애인 일리자(잉그리드 버그만)와 헤어지는 마지막 장면은 잊기 어려운 명장면이다. 일리자는 사랑하는 릭과 머물 것인지, 남편과 떠날 것인지 갈등하다 릭의 간곡한 설득으로 비행기에 오른다.
그러나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이 책의 저자는 일리자가 카사블랑카에 머물렀더라면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행복했을 것이며 물론 오늘은 아니었을지라도 곧, 그리고 남은 인생 동안 행복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마음은 예측과 다르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하지 않은 일보다 확 저질러버린 일에 대해, 약간 짜증나는 경험보다 아주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해, 선택이 자유로운 상황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일 때, 심리적 면역체계를 발동시켜 긍정적 관점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질병에 대항해 몸을 지키는 신체 면역체계처럼, 심리면역체계는 불행에 대항해 우리의 마음을 보호한다. 문제는 이 같은 뇌의 작용을 우리가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점이지만….
이 책은 언뜻 보기에 행복을 향한 심리지침서 같지만, 책에는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정반대로 이 책은 우리가 왜 기대만큼 행복해지지 못하는지를 조곤조곤 설명해준다. 행복 보다 ‘인간의 뇌가 저지르는 실수’가 이 책의 주제라고 해야 더 맞다. 가볍지는 않지만, 심리학 교수가 되기 전 공상과학 소설가였다던 저자의 재치 있는 글솜씨 덕분에 곧잘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시간의 강을 따라 흘러가는 배가 인생이라면 우리는 누구나 선장이 되어 배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가도록 조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의 조종은 아무 쓸모가 없다”고 단언한다. 배의 결함, 선장의 무능력 탓이 아니라 “전망의 안경을 통해 보는 미래와 실제 미래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속임수를 쓰는 마법사”다. 눈동자의 시신경이 붙어있는 곳에는 이미지를 입력할 수 없는 ‘맹점’이 있지만 뇌는 맹점주변의 정보를 토대로 맹점에 무엇이 보일지를 추측해 빈 장면을 절묘하게 채워 넣는다. 그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도 종종 우리 마음에 있는 맹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틀린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파티에서 ‘왕따’를 당해가면서까지 ‘첫 아이가 갑자기 죽는다면 2년쯤 지난 뒤 어떤 느낌이 들 것 같은가?’를 묻고 다닌 적이 있다고 한다. 그 결과 단 한 사람도 2년간 가슴이 찢어지는 이미지 말고 다른 것을 상상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극적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2년간 다른 사건들도 겪는다. 미래를 상상할 때 뇌는 아주 많은 것들을 빠뜨리지만, 놓친 것들이 매우 중요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거짓말쟁이 뇌를 데리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저자는 가급적 상상을 덜 하는 게 상책이라고 조언한다. 미래 경험을 예측할 때 가장 좋은 해결책은 상상 보다 같은 경험을 먼저 해본 다른 사람의 실제 경험을 참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자신을 독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덮을 즈음이면, 행복의 설계 자체가 불가능한 바에야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 잡히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는 서문에 미리 이렇게 경고해두었다.
“미래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마라. 우리의 자식들처럼, 우리가 낳은 시간의 후손들도 우리의 수고를 마냥 고마워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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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2008/01/17 18:17
당신이 인간의 상태와 조건에 관하여 아주 작은 궁금증이라도 가져본 일이 있다면 절대 이 책을 놓치지 마라. …라고 말콤 글래드웰이 이 책에 대해 말했단다. 말콤 글래드웰이 쓴 두 권의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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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2008/02/10 11:39
키에르케고르가 그랬다던가요?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고. 여러분의 답은 어떻습니까? 사회학적인 답이나 생물학적 답은 저마다 다르겠습니다. 하지만, 심리학적으로, 그리고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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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uit 2006/11/03 23:04
그래도 거짓말이 두려워 상상을 그치면, 속지는 않겠지만 꿈도 못꾸지 않을까요. 현실에 대한 절망도, 꿈을 이루는 미래도 상상이란 도박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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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anna 2006/11/04 12:55
그러게 말입니다... 저자도 상상을 하는대신 남의 경험을 참고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면서도, 곧바로 인간이 상상을 그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하더군요. 상상하는 능력 때문에 인간이 이만큼 발전해온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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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2008/01/17 18:16
아, 산나님께서 이미 쓰셨군요, 그런 줄 알았으면 버로우타고 있는 건데...
ps. 사실 '신화의 힘'도 얼마 전 읽었는데 언급하신 덕택에 조용히 묻어두고 있습니다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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